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있어요] 북한에서도 에어컨 사용하나요?

0:00 / 0:00

앵커 :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안녕하세요. 대구에 사는 30대 남자입니다. 저는 원래도 더위를 많이 타는 편인데, 일때문에 대구에 내려와 보니까 여긴 서울보다 더 덥더라고요. 그래서 여름엔 에어컨을 거의 끼고 살고 있는데, 올해 여름은 특히 더 덥다고 하잖아요. 북한사람들은 여름에 더위를 어떻게 이겨 내나요? 북한에도 에어컨은 있나요?”

에어컨, 그러니까 랭풍기 얘기가 나오니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올림픽 소식이 생각나는데요. 지난주 개막한 파리 올림픽에서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하면서 한여름에도 선수들이 생활하는 숙소와 경기장 등을 운행하는 셔틀버스 내부에 에어컨을 제공하지 않아 선수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영국, 캐나다 등의 일부 국가에선 자체적으로 선수들에게 에어컨을 마련해줬다고 하고요. 대한민국도 선수들을 위해 에어컨이 나오는 시원한 버스를 따로 마련했습니다. 또 탁구와 수영 선수단은 찜통 버스 때문에 올림픽 선수촌을 벗어나 경기장 인근 호텔로 숙소를 옮기기도 했고요. 하지만 아프리카의 우간다나 북한 등 가난한 나라의 경우는 에어컨이나 버스 등을 지원해줄 비용이 없어 선수들이 오로지 더위를 견뎌내야 하는 상황입니다. 국제 경기대회에서 국가 경제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나는 거죠.

사실 대한민국 사람들은 이제 에어컨 없는 여름을 상상도 하지 못합니다. 나이 많으신 어르신들 조차, 아니 저처럼 북한에서 에어컨이 뭔지도 모르고 살았던 탈북민들까지도 이제는 '옛날엔 에어컨 없이 여름을 어떻게 보냈나 몰라'라는 얘기를 하게 됩니다.

<관련기사>

[세계첨단기술과 북한의 IT] 에어컨이 인공지능을 만나다
[건강하게 삽시다] 일사병과 열사병

북한에선 옷장, 이불장, 식장 등 5장 그리고 텔레비젼수상기, 랭동기, 록음기, 선풍기 등 6기해서 5장 6기가 있으면 부자라고 말하죠. 이 기준으로 하면 여기 한국사람들은 전체, 100%가 부자입니다. 여러분들도 한국 드라마를 통해 보셨겠지만, 생활수준이 낮다고 하는 집들도 TV, 랭동기, 세탁기, 선풍기, 이 외에도 생활에 필요한 가전제품들은 대부분 다 갖추고 있거든요.

특히 여름철 무더위에 이제는 필수 생활가전제품이 된 에어컨 역시 한국에선 거의 대부분의 가정들에서 사용하고 있는데요. 물론 가정집 뿐만이 아닙니다. 모든 학교와 사무실 등 건물 실내는 어디든 에어컨이 나옵니다. 물론 승강기와 위생실조차도 겨울엔 히터 바람, 그리고 여름엔 랭풍기 바람이 나옵니다. 지하철과 버스, 그리고 밖에서 버스 기다리는 잠깐 동안을 위해서 버스정류장에도 랭풍기가 설치돼 있는 곳이 대한민국입니다. 들으시면서 안 믿어지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전부 사실입니다.

에어컨은 1902년 미국의 공학기술자 캐리어에 의해 온도와 습도 조절 장치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하는데요.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이 에어컨이 1925년 미국의 한 극장에 설치되며 영화산업의 부흥을 이끌게 되고, 미국에서는 1930년대 비행기와 자동차에도 냉방장치가 도입됐습니다. 1950년대에는 에어컨이 소형화 되면서 가정집에 보급돼 필수품으로 자리잡게 됐다고 합니다.

북한이 그렇게 따라하고 싶어하는 잘사는 나라 싱가포르의 경우, 국가 지도자였던 고 리콴유 총리는 자신이 총리가 되고 가장 먼저 한 일이 공무원들이 근무하는 건물에 에어컨을 설치한 것이었다며 싱가포르가 경제적 성공을 거두게 된 이유 중 하나로 에어컨을 꼽기도 했습니다. 열대성 기후의 나라에서 무더위를 이겨내고 일을 하는 건 어렵다고 판단했던 것이겠죠?

북한의 경우, 2년 전 평양 보통강 주택구 새집 준공 행사에서 나온 리춘희 조선중앙텔레비젼 방송원의 집에 벽걸이형 에어컨이 설치돼 있기도 했는데요. 현재 북한에서도 에어컨 사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집에 에어컨이 있어' 딱 이 한 문장만으로도 북한에선 엄청난 간부나 장사로 엄청난 돈을 번 돈주라는 증거가 됩니다.

그만큼 일반 주민들은 에어컨이 뭔지도 모른 채 살아가고 있고 집에 있는 선풍기마저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제대로 사용을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올해 이상기후로 세계 곳곳에서 높은 기온으로 인한 열사병 환자 발생과 사망사고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랭풍기 없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북한동포분들의 건강이 걱정됩니다. 부디 낮시간대 노동량이라도 줄이면서 이 더위를 무사히 넘기시길 바라면서 이만 줄이겠습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원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