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 당국이 이혼 막아 살인 사건 발생
- 북한의 이혼 통제 부작용
- 집에서 아이 낳을 수밖에 없는 북한 여성들
- 북한에서 출산율 높이려면
지금 북한에서는 결혼은 안 하고, 아이는 안 낳고, 이혼은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각종 사회적 보장제도와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데요. 그렇다면 북한에선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할까요?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죠.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이혼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법적인 조치를 취하기까지 누구나 심적으로, 물질적으로 힘든 상황이죠. 그런데 북한에서는 이혼을 하고 나면 노동단련대에 수감이 된다고 합니다. 손 기자, 아니 무슨 죄를 지은 것도 아닌데 이혼한 부부를 노동단련대에 보내는 명분이 대체 뭡니까?
손혜민 기자: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체제 근간이 무너지는 위기에 대응하는 겁니다. 이혼의 성격을 개인의 단순 심적, 물적 사유로 보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이혼한 부부보다 이혼할 부부가 더 많기 때문에 처벌 강도를 높인 건데요. 인민재판소에서 이혼이 판결된 부부를 즉시 노동단련대에 수감하고 있는 이례적인 현상을 이해하자면 북한의 가족제도 배경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해방 후 수립된 북한의 가족제도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한 유물론적 인식론에 토대하고 있습니다. 역사의 발전은 관념적 정신이 아니라 생존에 필요한 재화이므로 재화를 생산하는 생산수단의 소유권을 국가가 소유하고, 사회적 평등과 공공의 이익이 담보되는 사회주의를 건설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생산'의 의미는 재화를 생산하는 도구의 생산과 노동력, 즉 인구를 생산하는 경제단위로서의 가족을 말합니다.
따라서 북한의 가족법 제1조에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가족법은 사회주의적 결혼, 가족제도를 공고 발전시켜 온 사회를 화목하고 단합된 사회주의 대가정으로 되게 하는데 이바지한다"로 명시하고 가족을 생산단위로서 중시합니다. 국가는 아내와 자식이 일용할 양식을 세대주로 호명되는 남편을 통하여 배급했기 때문에 사회주의 대가정이 유지되었지만, 배급제가 무너지고 장마당이 확산되자 여성들이 가장 먼저 수령 중심 가부장제 사회에 '이혼'의 방식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겁니다.
진행자: 결국 개인도 체제를 위한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얘기인데요. 아무리 그래도 이혼한 사람들을 죄인 취급하는 게 이해가 안 가지만, 상대방이 바람을 피우거나 폭력을 행사해서 참다 참다 어쩔 수 없이 이혼을 신청한 사람에게 처벌이 더 세다는 게 전혀 납득이 가지 않거든요. 북한 주민들의 불만은 없는 겁니까?
손혜민 기자: 불만이 있는 정도가 아니라 폭발하기 직전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민심을 북한 당국도 모르는 건 아닙니다. 이혼 통제가 민심 이반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건 90년대 말부터가 아닐까 싶습니다. 식량배급은 해결하지 않고 사회주의 사회에서 이혼 부부가 있을 수 없다며 공권력으로 이혼을 막으니 평안남도에서는 살인사건도 발생했었거든요. 그 뿐 아닙니다. 이혼이 안 되니 가출하는 여성들이 많아져 길거리에는 고아 아닌 고아들이 방황했으니까요.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해서인지 모르겠지만, 2000년대 들어 당국은 이혼 사유가 성립되는 부부는 이혼시켜 주라는 내부적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혼 사유로는 불임과 외도 등이었습니다. 폭행도 있었지만, 남편에게 아내가 한두 번 폭력 당한 것은 이혼 사유로 되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던 친구가 기억납니다. 하지만 2006년경부터 장마당 확산을 억제하면서 이혼은 다시 통제됩니다.
이혼을 원하는 건 아무래도 여성이 많습니다. 한국 통일부가 2024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김정은 시대 탈북한 2,43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혼 경험이 있는 여성은 28.7%, 남성은 15.2%로 여성의 비율이 높았습니다. 그 배경에는 당국이 고착시킨 성역할 구조가 문제입니다. 식량배급은 주지 않으면서 남성들인 공장 노동자들을 여전히 국영 노력으로 종속시켜 아내가 장사할 때 가사노동을 돕지 못하니 부부의 갈등이 일어나는 겁니다.
특히 2020년부터 코로나 봉쇄로 장마당 장사가 원천 봉쇄되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되었겠나요. 부부의 갈등이 더 심각해졌고, 이혼율은 배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당국은 2021년 이혼하는 부부 중 이혼을 먼저 신청한 사람을 노동단련대에 수감하여 처벌하도록 조치했습니다. 주민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었죠. 솔직히 부부의 갈등을 조장한 원인 제공자가 당국 아닙니까. 그래도 이혼이 계속 증가하자 올해부터는 이혼을 신청한 사람은 노동단련대 6개월, 이혼을 당한 사람은 1~3개월 노동단련대 처벌을, 간부의 경우에는 출당 철직의 처벌을 준 겁니다.
진행자: 이혼이라는 게 하고 싶어 하는 게 아닌데, 이걸 처벌로 통제한다는 게 참 북한스럽습니다. 손 기자 기사에서 소식통이 짚은 것처럼 이혼을 통제하려 드는 것은 부작용만 낳을 것 같은데요. 북한에서 이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손혜민 기자: 며칠 전 평안북도 주민과 통화하다가 놀랐습니다. '지금은 시집 갔다 오는 게 장마당에서 두부 사러 갔다 오는 것보다 더 빠르다'고 하더라고요. 당국의 어떤 처벌에도 이혼이 증가한다는 말인데요. 이혼하려면 뇌물이 많이 드니 애초에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많습니다. 그러니 저출산 문제 또한 부각되는데, 북한에서의 저출산 문제는 한국에서의 저출산 문제와 근본이 다릅니다.
한국처럼 신혼부부 특별공급이라는 복지제도가 북한에도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복지제도는 고사하고 먹고 사는 생계가 해결되지 않으니 결혼 자체가 공포로 다가오고, 가정이 삶의 짐이라고 생각하는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겁니다. 이 문제 해결은 간단합니다. 김정은 정부가 핵과 미사일 개발에 투자하는 외화의 일부라도 민생에 투자한다면 가정의 삶이 안정되므로 부부의 갈등은 자연히 사라져 건강한 사회가 될 것으로 평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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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결혼과 이혼, 출산 모두 연결된 문제죠. 손 기자 말대로 민생 투자만 해도 괜찮을 텐데, 북한 당국은 이혼을 막으려는 정책뿐 아니라 출산 장려 정책도 헛다리를 짚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총비서의 출산 장려 정책에 맞춰 북한 양강도 당국은 혜산산원 현대화를 추진하면서 보육기, 그러니까 인큐베이터를 늘릴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문 기자, 현지 의사들이 보육기 교체가 실정에 맞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 자세히 좀 짚어 주시죠.
문성휘 기자: 네, 남한도 마찬가지지만 북한 역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북부 산간지대인 양강도 역시 도에 하나뿐인 혜산산원을 현대화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입니다. 혜산산원은 독립적인 건물이 아니고, 조선중앙은행 양강도 은행분점이 위치해 있는 5층짜리 건물의 2~3층을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건물 자체가 많이 낡고 외형도 상당히 지저분하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인데요.
여기다 한 건물에 여러 기관들이 자리하고 있어 건물 외부까지 현대화 하려면 돈이 너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건물의 외형은 바꾸지 못하고 내부만 현대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하는데요. 문제는 내부 현대화도 자금 사정으로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혜산산원은 올 한 해 동안 출입문과 창문, 책상을 비롯해 나무로 교체할 수 있는 구조물과 집기들은 자체의 힘으로 모두 교체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린이 보육기와 산모들을 위한 입원실 침대, 태아 검사를 위한 초음파 설비들은 자금난으로 교체하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혜산산원의 현대화를 주도하고 있는 양강도당은 낡은 보육기 9대를 전부 폐기하고 상해의료기기공장에서 제작한 보육기 20대를 새로 도입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여기에 필요한 자금만 6만 달러라고 합니다. 양강도의 수준에서 6만 달러는 정말 쉽지 않은 큰돈이라고 하고요. 산모들을 위한 침대까지 모두 교체하려면 10만달러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얘기입니다. 문제는 낡은 보육기를 새로운 보육기로 교체한다는 계획을 놓고 양강도의 의사들은 '산원에 보육기가 왜 필요하냐?'는 입장이라는 거죠.
현재 양강도는 주민지구에 저녁 6시부터 8시까지, 아침 6시부터 8시까지만 제한적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공공시설과 공장기업소들에 겨우 전기를 공급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전기를 공급받는 공장, 기업소들도 시도 때도 없는 정전에 시달리고 있다고 하고요. 때문에 보육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갑작스러운 정전이 발생할 경우 보육기에 의존하던 아기는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다는 거죠. 사용도 못할 보육기를 왜 숱한 돈을 주고 도입하냐는 게 혜산산원 현대화를 둘러싼 양강도 의사들과 주민들의 불만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그야말로 쓸데없는 보여주기 행정의 전형이네요. 이에 더해 문 기자 기사를 보면 여름에는 선풍기가 없어 힘들고, 겨울에는 땔감이 없어 산원을 아예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셨는데요. 그럼 현재 북한의 산모들은 주로 의사의 도움 없이 집에서 출산하고 있는 겁니까?
문성휘 기자: 네, 평양에서는 임신한 여성들이 병원 산부인과나 산원을 이용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방에서 임신한 여성들은 여름철 정말 생명이 위급할 때에나 병원 산부인과나 산원을 이용하지, 대부분 집에서 출산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이 있고, 권세가 있는 집안의 여성들은 집에서 해산을 할 때 병원이나 산원의 의사들을 부른다고 합니다. 의사들이 개인집을 방문해 해산 방조를 하는 일은 개인 돈벌이를 위한 불법입니다.
자칫 해산 방조를 잘못해 산모나 태아가 사망할 경우 의사들은 최고 징역 3년까지의 처벌을 받을 수 있어 해산 방조 비용이 매우 비싸다고 하고요. 때문에 가난한 사람들은 가정에 출산을 앞둔 여성이 있다고 해도 의사를 부를 엄두도 내지 못합니다. 대개는 가족들 중에 나이가 많고 아이를 낳은 경험이 있는 여성이 해산 방조를 하는데요. 출산 과정 중에 산모나 태아가 사망을 해도 하늘이 정해준 운명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성들이 이렇게 병원 산부인과나 산원을 기피하게 된 이유가 열악한 의료 환경 때문인데요. 양강도에 하나뿐인 혜산산원만 놓고 보더라도 요즘 같은 겨울철에는 땔감이 없어 난방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난방을 보장하지 못하니 산원을 운영하지 못한다는 거죠. 그러니 임신한 여성들은 집에서 출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여름철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의 도 종합병원이나 산원들은 냉방기(에어컨)는 물론 선풍기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여름철엔 자칫 산모나 아기들이 더위를 못 이겨 생명을 잃을 수도 있다는 거죠. 그러니까 병원의 산부인과나 산원을 기피할 수밖에 없는 것이 북한의 여성들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얼마 전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의 합계출산율은 1.60명이었죠. 한국의 0.72명보다 0.88명 더 많긴 했습니다만 북한도 결코 높은 수치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미 김정은 총비서도 2021년 전원회의에서 '개선된 양육 조건을 지어주는 게 당과 국가의 최중대 정책이고 최고의 숙원'이라는 말까지 하면서 출산과 육아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북한 젊은이들의 결혼과 출산 기피 현상은 날로 늘고 있는 상황입니다. 북한 당국이 놓치고 있는 게 뭘까요?
문성휘 기자: 북한도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은 각 도 소재지들에 육아원과 애육원, 중등학원을 새로 짓고 부모 없는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2017년부터는 각 도에 젖소 목장과 염소목장을 짓고 탁아소와 유치원 어린이들에게 우유를 먹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요.
특히 지난해 '전국 어머니 대회' 이후 북한은 두 명 이상의 자식을 가져야 국가 기관의 일반 간부로 등용할 수 있다는 새로운 기준을 내놓았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렇게 출산장려 정책에 만전을 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출산율은 올라가지 않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출산 환경이 부실한데 그 원인이 있고요. 어린이들을 키우는데 너무도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결혼한 사람들이 아이를 많이 낳으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어린이 우유 공급을 자랑하고 있어도 실제 우유를 공급받으려면 도 소재지에서 살아야 하고요. 읍이나 리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우유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도 소재지에서 태어난 어린이들에게 하루 200ml의 우유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이것도 여름철 잠깐이지, 가을부터 다음해 봄까지는 우유 공급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말하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대책은 아주 간단합니다. 먹을 것이 풍족하면 아이를 많이 낳는다는 거죠. 주민들이 해마다 식량난으로 허덕이다 보니 가난한 집안의 아기들 역시 영양실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밥술을 꽤나 뜬다는 사람들도 어린이를 부양하려면 너무도 비용이 많이 들어 출산을 꺼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주민들의 식량난, 먹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면 북한의 출산율은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소식통들이 전하는 북한의 현실입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