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 스님이 당원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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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 살고 있는 20대 대학생입니다. 지난주 토요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잖아요. 저희 집은 부모님부터 모두 불교를 믿고 있는데요. 그래서 근처 절에 가서 연등도 달고 소원도 빌고 했는데요. 찾아보니까 북한에 절도 있고 스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북한에서도 석가탄신일을 기념하는 건가요?”

(음악 up & down)

부처님 오신 날은 불교에서 말하는 부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이죠. 예전에는 석가탄신일로 불렸었는데 2018년부턴 '부처님 오신 날'로 공식명칭이 변경됐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방송을 듣고 계신 북한 동포분들 중 석가탄신일을 기념해 보신 분 계신가요? 아니 그저, 석가탄신일이 뭔지 아시는 분은 있으신가요? 그럼, 정기적으로 절에 다니시는 분은요? 아마 대부분 머리를 가로젓고 있으실 겁니다.

석가모니에 의해 인도에서 창시된 불교는 삼국시대 한반도에 전해졌다고 합니다. 그 역사가 꽤 오래된 만큼 북한 지역에도 부처를 모시는 사찰, 그러니까 절들이 꽤 많이 있었습니다. 현재는 약 60여 개의 사찰이 남아있다고 하는데요. 하지만 북한에서의 사찰은 종교시설이라기 보단, 문화유산으로 취급된다고 할 수 있죠.

간혹 오늘처럼 “북한에 스님도 있고 목사도 있다고 하던데, 그럼 북한에서도 종교 생활이 가능하다는 건가요?”라는 질문을 받습니다. 한국에 3만여 명의 탈북민이 있고, 이제 북한에 대해서 꽤 많은 부분이 알려진 듯 하지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남북한이 얼마나 다른지, 그래서 이곳 남쪽 사람들 기준으로는 듣고도 이해 안 되겠구나, 새삼 느끼게 됩니다.

북한은 사실 1972년 12월 제정한 사회주의 헌법 제54조에서 '공민은 신앙의 자유와 반종교 선전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1983년 6월에 펴낸 '백과사전'에선 ‘종교는 반동적이며 비과학적인 세계관으로써 계급의식과 혁명의식을 마비시키는 아편과 같은 것'이라고 못박고 있는데요. 종교의 존재 가치를 철저히 부정하고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있는 겁니다.

현재 북한에 칠골교회, 봉수교회, 보현사, 신계사 등 교회와 절은 일반인들의 종교활동을 위한 시설이 아니죠. 이름만 종교 시설인 대외 선전용 수단으로, 외화벌이와 원조를 위한 관광 수단일 뿐이며 그 곳의 성직자들과 승려들 역시 로동당 당원들로 체제선전에 동원된 일꾼, 건물 관리인이라고 봐야 하는 겁니다.

탈북민들 중 중국에서 붙잡혀 북송된 경험이 있는 분들은 한결같이 보위부 심문과정에서 가장 무서운 두 가지 질문을 받게 됩니다. '한국 사람을 만났는가?', 그리고 '종교를 접했는가'입니다. 엄청난 죄목 두 개를 만들 질문인 거죠. 그러니까 북한은 표면상으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종교의 자유를 완전히 금지하는 전 세계 최악의 종교탄압국인 겁니다.

종교는 초인간적 세계와 관련된 신념이나 의례 등으로 구성된 문화 현상이라고 해야할 겁니다. 옛날 사람들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모두 자연에서 얻어야 했기에 동물이나 식물, 바다, 산 같은 자연의 힘을 믿고 섬겼고, 그래서 맹수에게 물리지 않고 사냥을 잘할 수 있게 해 달라거나 홍수나 가뭄이 들지 않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해 달라고 자연에 빌었다고 합니다. 어쩌면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하고 대단한 그 무엇, 신에 대한 믿음은 인간에게 잠재돼 있는 본능같은 것일 겁니다.

한국에선 올해 '부처님 오신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절을 찾아 소망을 적은 연등을 달고 간절한 소원을 빌었습니다. 아마 대부분 가족의 건강과 행복, 사랑하는 사람들의 만사형통을 빌었겠죠. 이런 행위들이 왜 금지되고 처벌받아야 하는지 참 한국에 와서 종교를 접해보니 더 북한의 행태에 화가 납니다.

불교에선 '인간은 누구나 평등한 존재이므로 생명을 함부로 대하지 말라', '욕심을 내려놓아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등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누구 한 사람의 욕심으로 인민들 전체가 고통받고 있는 북한에 꼭 전파되어야 하는 것이 바로 불교의 가르침이고, 지금 북한 사회에 꼭 필요한 것이 평화와 공존을 위한 종교의 역할이 아닐까 또 한번 생각해봅니다. 지금까지 함경북도 청진에서 온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