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신종 플루’, 남쪽도 이번 주 신종 플루에 의한 4번째 사망자가 발생했습니다. 올가을, 겨울을 지나면서 이 병이 세계적으로 대유행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아무쪼록 제대로 된 약 한번 쓰기 어려운 우리 고향은 비켜 가 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어쨌거나, 이런 신종 플루는 사람들의 생활상도 바꿔 놓았습니다. 사람들은 술자리에서 술잔을 잘 돌리지 않고 사람이 모인 곳은 피하고, 밖으로 나갈 때는 마스크를 합니다. 또 신종 플루 때문에 해외여행도 뜸해서 요즘은 세계 유명 관광지도 한산하다는데, 그래도 우리가 하는 여행은 다행히도 신종 플루와는 큰 상관이 없습니다.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 세계 음악 여행 두 번째 시간으로 이탈리아 편입니다. 첫 곡으로 '꽌또 꽌또 꽌또 Quando Quando Quando' Tony Renis 의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Quando Quando Quando - Tony Renis
'꽌또 꽌또 꽌또', 우리말로 풀어보면 '언제? 언제? 도대체 언제?' 정도가 될 것 같은데요, 60년대 이탈리아에서 크게 유행했던 사랑 노래입니다.
이탈리아의 대중가요는 '칸초네'라고 부릅니다. 이탈리아 어로 '노래'라는 뜻의 말인데, 모든 대중가요의 탄생이 그렇듯이 위로 거슬러 올라가 보면 그 시초는 '민요'입니다.
칸초네의 경우, 민요의 시대부터 인위적인 요소가 큰 것이 하나의 특징입니다. 무슨 말이냐면,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그냥 불리는 노래가 전해져서 민요가 된 것이 아니고 칸초네 페스티벌, 일종의 노래 경연 대회를 열어 여기서 뽑힌 노래가 사람들의 입을 타고 유행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얘깁니다.
칸초네는 현재 세계 대중 가요계에서 그다지 높은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지만, 1960년대부터 70년대 후반까지 그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이 인기의 견인차 구실을 한 것도 '산레모'라는 이탈리아 서북쪽 도시에서 시작된 '산레모' 가요제입니다. 이 가요제에서 우승한 곡들이 세계적으로 크게 유행을 했고 남쪽은 물론 세계의 많은 나라의 가수들이 칸초네를 번역해 부르기도 했습니다.
음악 한 곡 더 듣고 얘기 이어가죠. 칸초네를 세계적으로 알린 '토니 달라 Tony Dallara'의 1958년의 발표곡, '코메 프리마 come prima', '처음처럼'입니다.
Come Prima – Tony Dallara
이탈리아도 우리와 같은 반도 국가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왠지 이탈리아 사람의 기질이 우리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성격도 급하고 다혈질로 소리를 치는 일도 다반사지만 정이 많고 따뜻하고 정열적인 부분은 참 많이 닮았습니다. 그렇지만, 뜨거운 태양과 깊은 신앙은 이런 이탈리아 사람들의 반도 기질에 두 가지를 더 했는데 바로 그것이 '낭만'과 '긍정'입니다. 같은 실연 노래라고 해도 칸초네에는 허무한 절망감보다는 언젠가는 잘 되겠지 하는 관조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이번에 들어볼 노래도 이런 칸초네의 분위기가 잘 녹아있는 곡인데요, 고향을 떠나는 젊은이가 두려움과 걱정과 불안을 뒤로하고 이렇게 말합니다. '케사라 Che sara'. 될 대로 되겠지, 잘 될 거야. 호세 펠리치아노 (Jose Feliciano)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Che sara – Jose Feliciano
"나는 앞으로 무엇이 될까요. 물론, 운명대로 되겠지요. 케사라! 될 대로 돼라지요. 나는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지만, 그것을 누가 알겠습니까.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고 살잖아요. 내 사랑하는 여인이여 나는 그대에게 사랑의 키스를 하며 그대에게 언제 지켜질지 모를 약속을 하구려. 내가 아는 것은 오직 하나. 내가 언제인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사실 뿐이랍니다."
가사를 읽고 보니 고향을 떠나온 우리 탈북자들의 처지와도 비슷하구나 싶습니다. 고향과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을 등지고 떠나야만 하는 그 마음. 그렇지만, 이 노래처럼 떠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걱정보다는 어떻게든 되겠지, 잘 되겠지 하는 마음일 겁니다.
지금까지 세 곡을 소개했는데, 어떠셨나요? 처음 듣는 곡이지만 한번 들으면 음이 바로 귀에 익지 않습니까? 이것이 바로 칸초네의 큰 특징인데, 노래를 부르는 것을 세계에서 가장 즐기는 민족답게 따라 부르기 좋고 쉬운 음으로 노래를 만듭니다.
Gloria - Umberto tozzi
'글로리아 Gloria'. 움베르토 토치 Umberto tozzi가 1979년 발표한 곡입니다. 이 노래는 1980년 초, 미국 여가수가 편곡해서 다시 불러 유행했고 그래서 많은 사람이 미국 노래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이탈리아 노래입니다.
글로리아는 지금까지 들으셨던 칸초네와는 좀 다르게 약간 영미 대중가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데, 이때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칸초네는 세계적 조류에 따라 많은 변화를 거듭했습니다. 비판적으로 말하면 칸초네의 특징이 많이 흐려진 것이고 좋은 쪽으로 보자면 계속해서 새로운 변화를 거듭하는 상태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노래 풍이 달라져도 한 가지는 변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칸초네를 자랑스러워하고 여전히 사랑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자신들의 칸초네가 밝고 빛나는 태양 아래서 태어난 음악이라고 자랑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칸초네에서는 밝은 태양의 힘, 태양의 에너지가 느껴지는데, 이런 생각을 한번 해 봅니다. 과연, 우리가 사는 땅에서 우리 입으로 부르는 음악은 어떤 것이 느껴지나?
활기찬 에너지, 긍정적인 사고, 삶에 대한 사랑과 미래에 대한 기대. 대중가요가 대중에게 채워줘야 할 것들이지만 이런 것들은 지금 우리가 부르는 노래에 담기지 못합니다. 우리 고향 사람들이 느껴지는 우리의 노래가 사뭇 절실해 지는 시간입니다.
마지막 곡으로 칸초네의 여왕으로 불리는 밀바(Milva)의 '리멘시타 L'immensita', 눈물 속에 피는 꽃 들으면 저는 이만 인사 드리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Milva - L'immensita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