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전문 상담사 (1)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0-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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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탈북난민인권연합 사무실에서 인권·법률·노무 분야의 상담을 받는 탈북자의 모습.
사진은 탈북난민인권연합 사무실에서 인권·법률·노무 분야의 상담을 받는 탈북자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오늘은 탈북민에겐 매우 중요한 직업, 탈북민과 늘 함께 일해야 하는 직업을 소개합니다. 바로 ‘탈북민 전문 상담사’에 대해 알아볼텐데요. 선생님, 남북하나재단에 이 일을 하는 분들의 비중이 꽤 높죠?

장인숙: 네. 남북하나재단에 소속되어 있는 80여 분의 탈북민 전문 상담사들은 전국 25개 지역으로 나눠져 심리상담, 취업상담, 생활상담 등 다양한 분야의 상담으로 탈북민들을 돕고 있습니다. 이 분들 모두 상담자격증을 지닌 전문가들입니다.

이승재: 상담사라고 하면 한국에서 그 부류가 많은 직업입니다. 예를 들어 공공기관이나 크고 작은 기업들은 전화, 콜센터를 통해 고객들의 문의사항이나 불편함을 해소하는 상담사들을 두고 있고요. 심리상담이나 진로상담 또는 청소년 상담 등 개인적인 문제나 고민을 상담해주는 상담사도 있고요. 탈북민 전문 상담사도 그런 역할이죠?

장인숙: 그렇습니다. 탈북민 전문 상담사는 크게 두 분야로 나뉘는데요. 생활심〮리상담사와 취업상담사입니다. 생활심〮리상담사는 탈북과정이나 남한 정착과정에서 겪는 정신적인 아픔을 극복하도록 돕고 있고요. 취업상담사들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탈북민 전문 상담사들은 생활심〮리상담과 취업상담 외에도 일상생활에 필요한 의료, 교육, 복지 등 각종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같이 합니다.

이승재: 한국에서 상담사 한 분만 잘 만나셔도 처음 하는 한국생활이 든든해지지 않을까 싶은데요. 이제는 남한에 정착한 탈북민이 3만 4천여 명에 달하고 있어서 그 사이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탈북민도 더 늘었겠네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한국사회에 대규모 탈북민들이 입국하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부터인데요. 분단이래 1990년대 말까지 50여년 간 입국한 탈북민 숫자는 1000여 명에 못 미쳤습니다. 대부분이 군인이나 해외활동 중인 특수계층의 남성들이었죠. 그러나 북한이 고난의 행군시기를 거치면서 먹고 살기 위해 중국으로 넘어갔던 북한 주민들이 남한으로 오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20여 년간 매년 1천명 이상의 탈북민들이 꾸준히 남한에 입국하고 있습니다. 가장 많을 때는 1년에 3천명 정도나 들어온 적도 있습니다.

이승재: 그럼 경제적인 도움을 필요로 하는 분들이 많았겠네요.

장인숙: 네. 특히 이 시기엔 조직에 얽매여 있는 남성들보다 이동의 제약을 덜 받았던 여성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가족에 대한 희생정신과 생활력 강한 어머니들이 가족부양을 위해 위험한 길을 마다하지 않으신거죠. 그래서 현재 남한의 3만 4천 탈북민 중 70% 이상이 여성입니다. 그래서 여성분들의 취업 상담이나 아이들 교육관련 상담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습니다.

이승재: 취업이나 교육, 제도적인 부분에 대한 상담은 안내를 잘 해드리면 될 거 같은데 심리적인 문제에 대한 상담은 참 어려울 거 같아요.

장인숙: 맞습니다. 우선 탈북과정에서 겪었던 몸과 맘의 상처로 겪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정착 초기엔 이러한 심신의 고통을 치유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 외로움이 많이들 힘들어하시는 문제입니다. 제가 잘 아는 분은 남한에 온 직후 미각을 잃으셨답니다. 북에 두고 온 가족들 생각에 맛있는 것을 먹을 때마다 죄책감이 들어 배불리 드시지도 못했다네요. 또 다른 분은 신변의 불안감과 북한에 있는 가족들 안전이 걱정되어서 불면증으로 힘들어하셨고요. 그런데 이런 심리적인 문제에 대해 상담을 하거나 치료로 풀어가야 한다는 것을 모르는 분들도 많으세요.

이승재: 저도 그런 탈북민을 뵌 적이 있는데요.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도 원인을 찾지 못했는데 알고 보니 심리적인 문제가 커져서 몸으로 증세가 나타나게 됐던 거죠. 탈북민들이 마음의 병을 치료해야 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고요.

장인숙: 네. 그래서 탈북민 전문 상담사들은 정착 초기 이런 심리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상담하고 있습니다. 스트레스를 경감시킬 수 있는 각종 활동도 소개해 드리죠. 또 남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말과 표현의 차이도 많고 문화 차이도 큰데요. 그러한 상황에서 탈북민들이 당황하거나 상처받지 않도록 설명도 해드리고 한국사회에 대한 안내도 세심하게 해드립니다. 또 몸이 아프신 분들을 위해 치료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병원비를 국가나 민간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새로운 환경에 있다 보니 탈북민들 사이에선 가족 간의 갈등도 많이 생기거든요. 그럴 때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등을 진행하면서 가족의 결속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이승재: 들어보니 탈북민 전문 상담사들은 생활심〮리상담, 취업상담으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어느 특정 분야에 제한 없이 탈북민이 한국 사회에 정착하는데 필요한 모든 도움을 주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맞나요?

장인숙: 그렇습니다. 이런 직업을 탈북민 스스로가 도전해 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현재 저희 재단만 해도 20여 명의 탈북민 상담사가 일하고 있고요. 재단 외의 다른 상담기관에서 일하는 탈북민 상담사들도 꽤 많습니다. 많은 탈북민들은, 상담사가 탈북민이라면 자신의 어려움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 위로와 힘을 얻는다고 합니다.

이승재: 맞습니다. 사실 탈북민들도 생각이 다양하시잖아요? ‘남한에선 절대 북한 사람과 안 만나겠다’ 이런 분들도 계시고 반대로 ‘동향사람 아니면 잘 못 믿겠다’는 분도 계시고…이럴 때 상황에 맞는 상담사가 있다면 문제를 더 잘 풀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장인숙: 맞습니다.

이승재: 저도 통화해봐서 알지만 상담사라면…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줘야 하잖아요. 조언을 해주기 전에 상대방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겠더라고요. 또 상대방의 얘기에 감정이 휘둘리면 안 되고… 아!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줘야 하니까 남한 사회에 대한 지식 소양도 충분히 갖춰야겠고…갖춰야 할 게 너무 많은 거 같은데요?

장인숙: 맞습니다. 갖춰야 할 소양이 꽤 많죠. 상담사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기 상대의 욕구에 대해 민감하게 파악할 수 있는 능력과 상대를 이해하고 도와주려는 배려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자세가 갖춰져 있지 않는다면 상담을 받는 사람도 힘들고 상담사도 많이 힘들게 됩니다.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분들이 상담사에 적합합니다. 상담 업무는 정말 예측하기 힘든 다양한 상황에 부딪힐 수 있거든요. 어쩌다 도움을 주기 위해 하는 말과 행동이 어려움에 처해서 예민해져 있는 분들에겐 불쾌하게 들릴 수도 있습니다. 이럴 때 상담사가 장기간 노력했던 도움과 지원이 제대로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들도 자주 발생하거든요.

이승재: 뭐 요즘 기분 나쁘다고 상담사한테 괜히 화풀이하는 분들도 많잖아요. 다들 답답하시니까 그러신 것 같은데, 이런 일들을 자주 접하게 되는 상담사들 입장에선 정말 쉬운 일이 아니죠.

장인숙: 이러한 상황마다 속상해하고 분노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오래 일하기 힘들 것입니다. 이처럼 상담사라는 직업은 사람을 상대하며 감정노동을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에서도 분노를 통제할 수 있고 심리적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자기통제력이 강한 분들이 잘해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가지만 더 말씀드리자면 사람들에게 문제해결의 길을 안내하고 조언을 하는 일이기 때문에 책임감과 신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이승재: 들으시는 청취자 분들은 이거 너무 참는 게 많은 직업 아니냐 하실 수도 있는데 그만큼 보람도 크다고 합니다. 다음 이 시간에는 생활심〮리상담사가 탈북민들의 어떤 고민을 어떻게 풀어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죠. 탈북 과정을 거쳐 남한에 정착하고 지금은 탈북민 전문 상담사가 되어 또 다른 탈북민들을 돕고 있는 분들의 얘기도 직접 들어봅니다.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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