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지난주부터 탈북민 전문 상담사에 대해 알아보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도 좀 더 세부적인 영역, 탈북민의 취업을 안내해주는 취업상담사에 대해 알아봅니다.
장인숙: 네. 남한에 사는 15세 이상의 탈북민 중 75%가 여성입니다. 그래서 여성을 중심으로 말씀 드려보면, 탈북 여성들의 일하는 비율은 남한 여성보다 높습니다. 가족들의 생계를 책임지려는 생활력 강한 분들이라 한국에 오자마자 열심히 일자리를 찾으시죠.
이승재: 그렇군요. 그런데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계신 탈북 여성들이 많지만 특히 초반에는 취업하기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어떤가요?
장인숙: 네. 맞아요. 그 원인은 남북한의 차이가 큽니다. 남한에선 스스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결정하고 그 일자리를 얻기 위해 공부한 후 취업준비를 시작합니다. 좋은 직장일수록 오래 준비하는 경우가 많죠. 그러나 북한에서 일자리는 국가에서 배치해주다 보니 탈북민들은 여기저기 취직하기 위해 겪는 치열한 경쟁을 힘들어 하십니다.
이승재: 로임이 높고 안정적인 일일수록 경쟁이 치열할 수 밖에 없는데요. 아무래도 탈북민들의 경우는 새롭게 익혀야 할 게 많아서 시간도 부족할 것 같아요.
장인숙: 그래서 취업이 빠른 제조업이나 숙박 및 음식점에서 일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공공기관 같이 좋은 직장에서 탈북민을 우대채용하기도 합니다. 이런 기회에도 많은 탈북민들이 취업 서류를 작성하다가 어려워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 너무 아쉽죠.
이승재: 그럴 때 탈북민 전문 취업상담사가 필요하겠네요. 취업상담사와 함께하면 아무래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죠?
장인숙: 그럼요. 그래서 상담사들은 회사에 지원할 때 필요한 서류를 작성하는 방법, 시험 정보 등도 자세히 안내해주고, 면접장에 동행해서 긴장하지 않도 대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이승재: 동행까지요? 저는 회사 면접 보러 갈 때 그렇게 떨리던데, 누군가 옆에 있다면 정말 가족처럼 든든한 맘이 들겠습니다.
장인숙: 동행 뿐 아니라 남북하나재단의 취업상담사들은 빠르게 취업하기 보단, 남한의 직업세계도 살펴보고 자신의 적성도 고려하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 진로를 설정하고, 그 일을 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훈〮련도 받도록 해서 더 좋은 일자리를 찾도록 안내하는 것에도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탈북민에겐 각종 직업교육의 기회가 제공되고 대학등록금도 지원되기 때문에 기술이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있죠.
이승재: 그렇군요. 탈북민들이 상담사에게 마음을 열고, 함께 준비하면 생각 이상의 직업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번에는 그럼 현업에 계신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죠. 저희가 두 분을 만나봤습니다. 모두 10년차 상담사고요. 한 분은 남한 출신의 이윤호 상담사, 다른 한 분은 탈북민을 돕는 탈북민, 조정화 상담사입니다.
이윤호: 최근에 만난 탈북민 여성분은 한 번도 면접을 본 적도 없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하셔서 제가 기초적인 부분부터 하나하나 알려드리고 면접 예상질문도 뽑아드렸습니다. 사실 취업 시도도 처음 하시고, 지원한 직장이 꽤 괜찮은 공공기관이어서 저조차도 기대를 못했는데 1등으로 합격했다고 흥분해서 연락을 주셨어요. 정말 보람이 컸습니다.
조정화: 정착이 어려웠던 탈북민들을 취업시켜서 대인관계에 성공하고 일을 잘 하게 만들어드린 것이 뿌듯합니다. 한번은 탈북민이 직장이 너무 어려워서 몇 번이고 그만두시겠다고 사직서를 쓰셨는데, 제가 6~7개월 동안 그분을 달래고 그 회사의 팀장, 부장님을 찾아가 탈북민에 대한 이해를 시키면서 인간관계에 어려움 없도록 도왔거든요. 지금 그분은 열심히 일하고 있고 그 회사의 팀장으로 승진했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이승재: 진짜 가족이나 부모같은 일을 하시네요. 일자리를 소개하는데서 끝나는게 아니라 합격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막상 적응을 못하면 회사에 직접 찾아가 관리도 해준다니요.
장인숙: 그래서 취업상담사와의 인연은 한 번이 끝이 아닙니다. 인생의 발전을 위한 동반자라고 할까요? 많이들 인연을 쭉 이어가십니다. 취업상담사는 바로 그런 일이죠.
이승재: 일하다 보면 당연히 어려움도 있겠죠. 상담사가 열심히 노력하고 지원했는데 취업이 안 되는 경우도 있을 거고요. 다 쉽지많은 않을 것 같은데 어떤 점이 어려웠는지도 함께 들어보죠.
이윤호: 한번은 알콜 중독에 걸린 분을 상담했어요.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고 면접 일정까지 잡아서 회사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무 연락 없이 안 나타나셨어요. 나중에 “그저 사정이 있어 못갔다”라고만 하시더라고요. 이런 일은 종종 있어서 그런대로 넘어가고 계속 그분의 취업을 위해 도와드렸는데… 제가 상담 과정에서 그분의 아픈 부분을 건드렸나 봐요. “남한에선 남한 문화를 따라야 한다” 이런 말씀을 드렸더니, 그때 좀 술을 드신 상태였거든요. 폭언이 지속되고 이후에도 수차례 전화로 폭언이 끊이지 않아서 상담을 중단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그때 좀 더 지혜로웠더라면 잘 도와드릴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 아쉽죠.
이승재: 저 같으면 술 드시고 상담하시는 분들께 “술 깨고 오세요” 이렇게 말할 것 같은데, 상담사로서 프로의식이 느껴지네요. 이윤호 씨는 탈북민 취업상담사가 되고 싶은 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합니다.
이윤호: 탈북민들은 일반적으로 취업이 급하시거든요. 상담업무는 느긋하게 준비하는 과정도 필요할 것 같아요. 사실 취업이라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두고 봤을 땐 작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내 인생이 멋지게 쓰여지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 생각하면 수월하게 넘기실 수 있습니다.
이승재: 네. 느긋하게, 탄탄하게, 성실하게 준비하는 것. 좋은 조언입니다. 장 선생님, 생각해보니 가장 훌륭한 직업전문가가 바로 여기 계시잖아요? 선생님의 말씀도 한번 들어봐야겠는데요?
장인숙: 네. 저희 재단엔 80여 분의 상담사들이 있습니다. 탈북민들을 대상으로 상담하고 지원해 온 지 10년이 다되어 갑니다. 탈북민에 대한 특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그분들의 문화를 이해하며, 그들의 역량도 가장 잘 알고 있습니다. 이분들의 경력과 전문성이 가치있는 이유는 앞으로 북한 주민들이 뻗어갈 세계 시장에서 가장 그들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탈북민 전문상담사들의 경험은 한국 사회에서도 세계 시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자원이 될 것입니다.
이승재: 그렇군요. 한국 사회에서 이렇게 탈북민을 돕는 분들이 있어 탈북민의 미래도, 또 그들이살아가는 한국 사회의 미래도 밝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은 탈북민 전문 취업상담사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