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여는 세상] 노래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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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김철웅입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재미있는 기사가 하나 실렸습니다. 연말을 맞아 송년회에 대해 직장인들에게 물었는데, 송년회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은 잘 놀고먹다가 술 값 계산할 때 사라지는 사람.

또 송년회에서 가장 두려운 것은 과음 다음 날 숙취. 상사가 돌려대는 폭탄주 그리고 노래 못하는 음치에 춤도 못 추는 몸치인데 2차로 노래방 가기랍니다. 100% 동감입니다.

제가 고향을 떠날 때만 해도 노래방…이 가라오케라는 것이 없었는데요, 청취자 여러분들은 아마 들어보셨거나 가보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남쪽은 노래방이 참 많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이 이 노래방을 즐겨 찾는다는 얘기도 되겠죠?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에는 남쪽의 노래방 얘기를 좀 해보겠습니다.

첫 곡.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로 시작합니다.


이은미 ‘애인 있어요’.

2009년 상반기 노래방에서 가장 많이 부른 곡이 바로 이 노랩니다.

이렇게 부르기 어려운 노래가 1위라고 해서 저는 좀 의외였는데, 그래도 요즘 친구들, 동료들과 노래방에 가면 가수 뺨치게 노래 잘 하는 사람들도 많고 못 불러도 내 멋이니 한번 불러 싶은 노래가 1위를 하는 모양입니다.

저는 사실 개인적으로 노래방을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일단, 노래를 잘 못하고요, 그리고 솔직히 노래보단 술이 좋습니다.

저뿐 아니라 북쪽에서 오신 분들은 노래방 가는 것을 별로 환영하지 않습니다. 남쪽 노래를 잘 모르고 노래를 알아도 제목을 모르니, 노래방에 가면 부를 노래 고르는 일부터 아주 곤혹입니다.

그러나 이것도 몇 년 지나면 사정이 또 달라지는데요, 워낙 모이면 노래 부르고 춤추는 것 좋아하던 사람들이 어딜 가겠습니다.

노래방에서는 분위기 띄워주는 노래가 또 인기 최고죠. 그래서 이 노래 인깁니다. 박상철의 ‘무조건’.


박상철 ‘무조건’

80년대, 일본에서 노래방, 즉 ‘가라오케’가 처음 등장했습니다. 당시 일본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세계 각지로 퍼져나갔는데, 남쪽에는 90년 초에 수입이 됐습니다.

처음에는 노래 반주 기계 몇 대를 상점 구석에 들여놓는 것이 시작이었는데, 이것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인기를 끌더니 노래 반주기를 칸칸 막은 방에 들여놓고 노래방이라는 형태로 정착이 됐습니다. 그리고는 한 3년 만에 수만 개의 노래방이 전국 방방곡곡에 생겼습니다.

처음에는 반 달러에 노래 한곡. 지금은 열 달러면 1 시간, 노래를 실컷 부를 수 있습니다. 주인 아저씨한테 말만 잘 하면 15분 정도는 또 덤으로 나오기도 합니다. 비싸다고 생각하실 모르겠지만 남쪽 물가로 따지면 설렁탕 한 그릇 값 정도 됩니다. 비싸지 않다는 얘기죠.


김동률 ‘취중 진담’

김동률의 취중 진담이라는 노랩니다. 이 노래, 제 노래방 18번입니다. 남쪽은 이상하게 술자리를 그렇게 옮겨가며 마십니다. 1차, 2차, 3차 이렇게 부르는데, 노래방은 보통 1차에 술 한 잔 걸치고 2차 정도에 가기 때문에 술 한 잔 먹고 부르는 그야말로 취중 진담이죠.

중국에선 대부분의 노래방에서 술을 팔지만, 남쪽에는 노래방에서 술을 파는 것이 금지돼 있습니다. 술은 물론이고 노래방 도우미라고 하는 여성들이 나오는 것도 위법입니다. 물론 몰래 피해서 하는 곳도 있지만, 당국에서는 노래방을 건전하게 유지하려고 애쓰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까지 함께 오는 가족 단위 손님들도 많고 청소년들도 자주 오는데, 이런 곳에서 술을 파는 것은 안 되겠죠.

또 노래방 문화도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보통 건물 지하에 어두컴컴했던 노래방이 건물 위층으로 올라와서 조명을 밝고 방에 창을 크게 내서 안을 잘 볼 수 있게 했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인데요, 밖에서 보면 가관입니다.

노래하면서 방방 뛰고, 어떤 방은 일행 중 한 명도 앉아 있는 사람이 없이 다 일어나서 난리입니다. 도대체 왜들 저러나…하는 생각보다는 젊어서 좋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더군요. 솔직하고 개방적인 요즘 남쪽 젊은이들의 성향을 잘 보여주는 곳입니다.

20대에 인기있는 노래방 인기 곡 한 곡 듣죠. 빅뱅의 ‘붉은 노을’입니다.


빅뱅 ‘붉은 노을’

조선 신보에 ‘북쪽에도 화면 반주기가 인기’라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이 신문은 오락회나 노래 자랑에 기타나 손풍금 반주가 아닌 이 노래 반주기가 등장하고 있는데 평양 메아리 음향사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물론, 모든 인민에게 다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겠죠. 그래도 노래 곡도 연주하고 가사도 알려주는 이 신기한 기계를 보고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할지 눈에 선합니다.

남쪽에도 노래방이 한참 유행할 90년 말 무렵에는 이 기계를 신기해하면서 집에 노래방 반주기를 사놓은 곳이 꽤 많았습니다. 지금도 미국 교포들 지하실에는 없는 집이 없다고 하던데요,

지금은 오락거리가 없는 외딴 섬 마을 회관, 두메산골 이장 댁 안방 주로 이런 곳에 노래방 반주기가 있습니다. 무료한 생활 가운데서 동네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좋은 오락거리가 되는 것이죠. 노래 한 곡 듣겠습니다. 나훈아의 ‘영영’.

나훈아 ‘영영’

요즘 노래방에 가서 노래책을 들춰보면 예전에는 기껏해야 한국노래와 미국 팝송이었지만 지금은 베트남 노래, 중국 노래, 파키스탄 노래… 별별 노래가 다 있습니다. 베트남이나 중국. 파키스탄 등지에서 남쪽에 일하러 온 노동자들도 노래방을 자주 찾기 때문인데요, 이 사람들에게도 노래방은 고향 떠난 외로움을 달래며 한 시간 즐겁게 놀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 여성들이 중국에 나가 타국의 노래방에서 도우미로 일하고 사람들은 노래가 뭔지 끼니 걱정이 앞서는 현실이지만 사실 이런 때 일수록 노래방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곳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실, 노래방이 어디 따로 있습니까. 산에 올라가 목청 높여 노래 한 곡 뽑으면 그곳도 노래방입니다. 답답하시다면 오늘 한번 목소리 높여서 한 곡조 뽑아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범용, 한명훈의 ‘꿈의 대화’ 들으면서 저는 이만 인사드립니다.


이범용, 한명훈 ‘꿈의 대화’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