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끼와 흥이 넘치는 탈북민 노래자랑(1)
2023.10.03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3일은 한국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자 국경일 중에 하나인 개천절입니다. 주말에 국경일까지 보태져 6일 동안 이어진 추석 연휴로 다른 때보다 여유 있게 명절을 즐기는 분들이 많습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정이 넘치는 추석 명절이지만 고향을 놓고 온 탈북민들에겐 그리움이 더욱 깊어가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날, 집에만 있으면 더 우울하죠. 그리움은 마음 한편에 담아두고 친구들도 만나고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고 또 노래도 부르면 어떨까요?
지난 9월 16일 토요일, 추석을 맞아 ‘2023 탈북민 노래자랑’이 열렸는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았습니다.
(현장음) 스톱. 스톱!! 음향 감독님 스톱! 마이크를 어느 시점에 드릴 거에요? 그걸 빨리 마킹하세요~
이곳은 남북통합문화센터 1층 소강당, 예선을 거쳐 선발된 노래자랑 본선 참가자들이 리허설을 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을 만나기 전 예행연습인데요. 사회자와 함께 진행 순서와 동선, 조명, 음향 등 최종점검 하는 모습이 마치 전문 가수들의 무대를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첫 번째 참가자부터 마지막 참가자까지 빠짐없이 예행연습을 하다 보니 시간이 꽤 걸렸는데요. 행사장 밖에 여유 있게 도착해 기다리는 관객들이 있기에 관계자들의 움직임이 빨라집니다. 서둘러 내부를 정돈하고 기다리는 관객들을 입장시킵니다.
(현장음) 객석 입장 시작하겠습니다. / 관객분들 입장하세요~ 앞에서 두번째 줄부터 앉아 주시면 됩니다.
참가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꽃다발을 준비한 관객들도 여럿 보이고요. 아이들의 손을 잡고 가족 단위로 입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객석의 빈자리가 하나, 둘 채워지고 있을 때 참가자들은 무대 뒤 대기실에 자리 잡는데요. 예행연습 때와는 사뭇 다릅니다. 다들 화려한 무대복으로 갈아입어서 초대 가수로 온 전문 가수인지 노래자랑 참가자인지 구분이 안 되네요.
하지만 경연을 앞둔 만큼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는데요. 혹여 방해될까 염려돼서 저는 다시 행사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어느새 100여 석의 객석이 꽉 차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23 탈북민 노래자랑’ 시작을 알립니다.
(현장음) 2023 전국 탈북민 노래자랑을 시작합니다. (박수소리+함성+팡파레)
남북통합문화센터 김현주 센터장은 인사말을 통해 탈북민들을 위한 노래자랑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함께 즐기자고 제안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김현주 센터장) 추석이잖아요. 북에 고향을 두신 우리 탈북민들께서 얼마나 고향이 그리우실까? 그런 마음을 이 자리를 통해서 조금이라도 좀 위로해 드리고자 노래자랑을 준비했습니다. 저희가 작년에 1회로 처음 했었고, 올해로 두 번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런 뜻깊은 노래자랑을 준비하게 돼서 너무 감회가 새롭고요. 노래자랑이 정말 재미있고 신나고 무엇보다 여러분에게 위로가 되는 노래자랑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내년에도 탈북민 노래자랑을 더 크게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탈북민 노래자랑이 경연대회인 만큼 심사위원 소개가 있는데요. 작곡가와 연출가 등 5명의 전문가들이 함께 합니다. 심사위원 중엔 탈북민 김영남 작곡가도 있었는데요. 심사 기준 등 본선 무대에 오른 참가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남깁니다.
(인터뷰 – 심사위원 김영남) 자기 자아도 실현할 수도 있겠지만 경연이니까 심사 기준은 첫 번째로 노래를 잘해야 해요. 그러니까 음정, 박자를 지켜야 하고 그다음에 동작을 볼 거예요. 또 관객들이 얼마나 호응하느냐? 그러니까 노래도 즐겁게 하고, 하고 싶은 노래도 하면서 고향에 못 가는 그리움도 달래고 그 열정을 가지고 사회에 나가서도 열심히 해서 성공적인 정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제 참가자들의 무대가 시작됩니다.
(노래자랑 현장음) 참가번호 1번은 경북 경주시 대표로 나오셨습니다. 예선 번호는 38번! 오늘 결선 번호는 1번입니다. 금잔디의 ‘여여’를 신청하셨는데요. 문영옥 씨를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오.
첫 번째 참가자 문영옥 씨가 소개되는데요. 영옥 씨의 실력은 어떨까요? 잠시 들어보시죠.
(노래자랑 현장음) 문영옥 씨 노래
무사히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온 영옥 씨는 온몸이 다 떨렸다는데요. 그래도 예행연습 때보다 잘 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워합니다. 오늘 본선 무대에 오르기 위해 경주에서 올라왔다는 그녀의 이야기, 잠시 들어봤습니다
(인터뷰-문영옥) 저는 경주에서 올라온 문영옥입니다. 작년에는 몰랐는데 올해 봄에 ‘탈북민’에 관련된 정보를 찾아보니까 남북통합센터에서 노래 자랑한 게 나오더라고요. 이게 뭐지 싶어서 통합센터에 전화해서 이거는 경기도 하고 서울권에 있는 분들만 하는 것인지 문의하니까 전국에서… (다 가능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참가해도 되는가 물었더니 된다고 해서 한 번 해보자 싶어 신청하게 됐어요.
영옥 씨는 오전 9시에 경주를 출발해 리허설 시간 직전, 2시 30분쯤에 겨우 도착했다는데요. 피곤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일까지 빼고 운전해 준 남편 덕분에 일 없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습니다.
(인터뷰-문영옥) 저희 남편이 남한 사람인데 부산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제가 하는 일에는 언제 한 번 반대한 적이 없었어요. ‘도전해라, 해!’ 하면서 응원해 주더라고요.
경연대회인 만큼 결과가 중요한데요. 영옥 씨는 순위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문영옥) 노래하는데 다리가 와들와들 떨리더라고요. 웃으면서 아닌 척해도 다리부터 엉덩이까지 다 떨렸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박수를 많이 쳐줘서 용기를 냈어요. 제가 남한에 와서 정말 열심히 살아도 인정해 주는 분이 없으면 티가 안 나더라고요. 그런데 오늘은 마치 인정받은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두 번째 참가자는 10명의 본선 진출자 중 유일한 남성, 김병수 씨입니다.
(공연 현장음) 참가번호 2번은 ‘청춘의 꿈’을 노래하실 서울 양천구 대표입니다. 김병수 씨를 만나봅니다. 박수로 맞이해 주십시요. / 안녕하세요~
-B.G (김병수 씨 노래 – 청춘의 꿈)
(인터뷰- 김병수)북한에서 살 때는 평안북도 지금은 자강도인데, 자강도 전천이라는 데서 왔고 이름은 김병수고 나이는 84살. 북한에는 이런 행사는 없어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을 축하하는 무대들 뿐이고 명절에도 그 사람들을 위한 찬양을 부르지, 뭐 이런 노래(자랑은) 없어요.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사람보다 객석에 있는 사람들 박수 치며 잘한다, 춤도 추며.... 내가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객석에서 더 흥청거리고 즐겼으면 좋겠어요.
김병수 씨는 청일점이자 80대로 가장 연장자인데요. 무대 위에서 보여 준 열정은 2-30대 청년 못지않습니다. 군악대를 연상시키는 흰색 상, 하의 제복에 모자까지 착용하고 관객들을 사로잡습니다.
김병수 씨는 무대 중간에 관객들을 향해 큰 절과 함께 ‘복 많이 받으세요’를 외치며 명절 분위기를 고조시켰는데요. 최고령자의 큰 절에 관객들도 힘찬 박수로 답례합니다.
(공연 현장음) 국민 여러분.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고 모두 다 부자되세요!
-Closing Music-
탈북민 노래자랑의 열기가 뜨거워지는데요. 끼와 열정이 넘치는 본선 진출자들의 무대와 수상 소식 그리고 못다 한 참가자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