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의 음악으로 여는 세상] 내 젊은 시절의 가수

안녕하세요. ‘음악으로 여는 세상’ 김철웅입니다. 서울은 날씨가 많이 풀렸습니다. 어깨를 잔뜩 웅크리고 걸음을 재촉하던 사람들의 모습도 오늘은 한결 여유가 있어 보입니다. 이제 꽃샘추위 한두 번 왔다 가면 봄이 올 것 같습니다.
2009-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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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남쪽에는 반가운 소식들이 많이 들려옵니다.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던 몇몇 가수들이 다시 돌아온다는 소식인데요, 우리 청취자들 귀에도 익숙한 가수들도 있어 오늘 시간에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 첫 곡입니다.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이미자 - 동백 아가씨


이미자 씨가 가수 일을 시작한 지 50년이 됐다고 합니다. 세월이 바뀌어도 몇 번이 바뀌었을 긴 시간인데요, 지금까지도 대중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행복한 가수입니다.

이미자 씨는 북한에서 공연도 했고, 또 중국을 통해 들어온 노래 테이프도 있어서 이미 청취자들께서 아시는 분들이 있을 텐데요, 얇고 여성적인 목소리 또 부드럽고 절묘하게 꺾여 넘어가는 창법이 그야말로 우리 취향입니다.

이분이 올해로 68살, 몇 년 전부터는 텔레비전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잘 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나이에 50주년 공연을 준비하고 자신의 음악 인생을 정리하는 6장의 CD를 곧 발매할 것이라고 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최근 이미자 씨가 어느 텔레비전 방송과 인터뷰를 했는데, 그 내용이 화제가 됐습니다. 이 씨는 박정희 대통령이 애창했던 노래가 '동백 아가씨'와 '황성 옛터'였다고 소개를 하면서, 청와대에 초청됐을 때 박 대통령이 금지곡인 '동백 아가씨'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는 일화를 밝혔습니다. 자신이 금지했지만, 금지곡인지 몰랐던 거죠.

저도 이 노래를 알고 있지만, 도대체 왜 금지곡이 됐는지 이해할 수 없어서 이번 기회에 한번 찾아봤는데요, ‘왜색이 짙다’라는 명분이었지만 사실상 가사 중 몇 부분이 당시 정부에 맘에 들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의 남한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인데요, 그만큼 오랜 시절 대중의 옆에서 노래해 온 가수입니다.

어쨌든 이런 세월의 평지풍파 속에서 대중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 온 이미자 씨의 노래, 한 곡 더 듣겠습니다. '섬마을 선생님'.

이미자 - 섬마을 선생님

또 다른 반가운 얼굴은 가수 김연자 씨입니다. 김연자 씨도 평양에서 공연한 적이 있는 친숙한 가수입니다. 2월, 새로운 음반을 내면서 활동을 재개한다고 합니다. 1988년 ‘아침의 나라에서’라는 곡이 인기를 얻으면서 일본으로 건너가 22년 동안 활동을 했습니다.

김연자 씨의 일본 활동은 상당히 성공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김연자 씨는 자신의 성공 원인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일본 가수들과 다른 방식, 한국의 방식으로 노래를 불러서 성공을 할 수 있었다.”

속삭이듯 부드럽게 노래를 부르는 일본 가수들의 창법을 따라 하기보다 한의 정서를 담은 애끓는 창법을 고수했는데, 이런 우리의 애끓는 한의 노래가 일본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것 같다는 얘기였습니다. 김연자 씨의 노래입니다. '아침의 나라에서'.

김연자 - 아침의 나라에서

또 우리에는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도 많습니다. 80대 큰 인기를 누렸던 가수 이선희, 강수지, 원준희. 이 세 명의 여자 가수도 올해 음반을 새로 내고 활동을 시작한다는 소식입니다.

저도 사실, 이 가수들은 잘 모릅니다. 1980년대 인기가 있었고 제가 남쪽에 들어 왔을 때는 이미 젊은 가수들에게 밀려 활동을 하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저와 같은 또래의 남한 친구들은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했던 오랜 친구를 만난 것처럼 아주 반가워합니다.

일단 노래 한 곡 들어보겠습니다. 원준희의 ‘사랑은 유리 같은 것’.

원준희 - 사랑은 유리 같은 것

원준희 씨 또 이선희, 강수지 씨. 세 명의 여자 가수들은 1980년대 큰 인기를 누렸습니다. 인기가 약간 시들해지면서 결혼을 했고 사람들에게 잊혀 졌습니다. 이들 중 두 명은 이혼을 했고 한 명은 평범한 주부로 가수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이제 인생이 한번 정리되는 40대, 다시 가수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래서 80년대 소녀 같았던 이 여자 가수들의 모습엔 이제 세월의 때가 묻어납니다. 이 가수들을 좋아하던 사람들 역시 나이가 들었고 또 나이만큼 여러 가지 일들을 겪었겠지요. 그래서 그 사람들은 이들에게서 반가움을 느끼고 이들의 활동을 응원합니다. 이선희의 노랩니다. 'J에게'.

이선희 - J에게

북쪽의 가수들은 인기보다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활동을 하고 안 하고는 사실 대중의 인기에 달린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적, 개인적 처신이 중요합니다. 또 그런 이유로 대중의 눈앞에 한번 사라지면 다시 나타나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가수들을 이렇게 남쪽처럼 반가운 친구같이 만날 수 있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저는 젊은 시절을 이 세 가수와 함께 보내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응원을 보냅니다. 그래서 저도 나중에 몇십 년 뒤 이 사람들의 노래를 다시 들으면서 오늘의 저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강수지의 새로운 노래, '잊으라니' 들으면서 저는 이만 물러갑니다.

강수지 - 잊으라니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지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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