[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김정은 위해 무리한 낙하산 훈련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4.04.11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김정은 위해 무리한 낙하산 훈련 조선인민군 항공육전병부대의 지난달 공수훈련 모습.
/연합뉴스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얼마 전 평양 근교의 한 군부대에서는 김정은 총비서가 참석한 가운데, 북한 항공육전대 군인들이 낙하산을 타고 하늘에서 뛰어내리는 전투작전 훈련이 있었습니다. 이 날 군장병들은 강한 바람 등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낙하산을 매고 뛰어 내려야 했는데, 결국 낙하산 줄이 꼬이거나 엉키는 바람에 사상자가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늘은 “자신의 최고사령관 앞에서 비참하게 죽은 북한 항공육전대 군인들” 이란 주제를 갖고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자세히 알아 보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북한군에서는 어떤 사고가 발생하나요? 정리해 주시죠.

 

안찬일: 군대는 병영에 머물러야 하고 제대로 된 국가적 공급을 받을 때 정규군으로 존재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오늘 북한군은 병력집약적인 군대를 벗어나 대부분 시간을 노동집약적인 건설대로 도로 건설, 발전소 건설,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로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노동은 숙련공이 하는 것입니다. 평소 군복을 그대로 입고 건설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은 쩍하면 사고로 희생되고 있습니다. 갱도가 무너지고, 아파트가 붕괴되고, 터널이 무너지는 일이 다반사이다 보니 사고로 죽은 북한 군인들이 연간 1개 대대가 넘는 다는 설이 난무합니다. 전쟁이 없는 평화시기에 이렇게 많은 장변들이 죽어나가는 군대는 이 지구상에 북한군 빼고 찾아볼 수 없을 것입니다.

 

MC: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군인들이 본연의 임무가 아닌 일에 동원이 됐을 때 사고가 많이 일어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안찬일: 맞습니다. 군사장비를 다루는 일은 익숙된 반복훈련이 필요합니다. 군대는 바로 반복훈련으로 군사적 능력을 다져가는데 모내기철, 추수철에는 노력동원에 동원된 군인들이 오랜만에 군사장비를 대하면 실수하기 마련입니다. 건설공사현장에서 공사장비를 다루고 협동농장에서 농쟁기를 다루던 군인들이 진작 자신들의 본연의 임무인 군사장비 앞에서 사고를 남발하게 되는 것입니다. 포탄과 수류탄이 자폭하고 함정과 비행기가 떨어지는 일이 빈번합니다. 자연히 그 장비를 다루던 군인들은 비참하게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래서 북한군 1대 대대 이상이 연간 죽어나가게 된다는 말입니다.

 

MC : 아, 네, 이해가 갑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발생했다는 북한군 낙하산 사고는 그 배경이 뭔지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이번에 발생한 군장병 사망사고는 지난 3월 15일 평안남도 맹덕군 일대의 항공육전대 부대에서 일어났습니다. 이날 여기서는 김정은 최고사령관 참석 하에 낙하산 투하 작전 시범이 벌어졌습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사실상 낙하산을 떨구어서는 안 되는 최악의 날씨였습니다. 그러나 북한군 최고 지휘관들 어느 누구도 “오늘은 안 됩니다” 이런 말을 못 꺼냈습니다. 김정은 최고사령관이 아무 때나 군부대를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최고사령관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공명심 등으로 낙하작전은 강행되었던 것입니다.

 

MC : 북한의 낙하산은 모두 중국산 피복으로 만들고 그래서 질적으로 열악하다고 들었습니다. 낙하산의 경우 그것을 다루는 군인들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질 좋은 장비가 기본이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끼?

 

안찬일: 맞습니다. 북한군 항공육전대는 항공기를 띄우기 어려워 연간 낙하 훈련 횟수가 적고 특히 낙하산 줄과 피복이 열악해 항상 사고뭉치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항공육전대 사고는 예견된 것이었다는 평가입니다. 문제는 바람이 너무 세차게 불었다는 것입니다. 통상 17노트, 초속 8.7미터보다 강한 바람이 불면 낙하훈련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에도 김정은 한 사람을 위해 낙하 명령은 떨어졌고 비행기를 탈출한 군인들은 즉시 줄이 꼬이면서 낙하산끼리 엉켜 사망자가 속출했습니다. 자신의 최고사령관 앞에서 용맹성을 보여주려던 군인들이 졸지에 시체로 변해 땅바닥에 내동댕이 쳐졌습니다. 마치 사냥총의 연발사격탄을 맞은 비둘기떼 시체들이 나딩구는 모습 그 자체였다고 합니다. 이른바 ‘최고 존엄’ 앞에서 군인들은 용맹성을 부여줄 대신 피비린내를 풍겨야 했습니다. 더구나 이번 낙하산 훈련에는 군용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민간 고려항공기가 동원되다 보니 군인들이 뛰어내리는 통로가 없어 사고가 더 커진 것입니다.

 

MC: 만약 그 때 군대의 총참모장이나 국방상이 나서 김정은 총비서에게 “오늘은 낙하 훈련이 어려우니 다음으로 미루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도 궁금합니다. 그런 상황이 가능할까요?

 

안찬일: 과거 최현 무력부장이나 오진우 무력부장 같으면 김일성 최고사령관이나 김정일 최고사령관 앞에서 그렇게 말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늘 북한의 최고사령관은 김정은입니다. 그는 군대를 이해할 수 없고 군인들이 그렇게 나오면 “이 놈들이 나를 무시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봐 바로 ‘계급장 정치’ 즉 강등과 철직으로 나올 것입니다. 그래서 북한군 수뇌부는 에라 모르겠다 하면서 군사작전을 강행한 것입니다.

 

MC : 여기서 감동적인 외국의 사례 한 가지를 들어보시겠습니다. 안 박사님이 늘 말하는 미군의 사단장이 보여준 모범 사례 이야기를 한번 들려주시죠?

 

안찬일: 네, 지난 1958년 웨스트 모어랜드 소장은 미국의 최정예부대인 101 공정사단의 사단장으로 부임했습니다. 켄터키주 포트캠벨에 본부가 있었는데 부임한 직후 낙하훈련이 있었습니다. 낙하지점에 나간 장교가 풍향과 풍속을 잰 다음 녹색 연기를 뿜었습니다. 낙하해도 좋다는 신호였습니다. 웨스트모어랜드 장군이 제일 앞장에서 502 연대 장병들이 낙하했습니다. 웨스트모어랜드가 착지하니 예상하지 못했던 강풍이 낙하산을 몰고 갔습니다. 그는 수백 미터를 끌려가다가 다른 장병들이 낙하산을 주저앉혀 다행히 다치지 않았습니다. 이 강풍에 걸려 일곱 병사들이 사망했습니다. 그러나 웨스트모어랜드 사단장은 악조건을 이유로 훈련을 중단할 수 없다고 결심했습니다. 전쟁은 원래가 악조건하에서 치러지는 것이므로. 다음날 그는 훈련 강행을 명령했습니다. 다만 낙하훈련의 경우엔 자신이 먼저 뛰어내려 바람상태를 점검하기로 했습니다. 다른 사병들은 대기하도록 한 뒤 사단장이 혼자서 비행기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전날처럼 강풍이 불어 웨스트모어랜드는 착지한 뒤 한참 끌려가다가 설 수 있었습니다. 그는 즉시 낙하훈련을 중단시키고 육상훈련만 하도록 했습니다. 북한의 김정은은 최고사령관이라면 이 정도 지휘관의 솔선수범을 따라 배워야 할 것입니다.

 

MC : 아무튼 낙하산훈련은 목숨을 내놔야 할 만큼 어렵고 위험한 훈련 아니겠습니까.?

 

안찬일: 당연하죠. 하지만 북한 정권은 인민의 아들딸은 죽어도 괜찬지만 최고사령관이 죽으면 안된다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가치관이 북한에 지배하기에 군인들은 ‘총폭탄정신’을 강요받으면서도 한 마디 말도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자식들이 군대에 나가 죽으면 부모들은 달랑 ‘열사증’ 한 장 받으면 끝입니다. 고난의 행군기에 굶어 죽은 인민들과 사고와 영양실조로 죽은 북한 군인들은 지난 6.25 한국전쟁시기에 죽은 사람들보다 훨씬 많으니 대책마련이 시급합니다.

 

MC : 네, 오늘 주간진단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수고하셨습니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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