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8.18도끼만행사건 47주년 ‘아찔했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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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입니다. 진행을 맡은 홍알벗입니다. 이곳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입니다. 지금으로부터 47년 전인 1976년 8월 18일, 한반도 분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판문점에서 아주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 평화적으로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북한에서는 백양나무로 표현)를 자르려던 미군 경비병들이 갑자기 달려든 북한 경비병들과 싸움이 붙었고 거기서 미군 2명을 도끼로 살해하는 일이 벌어진 겁니다. 과연 북한은 이 사건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지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지금으로부터 꼭 47년 전인 1976년 8월 18일, 한반도 분단의 상징 판문점에서는 아주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일명 도끼만행사건이라고도 부르는데요. 어떤 사건이었는지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평화적으로 시야를 가리는 미루나무(북한에서는 백양나무로 표현)를 자르려던 미군 경비병들이 갑자기 달려든 북한 경비병들과 싸움이 붙었고 거기서 미군 2명을 도끼로 살해하는 귀축 같은 만행이 자행되었습니다. 과연 오늘도 북한은 이 사건을 어떻게 표현하고 있고, 또 그 당시 김일성 최고사령관이 유엔군 사령관 스틸웰 대장에게 사과하지 않을 수 없었던 역사적 사실을 짚어보겠습니다.

MC : 우리는 판문점 도끼 사건을 떠올릴 때마다 과연 북한군은 왜 그런 도발을 감행했고, 또 그렇듯 허장성세하던 김일성 최고사령관이 즉각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참으로 의문점이 많습니다. 우선 안 박사님은 그 당시 북한군 서부전선에서 군인으로 근무하고 있었다는데 판문점에서 가까운 GP라고 하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저는 1976년 8월 서부전선 북한군 제3사단 민경대대 황계산초소GP에서 하사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8월 18일 정상적인 경계근무를 서고 있는데, 정오 경 갑자기 전 사단에 <폭풍>이라는 전투명령이 하달되었습니다. 폭풍은 북한 정권이 1950년 6월 25일 남침 전쟁 시작을 알리는 비상소집 구호로 지금도 유효한 전쟁 시작을 의미하는 암호입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곧 전쟁이 개시되니 전군이 비상체제에 돌입하며 특히 전선의 민경과 제1제대 보병 모두 진지를 차지하라고 명령했습니다. 진지를 차지하라는 명령은 곧 지하갱도로 진입하여 적의 화학무기와 핵공격에 대비하라는 것입니다. 최전선 민경부대들은 잠시 제1제대로 물러나 있는 예비병력까지 모두 최전방 진지로 증강 배치되었습니다.

MC: : 북한군이 한국전쟁 종료 후 8.18 때가 최고 긴장했다는 설이 있는데 진짜 그랬던건가요?

안찬일: 확실합니다. 북한은 정전협정 체결 후 기회 있을 때마다 주민들과 군인들을 긴장시키는 것으로 체제를 유지해 왔는데, 곧 전쟁이 일어난다며 난리 친 경우가 꼭 두 번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1968년 1월 23일 동해상에서 미국 정보함 프에블로호를 나포한 때였습니다. 마침 그때는 이틀 전 북한의 정찰총국 특수부대 일명 김신조 일당에 의해 박정희 대통령을 살해한다면서 청와대를 습격하려다 실패한 사건이 발생한 직후였습니다. 두 번째로 바로 8.18 도끼사건 때입니다. 얼마나 전쟁분위기에 다가갔는가를 말해주는 바로미터가 있습니다. 바로 전쟁용 방독면(화생방기구)을 이때 최초로 지급했다는 것입니다. 평소 북한 군인들은 교육용 방독면을 휴대하고 1차 타격만 막도록 준비되어 있는데 전쟁용 방독면을 지급하면 진짜 전쟁을 개시한다는 의미입니다.

MC : 정말 그때 북한 정권이 얼마나 다급했을지 짐작이 가는데요. 그런데 그 당시 북한군이 먼저 도발해 놓고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닌가요?

안찬일: 네, 그날도 판문점은 평온한 날을 시작했는데 미군 측은 이미 북한에 미루나무 자르기를 통보한 상태라 경비중대장 보니파스 대위가 11명의 부하들을 이끌고 미루나무로 다가갔습니다. 문제의 미루나무는 당시 공동경비구역에서 25년생 15m 높이의 나무로서 대한민국과 북한 양측이 상대방을 감시하기 위한 시계확보에 지장을 주고 있었습니다. 유엔군 측 주한미군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의 제5관측소에서 제3초소와 비무장지대를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나 북한 3개 초소에 둘러싸인 제3초소 부근에 미루나무 가지가 무성하게 자라있어 이를 제대로 관측할 수가 없었습니다.

중대장 조지 보니파스 대위를 위시하여 소대장 마크 토머스 배럿 중위 등 2명과 부사관과 병사 4명, 대한민국 국군 장교 1명과 부사관과 병 4명 등 11명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안의 '돌아오지 않는 다리' 남쪽 유엔군 측 제3초소 부근에서 시야를 가린 미루나무의 전지작업을 하는 대한민국 노무자 5명의 작업을 감독·경비하고 있었습니다.

MC :그런데, 평화롭게 나무를 자르고 있었을 뿐인데 왜 북한군이 도발을 걸어 온 겁니까?

안찬일: 당시 북한군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1974년 직접 판문점을 다녀간 뒤 사기가 올라 기고만장한 상태였습니다. 김정일은 그때 한번 미군들에게 본때를 보여주라고 했다고 저희들은 전해 들었습니다. 북한군 총참모부 경무사령부 박철 중위와 다른 장교 1명, 그리고 15명의 부사관과 병이 나타나 작업 중지를 요구하였지만 미루나무의 위치가 유엔군 측의 관할에 속했기에 보수작업을 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보니파스 대위는 경비중대장 직권으로 작업을 계속하라고 지시하였습니다.

곧이어 인근 초소의 인민군 부사관과 병 20여 명은 경비 병력을 요청받고 트럭을 이용하여 도착했고 박철 중위의 작업 중지 재요구를 보니파스 대위가 거부하자 박철의 공격명령에 따라 인민군 부사관과 병들은 트럭에 실어 가지고 온 곡괭이, 몽둥이와 함께 노동자들이 작업에 쓰려고 가져왔던 도끼 등을 빼앗아 휘두르며 기습하였습니다. 이들은 유엔군측 지휘관과 장병들에게 집중 공격을 가하여 경비중대장 아서 보니파스 대위와 마크 배럿 중위가 이마에 중상을 입고 이송 중 사망했고 주한 미군 부사관과 병사 4명, 국군 장교와 부사관과 병 4명 등이 중경상을 입었으며 유엔군 트럭 3대가 파손되었습니다.

MC : 미군과 한국군의 대응은 있었나요?

안찬일: 네, 사건이 발생하자 미국 백악관에서는 워싱턴 특별 대책반이 소집되었으며 미국 국무부과 함께 "이 사건의 결과로 빚어지는 어떠한 사태에 대해서도 그 책임은 북한에 있다"는 공동성명을 당일에 발표하였습니다. 또한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의 긴급 명령에 따라 리처드 스틸웰 주한미군 사령관은 문제의 미루나무를 베고 공동경비구역 내에 조선인민군이 설치한 불법 방벽(防壁; 바리케이드 등)을 제거하기 위한 폴 버니언 작전(Operation Paul Bunyan: 미국 전설에 등장하는 거구의 나무꾼 폴 버니언에서 따온 작전명)을 기본으로 F-4, F-111, B-52 폭격기, 미드웨이 항공모함 등을 동원하는 대규모 무력시위 계획을 수립하였고 전투준비태세인 데프콘 3이 발령되었습니다.

MC : 그런데 북한 정권은 이 8.18도끼사건을 체제 내구력을 다지는 계기로도 삼았다는데 그건 또 무슨 말인지요?

안찬일: 네, 맞습니다. 북한 정권은 전쟁분위기를 만든 가운데 평양시에서 반체제 요소가 있는 주민 수만 명을 산간벽지로 쫓아내고 정치무대에서는 김정일로의 세습에 반대하는 김동규 부주석과 류장식 노동당 비서 등을 숙청하는 권력 재정비 작업을 진행하였습니다. 당시 곧 전쟁이 터진다는 분위기여서 어느 누가 바른 말 한마디 할 수 없는 긴장된 상황이라 김정일에게 잘못되었다고 말할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김정일은 자신의 등장을 못마땅해 하는 세력을 겨냥하여 전쟁분위기 조성으로 맞섰던 것 같습니다.

MC: 이번 사건 이후에 북한은 미국 측에 어떤 조치를 취했나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그렇듯 허장성세하면 북한은 10일도 못 버티고 서울의 유엔군 사령관 스틸웰 대장에서 김일성 최고사령관의 사과문을 보내면서 꼬리를 내렸습니다. 북한은 "보복에는 보복으로, 전면전쟁에는 전면전쟁으로" 이렇게 늘 떠들었지만 미국의 강력한 대응 앞에 즉각 항복한 것입니다. 8.18뒤부터 북한의 군사도발은 좀 잠잠해졌습니다. 당시 한국정부 박정희 대통령의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최고"라는 유명한 명언도 효과를 발생한 것입니다. 오늘 또다시 침략국가 러시아에 무기를 판매하려 들며 군사적 모험주의로 접어드는 북한, 정신 차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MC :네,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