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고향을 그리며 부르는 노래 (1)
2024.09.17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남한에서는 민족 대 명절 추석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가족, 친척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고 바쁜 일상 속 며칠의 휴식을 보장해 주는 황금 같은 시간입니다.
지난 주말부터 시작된 명절 연휴로 미리 성묘를 다녀온 분들도 많고 친인척 집을 방문하며 명절 인사를 마친 사람들이 많은데요. 탈북민들도 마찬가집니다. 지역 사회와 모임 등에서 주최한 합동 차례에 참여하고 송편 나눔 행사 등 다양한 추석 맞이 행사로 분주한 시간을 보냅니다.
명절을 앞두고 고향을 그리워하는 탈북민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흥겨운 잔치도 마련됐는데요. 통일부 산하 남북통합문화센터에서 주최한 ‘제3회 탈북민 노래자랑’입니다. 지난 9월 7일 토요일,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10명의 본선 경연 무대가 펼쳐졌는데요.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았습니다.
[현장음] (관객) 어. 왔어? / (관계자) 여기 앞쪽에 서명이랑 사인 해주시고 탈북민 여부 O, X로 표시해 주면 되세요. / (관객) 신분증 이름 써야되죠?
이곳은 남북통합문화센터 1층. 행사장 입구에서 사전 신청자를 확인받은 후 입장이 가능합니다. 현장 접수로도 입장이 가능해서 저도 줄을 선 후 명단 작성을 하고 입장했는데요. 행사장 안에는 이미 관객들로 좌석이 거의 꽉 찼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족 모두가 나란히 앉은 관객도 보이고 친구들과 함께한 관객들, 또 경연자를 응원하기 위해 꽃다발을 준비한 관객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자리 잡고 있네요. 잠시 행사장을 둘러보고 있는 동안 사회자가 행사의 시작을 알립니다.
[현장음] 지금부터 제 3회 전국 탈북민 노래자랑을 시작합니다~
올해로 세 번째 진행되는 ‘탈북민 노래자랑’은 해마다 추석을 앞두고 열리는데요. 명절에 더 고향 생각이 나는 탈북민을 위로하고 함께하기 위한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탈북민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각 부서 관계자들부터 전문가들로 구성된 5명의 심사위원단 소개까지, 경연대회의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하는데요. 참가자들은 얼마나 떨릴까요?
이제 센터장이 인사말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는데요. 대기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경연자들을 위해 격려의 말도 남깁니다.
[현장음] 안녕하십니까 남북 통합문화센터장 장윤정입니다. 다시 한번 인사드리겠습니다. 조명 때문에 지금 눈앞이 캄캄한데요. 아마 오늘 본선에 진출하신 분들도 무대에 서시면 이런 떨리는 마음과 눈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심정으로 노래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참석해 주시고 열화와 같이 박수를 보내주실 거기 때문에 실력 발휘를 잘 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본선 진출자들께서는 떨지 마시고 경쟁을 하는 자리지만 최선을 다하되 즐기시면 좋은 실력 발휘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시간이 경쟁을 넘어서 우리 모두가 하나가 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관객분들도 많이 호응해 주시고요. 박수 많이 쳐 주시길 바랍니다.
제3회 탈북민 노래자랑은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탈북민 조미영 씨와 30년 동안 대북 라디오 방송에서 마이크를 잡아 온 박해상 씨의 사회로 진행됩니다.
본격적인 경연에 앞서 특별공연부터 시작되는데요. 노래교실에서 만난 탈북민 4명이 모여 중창단을 만들었답니다. 중찬단 이름이 ‘날아올라’인데요. 노래와 함께 손 유희를 선보이며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냅니다.
[현장음] (박수소리)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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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공연으로 참가자들의 긴장된 마음이 조금 느긋해졌을까요? 드디어 10명의 본선 참가자들 중 첫 번째 참가자가 호명되는데요.
[현장음] 처음으로 준비해 주시는 분은 한석일 님이시고요. 노래는 ‘바람의 소원’ 준비되어 있습니다. 일단 무대로 한번 모셔보도록 하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참가번호 1번 한석일 씨는 충청도 진천에서 집 꾸리는 일을 하면서 지내는데요. 지인의 추천으로 이번 노래자랑에 참가하게 됐다고 하네요. 석일 씨의 노래, 잠시 들어보시죠.
[현장음-노래] 바람의 소원
감미로운 목소리가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는데요. 긴장된 탓인지 노래에 흠뻑 젖었기 때문인지 눈을 꼭 감은 채 열창합니다. 노래를 마치고 무대 밖 대기실로 향하는 석일 씨를 보고 서둘러 행사장을 빠져나와 만나봤습니다.
경연이 끝난 후엔 뭘 하나 살펴보니까요. 대기실에 있는 다음 참가자들에게 본선 무대에 대해 들려주고 있습니다. 순서를 기다리는 다음 참가자들은 석일 씨에게 궁금한 점들을 묻는데요. 음향 장비가 너무 좋아서 ‘노래를 잘하는 것처럼’ 들리더라며 안심시킵니다. 걱정하지 말고, 연습하던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이죠. 그런 석일 씨와 잠시 얘기를 나눠봤습니다.
[인터뷰-한석일] 저는 함경남도 함흥시에서 온 한석일이라고 하고요. 무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지인 분이 소개해 주셔서 참여하게 됐어요. (노래는) 바람의 소원이라고 그리움에 대한 그런 곡으로 (선정) 했는데요. 무대가 처음이라 되게 떨렸어요. 어떻게 보면 1번 하기도 잘한 것 같아요. 홀가분해서요.
석일 씨는 본 행사 전 연습 무대인 리허설을 하면서 다른 참가자들의 노래를 짧게 들을 수 있었다는데요. 다들 쟁쟁한 실력자들이라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먼저 무대를 끝낼 수 있는 1번이 제일 나은 것 같다고 하는데요. 무엇보다 의미 있는 자리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합니다.
[인터뷰-한석일] 이런 걸 계기로 해서 많은 탈북민들이 대한민국에서 자기의 꿈을 펼치고 스타도 나오고 했으면 좋겠어요. 워낙 실력자분들이 많아서 누가 1등이 돼도 기쁠 것 같아요.
어느새 무대에는 세 번째 참가자 김연아 씨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데요.
[현장음-노래] 백지영 – 잊지 말아요
관객들 앞에서 부르는 노래에 긴장을 많이 한 모습입니다. 하지만 이내 집중해서 고음도 잘 처리하고 열창을 하는데요. 노래를 마친 연아 씨를 만나봤습니다.
[인터뷰-김연아] (리포터) 지금 무대를 마치고 오셨는데도 아직도 긴장된 모습이 역력하네요. 어떠셨어요? / 너무 긴장해서 아쉬워요. 제가 무대가 처음이라서요. 남한에서 첫 공연이라고 생각하니까 더 떨렸습니다. 저는 김정숙 사범대 음(악)미(술) 학부에 있었어요. 아코디언을 했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안 하고 있었죠.
연아 씨는 이번 노래자랑 참가자 중 최연소로 이제 막 서른을 넘겼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지 4년이 됐고 충청남도 아산에서 캐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캐디는 골프 경기자가 수월하게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보좌하는 역할을 하는데요. 주말에도 교대 근무를 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연아 씨는 오늘 이 본선 무대를 위해 서울에 올라왔는데요. 한번은 음악 활동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마음에 시작된 도전이었습니다. 떨렸지만 무대에 설 수 있어서 좋았다는 연아 씨, 경연곡을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로 선곡한 이유가 있다는데요.
-Closing Music-
[인터뷰-김연아] 노래 제목과 어울리지는 않지만 그 노래를 부르면서 항상 어머니 생각이 좀 많이 나요… 그래서 어렵지만 도전을 해 봤습니다. 제가 여기 한국 오기 1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거든요. 백지영 님의 노래 듣다가 보니까 눈물도 나고 그러다 보니까 이 노래를 좋아하게도 됐고요. 추석이지만, 엄마 산소에 못 가 봐도 같은 하늘 아래 있으니까 마음으로는 10번 100번도 엄마한테 갔다 오곤 하니까요.
저마다의 사연을 노래에 담아 열창하는 현장! 제3회 탈북민 노래자랑입니다.
연아 씨의 못다 한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