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다시 여름, 삼계탕이 간다 (2)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3.08.29
[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다시 여름, 삼계탕이 간다 (2) 탈북민과 남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회원들이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삼계탕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RFA Photo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날씨가 참 얄궂습니다. 입추가 지나도 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 됐는데요. 연 이틀 비가 내리면서 서울의 기온은 뚝 떨어졌습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을 흘릴 정도로 더웠던 8월 중순. 탈북민과 남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은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삼계탕을 끓이고 직접 포장했습니다. 그리고 뜨거운 음식이 식기 전에 어르신들의 집으로, 가가호호 배달까지 마쳤는데요. <여기는 서울>이 동행해 봤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봉사 현장, 전해드립니다.

 

(봉사자 교육 현장음) 오늘의 활동은 남북 주민의 통합 그리고 지역사회 나눔이라고 하는 주제로 저희가 남북 독거 어르신 60명을 선정했습니다. 이 선정은 강서구청 복지정책과에 문의를 해서 조사를 했는데요. 최근에 지역에서 북한이탈 주민이라는 이름으로 삼계탕을 드신 분들이 많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삼계탕을 한 번도 받지 않으신 분들은 대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그 부분을 조율하다 보니까 북한이탈 주민 24, 일반 주민 36분 이렇게 해서 총 60분을 선정했습니다. 오늘은 이제 삼계탕 도시락을 전달하는데요. 11시부터 12 30, 1시간 반 동안 배달할 예정입니다.  

 

조리팀 봉사자들은 이른 새벽부터 남북통합문화센터 4층 요리실에서 정성 들여 삼계탕을 끓였습니다.  배달 봉사에 나설 30여 명의 봉사자들은 그 삼계탕을 건네받아 음식이 식지 않게 보냉 가방에 넣어 단단히 포장합니다. 포장을 마친 뒤엔 가방을 양손에 2-3개씩 챙겨 들고 1층으로 이동합니다.

 

(현장음) 팀별로 1호차부터 5호차 멤버랑 센터팀 이름을 정리해서 올려놨거든요. 센터팀은 마무리 해주시고 저희 모두 다 짐 챙겨서 1층으로 내려가서 차 출발하는 거 볼게요.

 

1층에 도착한 봉사자들!

배정된 차량에 탑승하기 전, 각 조 구성원끼리 모여 어떻게 배달할지 함께 의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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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과 남한 사람들이 함께하는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 회원들이 지역 어르신들에게 삼계탕을 배달하고 있다.

 

(현장음) 21조로 하는 게 아니라 각자 들고 다닐 거잖아요. / 그렇게 해야 빠르죠. / . 그러면 6, 7. 제가 이렇게 7개 하고 ~

 

그 사이 봉사자들이 이용할 차량이 도착하고 봉사자들은 삼계탕을 챙겨 차량에 오릅니다. 이동 거리가 가장 먼 팀부터 차례대로 출발하는데요. 저는 4호차에 동승했습니다.

 

(현장음) 저희는 몇 동? / 106동에서 110동까지요. / 출발하겠습니다. 안내를 시작하겠습니다. 잠시 후 우회전입니다.

 

4호차에 탑승한 봉사자들은 지하철로 두 정거장 거리를 이동하는데요. 멀지 않은 거리이지만 주말 나들이 차량이 많아, 시간이 2배 이상 걸렸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봉사자들은 다시 한번 주소를 확인하고 삼계탕을 챙겨 배달 장소로 갑니다. 하지만 첫 집 배달 봉사부터 쉽지 않네요.

 

(배달 봉사 현장음) 똑똑똑. 안녕하세요. 어르신. / 안 계신가 보다. / 안 계셔요~

 

봉사자 사전 교육에서 어르신이 부재중인 경우 문 앞에 잘 걸어놓고 오면 된다고 했는데요. 봉사자들은 어르신께 전화를 걸어 삼계탕을 담은 보냉 가방을 문고리에 걸어놓고 간다고 설명합니다. 오늘 4호차에서 배달해야 할 삼계탕은 총 14. 남은 13개까지 시간 내에 배달하려면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배달 봉사 현장음) 날도 더운데 남북 자원봉사단에서 (어르신들) 기력 좀 회복하시라고 삼계탕 준비를 했습니다.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셔야 됩니다 / 예예, 잘 먹겠습니다. / 안녕히 계세요~

 

잘 먹겠다’, ‘고맙다어르신들의 인사에 봉사자들은 무더위에도 힘을 냅니다. 삼계탕을 받은 어르신 중 한 분과 잠시 이야기를 나눠 봤는데요. 평안북도 출신의 김영숙 할머니입니다.    

 

(인터뷰-김영숙) 안녕하세요. 저는 이북에서 온 김영숙이라고 합니다. 독거노인들에게 삼계탕을 주는데 받을 의향이 있는지 묻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고 주면 다 먹죠. 맛있게 먹죠라고 대답하니까 명단에 넣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명단에) 넣어 주면 감사하다고 전화했어요. 그랬더니 문자가 왔더라고요. 오늘 10시 반부터 1시까지 삼계탕 봉사 선생님들이 가는데 받으라고요. / (리포터) 삼계탕 받으니 어떠세요? / (김영숙) 감사하죠. 우리 이북에서는 그런 게 하나도 없거든요. 그런데 여기(한국)서는 나이 먹었다고 이렇게 주지, 말할 줄 몰라서 표현 못 하는데 진짜 감사하죠. 감사하고 고맙고, 그래요.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북한에서는 단고기를 먹지만 한국에서는 닭에 각종 한방 약재를 넣어 푹 삶은 삼계탕을 즐겨 먹는데요. 김영숙 어르신은 2014년 한국에 와서 삼계탕을 처음 먹어 봤답니다. 한국생활 9년 차. 이제는 삼계탕이 낯선 음식은 아니지만 삼계탕을 끓이는 정성과 마음을 알기에 그저 고맙기만 합니다.

 

(인터뷰-김영숙) 내가 64살까지 (북한에서) 살았어도 (삼계탕을) 먹어본 생각이 없거든요. 여기(한국) 와서 삼계탕을 먹는데 우리는 앉아서 그저 받아서 맛있게 먹는 일밖에 없잖아요

 

삼계탕을 전하며 짧은 인사를 나누는 정도이지만 열네 개 가정을 방문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납니다.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다 보니 예정된 시간 안에 배달을 무사히 마치고 다시 센터로 돌아왔습니다. 한자리에 모인 봉사자들은 배달하면서 기억에 남는 어르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봉사활동에 대한 소감도 나눕니다. 센터에 남아 뒷정리를 담당한 남북통합문화센터 문동욱 과장도 이 자리에 함께했습니다.

 

(인터뷰-문동욱) 오늘 삼계탕을 받으신 어르신분들이 연세도 많으시고 또 가족도 없으시고 또 거동이 불편하시니까 밖에 외출을 못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들이 직접 찾아 뵙고 안부를 묻고 하는 이 과정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큰 활력이 될 수 있고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요. 받는 분들 중에는 직접 전화를 주셔서 너무 고맙다, 내가 북한이탈 주민이라는 이유로 남북통합문화센터 자원봉사단이 찾아와서 내 안부를 물어주니 삼계탕도 너무 고맙지만 그 안부를 물어 봐주는 관심이 너무 고맙다, 봉사단분들도 건강하시고 하는 일 잘되기를 바란다는 말씀을 거듭하셨어요. 그래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누군가에게 작게나마 힘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봉사자들은 점점 봉사 활동에 빠져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퇴근 시간, 주말과 휴일을 반납하고 심지어 연차와 월차까지 이용해 봉사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도 있는데요. 제가 동승한 4호차에서 그런 분을 만났습니다. 직업군인에서 직장인이 됐다는 최동근 씨인데요. 민간인이 되면서 탈북민에 대해 그리고 북한에 대해 관심이 생겼고 좀 더 알고 싶어서 봉사단에 지원했답니다. 최동근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최동근) 저는 현재 충남 서산시에서 살고 있습니다. (남북통합문화센터까지) 시간으로는 서해안 고속도로를 타면 한 1시간 40분에서 2시간 사이 걸리고 있는데 멀다고 생각하지 않고 충분히 1시간에서 2시간을 투자해서 토요일에 자원봉사를 하면서 남한과 북한 사람들의 문화 등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면 충분한 매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봉사는) 쉽지 않죠. . 쉽지 않습니다. 왜냐면 저의 20대와 30대를 다 군인으로 보냈기 때문에 제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저한테는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다른 분들한테 특히 북한 사람들한테는 실례가 되거나 마음의 상처를 받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습니다.

 

서산에서도 봉사활동을 하지만 한 달에 한 번 서울 마곡동까지 올라오는 최동근 씨의 열정도 대단하지만 항상 함께 활동하는 탈북민들에게 상처가 될까 고민하고 조심한다는 그의 배려가 더 크게 느껴집니다.

 

-Closing Music-

하지만 동근 씨는 함께 봉사하는 동안만큼은 그런 걱정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답니다. 남북 봉사자들은 남을 돕겠다는 그 마음으로 이미 하나가 됐으니까요.  

 

삼계탕을 맛본 어르신들도, 삼계탕을 만들고 배달한 봉사자들도 건강한 여름을 보내고 이제 가을을 맞이하는데요. 아마 비결이 있다면 삼계탕에 담긴 관심과 사랑 덕분이 아닐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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