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지난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열린 제2회 ‘유니페스타’. ‘유니페스타’는 청년과 통일이라는 주제 아래 다양한 강연과 공연으로 그야말로 축제처럼 마련됐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는 통일 뮤지컬 ‘그날, 우리는’이 진행되는 대학로를 찾았는데요. 지난 시간에 이어 못다한 공연 이야기 그리고 배우와 관객들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뮤지컬 中 배우 대사+노래) 차근차근 통일을 준비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텐데 서로 떨어진 시간이 너무 길어서 서로 다른 것들이 많은 거죠. / 그랴~ / (노래) 달러, 달러, 달러도 너무 달러~ 달라, 달라, 달라도 너무 달라~ 같은 말을 하는데 알 수 없어. 뭔 말인지 모르겠어. 이해할 수가 없네~
뮤지컬 ‘그날, 우리는’은 갑작스럽게 통일이 된 직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충청도의 어느 시골 마을에 북한 남자가 이사를 오게 되는데요. 한동네에서 살게 된 남북 사람들은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로 갈등이 생기죠.
이뿐만이 아닙니다. 북한 남자와 탈북민 사이의 오해도 있습니다. 극 중 ‘서울댁’이라 불리는 상점 여주인이 알고 보니 탈북민이었던 것입니다.
(뮤지컬 中) 근데, 아주마이~ / 왜? / 그때 낙지는 으찌 알고 줬습니까. 위생종이도 척척 알아 듣고.. 아주마이 혹시 탈북자입네까? 왜 말을 못 합네까? 말 해보시라요! 왜 말을 못합네까? / 맞아. 탈북자 맞어. / 이 배신자! / 맞아. 난 조국을 버린 배신자야. / 반역자! / 맞어. 난 민족을 버린 반역자야. / 아니. 어떻게 가족, 친지를 다 버리고 인민을 배신할 수 있습니까? / 그때는 살 길이 없었어. 아버지, 어머니 다 돌아가시고~~
북한 남자의 반역자라는 비난에 서울댁은 살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외칩니다. 수 십만의 사람이 굶어 죽은 고난의 행군 시기… 살기 위해 고향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탈북민들의 삶을 북한의 다음 세대는 몰랐던 걸까요, 서울댁은 쉽지 않았던 자신의 탈북과 중국에서의 삶을 털어놓습니다.

(뮤지컬中-노래) 난 사람이 아닌 물건. 마을 사람들이 날 병신으로 만들라 말해. 그래야 도망을 못간다고, 내 눈을 뽑아야 한다고. 난 사람이 아닌 물건. 살아있어도 살아있지 않은 사람. 검은 사람. 어디에도 기록되지 않는 사람. 나는 검은 사람.
서울댁의 이야기를 들은 북한 남자는 다음날 마을 회의를 소집하고 서울댁이 탈북민이라는 것을 말합니다. 이장 앞에서 서울댁에게 왜 탈북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 했냐고 따지고 묻기까지 하는데요. 서울댁은 북한에 대한 편견 때문에 차마 탈북민이라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고 답합니다.
서울댁의 이야기를 들은 마을 사람들은 서울댁에게 미안해하고요.
(뮤지컬대사中) 마음 고생이 심했겠구먼~ / 괜찮으셔유?
무섭게 서울댁을 쏘아붙이던 북한 남자는 사과합니다.
(뮤지컬대사中) 아주마이, 오랜 시간 숨겨오느라 얼마나 힘들었습네까. 얼마나 외로웠습네까. 어젠 내가 심하게 말해서 정말 미안했습네다. 어려서부터 탈북자는 민족을 배신한 반역자라고 교육을 받아서…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시라요. / 아니야. 아니야… 고마워 이해해줘서. 정말 고마워.
그런데, 서울댁과 북한 남자의 대화를 듣던 이장이 갑자기 이런 말을 하네요.
(뮤지컬대사中) 시방 서울댁이 민족을 배신했다고 했는데 배신이라고 하기엔 좀 그려. 이사 온 건데.. 북에서 남으로 이사 온 거 아니여? / 그렇죠. / 자네도 이사왔잖여. 안 그려? 서울댁이 자네보다 조금 먼저 이사 온 거여.
뮤지컬 ‘그날, 우리는’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남북 사람들 서로에 대해 배우고 알아가며 함께 살 준비를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막을 내립니다.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을 잠시 만나봤는데요. 서울댁을 연기한 김현정 씨와 북한 남자를 연기한 유민휘 씨입니다. 두 배우는 연기를 하며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었다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김현정)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계속 같은 맥락의 대사인데요. ‘지금부터 차근차근 배워나가야 한다’는 대사가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문제를 풀 수 있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모르는 걸 모르는 채로 계속 두는 게 아니라 모르는 걸 인정하고 조금씩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유민휘) 제가 하는 대사 중에 ‘우리는 70년 넘게 서로 떨어져 지내면서 한민족이 아닌 딴 민족이 되어버렸다’. 지금의 현실을 보여주는 대사가 아닌가 생각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 저한테 울림이 왔던 대사는 여주인님이 하시는 대사인데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탈북자라고 말을 하면, 미사일을 쏘면 북한이 쐈는데 나한테 뭐라 그러고, 내가 힘들다고 하면 북으로 다시 가라 그러고…’ 과연 북쪽 남자가 아닌 개인 유민휘는 이런 말들로부터 당당하고 떳떳한가, 편견 없이 그들을 바라보았나? 그런 반성과 생각을 많이 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관객들은 공연을 보고 어땠을까요? 20대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축제이고 관련된 공연이었지만 관객 중엔 아이를 동반한 엄마들도 많았는데요. 지방에서 일부러 이 공연을 보기 위해 올라온 분도 있었습니다.
(인터뷰-관람객) 충북 진천에서 온 서유경입니다. 통일에 대한 교육을 학교에서도 받고 있는데 통일이 얼마나 필요한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냥 통일을 막연히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극으로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얘도 아까 첫마디가 ‘엄마. 저 사람이 북한 사람이야? 이 사람이 남한 사람이야?’ 이렇게 되게 멀리 느꼈고 저희도 어렵고 먼 나라라고 느끼는데요, 통일이 됐을 때 이 아이가 그냥 우리나라 사람처럼 그렇게 받아들일 수 그런 제도적인 게 있다면… / 충북 진천 옆 동에 사는 김현주입니다. 솔직히 학습 아닌 학습을 이번 공연에서 느꼈거든요. 통일에 대한, 북한에 대한 내용들이나 저희가 접할 수 있는 그 내용들을 하나로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감독이 극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관객들에게도 잘 전달된 것 같은데요. 홍정민 감독은 서로 다름을 알고 무엇이 다른지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당부를 잊지 않습니다.
(인터뷰-홍정민) 통일은 사실 언제 될지 아무도 모르죠. 그리고 일반 국민인 저희들이 어떻게 한다고 통일이 될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고요. 그런데 우리가 조금씩 마음을 조금만이라도 갖다 보면은 이제 그 마음들이 너무 커져서 언젠가는 통일이 될 거다!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서로에 대해, 조금은 다른 문화에 대해서 이해하고 그런 노력을 해야 한다…
(인터뷰- 배우들)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우리 만날 수 있겠죠? 그때까지 건강하시고요. / 잊고 살지만 떠올리면 언제나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통일의 그날을 염원해 보길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배우들이 청취자 여러분께 전하는 인사를 전해드리며 <여기는 서울>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