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북한이탈주민의 날,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 (1)

서울-김인선 kimi@rfa.org
2024.07.23
[여기는 서울] 북한이탈주민의 날, 오늘은 우리가 주인공 (1) 지난 14일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맞아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어울림 마당에 설치된 행사장 전경
/RFA PHOTO

-Opening Music-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 온 탈북민은 약 3 4천명으로 집계되는데요. 이들이 탈북하게 된 이유는 제각각 다 다르지만자유를 위한 절박함만큼은 모두 같았습니다.

 

특히 한국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행을 선택한 사람들이 늘면서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2020), 청년교양보장법(2021), 평양문화어보호법(2023)을 도입해 전방위적으로 주민을 통제하고 있는데요. 올 초부터는 한국을 제1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통일' 지우기에 돌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을 분리해서 대응하겠다는 방침입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을 포용하고 이들의 권익 향상에 도움을 주기 위해 '북한이탈주민의 날'이라는 국가기념일을 만들었는데요. 지난 714, 1회 북한이탈주장민의 날을 맞아 전국 곳곳에선 다채로운 행사가 열렸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는 서울에서 열린 행사을 찾았습니다.

 

(현장음) 오늘 7 14일이 북한이탈주민의 날 첫 번째 기념일입니다. 오늘 이 자리가 북한이탈주민들이 보여준 자유를 향한 용기를 되새기고 북한이탈주민들이 자유 대한민국에서 꿈꾸는 희망을 응원하고 자유롭고 평화로운 통일 한반도를 함께 만들어 나가자 하는 뜻 깊은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1회 북한이탈주민의 날 서울 행사는 청와대와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동시에 열렸는데요.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된 기념식은 생중계로 남한 전역에 전파를 탔습니다. 본격적인 행사는 통일부 장관이 전하는 북한이탈주민의 날제정에 관한 경과 보고로 시작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통일부장관) 남북 분단 이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정착 지원은 월남 귀순자에 대한 보훈 및 복지의 틀에서 운영되었습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 탈북이 급증하면서 북한이탈주민의 복지뿐만 아니라 사회통합과 통일 준비 차원의 정착 지원 필요성이 증가되었습니다. 1997 7월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 시행되고, 통일부가 정착 지원 업무를 본격적으로 수행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정부는 1999년 정착지원사무소 개소 등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 적응을 지원하고 효율적인 정착 지원을 위해 노력을 지속해 왔습니다. 정부는 북한이탈주민법이 시행된 날의 상징성을 고려하여 지난 5월 관련 규정을 개정하여 북한이탈주민의 날을 7 14일로 지정하였습니다.

 

그 첫 행사가 열린 지난 14,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어울림 마당에서는 탈북민들의 정착과 생활, 취업교육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펼치는 남북하나재단이 주관하고 통일부와 서울시가 공동주최하는 다양한 행사가 진행됐는데요. ‘함께 해요! 통일 미래라는 주제로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현장이 펼쳐졌습니다.

 

중앙 무대에서는 청와대 영빈관에서 진행되는 기념식 생중계를 비롯해 탈북민 예술단 공연, 합창단 공연, 토크콘서트 등 다채로운 볼거리가 이어졌고요. 무대 옆에서는 북한 인권에 관한 만화 전시부터 북한 음식을 체험하는 공간 등 남북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즐기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 가득했습니다.

 

행사장 주변은 사람들로 인산인해였는데요. 탈북민들이 창업한 생산품을 시식하고 판매하는 공간이 특히 인기였습니다. 부스를 운영하는 탈북민들은 전국 각지에서 올라왔는데요. 먼저 충청도에서 온 장유빈 씨를 만나봤습니다.

 

(현장음) (리포터) 몇 시에 올라오신 거예요? / (장유빈) 어저께 올라왔지요. (오늘 이 자리는) 행복하고 기쁘고 즐겁고 우리 북한 음식을 알릴 수 있는 기회니까 너무 좋고 탈북민의 날라고 지정해 주고 하니까 너무 감사하죠. 너무 감동적인 날이고 조금 좀 더 가슴이 뿌듯하고 더 당당하죠.

 

장유빈 씨는 함경북도 온성 출신으로 한국에 정착한 지 15년이 된 북한요리 전문가입니다. 평소 각종 음식 강연과 시식 행사는 물론 재능기부 봉사까지 하고 있는데요. ‘음식으로 남북 차이를 좁히고 싶다는 마음에 오늘 행사에도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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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부스에서 북한 음식을 판매하고 있다. /RFA PHOTO

 

야외 행사이고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먹기 편한 음식 위주로 준비했다고 하는데요.

 

(인터뷰-장유빈) 저는 오늘, 국수 강정, 손가락 과자, 네모 과자라 하기도 하고 벽돌 과자라고도 해요. 그리고 사탕, 쉼떡, 가자미식해, 인조 고기 (갖고 왔어요.) 저는 북한 음식 간식을 수제로 다 만들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오늘 못 가지고 나온 것도 많아요. 적당히 가지고 다니는 거죠. 남북한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우리가 먹는 문화가 먼저 통일이 돼야 교류가 될 것 같아요. (오늘은)

 

통일은 밥상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유빈 씨는 행사장에 온 사람들에게 줄 시식용 인조고기밥을 만들랴, 준비한 북한 음식을 판매하랴, 정신없이 바쁩니다. 하지만 유빈 씨의 얼굴에 가득한 미소가 오늘 이 자리가 얼마나 기쁜지 말해주는 것 같습니다.

 

분주한 유빈 씨 곁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분이 계신데요.

 

(인터뷰-조경옥) 강원도 춘천시에서 온 조경옥이라고 합니다. 오늘 아침 첫 차, ITX 타고 왔어요. (첫 열차는) 6 6분에 춘천에서 출발하거든요. 그거 타고 왔어요.

 

경옥 씨는 춘천 시청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탈북민인데요. 오늘 청와대 기념행사에 초청된 춘천 지역 탈북민을 데려다 주고 행사장을 찾았다고 합니다. 한국에 와서 친구가 된 유빈 씨가 부스 운영을 하고 있어서 행사를 즐기는 대신 친구를 돕기로 했다는데요. 경옥 씨는 행사장을 찾은 한국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답니다. 그녀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조경옥) 탈북민의 날이라고? 우리한테? 이런 날까지? 누려도 될까?? 나는 아직 의문이 있는데 모두 좋아하는 것 같아요. 오늘 여기 온 이유는 여기 친구 있고 저기도 친구가 있거든요. 다 친구인데 친구들을 보러 온 것이 행사장에 온 목적이에요. 한 명, 한 명 보면 얼마나 대단한지 모르겠어요. 우리 북한 사람들도 한국 사회를 위해서 봉사 활동도 많이 하고 여기서 받아준 그 고마움에 열심히 살 거니까 잘 지켜봐 달라고 (전하고 싶고) 북한이탈주민의 날도 잘 기억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장유빈 씨와 조경옥 씨가 시식용 인조고기 밥을 부지런히 만들어 내는데요. 이 모습을 손전화 카메라에 담는 사람이 있습니다. 유빈 씨가 준비한 북한 음식을 보고 무척이나 반가워 하는데요. 몇 장이고 사진을 찍는 분을 만나봤습니다.

 

(인터뷰-오경숙) 청진시 송평리에서 온 오경숙이라고 합니다. 지금은 해운대에서 살고 있습니다. / (리포터)몇 시에 출발하셨어요? / (오경숙) 새벽 3! 탈북민들이 오늘 다 모일 거잖아요. 그리고 또 탈북민의 행사를 한다고 해서 저도 오늘 꼭 참여하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이런 행사가 앞으로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 (리포터) 왜 이렇게 열심히 사진을 찍으세요? / (오경숙) 북한에서 먹던 음식들이어서요. 남한에서는 처음 보다 보니까 내가 옛날 고향 생각나서 지금 사진 찍고 두고두고 보려고요. 그래서 사진 찍고 있었어요. 다 고향에서 먹던 간식들이거든요. 손가락 과자이고 이건 사탕이고 강정이고…. 그런데 이제 제가 온 지 14년이 됐어요. 그런데 이런 거 처음 보다 보니까 너무 신기하고 두고두고 사진을 보면서 고향 생각하려고요. 거의 다 (둘러)봤어요. 다 사진 찍었어요. 고향 생각도 하고 우리 해운대 우리 마을에 있는 친구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서요. 오늘 이런 행사를 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요. 다음에 다 같이 참여하고 싶어요.

 

-Closing Music-

경숙 씨는 서울까지 올라오지 못한 부산의 고향 친구들을 위해 행사장 곳곳을 누비며 사진을 찍고 또 찍습니다. 북녘의 고향과 그 음식을 알리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통해 그리운 고향을 떠올리는 사람들까지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자리였는데요. 북한 음식을 맛보고 사가는 남한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인터뷰-오경숙) ! 가장 기억에 남는 거 있다면 북한 돈, 화폐, 군복을 전시된 장소가 제일 인상이 남아요. 왜냐면 북한 돈을 보니까 옛날에 그 돈 없어서 고생하던 마음이 울컥하고 또 군복을 보니까 10년씩 군사 복무 하는 우리 자식들, 그리고 안전원들이 우리를 학대하던 그것도 생각도 나고. / (리포터) 아픈 기억도 있고 좋은 기억도 있고.. 여러가지 감정이 복합적인 것 같아요. / (오경숙) 그렇죠. 좀 전에 음식을 지금 보니까 음식을 보면서 생소하게 생각을 하시면서 조금씩 드셔 보고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 그러니까 우리 같은 민족이잖아요. 아 음식에도 마음은 다 통하는구나 그런 마음을 느꼈어요.

 

행사장에서 만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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