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에게도 알리지 않는 고영희 무덤
2016.03.30
고립과 은둔의 나라로 알려진 북한,
하지만 오늘날, 인공위성이 촬영한 위성사진으로 어느 누구나 북한 전역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됐습니다. 이제 위성사진은 북한의 변화를 발견하고,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됐는데요, 'RFA 주간프로그램 - 하늘에서 본 북한', 북한을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오늘의 북한을 살펴봅니다.
위성사진 분석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국제대학원(SAIS) 한미연구소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입니다.
- 북한 평양시 대성산 구역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무덤이 있습니다. 좌우에 호수와 숲에 둘러싸인 고영희의 무덤은 대리석과 넓은 주차장 등이 조성돼 한눈에 봐도 중요한 사람의 묘지임을 알 수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매체를 통해 공식적으로 고영희의 무덤이 소개된 적은 없습니다.
"이미 고영희의 무덤이 이곳에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그녀의 무덤이 소개되거나 공식적으로 북한 사람이 방문한 적도 없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이미 2012년에 고영희의 무덤이 새 단장을 했고, 이곳에 고영희의 무덤이 있음을 아는 사람도 있지만, 북한 당국은 이를 공개하거나 정치적으로 활용하지 않았는데요, 고영희를 우상화하고, 그녀의 무덤을 성지로 만들기에는 지금도 어려움을 겪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 평양시 대성산 기슭에 조성된 고영희 무덤
- 숲과 호수로 둘러싸인 무덤에 대리석과 두 개의 주차장
- 공식 매체를 통해 고영희 무덤 소개된 적 없고, 대성산 지도에도 소개 안 돼
- 김정은 제1위원장도 공식 방문 기록 없어
- 고영희 무덤 왜 감추나? 우상화 작업에 어려움 가능성
미국의 상업위성이 2015년 10월 26일에 촬영한 북한 평양시 대성산 구역.
이곳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무덤이 있습니다.
대성산의 푸른 숲을 배경으로 녹지 위에 커다란 무덤이 있고, 무덤 주변에는 대리석이 깔려 있습니다. 무덤 앞으로 내려가면 주차장이 보이고요, 여기에서 한 번 더 내려가면 또 다른 주차장이 있는데요, 이곳에 4~5대의 차량이 눈에 띕니다.
묘지 좌우에는 각각 저수지가 있고, 한눈에 보기에도 소나무 숲과 잔디, 묘지 주변이 잘 관리되어 있어 매우 중요한 사람의 묘임을 알 수 있는데요, 나름 풍수지리도 고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산하 한미연구소(SAIS)의 커티스 멜빈 연구원에 따르면 이곳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무덤으로 2012년 5월에서 10월 사이에 완성됐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언론매체가 이곳을 소개하거나 북한 주민이 방문했다는 기록은 없다고 설명했는데요, 김정은 제1위원장조차 공식적으로 이곳을 찾은 적은 없습니다.
[Curtis Melvin] 사실 몇 년 전부터 이곳이 고영희의 무덤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누구도 확인해주지 않았습니다. 이미 고영희의 무덤이 이곳에 있었지만, 공식적으로 그녀의 무덤이 소개되거나 누구도 공식적으로 방문한 적도 없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죠.
한국의 중앙일보도 29일, 한국 정부의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고영희의 무덤을 소개했습니다.
특히 고영희의 무덤에서 정면으로 김일성․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이 있고, 김정은 제1위원장이 봉분과 주변 정리 작업뿐 아니라 주차장과 참배 공간을 만드는 공사도 진행했다고 중앙일보는 전했는데요,
가장 최근의 위성사진을 살펴보니 당장이라도 많은 참배객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고영희의 무덤은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무덤과 주차장만 있을 뿐 고영희에 관한 박물관이나 다른 건물․시설 등은 찾아볼 수 없는데요,
멜빈 연구원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나 일부 북한 간부 또는 주민이 비공식적으로 고영희의 무덤을 찾았을 수 있지만, 북한 언론매체를 통해 무덤이 알려지거나 방문 사실이 소개된 기록은 지금까지 알려진 것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해 12월 13일, 북한 텔레비전에 소개된 대성산 지도에도 혁명유적지 가운데 고영희의 무덤에 관한 소개는 찾아볼 수 없는데요,
[Curtis Melvin] 무덤 앞에는 큰 주차장이 있어서 많은 차량과 버스 수용이 가능하죠. 그만큼 북한 주민의 접근이 쉽고요, 묘지 주변에 놀이공원과 혁명사적지도 있습니다. 물론 적지 않은 북한 주민이 이곳이 고영희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 겁니다. 하지만 공식적인 소개는 없었죠.
북한의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 제1위원장의 생모이자, 정치적으로 활용이 가능한 고영희의 무덤을 아직 공개하지 않은 배경에 대해서는 한 가지 추정이 가능한데요,
[Curtis Melvin] 아마도 북한이 고영희를 우상화하는 작업을 완성하지 못했기 때문이겠죠. 북한 주민에게 김정일의 어머니인 김정숙과 달리 고영희를 혁명 영웅으로 소개하거나 우상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직 고영희의 무덤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추정은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제1위원장이 북한 주민 앞에 생모인 고영희를 소개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고영희가 일본 귀국자 출신이라는 점과 친척 중에 탈북자가 있다는 배경이 있습니다.
또 자유아시아방송(RFA)의 취재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의 외할아버지, 즉 고영희의 아버지는 제주에서 태어났고, 이후 일본 오사카로 건너가 친일분자란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고영희는 일본에서 태어나 북한으로 건너간 재일동포 출신인 데다 고영희의 언니인 고영숙은 탈북해 미국에서 살고 있고, 외삼촌인 고동훈도 탈북해 유럽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고영희에 대해 우상화 작업을 하기에는 매우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결국, 김정은 제1위원장이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주장하는 데 있어 고영희의 출신 배경과 친척의 탈북 등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는데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생모를 선전하지 않았던 김정은 제1위원장이 생모의 산소마저 공개적으로 소개하지 못한 채 철저히 감추고 있습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김정은 제1위원장은 고영희의 묘지를 대대적으로 성역화하고 명절 때마다 당 간부와 북한 주민이 단체로 참배하고 있습니다. 또 고영희의 묘비에는 사진과 함께 '선군조선의 어머님, 고영희'란 글씨도 새겨져 있는데요, 하지만 북한 주민에게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습니다.
많은 자원과 노동력을 들여 새롭게 조성한 고영희의 무덤.
현재까지 무덤의 존재도 공개하지 않은 김정은 정권이 앞으로 생모인 고영희를 어떻게 우상화하고 정치적으로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 눈여겨볼 사안이지만, 결코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위성사진 - 하늘에서 본 북한>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칩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