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좋은 글과 말에는 울림이 있다고 말합니다. 읽거나 듣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감동시키는 그런 힘이 있다는 의미인데요.
누군가는 ‘울림’을 ‘내 안에 있는 나를 깨우쳐 주는 종소리와 같다’고 말합니다. 매년 이맘때면 통일의 메아리가 서울에서 울립니다. ‘전국통일스피치대회’가 열리기 때문인데요. 참석자들은 ‘나는 통일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 내가 바라는 남북통일과 한반도 평화’에 대한 주제를 놓고 기량을 펼쳤습니다.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왔습니다.
[현장음]본선 대회 2부에서는 본격적으로 한 분 한 분 연사분들의 발표를 통해 통일에 대한 비전 소망을 만나보게 되는데요. 서로의 생각을 잘 들으시면서 응원의 마음으로 함께 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서울 양재동에 위치한 서초문화예술회관.
지난 10월 26일, 제20회 전국통일스피치대회가 열렸습니다. 이번 행사는 통일여성교육원 주관으로 마련됐는데요. 2번의 예비심사를 거쳐 선정된 본선 진출자 24명이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 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한옥정]한민족 통일여성협의회 부설 통일여성교육원 부원장 한옥정입니다. 오늘 본선 진출자는 총 24명으로 초등부 4명, 중×고등부 8명, 대학부 4명, 일반부 8명입니다. 저와 같이 자유를 찾아 탈북한 어른들뿐만 아니라 중고생과 대학생도 참여했다는 점도 이번 대회의 특징이라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통일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하는 자리가 되고 연사들이 나와서 외칠 때마다 뜨거운 박수로 격려해 주시길 바라며~
연사의 순서는 초등부는 초등부끼리 일반부는 일반부끼리 부문별로 나누어서 제비뽑기로 정해집니다. 공정성을 위해 본선 진출자 본인이 뽑은 번호순으로 발표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초등부 연사들이 무대에 오르고 순서대로 준비한 기량을 펼치는데요. 청중들은 연사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박수로 응원합니다. 본선 진출자들도 대기실에 있지 않고 객석에 앉아 다른 연사들의 이야기를 귀담아들으며 함께 하는데요. 그중 중×고등부 본선에 진출하게 된 최홍향 연사를 잠시 만나봤습니다. 올해 처음 대회에 참가했다는 홍향 씨는 다른 연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놀랐다고 하는데요. 어떤 부분 때문일까요?
[인터뷰-최홍향]다 자신감 있게 발표를 하고 그 내용도 너무 꽉 차 있고 멋있었어요. 북한 친구에게 편지를 쓴 친구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요. 상상력도 정말 대단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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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향 씨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꼽은 연사는 초등부 김윤아 학생인데요. 2010년 3월, 백령도 근처 해상에서 북한 잠수함의 어뢰에 의해 격침된 천안함 사건을 언급합니다. 남북의 현실이 안타깝다는 말로 시작한 윤아 양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북한에 있을 5학년 여자 김윤아라는 친구를 상상해 보고 편지를 써 보았습니다. 안녕? 나는 한국, 남한에 살고 있는 김윤아라고 해. 요즘 북한에서는 너무 힘들어서 목숨까지 걸고 한국으로 넘어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대. 근데 너는 통일을 원하니? 나는 통일이 빨리 되었으면 좋겠어. 통일이 되면 장점들이 아주 많잖아. 대표적으로 북한을 지나 여러 나라들 기차를 타고 갈 수 있게 되지. 북한에 있는 내 친구 윤아야. 우리가 한마음으로 싸웠던 일제강점기를 기억하니? 3. 1운동이 대표적이고 윤봉길 의사가 던진 물통형 폭탄도 있었지. 나는 지난날 남한과 북한이 한민족이었던 그 시대를 더욱 배우고 기억하고 싶어서 한국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어. 통일이 되면 만나서 한국사 공부를 한 얘기를 해보자. 우리는 학생이니까 한국사 공부를 열심히 하는 거야. 통일이 되면 만나자. 안녕.

4명의 초등부 연사에 이어 중등부 연사들의 차례입니다. 중등부 첫 연사는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여명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상지 군입니다. 3년 전 중국에서 왔다는 상지 군의 발표는 엄마 얘기로 시작되는데요. 아직은 서툰 한국말이지만 차분하게 준비한 이야기를 합니다.
[현장음]저의 어머니는 탈북민입니다. 중국으로 탈북해서 제 아빠를 만나 제가 태어났습니다. 사실 어머니는 탈북하는 과정에서 인신매매로 아버지를 만났다고 합니다. 어머니는 중국어를 전혀 몰라 매일 괴롭힘을 당했고 아버지가 집을 떠나면 어머니가 혼자서 농사를 짓고 저를 돌보느라 당시 20살이었던 어머니는 매일 눈물로 세수했답니다. 어머니는 제가 10살 때 한국으로 떠나왔는데 저는 그때 처음으로 어머니의 고향이 한국이 아니라 북한인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명학교에서 역사 수업과 독서를 통해서 남북한의 분단 역사를 알게 되었습니다. 너무나 슬프고 안타까운 역사입니다. 쥐도, 새도 넘을 수 있는 산 하나 때문에 같은 땅에 같은 하늘에 있는 우리가 분단된 채로 살아가야 한다니 정말 속상합니다.
상지 군은 한국에 와 역사를 배우면서 통일을 생각하게 됐다는데요. 진정한 통일은 무엇일까에 대한 고민도 하고 자신만의 해답도 찾았답니다.
[현장음] 제가 생각하는 진정한 통일은 남북한 주민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마음의 통일을 위해서 제일 중요한 것은 소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한마음으로'라는 동아리를 만들었습니다. 다른 학교 학생들과 남북한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통일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실천하려는 마음으로 동영상과 그림 등 다양한 형식으로 통일을 표현합니다. 뿐만 아니라 캠프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통해서 친밀한 관계도 맺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영토의 통일을 넘어 마음의 통일까지 이루어 평화로운 한국을 바라봅니다. 저는 이런 통일을 소원합니다. 우리 어머니의 고향 북한처럼 굶어 죽는 이들이 없는 나라, 어머니처럼 한국에 오기 위해 목숨을 걸 필요가 없는 나라, 남북한이 서로 비방하고 위협하는 상황이 더 이상 없는 대한민국을 바라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통일이 독일 통일보다 더욱 행복하길 바라고 베트남 통일보다 더욱 평화롭기를 바랍니다.
준비한 내용을 모두 마치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무대를 내려오는 상지 군인데요. 행사장 밖에서 잠시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이번 통일스피치대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무대를 마친 소감을 물었는데요. 상지 군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이상지]학교에 (통일스피치) 포스터를 봤어요.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돼서 언어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그래도 통일을 위해 이런 방식으로도 할 수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마음먹고 참여하게 됐어요. 막상 참여해 보니까 많이 긴장도 되고 많이 힘들지만 그래도 보람을 느끼고 다른 참가자들이 통일에 대해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분석하는 것을 보면서 '아! 이렇게 통일을 원하는 사람이 많구나', 희망이 보이고 많이 기뻤어요. 내가 참여하는 게 맞구나 싶었습니다.
남한 청년들도 마찬가집니다. 상지 군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통일이 무엇인지, 통일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자신이 찾은 결론을 많은 청중들 앞에서 발표하는데요. 최근의 남북 관계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시작하기도 합니다.
[현장음]안녕하세요. 이번 연설 대회에 나오게 된 진선여자중학교 강소윤입니다. 요즘 우리에게 수시로 날아드는 문자가 있는데요. 재난 문자보다도 더 빈번하게 발송되어 어쩌다 보니 익숙해지기까지 한 북한의 오물 풍선에 대한 안전 안내 문자입니다. 그런데 남북 관계가 악화 중인 현시점에서도 통일을 염원하고 노래하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데요. 지금부터 저는 그 입장에 서서 여러분께 평화 통일의 희망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Closing Music-
소윤 양은 남북이 하나였을 때의 기억을 여전히 간직한 분들이 있다는 말로 이야기를 이어가는데요. 남은 얘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 됩니다. <여기는 서울>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