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의 주간진단] 북 엘리트 탈북은 ‘자녀의 미래’ 때문
2024.08.29
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오늘날 북한 체제를 움직이는 노동당 중앙위원회 간부 70%이상이 김일성종합대학교 출신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북한이 노동자와 농민의 나라라고 하지만, 실상은 세습형식으로 권력을 넘겨받은 공산귀족들이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음을 뒷받침하고 입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런 사람들마저 북한 체제를 버리고 탈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 밖으로 나간 엘리트들의 탈출로 무너져 내리는 평양정권”이런 주제로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북한에서 김일성종합대학이라고 하면 최고의 교육기관 아니겠습니까. 그런 대학을 졸업하고 북한 노동당 간부로 일한다고 하면, 이들은 그야말로 북한 최고의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은데요. 맞습니까?
안찬일: 물론입니다. 물론 김일성종합대학의 일반학부 졸업생들까지 모두 당 간부가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경제학부 내지 인문사회 계열학부를 졸업한 사람들은 대부분 당 간부로 출세가 보장되고 있습니다. 2대 세습자 김정일이 그랬고, 김정은 총비서의 여동생 김여정,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 그리고 북한 노동당의 실세 조용원 조직비서, 최룡해 상임위원장 등 내노라 하는 사람들이 모두 그 독재 권력의 본산지 김대, 그러니까 김일성종합대학교 출신들인 겁니다.
MC : 그런데 김일성 주석이 김일성종합대학을 세울 때는 민족간부 양성기지로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안찬일: 당연하지요. 김일성종합대학은 1946년 10월 1일 북한 지역 최초의 종합대학으로 설립되었는데, 1946년 5월에 종합대학창립준비위원회가 조직되어 대학 건립을 위한 전국민적 지원사업을 전개하였습니다. 당시 북한 농민들이 ‘애국미’를 헌납하고 금반지 등을 바쳐가며 대학건립기금을 충당했습니다. 1946년 9월 15일 개교식을 개최하였고, 10월 1일 창립을 선포하였습니다. 창립 당시 문학부, 법학부, 이학부, 공학부, 농학부, 의학부, 철도공학부 등 7개 학부 24개 학과, 30개 학급에 68명의 교원과 1,500명의 학생으로 출발하였습니다.
MC : 대학 설립 이후 대학 교수가 부족해 남한에서 지식인들을 강제로 데려갔다는 이야기도 있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당시 해방과 동시에 많은 지식인들이 공산당이 미워 대부분 서울로 월남한 상태라 평양에는 지식인들이 절대 부족했습니다. 김일성은 김대 창립 당시 남한 지역으로 파견원을 보내 물리학자 도상록, 김석형, 김광진, 계응상, 한설야 등 많은 학자들을 교수로 데려 갔습니다. 1948년에는 공학부와 운수공학부, 의학부, 농학부를 분리하여 김책공업종합대학과 평양의학대학, 원산농업대학으로 독립시키고, 화학부, 생물학부, 물리수학부, 역사문학부, 법학부 5개 학부로 개편하였습니다. 1948년 2월에 야간대학을 부설하여 철학과, 정치경제학과, 교육과 등 7개 학과를 설치하였고, 8월에 통신사범대학을 부설하여 교육학과, 역사학과 등 8개 학과를 설치하였습니다.
MC : 그런데, 최근 들어 ‘김일성종합대학이 무너지고 있다’ ‘덩달아 평양정권마저 위태롭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런 가운데, 평양외국대학 등을 졸업한 엘리트들의 탈북도 발생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보면 상당히 큰 충격일 것 같은데 말이죠.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김일성종합대학 총장을 지낸 황장엽 선생이 지난 1997년 2월 탈북한데 이어 지난 해 11월 탈북해 최근 공개된 리일규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 참사 등이 그 대표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리일규 참사의 경우 엘리트 코스인 평양외국어학원을 거쳐 외국어대학을 졸업한 진짜 엘리트입니다. 그런데 이 외국어대학 출신 외교관들이 거의 20여 명 이상 대한민국으로 탈출했습니다.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외국에서 국제사회를 경험하다 보니 북한 정권에 한계를 느끼고 서슴없이 탈북을 선택한 것입니다.
MC : 최근 한국 정부가 북한 엘리트들의 탈출 숫자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발표했는데 소개 좀 해주시죠.
안찬일: 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지 올해로 약 12년 세월이 지났습니다.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엘리트층의 탈북이 이전 김정일 집권 시기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최근 대한민국 통일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이 ‘단독 보호’ 대상으로 분류한 엘리트 탈북민은 관련 법령에 따라 집계를 시작한 1997년 7월 이후 현재까지 188명이라고 합니다. 김정일 사망 시점(2011년 12월)까지 54명,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현재까지는 134명입니다. ‘국정원 단독 보호’ 탈북민은 북한 이탈 주민 관련법에 따른 ‘국가 안전 보장에 현저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사람’으로, 국정원장이 보호 여부를 결정하게 됩니다. 주로 북한 외무성, 군, 정보기관, 체제 보위 기관 출신 엘리트로, 김정일 시대 14년보다 김정은 시대 13년에 엘리트 탈북이 집중돼 있습니다. 엘리트들의 동요는 전체 탈북민 숫자와 비교하면 더 두드러집니다. 김정일 시대 전체 탈북민 2만 3027명 중 엘리트 비율은 0.23%인 반면, 김정은 시대 탈북민 1만 985명 중 엘리트 비율은 1.22%로 5.3배에 달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의 한 언론사가 인터뷰한 엘리트 탈북민 6명은 “이미 핵심 계층 구성원들 사이에서 체제에 대한 반감이 상당하다. 김정은 체제는 미래가 없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았습니다. 이들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김씨 왕조를 모두 겪었고, 김정은 체제 출범 이후인 2014~2020년 탈북한 사람들입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탈북하는 북한 엘리트들은 미래, 즉 자녀들의 공부와 인간다운 삶을 위해 남한을 선택한다는데, 어떤 마음일까요?.
안찬일: 저는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와 류현우 전 쿠웨이트 대사 대리, 조성길 이태리 주재 대사대리 등 많은 외교관들을 만나 보았지만 한결같이 자신보다 자녀와 가족을 위한 탈출이었다고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한 외교관 출신 인사는 “자식만큼은 나와 부모님처럼 살게 하기 싫었다. 아직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료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지난해 쿠바 주재 북한 대사관에서 탈북해 국내에 정착한 리일규 참사는 최근 한 인터뷰에서 “먼저 탈북한 선배 외교관들의 한국 정착 생활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자유세계를 동경하고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제2, 제3의 리일규’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김정은이 ‘뉴국경’을 쌓느라 전전긍긍하는 동안 북한 정권은 평양에서 소리 없이 무너지면서 ’뇌사 상태‘에 빠져들고 있는 것입니다.
MC : 리일규 참사의 말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도 인터넷이 열린다면 북한은 정권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도 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당연합니다. 북한 주민들과 군인들, 청년학생들은 당국이 인터넷을 가로막고 있기에 그저 세상이 다 이런가부다 하고 참고 살고 있습니다. 비교기준이 없다는 것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늦은 시간 함께 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