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웅, 이현주의 음악산책] 따뜻한 사회, 따뜻한 노래
서울-김철웅, 이현주 xallsl@rfa.org
2010.12.03
2010.12.03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음악산책> 김철웅입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줍니다.
김철웅 : 서울의 연말은 구세군의 빨간색 자선냄비 그리고 구세군 사령들이 흔드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기독교 종파 중 하나인 구세군은 매년 연말, 이렇게 종을 흔들며 거리에서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하는데, 북측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는 좀 낯선 얘기이지만, 남한에서는 이 종소리는 연말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이현주 : 아마 북측에 계시는 청취자들, 이 구세군 냄비... 뭔가 하실 겁니다. 저금통처럼 돈을 넣을 수 있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린 냄비를 삼각대에 매달고 그 옆에서 구세군 사관이 종을 흔들며 모금을 독려하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적은 돈이라도 냄비에 넣습니다.
철웅 씨는 혹시 이 자선 냄비에 성금 내보셨어요?
김철웅 : 어... 저는 거의 매년 낸 것 같은데요? 자주 가는 음악 회관 앞에서 모금을 해서 보이면 조금씩 냈죠. 올해는 아직 입니다.
이현주 : 저도 올해는 아직 인데요, 자선냄비든지 아니면 다른 성금이라도 올해가 가기 전에 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생각해면 올 한해, 저도 참 남을 위해서 한 일이 별로 없네요. 사는 게 바쁘다보면 정말 이웃을 돌아볼 여유를 갖는 것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김철웅 : 정말 그렇죠? 2010년도 이제 달력 한 장입니다. 이웃과 주변을 돌아보면서 평안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됐으면 합니다. 저에게도 또 여러분께도 말이죠...
오늘 <음악산책>, 양희은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가을아침’.
선곡 1: ‘가을아침’ 양희은
이현주 : 오늘 서울은 영하까지 내려는 가는 추운 날씨인데요, 오늘 <음악산책>은 따듯한 노래들을 모아봅니다.
김철웅 : 가을 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아이들은 재잘 재잘 학교가고 아버지는 약수 물 떠오고 딸각딸각 밥 짓는 엄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 남쪽 노랜데 어쩜 이렇게 북쪽 아침 풍경과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이현주 : 왜 해외여행 많이 하는 사람들한테 그 나라 어땠냐고 물으면 항상 돌아오는 답이 있잖아요? 사람 사는 곳이 다 같지...
김철웅 : 어디는 좀 넉넉하고 어디는 좀 살기 힘들지만 사는 모습이야 뭐, 그리 다르겠습니까?
이현주 : 음... 자선냄비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은데요? 이 냄비 설치되는 곳은 보통 명동이나 신촌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 꼭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한테 돈을 쥐어주고 냄비에 넣고 오라고 하면 얘는 냄비에 돈 넣고 창피해서 막 달려가고 그러는 모습...
김철웅 : 저는 젊은 친구들이 성금 내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더라고요. 또 매년 냄비에서 그냥 아무것도 안 쓴 흰 봉투에 큰돈을 넣어서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참... 이 자선냄비 얘기로 저는 남한 사회의 의외의 면을 본 것 같았습니다.
이현주 : 불우이웃 성금은 경제가 안 좋을 때 더 많은 액수가 들어오고 그리고 자선냄비 옆에서 종을 치는 분들도 거의 자원봉사자들인 거 아세요? 가족끼리 나와서 하는 경우도 있고 대를 이어서 이런 일을 하는 가족들도 있다는데요, 12월 한 달을 정말 추운데서 고생하지만 앞에서 말한 이런 따뜻한 모습들 때문에 그만 둘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김철웅 : 나중에 기회가 되면 북녘에도 이런 종소리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신형원이 부릅니다. 사람들.
선곡 2: ‘사람들’ 신형원
김철웅 : 남한 인구는 북쪽보다 많습니다. 북쪽보다 경쟁도 심하고 사회도 복잡하죠. 그래서 사건 사고도 많습니다. 신문을 보다보면 아, 정말 이런 무서운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럴 때가 제가 가끔 보는 것이 따뜻한 세상 뉴스라는 인터넷 기사 모음입니다.
몇 가지 소개해보면요, 남한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는 쌀이 가득 담겨서 퍼내도 퍼내도 줄지 않는 화수분 같은 쌀독이 있다고 합니다. 이름 하여 ‘사랑의 쌀독’인데요, 복지의 사각 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 역 직원들이 시작한 사업이라고 합니다.
이 쌀독을 채워주는 사람들은 이 역의 직원들과 역 인근 기관이나 단체, 종교 단체 또 지하철 이용자들도 비닐봉지에 쌀을 담아 쌀독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현주 : 누가 지었는지 이름 한번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사랑의 쌀독.
또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남한에서 대표적인 수산물 시장이죠? 노량진 시장에서 36년째 젓갈 장사를 해온 류양선 할머니는 이 시장에서 진짜 유명인사입니다. 상점이 장사가 잘 되거나 할머니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고 이 할머니의 기부 때문입니다. 12년 전 한 대학교에 천만 달러에 달하는 땅을 기부했고 3년 전에는 학교에 건물을 기부했고요 지금까지 15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습니다.
김철웅 : 노량진이 큰 시장이지만 그 안에서 장사하시는 가게들은 다 또 작거든요? 할머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현주 : 사연이 있답니다. 못 배운 것이 평생의 한이 돼 이런 기부를 시작하셨다는데요,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말씀하시는데요, 요즘은 초등학교에 책을 기부하는 일도 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돈을 벌면 가치 있게 써야하고 갖고 있으면 소용없는 무용지물이다...
김철웅 : 우리 옛말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정말 그 반대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우리 모두 한번쯤 새겨 들어봐야 하는 말입니다.
선곡 3: ‘나의 노래’ 김광석
이현주 : 김광석의 ‘나의 노래’ 들으셨습니다.
김철웅 : 재밌는 얘기도 있습니다. 소망을 써서 넣으면 꿈을 이뤄주는 우체통... 동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인데, 남한에 진짜 있습니다. 보통 남쪽의 우체통은 빨간색인데 이건 파랑통이라고 합니다.
남한의 서울 관악구 중앙동, 예전 달동네로 불렸던 봉천동에 있는 우체통입니다.
이현주 : 우체통에 별별 소원이 다 들어오는데요, 휴대 전화 등 물건이 갖고 싶다는 소원, 또 아빠 술 좀 덜 드시게 주세요... 이런 소원도 있고요 길이 좁으니 넓혀 달라는 신소성 소원도 들어온다고 합니다.
김철웅 : 이렇게 우체통에 모인 소원은 한 달에 한번 구청, 구의회, 복지관, 상인대표들로 구성된 ‘소망 해결 위원회’로 넘어가 심의를 거쳐서 소망을 들어줄 방안을 강구하게 됩니다.
지난 달 채택된 소망을 보면 매번 사촌들에게 옷을 물려 입기만 한 자식들에게 올 겨울 새 외투 하나 입혀주고 싶다는 한 30대 중반 가장의 소원, 그리고 남편의 실직으로 좁은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애들 목욕이 어려워서 이동식 욕조를 갖고 싶다는 30대 주부의 소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이현주 : 뭐 이런 소식을 택했나 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소망 위원회측은 이런 소원이 단순한 구매요청으로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진짜 소망이 숨어있다고 말합니다.
복지관에서 면담한 결과, 아이들에게 외투를 사주고 싶어한 가장은 사업 실패와 실직으로 빚을 진 채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었는데, 아동복이라도 겨울용 외투는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냈고 아이들에게 욕조를 마련해 주고 싶다는 가정주부 역시 일을 하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 없는데, 어린 시절 엄마 아빠와 물장구치며 목욕하던 기억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이동식 욕조를 꿈꿨다고 합니다.
김철웅 : 어떻게 보면 정말 작은 소원이지만 반대로 누구에는 소원이 될 만큼 큰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파란통으로 소망을 이룬 사람들, 소원성취로 힘과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곡 4: ‘우리는’ 송창식
김철웅 : 얼마 전 북측의 폭격으로 연평도 주민들이 사는 집도 많이 부서졌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많은 가옥들이 파손되고 주민들도 섬을 떠나 뭍에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신문에 실린 사진 하나가 가슴에 박힙니다.
한 연평도 집 마당에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가득 쌓아놓은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는데요, 배를 가른 노란 배추들이 가지런히 소금에 잘 절여져 마당 가득 큰 소쿠리 두 개에 가득이 담겨있습니다.
이현주 : 이제 속만 만들어 버무리면 되겠네요... 어느 집인지 정확히 보도되진 않았지만 저번에 제가 인터뷰에 본 그 할아버지네 집이 아닐까 싶은데요, 23일 집에서 급하게 인천으로 나오면서 김장하려고 마련해놓은 배추를 그냥 덮어 놓고 나와서 내내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씀하신 할아버지가 계셨거든요...
김철웅 : 그냥 주민들이 살던 그 평안했던 마을이 23일 폭격으로 참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도 이 사진의 제목처럼 ‘삶은 계속됩니다.’
이현주 :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런 일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음악산책> 오늘 이만 마칠 시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고요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릴께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이현주였습니다.
안녕하세요, 이현줍니다.
김철웅 : 서울의 연말은 구세군의 빨간색 자선냄비 그리고 구세군 사령들이 흔드는 종소리와 함께 시작됩니다. 기독교 종파 중 하나인 구세군은 매년 연말, 이렇게 종을 흔들며 거리에서 불우 이웃 돕기 성금을 모금하는데, 북측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께는 좀 낯선 얘기이지만, 남한에서는 이 종소리는 연말을 알리는 신호탄입니다.
이현주 : 아마 북측에 계시는 청취자들, 이 구세군 냄비... 뭔가 하실 겁니다. 저금통처럼 돈을 넣을 수 있는 조그마한 구멍이 뚫린 냄비를 삼각대에 매달고 그 옆에서 구세군 사관이 종을 흔들며 모금을 독려하는데요, 생각보다 많은 시민들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적은 돈이라도 냄비에 넣습니다.
철웅 씨는 혹시 이 자선 냄비에 성금 내보셨어요?
김철웅 : 어... 저는 거의 매년 낸 것 같은데요? 자주 가는 음악 회관 앞에서 모금을 해서 보이면 조금씩 냈죠. 올해는 아직 입니다.
이현주 : 저도 올해는 아직 인데요, 자선냄비든지 아니면 다른 성금이라도 올해가 가기 전에 내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생각해면 올 한해, 저도 참 남을 위해서 한 일이 별로 없네요. 사는 게 바쁘다보면 정말 이웃을 돌아볼 여유를 갖는 것이 쉽지 않은 일 같아요?
김철웅 : 정말 그렇죠? 2010년도 이제 달력 한 장입니다. 이웃과 주변을 돌아보면서 평안하게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이 됐으면 합니다. 저에게도 또 여러분께도 말이죠...
오늘 <음악산책>, 양희은의 목소리로 시작합니다. ‘가을아침’.
선곡 1: ‘가을아침’ 양희은
이현주 : 오늘 서울은 영하까지 내려는 가는 추운 날씨인데요, 오늘 <음악산책>은 따듯한 노래들을 모아봅니다.
김철웅 : 가을 아침 창밖을 내다보니 아이들은 재잘 재잘 학교가고 아버지는 약수 물 떠오고 딸각딸각 밥 짓는 엄마의 분주함과 엉금엉금 냉수 찾는 그 아들의 게으름... 남쪽 노랜데 어쩜 이렇게 북쪽 아침 풍경과 똑같은지 모르겠습니다.
이현주 : 왜 해외여행 많이 하는 사람들한테 그 나라 어땠냐고 물으면 항상 돌아오는 답이 있잖아요? 사람 사는 곳이 다 같지...
김철웅 : 어디는 좀 넉넉하고 어디는 좀 살기 힘들지만 사는 모습이야 뭐, 그리 다르겠습니까?
이현주 : 음... 자선냄비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은데요? 이 냄비 설치되는 곳은 보통 명동이나 신촌 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인데, 꼭 보이는 풍경이 있습니다. 엄마가 아이한테 돈을 쥐어주고 냄비에 넣고 오라고 하면 얘는 냄비에 돈 넣고 창피해서 막 달려가고 그러는 모습...
김철웅 : 저는 젊은 친구들이 성금 내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더라고요. 또 매년 냄비에서 그냥 아무것도 안 쓴 흰 봉투에 큰돈을 넣어서 기부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는데 참... 이 자선냄비 얘기로 저는 남한 사회의 의외의 면을 본 것 같았습니다.
이현주 : 불우이웃 성금은 경제가 안 좋을 때 더 많은 액수가 들어오고 그리고 자선냄비 옆에서 종을 치는 분들도 거의 자원봉사자들인 거 아세요? 가족끼리 나와서 하는 경우도 있고 대를 이어서 이런 일을 하는 가족들도 있다는데요, 12월 한 달을 정말 추운데서 고생하지만 앞에서 말한 이런 따뜻한 모습들 때문에 그만 둘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김철웅 : 나중에 기회가 되면 북녘에도 이런 종소리가 들렸으면 좋겠습니다. 신형원이 부릅니다. 사람들.
선곡 2: ‘사람들’ 신형원
김철웅 : 남한 인구는 북쪽보다 많습니다. 북쪽보다 경쟁도 심하고 사회도 복잡하죠. 그래서 사건 사고도 많습니다. 신문을 보다보면 아, 정말 이런 무서운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도 있는데요, 그럴 때가 제가 가끔 보는 것이 따뜻한 세상 뉴스라는 인터넷 기사 모음입니다.
몇 가지 소개해보면요, 남한 지하철 2호선, 당산역에는 쌀이 가득 담겨서 퍼내도 퍼내도 줄지 않는 화수분 같은 쌀독이 있다고 합니다. 이름 하여 ‘사랑의 쌀독’인데요, 복지의 사각 지대에 있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 역 직원들이 시작한 사업이라고 합니다.
이 쌀독을 채워주는 사람들은 이 역의 직원들과 역 인근 기관이나 단체, 종교 단체 또 지하철 이용자들도 비닐봉지에 쌀을 담아 쌀독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이현주 : 누가 지었는지 이름 한번 참 잘 지은 것 같습니다. 사랑의 쌀독.
또 이런 얘기도 있습니다. 남한에서 대표적인 수산물 시장이죠? 노량진 시장에서 36년째 젓갈 장사를 해온 류양선 할머니는 이 시장에서 진짜 유명인사입니다. 상점이 장사가 잘 되거나 할머니가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고 이 할머니의 기부 때문입니다. 12년 전 한 대학교에 천만 달러에 달하는 땅을 기부했고 3년 전에는 학교에 건물을 기부했고요 지금까지 150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습니다.
김철웅 : 노량진이 큰 시장이지만 그 안에서 장사하시는 가게들은 다 또 작거든요? 할머니 정말 대단하시네요.
이현주 : 사연이 있답니다. 못 배운 것이 평생의 한이 돼 이런 기부를 시작하셨다는데요, 집안 사정이 좋지 못해 배움의 기회를 갖지 못하는 젊은이들에게 공부할 기회를 주고 싶었다, 말씀하시는데요, 요즘은 초등학교에 책을 기부하는 일도 하고 계시다고 하네요. 할머니가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돈을 벌면 가치 있게 써야하고 갖고 있으면 소용없는 무용지물이다...
김철웅 : 우리 옛말에 개처럼 벌어서 정승같이 쓰라는 말이 있지만 요즘은 정말 그 반대되는 경우도 많은데요,
우리 모두 한번쯤 새겨 들어봐야 하는 말입니다.
선곡 3: ‘나의 노래’ 김광석
이현주 : 김광석의 ‘나의 노래’ 들으셨습니다.
김철웅 : 재밌는 얘기도 있습니다. 소망을 써서 넣으면 꿈을 이뤄주는 우체통... 동화에나 나올 법한 얘기인데, 남한에 진짜 있습니다. 보통 남쪽의 우체통은 빨간색인데 이건 파랑통이라고 합니다.
남한의 서울 관악구 중앙동, 예전 달동네로 불렸던 봉천동에 있는 우체통입니다.
이현주 : 우체통에 별별 소원이 다 들어오는데요, 휴대 전화 등 물건이 갖고 싶다는 소원, 또 아빠 술 좀 덜 드시게 주세요... 이런 소원도 있고요 길이 좁으니 넓혀 달라는 신소성 소원도 들어온다고 합니다.
김철웅 : 이렇게 우체통에 모인 소원은 한 달에 한번 구청, 구의회, 복지관, 상인대표들로 구성된 ‘소망 해결 위원회’로 넘어가 심의를 거쳐서 소망을 들어줄 방안을 강구하게 됩니다.
지난 달 채택된 소망을 보면 매번 사촌들에게 옷을 물려 입기만 한 자식들에게 올 겨울 새 외투 하나 입혀주고 싶다는 한 30대 중반 가장의 소원, 그리고 남편의 실직으로 좁은 집으로 이사를 왔는데 애들 목욕이 어려워서 이동식 욕조를 갖고 싶다는 30대 주부의 소원을 들어줬다고 합니다.
이현주 : 뭐 이런 소식을 택했나 하실 수도 있겠지만요, 소망 위원회측은 이런 소원이 단순한 구매요청으로 보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진짜 소망이 숨어있다고 말합니다.
복지관에서 면담한 결과, 아이들에게 외투를 사주고 싶어한 가장은 사업 실패와 실직으로 빚을 진 채 일용직을 전전하고 있었는데, 아동복이라도 겨울용 외투는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냈고 아이들에게 욕조를 마련해 주고 싶다는 가정주부 역시 일을 하고 있고 아이들과 함께 있을 시간이 없는데, 어린 시절 엄마 아빠와 물장구치며 목욕하던 기억을 아이들에게 주고 싶어 이동식 욕조를 꿈꿨다고 합니다.
김철웅 : 어떻게 보면 정말 작은 소원이지만 반대로 누구에는 소원이 될 만큼 큰일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파란통으로 소망을 이룬 사람들, 소원성취로 힘과 희망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선곡 4: ‘우리는’ 송창식
김철웅 : 얼마 전 북측의 폭격으로 연평도 주민들이 사는 집도 많이 부서졌다는 소식 전해드렸는데요. 많은 가옥들이 파손되고 주민들도 섬을 떠나 뭍에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오늘 신문에 실린 사진 하나가 가슴에 박힙니다.
한 연평도 집 마당에 김장을 하려고 배추를 가득 쌓아놓은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는데요, 배를 가른 노란 배추들이 가지런히 소금에 잘 절여져 마당 가득 큰 소쿠리 두 개에 가득이 담겨있습니다.
이현주 : 이제 속만 만들어 버무리면 되겠네요... 어느 집인지 정확히 보도되진 않았지만 저번에 제가 인터뷰에 본 그 할아버지네 집이 아닐까 싶은데요, 23일 집에서 급하게 인천으로 나오면서 김장하려고 마련해놓은 배추를 그냥 덮어 놓고 나와서 내내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고 말씀하신 할아버지가 계셨거든요...
김철웅 : 그냥 주민들이 살던 그 평안했던 마을이 23일 폭격으로 참 많이 변했습니다. 그래도 이 사진의 제목처럼 ‘삶은 계속됩니다.’
이현주 : 다른 어떤 것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런 일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음악산책> 오늘 이만 마칠 시간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추운 날씨에 건강 조심하고요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인사드릴께요.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계세요.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이현주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