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한류’는 한국과 관련된 것들이 한국 이외의 나라에서 인기를 얻는 현상을 말하는데요. ‘한류’라는 단어가 우리의 일상 생활에 등장한 것은 1990년대입니다. 인터넷의 활성화로 한국문화의 영향력이 타국에서 급성장함에 따라 등장한 신조어인 거죠.
1990년대부터 시작된 ‘한류’의 힘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중문화와 관련된 단어 앞에는 한국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Korea의 앞 글자 ‘K’가 붙는데요. K음식에 이어 이제는 K음료도 인기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 유통공사에 따르면 한국의 음료 제품을 찾는 해외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음료 수출액이 6억 달러에 육박했다고 합니다. 최근엔 한국식 카페도 한류를 타고 해외로 가고 있는데요. 커피와 음료, 빵 같은 간단한 음식을 판매하는 카페도 한국식 분위기를 찾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랍니다
이런 한류의 열풍을 한국사회에서도 주목하고 있는데요.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탈북민 지원단체에서도 관련된 분석과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한류는 철통 같은 북한 내부에도 전해졌기 때문인데요. 심지어 한류가 활성화된 1990년대보다 훨씬 더 빨리, 그러니까 1980년대부터 K문화가 시작됐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현장음-정은찬 교수) 80년대 후반에는 한국 가요를 따라 부르는 것들이 인기였어요. 제가 제일 좋아했던 노래가 최진희 씨의 '사랑의 미로' / (관객석) 아~ / (정은찬) 지금 고개를 끄떡끄떡 하신 분들은 저하고 연령대가 비슷해요. (관객석 웃음소리) 신세대는 잘 못 알아 듣더라고요. 그리고 '그때 그 사람', '당신은 모르실 거야' (를 즐겼어요.) 왜냐하면 북한에서는 발성법이 굉장히 맑은 목소리이기 때문에 허스키(약간 쉰 듯)한 가요가 굉장히 인기였어요. 또 90년대 초반에는 한국에서 나온 드라마 중에 '첫사랑' 그리고 영화 '약속'을 밤새 한 번만 더 보자 하면서 봤었고 2000년대 이후로 넘어오면서는2003년부터 북한에 상설 시장이 도입됐어요. 그 시장을 통해서 돈이 되는 것은 암거래로 다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중국 상인들이, 한국에서 시청률이 높은 것은 드라마, 예능이든 뭐든 무작위로 불법 복사해가지고 일주일 만에 북한 시장에 쫙 다 까는 거예요. 초반엔 아랫동네 알판(CD)으로 그 후에는 USB로 해서 팔리게 됩니다. 과거에는 권력층이나 소수의 그룹에서 어깨에 힘 들어가는 차원에서 K문화를 접했다면 지금은 돈만 있으면 호기심으로 다 접할 수 있는 이런 상황까지 왔다고 보여집니다.
K문화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강연과 해당 분야의 탈북민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 남한의 통일부에서 마련한 ‘북스토리’ 행사장입니다.
매달 새로운 주제로 새로운 장소에서 진행되는데요. 이번에는 글로벌사이버대학교 일지아트홀에서 ‘K문화의 힘’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북한의 이야기를 전해주는 분은 2003년 한국에 와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2012년 탈북민으로는 처음으로 통일부 산하 통일교육원 교수로 임용된 정은찬 씨인데요. 정 교수는 본인이 대학에 다녔던 80년대에는 한국 영상물을 보다가 발각되면 화장실 청소 6개월이었는데, 점차 그 처벌 정도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주민들은 계속해서 K문화를 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현장음-정은찬 교수)반동사상문화배격법은 2020년 12월에 나온 법입니다. 2020년이 어떤 시기였죠? 코로나 시기였잖아요. 코로나19 시기에 북한이 백신 공급을 못하고 내부적으로 통행 금지령을 내렸습니다. 가정마다 다 집안에 있게 하고 옆집도 못 가게 통행도 못 하게 하다 보니까 가족끼리 모여서 암암리에 구입한 USB를 보지 않겠습니까? 북한 당국이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주민들 속에서 아래로부터 확산되는 사상 위반이라든가 가치관 변화, 체제가 요구하지 않는 개인주의 가치관, 그 다음에 외부 세계 동경이나 체제 불신 이런 거거든요. 그런데 외부 드라마, 남한 드라마를 보다 보니까 자발적으로 가족끼리 막 토론이 이루어질 거 아니에요. 그래서 나온 게 반동사상문화배격법입니다. 기존에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들키거나 유통시켰을 때 5년형까지 징계했거든요. 이 수위를 5년에서 10년, 15년까지 올리고 이걸(한국영상물) 전국에 유통시켰으면 공개 처형까지 시킵니다. 총살을 하거든요. 공개 처형이 엄청나게 공포를 주는 거 아시죠? 그래서 공포심리를 내재시켜서 체제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통제기재로써 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 나왔고, 그 이후에 청년 세대의 변화가 너무도 심하기 때문에 2021년에 청년교양보장법이 나왔어요. 그리고 2023년 1월에 평양문화어보호법까지 특별법이 계속 나오면서 통제하고 있습니다.
북한 정부의 통제가 심해지는데도 주민들 속에서는 외부 정보에 대한 열망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정 교수는 특히 북한 경제와 K-문화가 얼마나 밀접한 관계가 있는지 강조했는데요.
(현장음-정은찬 교수)사람의 사고 방식은 그 사회에서 교육받으면서 자기에게 습득되는 정보들을 통해서 사고 방식이 고착되고, 그 사고 방식이 행동 방식을 결정하고, 행동 방식이 감정 구조를 결정하는 구조로 갑니다. 북한 내에서는 정치 사회화 시키면서 수동적으로 객체화 시켰던 것들이 경제난 시기 이후 자립적으로 생존하는 과정에서 배가 부르고 먹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응축되었던 잠재했던 인간이 타고난 자율적 속성들이 K문화를 접하면서 스스로 개발되고 자아개발로 이루어지면서 그러한 열망들이 더욱더 분출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생각이 됩니다. 잘 입고자 하는 욕구가 분출되고, 잘 입고자 하는 욕구는 외부적인 문물을 접하면서 좀 더 세련된 디자인을 입으려고 하는 이 욕구들이 함께 겹쳐지면서 북한 주민들 속에서 특히 청년 세대들 속에서 외부 문화를 선호하거나 이러한 기류가 확산되는 것으로 볼 수가 있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북한 문제를 바라볼 때 정치적인 측면이나 군사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는데요. 정 교수는 북한 문제를 바라 볼 때 ‘문화’적인 측면 역시 간과되어선 안 된다고 말합니다. 그게 바로 현재를 살아가는 북한 주민들의 모습이니까요.
K문화가 북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정은찬 교수의 이야기. 학생들은 어떻게 들었을까요?
(학생 인터뷰)글로벌 사이버대학교 방송연예학과 1학년에 재학 중인 임서연입니다. 더 형량이 높아진다 해도 이렇게 K문화를 보고, 드라마를 서로서로 교류한다는 게 (놀라웠어요.) 막는다고 해서, 통제한다고 해서 통제될 부분도 아니라는 사실에 문화의 힘이 크구나 이런 걸 또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한민족이기 때문에 통일이 돼야 된다는 것도 맞지만 한국의 문화를 중심으로 평화로워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지난 2월 통일부에서 발간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의 외부 관심도가 2000년대 이전에는 42%로 분석됐는데 2020년 이후엔 67%로 급등했습니다.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총 10년간 탈북민 6,351명의 개별 심층 면접을 통해 분석한 자료인데요. 객관적인 자료와 함께 탈북민 전문가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북한을 바라보는 학생들의 시선을, 통일에 대한 생각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학생인터뷰)글로벌 사이버대학교 입학 예정자인 장재원이라고 합니다. 북한과 통일에 대한 생각을 했을 때 항상 정치적인 생각, 군사적인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그런 문화로 인해서 (북한)시민들이 생각이 깊어지는 것을 보고 일단 문화의 힘이 엄청나다는 걸 한 번 더 깨닫게 되었어요. 한국 드라마나 외부 정보들을 봤을 때 처해지는 처벌! 총살, 공개처형까지 이어진다는 것은 정말 쇼킹했던 부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국민들이 계속 (한국)문화를 찾고 K문화에 관심을 가진다는 이야기에 좀 놀랐습니다. 북한 국민들이 의식이 어떻게 변화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는데 K문화로 인해서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개선되고 있고 좀 더 소통이 되는 걸 보고 통일의 가능성을, 희망을 느낀 그런 콘서트였던 것 같습니다.
-Closing Music-
북한 당국이 외부 문화를 보거나 전파한 주민들에 대한 처벌을 점점 더 강화하는 이유가 있겠죠. 어쩌면 북한 당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징계와 처벌이 따르는 통제 속에서도 외부 세계를 궁금해 하고 알아가는 북한 주민들이 점점 더 많아지는 것 아닐까요?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