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미영의 질문있어요] 북한에서 선생님으로 산다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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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모든 것의 시작은 질문!

질문을 통해 한국사회와 한국 사람들의 생각을 전합니다.

청진 출신 탈북 방송인 조미영 씨가 진행하는 ‘질문있어요’가 이어집니다.

(음악 up & down)

“안녕하세요. 서울에서 살고 있는 40대 주부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아직 어리다 보니 아이의 학교생활과 관련해서 담임 선생님과 종종 전화를 주고 받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교사 처우나 교권 하락과 관련해 보도들이 자주 나오면서 ‘학부형으로서 나는 선생님들을 어떻게 대했나’ 돌아보게 되더라고요. 혹시 북한에선 선생님들의 사회적인 지위나 권위가 어떤지 궁금합니다.”

(음악 up & down)

북한에서 대부분의 호칭은 모두 '동지' '동무'로 돼있다는 건 이미 한국 사람들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리 '동지', '동무'하는 북한에서도 '님'자를 붙일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선생님'이죠. 교사들만큼은 '선생동지', '선생동무'가 아닌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하거든요.

생각해보면, 부모의 품에서 나와 사회에서의 첫 배움을 시작하는 아이에게 선생님은 정말 큰 존재죠. 전에 누군가는 소학교 시절, '선생님도 아이를 낳는가'에 대해 친구들과 얘기하다 싸운 적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부모님 세대 분들에게 어린 시절 선생님은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사람위의 사람'으로 인식됐던 것 같습니다.

오늘 질문 주신 분은 요즘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교권 추락'과 관련해 북한의 상황은 어떤지 궁금증이 생기신 것 같습니다. 먼저 대한민국에서 교사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볼까요? 북한에선 학교 선생님을 '교원'이라고 하고, 여기 한국에선 '교사'라고 합니다.

일단 여기 한국에서 교사가 되려면 교육대학교를 졸업하거나 4년제 대학교에서 교육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선생님이 되기 위한 또 하나의 관문 '임용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주변에 보면 선생님이 되기 위해 4년을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도 임용시험에서 계속 떨어져 결국엔 선생님을 포기하는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시험이 결코 쉽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그러니까 선생님이라고 하면, 학생들을 가르칠만한 학식과 교양, 도덕적 올바름을 갖춘 지성인들이라는 인식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요즘 보도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선생님들에 대한 걱정의 마음을 갖게 할 수 밖에 없었는데요. 선생님의 꾸지람에 아이가 반성하기 보단, 오히려 선생님께 대들거나 폭언을 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발생한 겁니다. 그것도 소학교에서 말이죠.

한국은 경제뿐 아니라 사회, 문화 모든 방면에서 높은 수준의 발전을 이룩하면서 '인권', 그러니까 인간이라면 누구나 누려야 할 마땅한 권리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아동의 인권 역시 중요시 되면서 학교마다 학생에 대한 체벌 규정이 완전 금지됐습니다. 다시 말하면, 어떠한 이유로도 학생을 때릴 수 없고, 뿐만 아니라 모욕감이나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언어적 표현 역시 모두 금지된 겁니다.

개인적으로 보기엔 학생들의 일탈적인 행동에 대해 규제할 수 있는 선생님만의 권한이 거의 없어지다 보니, 학생들이 선생님 말을 듣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교권이 하락하고, 그로 인해 선생님들의 정신적인 압박 또한 커지는 것 같습니다.

오늘 질문자 분은 북한에서 선생님들의 상황은 어떤지를 물어보셨는데요. 사실을 말씀드리기가 겁나네요. 만약 대한민국의 기준으로 북한의 학교 현장과 교권에 대해 알게 된다면, 보도에서 몇날 며칠을 다뤄도 부족할 정도의 내용들이 쏟아져 나오게 될 테니까요.

북한 역시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공부를 꽤 한 인재들이 교원으로 파견되지만, 배급이나 로임으론 도저히 생활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선생님들은 일부 경제적 여유가 있는 학부모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학생, 학부모 모두 아는 공공연한 비밀로 돼 있기 때문에 선생님이 학생에게 바른 인생에 대해 얘기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에서의 교권은 ‘북한의 교육제도, 사회체제가 완전히 무너뜨려 놨다’라고 밖에 더 다른 답을 할 수가 없네요. 교육이 중요한 건 말 안 해도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교육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제도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것부터 하나하나 바로잡아주길 바래봅니다. 서울에서 청진 출신 방송인 조미영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