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여는 세상] 세계 음악 여행 – 보사노바

김철웅∙ 탈북피아니스트
2009.10.30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음악으로 여는 세상 김철웅입니다.

어렸을 때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습니다. 지구는 둥글다는데, 지금 이 자리에서 땅을 파고 내려가면 반대편에는 어느 나라가 있을까?

현실적으로 아직 인간의 기술은 땅을 그렇게 깊게 팔 수 없고, 지구본을 돌려보면 반대편에 어느 나라가 있는지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정답을 아시겠습니까? 조선 반도의 반대쪽에는 남미의 아르헨티나가 바로 위치하고 있습니다.

비행기로 꼬박하루가 걸려야 도착할 수 있는 곳. 남미는 그만큼 우리에게는 먼 나라입니다.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문화에서도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음악으로 여는 세상>, 오늘은 음악으로 떠나는 세계 여행 시간입니다. 오늘은 먼 나라, 남미로 떠나보겠습니다. Chega de saudade ‘슬픔이여 안녕’ 첫 곡으로 듣습니다.

Chega de saudade


브라질 하면 대부분의 청취자분들은 축구를 떠올리시죠? 사실, 브라질은 영미 팝 음악권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의 영향력을 가진 음악 강국이기도 합니다. 전통 음악 삼바와 삼바에서 파생된 보사노바라는 음악 장르가 바로 브라질에서 시작됐습니다.

우선 삼바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브라질 축구 선수들은 과연 이것이 발인지 손인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공을 자유자재로 굴려가며 화려한 축구를 하죠, 이런 브라질 축구를 흔히 ‘삼바 축구’ 라고 부릅니다.

브라질은 포르투갈의 식민지였고 식민지 시기, 목화를 주로 재배 했습니다.

삼바는 목화 재배를 위해 브라질로 팔려온 아프리카 사람들이 혹독한 노동의 고통을 잊으려 추던 춤과 서양의 음악이 만나 만들어진 춤, 또는 음악의 이름입니다.

고통을 잊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추는 춤 추치고 상당히 신이 납니다. 엉덩이를 중심으로 온 몸을 격렬하게 흔들면서 반드시 박자를 잘 타야 하는데, 춤을 추며 박자를 타듯 축구 한다고 해서 삼바 축구라는 별칭이 붙었다는 설명입니다.

이른 새벽, 조금 소란하긴 하지만 삼바 노래도 한 곡 들어보겠습니다. Tic Tic Tac

Tic Tic Tac


몸이 음악을 따라 저절로 움직이는 그야 말로 춤을 추기 위한 음악이라는 것. 느껴지시죠? 삼바에는 이렇게 빠른 곡도 있고 느린 곡도 있지만 우리가 보통 삼바 하면 떠올리는 것은 빠르고 신나는 노래입니다.

사실, 삼바 춤은 브라질의 엄청난 관광 자원이기도 합니다. 전통 춤 삼바를 내세운 리우 카니발 – 브라질 옛 수도인 리우 데 자이네로에서 열리는 삼바 축제인데, 이 축제를 보기 위해 단 며칠간에 40만 명 이상이 브라질을 찾습니다.

저도 인터넷에서 리우 카니발을 한번 찾아 봤는데, 꼭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축제에 참가하는 여성들 의상이 눈에 확 띱니다. 아마 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은 모양입니다.

그러나 이런 경제적 효과를 굳이 들춰내지 않더라도 삼바는 화려하고 신나는 리듬을 가진 나라, 브라질에 대한 동경을 품게 하는 그런 대표 음악이 됐습니다..

Manha de carnaval 축제의 아침.

축제의 아침, 브라질을 대표하는 또 다른 음악 보사노바 곡입니다.

1958년 브라질의 작곡가 안토니우 카를로스 조빔이라는 사람은 새로운 형태의 곡을 발표하게 됩니다.

브라질 고유의 삼바 박자에 미국의 재즈 등의 다양한 음악을 섞어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포르투갈 말로 새로운 경향이라는 뜻의 보사노바입니다.

보사노바는 삼바 박자를 부드럽게 다듬고 가수의 목소리에서 감정을 절제시켜 오히려 서정적이고 쓸쓸하기까지 합니다.

이 보사노바가 우리와는 크게 상관없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민족과 운명’에 나오는 ‘운명의 갈림길’이라는 곡. 청취자 여러분 잘 기억하실 겁니다. 보천보 전자 악단이 연주한 이 노래가 바로 보사노바 풍입니다.

우리뿐 아니라 남쪽 가요에도 보사노바는 많이 이용되는데, 이런 보사노바 풍 가요는 항상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남쪽의 보사노바 가요 한곡 들어보겠습니다. 조덕배의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그대 내 맘에 들어오면

보사노바를 들어 보면 삼바를 기본으로 미국의 재즈, 유럽풍의 고전 음악과 프랑스 샹송의 분위기까지 두루두루 섞여 있습니다. 음식으로 말하면 비빔밥 같은 음악인 셈인데, 특히 재즈와의 관계가 밀접합니다.

1960년대, 브라질의 보사노바 창시자 카를로스 조빔은 섹스폰 연주자 스탄 게츠와 만나, 음반을 하나 발표하는데, 이 음반 하나로 국제무대에 보사노바라는 브라질 음악을 알리게 됩니다. 그 음반에 수록된 대표적인 곡입니다. 이파네마에서 온 소녀.

Girl form Ipanema

보사노바와 삼바. 청취자 여러분들께는 어떠셨습니까?

앞서 보사노바가 비빔밥 같은 음악이라고 말씀 드렸는데, 바로 여기에 이 브라질 음악의 큰 장점이 있습니다.

여러 문화에서 온 다양한 음악을 섞어 놓았기 때문에 누가 들어도 큰 거부감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

그렇지만 브라질 사람들이 단순히 외국의 음악을 그대로 가져와 자신들의 음악에 섞기만 했다면 이렇게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음악으로 성장하진 못했을 겁니다.

외국의 것을 가져오지만 자신의 근본은 보존하면서 자기 식으로 소화해 새로운 것을 만드는 영리함이 브라질 사람들에게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새로운 것, 외부에서 들어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개방 정신, 포용 정신.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우리끼리, 민족끼리, 우리식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폐쇄됐다는 북쪽의 음악도 브라질 보사노바의 영향을 받는 것을 보면서, 과연 우리끼리, 민족끼리 이런 말이 더 이상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우리를 아는 것. 우리의 근본은 중요하지만 세계화되는 것이 요즘 추세라면 살아남기 위해 이런 추세를 따라가는 것도 필요한 일입니다.

그리고 약간 뜬금없지만 그 방법을 저는 이 브라질 음악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도 바로 이런 영리함이 필요합니다.

마지막 곡으로 Mas Que Nada 들으면서 저는 이만 인사드립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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