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과제빵사 (2)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0-07-08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고객들이 제과 행사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고객들이 제과 행사에서 빵을 고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INS, 탈북민 제과제빵사 인터뷰)

이명애: (빵을) 다 잘 만들기는 하는데요. 나만의 빵이라… 바게트? 정직원이 되어 제일 먼저 사장님께 칭찬받은 빵이에요. 바게트가 짱이라고요. 바게트는요. 빵맛을 아는 사람들은 바게트만 먹는 다는 말도 있는데 일종의 건강빵입니다. 다른 빵들은 계란, 버터, 갖가지 색소들이 들어가는데 바게트는 딱 4가지 재료만 써요. 물, 소금, 설탕, 그리고 밀가루.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건강식으로 많이 먹는…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지난주에 이어 오늘도 빵과 과자를 만드는 직업, 제과제빵사를 알아봅니다. 방금은 탈북민 제과제빵사 이명애 씨 얘기였어요. 가장 자신있게 만들 수 있는 빵이 바게트. 네. 저도 오늘 아침 바게트 먹고 나왔는데 되게 반갑네요.

장인숙: 그러셨군요. 이젠 우리 주변에서 하루 한 끼 정도는 빵을 드시는 분들을 흔히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 내 1인당 쌀 소비량이 1년에 59kg인데 밀가루 소비량은 34kg라는 통계가 있어요. 밀가루 소비량이 쌀의 58%나 된다는 거죠.

이승재: 이처럼 빵이 간식이나 부식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주식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과제빵업이 확장되고 또 그만큼 일자리 수요도 증가한다는데요. 선생님, 어느 정도인가요?

장인숙: 제과제빵업 종사자 수는 매년 3,000~5,000명 정도 증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제과제빵기능사 자격취득자도 매년 17,000~20,000명 정도 배출된다고 하니 취업경쟁률도 높은 분야입니다. 제과제빵사는 빵을 만드는 국내 대기업의 공장이나 직영점, 분점과 개인 제과제빵가게 또는 호텔 제과제빵부서, 대형상점 및 백화점, 급식업체 등 다양한 곳에 취업할 수 있습니다.

이명애: 전 (남한에) 오자마자 제과제빵학원을 다녔어요. 선생님이 뚜레쥬르라는 대기업에 취직정보를 주셔서 바로 취업했습니다. 2008년 3월에 하나원을 퇴소했고 11월에 정직원으로 입사했거든요. 저희 직장은 10주 정도 교육을 받고 3개월간 실습과정을 거치면 바로 취업이 됩니다. 본인만 좋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나 할 수 있어요. 한국 사회에선 기술 갖고 사는게 제일 좋은 거 같아요. 누구에게 얕잡히지 않고 당당하고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으니까? 그리고 취칙을 할 것 같으면 저는 개인 가게보다는 저처럼 회사에 취직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회사니까 복지도 좋아요. 명절 때 휴가비도 나오고요.

이승재: 네. 이명애 씨는 12년째 제과제빵일을 하고 계십니다. 말씀대로 개인의 의지와 노력이 있다면 누구든 할 수 있다… 너무 좋아보이는데요. 그래서인지 많은 탈북민들이 이 일을 배운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빵이 생각외로 굉장히 유행을 타는 음식이잖아요? 그때그때마다 유행하는 종류가 달라서 이거 공부도 많이 해야할 것 같더라고요.

장인숙: 그럼요. 기자님, 북한에서도 빵에 대한 연구를 했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이승재: 아니오. 처음 듣습니다.

장인숙: 2015년쯤 북한에서 맛 좋은 바게트와 다양한 빵 생산을 위해 바게트의 본 고장 프랑스로 제빵사를 보내 연수시켰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연수 후에는 북한에 프랑스식 호밀빵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고요. 하물며 음식문화가 세계수준인 남한은 더하겠죠. 정말 빵과 과자의 종류는 무궁무진합니다. 일단 제과제빵기능사 자격 취득을 위해 준비해야 하는 실기시험만 봐도 빵과 과자의 종류가 40가지나 됩니다.

이승재: 아이고 굉장히 많네요.

장인숙: 제과시험은 브라우니, 호두파이, 타르트, 버터쿠키, 스펀지케이크가 있고 제빵시험은 호밀빵, 식빵, 모카빵, 소보로빵, 밤식빵, 옥수수빵 등이 있습니다. 이 40가지는 가장 인기있고 제과제빵의 기본기를 습득할 수 있는 종류들인데요. 이런 기본기술을 잘 습득한 후에… 자신만의 방법을 잘 가미해서, 나만의 맛을 찾아가야 합니다. 빵만드는 법을 배우기만 하면 금세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이 아니에요. 무수한 경험이 쌓여야 하는 일입니다.

이승재: 그렇습니다. 사실 빵은 우리 고유음식이 아닌지라 프랑스식, 이탈리아식, 미국식 등의 다양한 빵들이 있고 해외에서 유행하는 종류도 계속 유입되고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러시아식의 딱딱한 흑빵 맛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그런데 여기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해외 수많은 종류의 빵을 기반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응용한 새로운 빵들이 탄생을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잖아요.

장인숙: 네. 맞습니다. 바로 이런 것들이 우리 제과제빵사들이 열심히 연구해서 얻어낸 맛이라는 거죠. 아까 이명애 씨는 대기업 매장에서 제빵기사로 일하시는 분이지만 많은 탈북민들이 ‘나만의 맛으로 나만의 가게를 가져보고 싶다’라는 꿈을 꾸고 계세요.

이승재: 그런데 우려되는 건, 요즘 주변을 보면 전국에 수 백 개의 지점을 둔 외식기업의 빵집들이 즐비하고 왠만한 커피숍에서도 케이크를 팔고 있어서 자기만의 가게는 경쟁이 치열할 것 같거든요?

장인숙: 네. 경쟁이 치열한 사회에서 자신만의 제과제빵점을 열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맛으로 승부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최근 20여 년간 다양하고 수많은 종류의 빵과 세련된 매장을 앞세운 외식기업의 빵집들이 동네 빵집을 잠식했다고 할 수 있는데요.

이승재: 그랬었죠.

장인숙: 최근에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네마다 옛스러운 모습 그대로에, 앉아서 빵을 먹을 수도 없는 작은 공간에서 빵굽는 기계와 진열대만을 놓고 빵을 즉석에서 반죽하고 구워파는 곳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빵 소비층이 넓어지고 수요도 다양해지면서 어느 동네나 똑같은 맛을 가진 외식기업의 빵 맛이 아닌 새로운 맛을 찾는 사람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빵집들은 대부분 매일 빵이 나오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 시간만 잘 맞춰가면 갖구운 신선한 빵맛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입니다.

이명애: 저 같은 경우는 취업할 때 자격증은 없어도 됐었는데요. 일단 기초적인 빵 이름도 몰랐으니까요. 제과제빵학원을 다니고 자격증을 따는 것이 이 일 하는데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아요. 반죽, 이스트 사용법, 빵이 어떻게 발효되는지도 모르고 취직하면 정말 힘들어요. 한국 분들은 어릴 때부터 빵을 사먹어봐서 용어는 잘 알지 모르지만 우린 빵이름과 재료도 생소하잖아요? 자격증 공부할 때 배운 것이 바탕이 됐죠.

이승재: 사실, 실력만 좋으면 되는 일이니까 알음알음 빵을 공부해서 취직도 하고, 가게를 차릴 수도 있지만 저 역시도 탈북민께는 꼭 자격증 취득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장인숙: 네. 맞습니다. 남한 사회를 더 잘 이해하고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고요. 일단 시작하는 단계라면, 자기만의 훌륭한 맛을 찾아가는 길에 자격증 취득은 가장 첫 걸음이 될 수 있습니다. 시험은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필기는 1년에 5회, 실기는 3회 실시됩니다. 실기는 앞서 말씀드린 40가지 빵과 과자를 직접 만듭니다. 합격률이 70~80%나 될 정도로 높습니다. 우리 탈북민들은 열정과 끈기가 있으니까 아마도 이 어려움도 쉽게 극복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승재: 네. 벌써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저도 빵을 너무 좋아해서 국내든 해외든 여행을 할 때마다 각 지방에서 가장 맛있다고 소문난 곳에서 꼭 빵을 먹어보는데요. 각 나라의 대표적인 빵들을 살펴보면 그 빵에는 그 나라와 지역 특유의 맛과 멋이 담겨있었습니다. 그래서 기대됩니다. 우리 탈북민이 만드는 빵은 어떤 맛과 멋을 지니고 있을까? 거기엔 이분들이 자란 환경, 추억, 이야기들이 담겨있겠죠.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