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으로 여는 세상] 여름 이야기

김철웅∙ 탈북 피아니스트
2009-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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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는 집은 두꺼운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아파트입니다. 베란다 창이 크게 나있지만, 창문을 꼭꼭 닫으면 그야말로 정적, 밖에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여름은 또 딴 세상입니다.

아파트 앞에 심어놓은 빽빽한 나무 사이사이 자리 잡은 매미가 어찌나 우렁차게 우는 지, 창을 닫아도 밤잠 설치기가 일쑤였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인가요? 자려고 누웠더니 매미 소리는 사라지고 귀뚜라미가 우는소리가 들렸습니다.

여름이 가나 생각하니, 약간 서운한 마음도 듭니다.

이런 여름의 끝자락에서 오늘 음악으로 여는 세상에서는 올여름의 기억들을 더듬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이정선의 노래, ‘여름’으로 시작해 봅니다.

이정선 – 여름

1970년대 발표된 통기타 가수 이정선의 대표곡입니다. 지금 남쪽의 중장년층들은 ‘여름’하면 이 노래를 많이 떠올릴 텐데요, 모닥불 피고 모여앉아서 통기타치고 노래 부르던 그 시대의 감성을 잘 전달해주고 있습니다.

남쪽에 와서 보니, 여름은 참 소란한 계절입니다. 북쪽보다 기온이 높고, 장마철이 되면 비도 많이 와서 여름나기가 힘들지만 이것과는 또 별개로 젊은이들은 여름을 가장 좋아하는 계절로 꼽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많은 사람들이, 특히 젊은 친구들이 여름 하면 휴가와 피서 여행을 떠올리기 때문에 여름을 좋아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 그대로 놀러 가기 때문에 신이 나서 여름을 좋아하는 건데요,

바다와 모래사장, 수영복을 입은 여성들. 뜨거운 태양. 얘기하다 보니 30대 후반을 향해 달리는 저도 신이 납니다.

남쪽 사람들은 여름휴가로 산보다는 바다를 많이 찾고 그래서 여름 노래 중에서는 바닷가, 해변 노래가 특히 많습니다.

남쪽의 유명 바다 하면 부산의 해운대, 강원도의 강릉, 속초 해수욕장 이런 곳이 생각이 나는데요, 8월 초순 휴가철이면 해변엔 모래알만큼 사람이 많습니다.

해변 노래 한번 들어보시죠. 1969년 일본 곡을 번안해서 부른 ‘키보이스’의 ‘해변으로 가요.’ 그리고 90년대 발표된 ‘쿨’의 ‘해변의 여인’입니다.

키보이스- 해변으로 가요

쿨-해변의 여인

키보이스의 노래는 70년대 유행했고 쿨의 노래는 90년대 유행을 했는데, 둘을 비교하면 70년대와 지금의 해변 풍경이 그려져 재밌습니다.

비교적 얌전하게 여름을 즐겼던 70년대와는 달리, 요즘 세대들은 쿨의 노래 가사처럼, 솔직하고 개방적으로 여름을 즐깁니다. 짧은 치마, 짧은 반바지, 소매 없는 옷은 물론이고 팬티와 브래지어만 한 것 같은 비키니 수영복도 흔합니다.

아마, 직접 보시면 청취자 여러분 중 남자들은 입을 벌리시고 다물지 못할 것이고 나이 든 분들은 쯧쯧 혀를 차실 겁니다. 그래도 이런 것이 북쪽에서 비판하듯 문란해 보이지 않고 발랄하고 젊어 보이는 것은 남쪽 사회가 그만큼 개방됐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명카드라이브- 냉면

가사가 어떻게 지나가는 지 들으셨습니까? 가사는 이렇습니다. “차가워 너무나, 속이 시려 너무나, 이빨이 너무 시려 냉면! 냉면! ”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이름은 명카 드라이브. 노래 제목이 바로 ‘냉면’입니다.

남한의 한 텔레비전 예능방송, 무한도전에서 올림픽대로 듀엣가요제를 열었는데, 거기에 나왔던 노래입니다. 가사도 재밌고 여름에 잘 맞아서 저도 올여름 자주 따라 불렀던 노래입니다.

저는 올해는 일이 많아서 결국 피서다운 피서는 가보질 못했지만 연주 초청을 받아서 제주도에는 한번 다녀올 기회가 있었습니다. 고향에서 많은 분들이 남쪽 하면 제주도에 꼭 가보고 싶어 하셨는데요, 나중에 꼭 한번 들려보실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파란 바다, 우리나라 같지 않은 열대 나무들과 채로 걸러도 걸러질 것 같지 않은 백사장의 모래. 그리고 해녀들이 바다에서 직접 따주는 멍게와 해삼을 파는 해변.

당장 가볼 수는 없어도 제주도의 정취는 전해 드릴 수 있습니다. ‘제주도의 푸른 밤’. 성시경의 목소리로 듣습니다.

제주도 푸른 밤 – 성시경

이번 주 서울은 비가 왔습니다. 아마 이 비가 지나가면 가을이 성큼 다가올 것 같습니다.

이번 여름은 저에게 쉽게 지나가지 못했습니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어떤 일들은 여름 밤 열대야처럼 찬물을 바가지로 퍼 쏟아야 할 만큼 답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못 견딜 만큼 더운 여름도 비 한 번에 시원한 가을로 변하듯,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중에서도 혹시 지금 견딜 수 없을 만큼, 뜨거운 여름 같은 시간을 지나고 계신 분 있으십니까? 아마 곧 여러분께도 선선하고 풍요로운 가을이 찾아갈 겁니다. 제가 장담하지 않아도, 여름 다음 가을이 오고 힘든 일이 지나가면 기쁜 일이 오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는 세상의 이치가 아닐까 합니다. 또 그래서 우리는 아무리 힘들어도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것이겠죠.

풍요롭고 여유로운 가을을 기다려 보면서 오늘 마지막 곡은 윤도현의 ‘가을 우체국 앞에서’로 골라봤습니다.

저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까지 진행에 김철웅, 구성에 이현주, 제작에 서울 지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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