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의 음악으로 여는 세상] 대중가요 명반 100선 (2)

남쪽의 대중가요 명반 100선. 오늘 두 번째 시간입니다. 지난 시간 1970년을 살펴봤는데요, 오늘은 1980년대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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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쪽은 80년대,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을 치렀고 경제적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또 사회적으로는 민주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열망이 최고에 달한 시기였습니다. 저는 80년대 하면 6차 당 대회, 남쪽에서 온 대학생 대표 임수경이 참석했던 13차 청년 축전이 기억에 남습니다.

외부 세계에서는 1980년대를 북한의 자력갱생 경제 체제가 한계에 부딪힌 시기로 평가하는데요, 사실 이때만 해도 북쪽의 경제 사정은 몹시 나쁘진 않았습니다. 80년대는 남쪽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경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옷차림이며 음악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좀 요란한 경향도 있습니다.

남쪽 대중가요계를 살펴보면 70년에 이어 80년까지 일종의 악단인 그룹 사운드가 강세입니다. 초반엔 송골매나 부활, 다섯 손가락 같은 그룹이 활동했고 중후반엔 들국화 동물원과 신촌 블루스가 주옥같은 노래를 불렀습니다. 1982년 발표된 송골매 2집 중 '모두 다 사랑하리' 첫 곡으로 띄어 드립니다.

송골매- 모두 다 사랑하리

이 중에서 특히 다섯 손가락과 동물원의 노래는 1980년대 중후반 젊은이들의 감성을 잘 보여줍니다. 다섯 손가락의 첫 음반에는 실린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이라는 곡 덕분에 비 오는 수요일엔 장미꽃이 꽤 팔렸다고 합니다.

다섯 손가락은 80년대 중반, 동물원은 80년대 후반에 활동을 시작했는데 저희 방송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가수 김광석이 바로 ‘동물원’에서 활동을 했습니다. 김광석 씨는 애석하게도 199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그의 노래는 지금도 남쪽의 젊은 세대가 함께 부르는 노래로 남아 있습니다. 오늘은 동물원 노래를 한 곡 틀어보겠습니다. ‘거리에서’. 노래에 김광석입니다.


동물원-거리에서

또 빼놓고 얘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들국화입니다. 그룹 들국화의 노래는 전인권 씨가 맡고 있는데요, 머리를 길게 길러 파마를 해서 꼬불 머리를 만든 중년의 신사를 직접 보시면 아마 깜짝 놀라실 겁니다. 이 사람은 젊었을 때도 행색이 범상치 않았는데요, 들국화 노래도 꼭 이 사람을 닮았습니다.

들국화는 남쪽이 민주화의 열풍에 휩싸여 있는 1980년대 중반 활동을 시작했는데, 그 시절 활동했던 다른 그룹들과는 노래 풍이 상당히 달랐습니다. 뭔가 실험적이었다고 할까요? 노래를 직접 들으시면 좀 이해가 되실 것 같은데요,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 듣습니다.


들국화 – 그것만이 내 세상

80년대 남쪽은 86년 아시안 게임과 88년 올림픽을 치르면서 국제 사회에 이름을 알렸고 경제도 성장했지만 사회는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경제가 나아지면서 사람들의 눈은 자연스럽게 민주와 자유를 찾게 됐습니다. 학생운동이 가장 심했던 시기. 이 시기 대학가에서는 운동권 가요, 학생들이 시위할 때 부르는 노래를 음반을 내기도 했는데,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이 음반이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사회적 요구도 있었겠지만,음악적 완성도도 인정을 받았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또 87년 이문세, 88년 김현철 같은 가수도 눈에 띕니다. 이문세는 80년부터 90년대까지 가수이면서 라디오 방송 진행자로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낮은 중저음의 감미로운 목소리, 그리고 얼마 전에 암으로 세상을 떠난 작곡가 이영훈과 함께 남쪽 국민이라면 누구나 잘 아는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우리 고향에서도 이런 음색이면 참 많은 사랑을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노래 듣고 얘기 이어가겠습니다. 이문세의 ‘가을이 오면’ 듣습니다.

이문세- ‘가을이 오면’

제가 기회가 되면 이 시간에 꼭 소개해 드리고 싶었던 가수가 바로 김현식입니다. 남쪽에 와서 남쪽 남자들의 말투나 행동거지를 보고 북한 친구들은 기겁합니다. ‘그랬어요.’, ‘저랬어요.’하는 말투가 너무 여성스럽고 깔끔 떨고 옷차림도 남자도 여자도 아닌 것이 영 못마땅했습니다. 가수도 영 말랑거리기만 하고 별로였는데요, 그 와중에 들려온 김현식의 꺼칠한 목소리는 그야말로 남자의 노래로 들렸습니다.

신촌 블루스와 봄 여름 가을 겨울에서 활동해 온 김현식은 1990년 간경화로 세상을 떴습니다. 이 사람이 지금까지 노래를 부를 수 없다는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김현식의 노래, 내 사랑 내 곁에 듣습니다.

김현식 – ‘내 사랑 내 곁에’

이렇게 1980년대가 끝나고 이제 1990년대에 접어듭니다. 아쉽게도 90년대 얘기는 다음 시간을 기약해야겠습니다. 1990년대 돌풍을 일으켰던 서태지와 아이들의 ‘난 알아요!’ 들으면서 ‘음악으로 여는 세상’ 인사드립니다. 이 노래의 파격만큼 1990년대의 남쪽, 기대해주시기 바랍니다.

서태지- ‘난 알아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 이현주, 제작에 RFA 서울 지국입니다.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