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남한 전역의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의 새 학년 등교가 2일 시작됐습니다.
개학 연기 없이 신학기는 시작됐지만
코로나비루스로 모든 학생의 매일 등교는 여전히 어려운데요.
이런 와중에도 고등학교 3학년, 유치원생
그리고 학교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초등학교 1학년과
지난해 거의 등교를 못 했던 초등학교 2학년은 매일 학교에 가게 됐습니다.
이렇게라도 정상적인 등교가 가능해진 것은 그동안의 노력 덕분이겠죠.
2월에 치러지는 졸업식을 졸업생들만 참석하는 작은 졸업식으로 진행하거나
비대면으로 온라인상에서 졸업식을 진행했으니까요.
탈북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 남북사랑학교는 온라인 졸업식을 선택했는데요.
축하객들은 함께 하지 못했지만 10명의 졸업생들은 마스크를 끼고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난 시간에 이어 남북사랑학교의 온라인 졸업식 소식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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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상이었지만 축하 무대와 여러 내빈의 축사, 후배의 송사까지
사전에 녹화한 영상으로 대체해 졸업식의 식순은 모두 다 갖춰서 진행됩니다.
인서트1: (졸업식 현장음) 이 소중한 졸업식에서 비대면이지만 축사로 여러분과 함께 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름다움을 향한 행진’의 주인공이신 김선희, 양은정, 이권송, 이소현, 정희옥, 조은정, 최복실, 최시온, 허미함, 황명옥 위 학생들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힘들고 어려운 환경과 상황 가운데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인내하며 인생의 무게를 이겨내고 듬직하게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들이 너무도 자랑스럽습니다.
화면으로 마주해도 축하객들의 마음이 충분히 전해지고
졸업생들은 처음 입어보는 검정 가운과 학사모까지 갖추고 앉아있으니 졸업식이 실감납니다.
졸업생을 대표한 조은정 씨는 송사를 통해 남북사랑학교를 떠나는 마음을 전하는데요.
눈물을 참으며 말하느라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선생님에 대한 고마움을 말할 때는 목이 멥니다.
인서트2: 이 자리에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늘 혼자였고 외로웠던 나에게 남북사랑학교의 선생님들은 ‘너는 충분히 잘할 수 있어’라고 위로해 주셨습니다. 늘 동행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결같은 사랑에 감사드리며 받은 사랑을 필요한 곳에 나누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어느덧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 졸업장 수여식이 시작되는데요..
탈북 졸업생들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립니다.
인서트3: (졸업식 현장음) 다음 순서는 우리 졸업생들의 졸업장 수여식이 있겠습니다. 먼저 김선희 학생. 앞으로 나와 주세요. / 졸업장. 성명 김선희. 위 학생은 본교에서 소정의 교육과정을 수료하였으므로 이 졸업장을 수여 합니다. 2021년 2월 5일 남북사랑학교장 심양섭.
졸업생 한 명, 한 명에게 졸업장을 건네고 사진도 많이 찍습니다.
평생 찍을 사진을 졸업식에서 다 찍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말이죠…
그 모습은 그대로 인터넷을 타고 화상으로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전해지는데요.
졸업장 수여와 사진찍기가 반복되기에 잠시 자리를 이동하는 사람들이 생겼을 것 같은 그때!
반가운 소식이 전해집니다.
7번째로 졸업장을 받게 된 최복실 씨인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서트4: (현장음) 오늘 오후 2시에 합격자 발표가 있었는데 경인교육대학교에 최종 합격했습니다. 박수 한 번 쳐주세요. 졸업장. 성명 최복실!
선생님들과 친구들에게 축하 인사를 받으며 졸업장을 받는 최복실 씨!
28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그 누구보다 행복한 졸업식을 치르고 있는데요.
합격자 발표가 있는 2시까지만 해도 가슴 졸이며 졸업 가운을 입지도 못하고
그냥 손에 들고 있었습니다.
2시 30분부터 시작되는 졸업식에 참석할지 말지 결정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인서트5: (최복실) 대학교 못 가면 졸업이 의미가 없는 거예요. 결국은 다시 입시 지도를 받아야 할 학생으로서 지금 학교에 다시 다녀야 하는 거거든요. 졸업식을 한다고 명단에 올라가고 가운도 입고, 그러면서 2시에 합격 여부를 알아간다는 게.. 너무 그때 긴장했던 것 같아요. 만약에 합격이 못나면 어떡하지. 꽃다발까지 받아 안고 이러면서. 그런데 너무 합격이 되어서 너무 감사했어요. / (리포터) (합격) 발표가 나기 전까지 굉장히 기쁜 마음보다 긴장된 마음이 더 컸겠네요. / (최복실) 네. 그런데 또 선생님들이랑 다른 모든 분들이 합격될 거야. 합격된다고 믿어. 이러면서 기다렸거든요. 그래도 정말 너무 긴장했죠.
남한의 대학에 입학하려면 교육부에서 해마다 실시하는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봐야 합니다.
수능시험을 치고 고등학교 시기 학교 성적을 감안해 대학을 지원하는 것이
일반적인 대학 지원 방식이라면 교육의 기회균등을 위해 존재하는 ‘대학별 특별 전형’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탈북민 특별전형’!
대학은 최대 6곳까지 지원할 수 있는데요.
특별전형으로 합격이 결정되면 일반전형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해야 합니다.
탈북민의 경우 대부분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하는데요.
최복실 씨의 경우 일반전형으로 경인교육대학교 한 곳만 지원했습니다.
인서트6: (최복실) 제가 검정고시를 8월에 보고 9월에 수시 지원을 할 수 있는데 사실 7월에 이렇게 다른 대학교가 많이 나고 9월에는 많이 없어요. 지원할 수 있는 학교가.. 안 그러면 다음 해야 되거든요. 그런데 9월에 가고 싶은 학교도 그렇게 없어서 지원을 일단 안 했고 그리고 경인교대 지원할 때 그때 정시에는 그 학교 밖에 지원할 곳이 없었어요. 수시 때 지원해서 다른 학교 합격 여부가 있으면 교대를 지원하기 어렵거든요. 뭐 어차피 교대 갈 거니까 그냥 다른 곳 안 하고 교대만 목표로 했었어요.
교대란 북한으로 치면 교원대학인데요. 남한에서도 인기 있는 학교입니다.
사실… 다른 졸업생들은 진작에 대학 진학 여부가 결정되고
편안한 마음으로 수업을 들었지만 최복실 씨는 일반전형 합격자 발표가 결정되는 2월까지
떨리는 마음으로 학교생활을 했습니다.
긴장됐겠지만 본인의 생각이 확고했기에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은데요.
합격 소식을 졸업식 당일에 접했으니 그 기쁨은 몇 배로 더 큽니다.
졸업식을 마치고 이제 대학 생활을 시작한 최복실 씨.
복실 씨의 안부를 전화로 물었습니다.
복실 씨는 대학의 입학식도 졸업식과 똑같이 온라인에서 진행했다고 하네요.
인서트7: (최복실) 그냥 제가 그날 너무 기뻐서.. 다른 친구들이 대학교 합격했을 때는 곁에 없던 사람도 있고. 나중에 문자나 톡으로 누가 합격했다 하면 아마 그냥 축하해요 그거로 끝이니까... 그런데 제가 대학교 합격 발표를 접했을 땐 주변에 친구들이 다 있고 또 정말 필요한 사람들은 거기에 또 다 참석을 했었으니까, 거기에서 그냥 축하를 많이 받고 이러다 보니까.. 또 내가 너무 기쁘고 하니까 아쉬운 게 별로 저는 없었던 것 같아요.
-Closing-
졸업생 모두에게 졸업식은 의미 있는 날이지만
특히 복실 씨에겐 두고두고 얘기할만한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다음주! 미래를 향한 아름다운 행진,
남북사랑학교 졸업생들의 마지막 이야기가 남아있습니다.
대학 생활에 첫발을 딛게 된 고등학교 졸업생들,
그리고 2일 새 학기를 시작했을 모든 학생이 좋은 추억을 많이 챙겨가길 바라며
오늘, 인사드릴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