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인터뷰] 태영호 아내 오혜선 “자녀에 더 나은 삶 주기 위해 탈북...아이들 고맙다고 해”

서울-한도형 hando@rfa.org
2023.02.14
[RFA인터뷰] 태영호 아내 오혜선 “자녀에 더 나은 삶 주기 위해 탈북...아이들 고맙다고 해”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의원의 아내 오혜선 씨와 오혜선 씨가 최근 출간한 ‘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
/ 오혜선 씨 대리인 제공

앵커: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의 아내 오혜선 씨는 최근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라는 책을 출간했습니다. 오 씨는 아이들을 더이상 북한에서 살게 할 수 없다는 생각에 탈북을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오 씨는 아이들이 부모의 탈북 결정에 대해 지금도 고마워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도형 기자가 오혜선 씨의 말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북한에서 핵심계층으로 꼽히는 이른바항일 빨치산 가문의 딸로 태어났습니다. 북한에서 특권을 누리면서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점차 북한 사회가 부조리하다는 것을 깨달아가셨다고요.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평양외국어학원 다닐 때 우리처럼 항일 빨치산 가문인 사람이 있었는데 온 집안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걸 보고 아 권력이라는 게 아무리 빨치산이라고 해도 한순간에 저렇게 될 수 있겠구나 라는 걸 제가 느꼈어요. 저는 북한에 살면서 그래도 우리가 힘들게 사는 것은 일시적일거야 늘 그렇게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런데 외국에 나오니 너무 다른 거예요. 살아가는 방식이. 그리고 북한 김 씨 일가의 비리도 알게 되고요. 아 정말 전망이 없구나 북한은.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기자: 자녀들이 영국에서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면서, 또 자녀들이 북한에 돌아갔을 때는 불행해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 같습니다.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 맞아요. 아이들이 영국에서 정말 반짝반짝하게 잘 컸거든요. 여기서 자유를 알았고 민주주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을 알았고요. 행복밖에 모르는 아이로 북한에 들어갔는데 북한에 가서 일 년 만에 이렇게 빼짝 마르고 그래서 내가 애들을 놓치지 않을까? 우리 큰 아이가 많이 아팠기 때문에 또 아프지 않을까? 좀 많이 신경을 쓰면서 살았어요. 아이들 인상도 항상 이렇게 찌뿌둥했고요. 물론 감추려고 하지만 표현이 되잖아요. 영국에서 살 때는 옳고 그름 같은, 내가 이렇게 하면 착한 아이이고 이렇게 해야 된다는 질서정연한 규범이 있는데 북한은 법이 없는 나라잖아요. 불량한 아이들로 되는 것 같고 그렇게 저는 변해가는 게 속상했어요.

 

기자: 책에서 영국에 있을 때 태 의원과 탈북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고 특히 자녀들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꼭 결론은 외국에 남아야 한다는 것으로 끝났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상황을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저녁마다 밥 먹기 전에 북한 대사관에서 1시간이면 돌아올 수 있는 운동코스가 있어요. 그때마다 내가 유도를 했죠. 이제 우리 앞으로 어떻게 살까 이러면서. 그런데 그때마다 늘 결론은 여기 아이들을 떨어뜨려야지 북한으로 돌아가지는 못해 였어요. 그러다가 이제 북한에서 아이를 다시 들여보내라 할 때 우리 남편이 나보고 너 탈북하겠다는 뜻이 정말 확고하냐 다시 물어보죠.

 

기자: 자녀들에게 탈북하겠다는 뜻을 밝혔을 때 반응은 어땠나요?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고맙다는 말이 제일 처음 말이었대요. 혹시나 만약의 경우 애들이 어떻게 받아들일까? 물론 무조건 데려가야 된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혹시나 No 라고 하면 어떻게 할까, 어떻게 받아들일까 하는 걱정은 했어요. 그런데 마침 큰애가 (태 의원과 이야기하러) 갔는데 고맙다고 그랬죠. 고맙다, 아빠가 그렇게 생각해 주면 우리야 고맙죠 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내심?) 기다렸죠. 둘째도 고맙다고 그랬죠. 지금도 항상 고마워해요. 아빠 엄마는 우리들한테 해줄 수 있는 거 다 해줬다면서. 이 한국으로 데려오면서 해줄 수 있는 거 다 해줬다고 그래요.

 

기자: 만약에 두 분 사이에 자녀들이 없었더라도 탈북을 하셨을까요?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안 했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북한에 형제들도 있고요. 아이들이 있어서 엄마가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두려움도 모르고. 무조건 아이들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해야 한다, 우리 아이들은 저런 삶을 살게 하면 안 된다, 이런 의지가 더 활활 타오르죠.

 

기자: 책에서 김정은을선친들을 능가하는 독재자라고 평가하셨습니다. 구체적으로 김정은의 어떤 면에서 그렇게 느끼셨을까요?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무자비해요. 인민군 군부대들에 대한 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셨다는 기록 다큐멘터리가 있는데 김정은을 소개하는 영화인데요. 거기에서 군부대들에 대한 훈련을 현지에서 지도하셨다 하는데 무슨 내용이냐면 바닷가에 자기보다 나이 많은 장성들을 군복 입고 바다에 있는 목적지까지 헤엄쳐서 갔다오게 하는 왕복 훈련이에요. 저는 그것을 쭉 보면서 김정일도 한 번도 저렇게 나이 많은 사람들을 바다에 내몰지 않았는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얼마나 먼지

 

기자: 책에서 김정일과 김정은이 북한이라는 나라를 하나의 커다란 교도소로 만들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여기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우선 나가지도 못하고 들어오지도 못하고 듣지도 못하게 하고. 너는 뭘 들어라, 너는 뭘 듣지 말아라, 너는 뭘 팔 수 있고 뭘 입을 수 있고 너는 무슨 말을 할 수 있고. 이것을 어떻게 국가에서 규정을 해요? 그것도 한 사람이. 감옥에 갇혀 있는 사람들한테는 그럴 수 있잖아요. 보지 말아라, 듣지 말아라. 하지만 북한 사람들한테 그러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을 해요.

 

기자: 어떠한 마음으로 책을 집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또 앞으로는 어떤 활동 계획이 있으실까요?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제가 책을 쓰게 된 것은 자유를 소중히 여겨라, 꼭 자유를 소중히 여겼으면 하는 그런 바람으로 책을 썼고요. 앞으로 바람이 있다면 북한 주민들의 삶을 좀 더 알리고 싶고 북한 사람들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유대, 감정의 선을 이어주는 그런 글을 좀 썼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에요.

 

기자: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이제 모든 북한의 이념으로부터 자유로울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탈북해 한국에서 사는 모습을 만약 지금 아버지가 본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 것 같으신가요?

 

태영호 의원 아내 오혜선 씨: 잘 했다. 잘 갔다. 잘 살아라. 이렇게 말씀하실 것 같아요.

 

앵커: 지금까지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출신인 태영호 의원의 아내 오혜선 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한도형 기자였습니다.

 

기자 한도형,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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