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홍알벗입니다. 그리고, 이곳은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입니다. 아시다시피, 9월 29일은 한민족의 가장 큰 명절이자 축제라고 할 수 있는 '추석'이었죠. 남한의 경우 올해는 추석 당일을 포함해 엿새나 공휴일로 제정이 됐습니다. 그럼 북한은 어떤가요?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북한 당국이 추석을 대하는 입장에 대해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안 박사님도 추석 같은 명절이 때면 고향생각이 무척 많이 나실텐데요. 고향의 가족과 친척, 그리고 친구분들 생각 많이 나시죠? 괜한 말씀을 드린 것 같습니다만.
안찬일: 아니, 괜찮습니다. 고향은 아름다움과 사랑의 지향점이라고 생각하는데 유감스럽게도 지금 북한은 인민이 헐벗고 굶주리는 나라 아닙니까? 북한의 노동당 시대는 3만 4천명 탈북민들에게서 고향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추억도 빼앗아 갔습니다. 고향 생각하면 가슴만 아프지 별로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번 서울에서 진행된 <북한 자유주간>에서도 우리는 북한에서의 인권회복과 자유민주통일을 힘차게 외쳤습니다.
MC : 한때 북한에서도 추석이 큰 명절이었다는데 왜 이제는 잊혀져 가는 명절로 전락했는지 궁금합니다. 어쩌다 이렇게 됐습니까?
안찬일: 맞습니다. 1967년까지 북한도 남한처럼 추석이나 설 명절이 연중 제일 큰 명절이 분명했습니다. 그런데 1967년 5월 노동당 제4기 15차 전원회의에서 박금철과 이효순 등 '갑산파'가 숙청당하면서 추석과 설 명절 등을 봉건유교사상 잔재로 결론 내리며 금지시켰습니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은 아연질색했습니다. 아니 조상을 숭배하는 것이 왜 나쁘냐고 말입니다. 그리고 김일성 정권이 만들어 낸 것이 당의 유일사상체계라는 새로운 독재 이론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조상을 숭배하는 것은 구악이라며 철폐하라는 노동당이 수령을 숭배하라는 새로운 통치이론을 내놓으니 북한 인민들은 이걸 '최악'이라고 부르짖었습니다. 세상에 조상앞에 절하는 것은 나쁘고, 통치자 앞에는 무조건 절해야 한다는 논리, 이것이야말로 봉건시대 임금을 섬기는 봉건유교사상 아닌가요? 그때부터 북한에서 민족의 전통과 관습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MC :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북한에서도 추석명절이 되살아났다는 소식이 들리던데요. 이건 또 어떤 내용인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정확히 1988년 서울에서 세계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 북한 정권은 추석과 구정 설 명절을 부활시켰습니다. 기독교도 함께 살짝 부활해 1개의 교회를 세웠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북한정권은 "폐쇄와 고립을 원하는 나라가 아니다. 우리도 세계 보편적인 발전의 길에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그렇게 한 것입니다. 그러나 옛 것을 다시 차려놓는다고 보편성이 살아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무려 20년 이상의 공백 기간을 거치며 민족의 전통적 명절은 마음속에서도 실생활 속에서도 거의 잊혀졌습니다. 명절이 무엇입니까? 특히 추석의 경우는 더더욱 그렇지만, 명절은 풍요롭게 먹고 즐기는 날입니다. 그런데 경제가 몰락한 북한에서 추석을 되살려 놓았지만 쌀과 고기가 절대 부족한 궁핍한 실정에서 추석명절의 본래 의미는 살아날래야 살아날 수가 없었습니다.
MC : 한국이나 중국의 경우 전통명절 때는 인구의 대이동이 진행됩니다. 남한의 경우 고속도로가 주차장처럼 변할만큼 길이 막히는데도 고향을 찾는 사람들은 즐겁게 웃으며 달려갑니다. 북한에서도 이러한 이동현상이 벌어지나요>
안찬일: 북한의 경우 대이동은 커녕 소이동도 없습니다. 이동할 필요가 없습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려행증명서가 있어야 하고 열차와 버스는 표 끊기도 어렵습니다. 거기에 친척집에 찾아가면 누가 반겨주지도 않습니다. 내 입에 거미줄 치지 않는 생존경쟁의 처절한 시대에 남의 식구 불러다 한 달 먹을 것 하루에 오절낼 일 있을까요? 옛말에 "쌀독에서 인심난다"고 했지요. 그리고 가족이 모두 모여 차례를 지내는 관습도 과거 추석 소멸기 20년 동안 모두 사라지다시피 했습니다. 이제 북한 주민들은 노동시대 75년에 가족중시 사상도 사라지고, 오직 김씨 왕조에 충성과 효성을 바쳐야 한다는 이른바 북한판 '천황 논리'의 희생양이 된지 오랩니다.
MC : 일부 북한 주민들은 핸드폰, 그러니까 손전화를 이용해 조상 앞에 인사를 드린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도 들리는데요.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인가요?
안찬일: 북한의 어려운 살림살이는 가족간의 유대와 친밀감을 없애 버렸습니다. 그런데 몇 년전부터 북한 주민들은 손전화기를 통해 모든 관혼상제를 해결하는 웃기는 관습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즉 교통 핑게대고 찾아가지는 않고, 또 들고 갈 선물도 없고, 그러니 집안 어르신 사진 올리라고 하고 거기에 절하는 척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최첨단 조상 섬기기로 봐야 할지?, 조상섬기는 연극인지? 누구에게 결론을 얻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하도 김일성 정권의 유일독재가 오래되다보니 이제 북한 인민들은 도대체 누구를 섬겨야 할지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MC : 북한 당국은 봉건유교사상이라는 이유로 조상 숭배를 가로막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북한에서 70대의 박정천 원수가 10살짜리 김주애, 그러니까 김정은 총비서의 딸에게 무릎을 꿇고 보고하는 모습이 목격됐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바로 그래서 제가 수령 숭배를 최악이라고 규정하는 것입니다. 수령절대주의는 봉건 사상입니다. 김주애가 김정은의 딸이기 때문에 군 서열 1위가 무릎 꿇어야 한다면 이보다 더 한 봉건주의는 없는 법입니다. 이러고도 인민들에게 도덕과 양심을 호소할 수 있습니까? 자신들이 하면 수령절대주의고, 인민들이 자신들의 조상을 섬기면 구악의 봉건주의라고요? 세상에 뿌리 없는 나무 없고 조상 없는 인간 있을 수 없습니다. 김 씨 왕조는 자신들의 1000년 집권을 꿈꾸며 벌써 4대 세습을 공공연히 드러내는데 이제 북한 인민들은 대오각성하여 일떠서야 합니다.
MC : 추석을 맞아 북한 동포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안찬일: 할 말이 많지만, 딱 한 가지만 전하고 싶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북한 2500만 동포들을 노예처럼 부리려 들고 있습니다.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명절도 쇠라 말라, 이게 가당키나 한 일입니까? 통치자는 인민들을 잘 살게 만들 책무만 있지 민족의 전통과 인륜을 폐지하고 가로막을 권한은 절대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평양 정권에게는 미래가 없다고 봅니다. 이제 북한 인민들은 자신들의 권리와 행복을 찾아 일떠설 때가 된 것 같습니다.
MC: 네, 오늘 주간진단이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