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장군님 초상화보다 돼지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22.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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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북한은] 장군님 초상화보다 돼지 북한 조선중앙TV가 노동당의 코로나19 관련 방역 정책을 선전하면서 지난 5월 14일 기준 국가비상방역사령부 통계자료를 노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당시 누적 사망자 42명 가운데 1명은 군인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조선중앙TV 화면]
Photo: RFA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북한은 코로나 방역이 성공적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은 코로나 사망률이 당국의 발표보다 높은 것으로 느끼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열병식에 참가했다가 코로나 비루스에 감염돼 사망한 군인들의 가족이 유골과 함께 전사증을 전달받았는데 가족들의 분노가 큰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지난주 내린 큰물 피해 소식도 알아봅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은 김지은, 손혜민 기자와 함께합니다. 안녕하세요.

 

북한의 코로나 확산세는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코로나 환자와 사망자의 발생 규모는 알려진 것보다 더 많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지은 기자, 일반 주민들은 북한의 코로나 사망률을 어느 정도라고 짐작하고 있을까요. 특히 보도에서 새로 생긴 묘지의 숫자를 보고 인명피해를 실감한다고 보도하셨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김지은 기자 : ,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북한 일반 주민들은 코로나로 인한 사망률이 북한 당국의 발표보다는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코로나 발생 후 북한 내부 사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내부적으로 식량난과 코로나 확산이라는 이중 악재가 겹친 상황인데요. 특히 주민들은 생계 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았기에 이런 상황을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북한 사회의 특성상 주변에서 코로나에 감염돼 치료도 받지 못하고 사망하거나 굶주림에 지쳐 사망하는 사람들이 많아도 주민들이 그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주민들은 여느 때보다 크게 늘어난 공동묘지의 새 묘의 숫자를 보고 사망률을 추정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함경북도 소식통이 6월 말 전해 온 바로는 청진시의 경우 공동묘지들에 풀이 돋지 않은 맨흙으로 된 새 묘지가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정산동 뒷산에서 그 옆의 산까지 이어지는 공동묘지인데요. 이 공동묘지에 새로 생긴 묘가 200 여기에 달한다고 전했습니다.

 

또 평안북도 소식통도 비슷한 상황을 전해왔습니다. 평안북도 회창군 공동묘지의 경우, 보통 1년 동안 100기 정도의 묘지가 새로 생기는데 올해는 반년 만에 150기가 새로 생겼다고 합니다. 즉 사망자가 반년 만에 한 해 평균의 1.5배를 웃돌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김기자, 그렇다고 해도 새로 생긴 묘를 모두 코로나 사망자로 보기엔 무리가 있지 않을까요?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새 묘를 전부 코로나 사망자다, 아니다 확정 짓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새로운 묘들이 북한 당국이 코로나 환자의 발생을 확인한 시점을 전후해 생겼다는 겁니다.

 

올해 초에 생겨난 묘지라면 한여름이 되는 지금까지 몇 달 동안 잡초라도 자랐을 텐데 그마저 없이 흙으로만 된 묘지는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하게 합니다. 또 잡초도 자라지 않은 새로 생긴 묘에는 대부분 잔디도 입히지 않아, 흙이 그대로 보이는 정황으로 볼 때 사망한 사람의 어려운 처지를 그대로 엿볼 수 있겠습니다. 주민들은 돈도 없고 가난한 주민이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했거나 코로나 봉쇄로 악화된 식량사정으로 사망했다고 추정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확산의 시발점이 된 게 열병식이죠. 열병식 참가 군인 사망 소식도 들어와 있습니다. 손혜민 기자, 코로나 감염으로 격리 치료 중 사망한 군인들을 화장해 유골함을 가족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사망자는 어떤 군인들이고 또 사망 규모는 어느 정도로 알려졌나요?

 

손혜민 기자 : 보도에서 다뤄진 사망한 군인들은 평양에 주재하는 김정일군정대학, 김일성군사종합대학 등에서 선발되어 열병식에 참가했던 대학생 등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당 대학들은 평양 만경대구역 금성동에 자리하고 있는데요. 북한에서는 군사교육의 최고 전당으로써 군사 지휘관을 양성하는 곳입니다.

 

열병식에는 이들 대학마다 300명의 군인이 선발됐고 이중 코로나에 감염돼 사망자가 발생한 것입니다.

 

코로나 확산 징조가 있을 때 대책을 세웠어도 집단 사망까지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인데요. 소식통은 열병식 3개월 전인 1, 즉 열병식 관통훈련(종합훈련)을 시작할 때부터 코로나 감염자가 나타났다고 전했는데요. 이 시기에는 훈련을 위해 열병식 참가자 10만여 명이 평양 외곽에 모여 야외천막에서 집단적으로 숙식하고 있었습니다.

 

고열 환자들은 훈련이 본격화되던 4월 초부터 편대마다 나타나기 시작했고, 이에 당국은 고열 환자들을 열병식 대열 명단에서 제외했을 뿐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4 25일 열병식 행사가 진행됐고, 이후 고열 환자는 수백 명에 달했다고 하는데요. 이들 중에는 중증 환자가 절반 이상이었고 정확한 사망 숫자는 현재 확인되지 않지만, 중증환자가 대부분 사망했다는 소식통의 설명으로 보아 사망자는 100명 이상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사망한 군인들이 군사대학 재학 중이었다는 건 상당히 젊은 나이였다는 건데요. 조국을 위한 일이라고 해도 부모들의 원망이 컸을 것 같은데, 이번 일을 조용히, 비밀리에 처리한 이유가 궁금하고요. 사망한 군인들의 유족들에게는 유골함과 함께 ‘전사증’이라는 게 전달됐다고 보도했는데, 사실 전사증은 유명무실하지 않습니까, 다른 보상은 없었나요?

 

손혜민 기자 : 전사증 외에는 아무런 보상이 없는 것도 문제지만 열병식 참가자들에게 전사증을 수여한 배경과 그들의 사망의 책임을 누가 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일부에서는 문제를 제기한다고 합니다. 전사증의 의미는 전쟁과 전투 훈련에서 목숨을 바친 군인들에게 국가에서 수여하는 명예 증서이죠.

 

그런데 열병식은 1호 행사로 진행되지 않았습니까. 명칭은 조선인민군창건 90주년 기념이었으나 본질적으로는 김일성 생일 110주년과 김정은 집권 10주년을 맞으며 민심 결집을 꾀한 정치적 행사였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 당국이 조직한 정치적 행사가 코로나 감염 근원지가 되어 억울하게 사망한 거죠. 책임을 누가 져야 하겠습니까. 북한이 전사증 수여를 유가족들에게 비밀리에 한 것도 이러한 이유로 보입니다.

 

코로나 방역을 국가비상방역으로 선포해 놓고 대규모의 열병식은 왜 강행했을까요. 코로나에 확진된 대학생들이 치료를 제때 받았어도 사망까지는 안 갔을 수 있는데 미래가 창창한 청년들이 사망했으니, 부모의 마음이 어떻겠습니까. 분통이 터지죠. 더더욱 전사증의 가치는 휴지장에 불과하니 앞으로 민심 악화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자녀를 잃은 가족들의 슬픔을 누가 짐작할 수 있겠습니까. 더는 이런 안타까운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얼마 전 가뭄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전했는데 이번에 큰물 피해가 문제입니다. 지난주 남한도 하늘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졌는데요. 북한도 비가 많이 왔죠. 이런 와중에 당국이 주민들을 탈북 방지용 국경 장벽 공사에 동원했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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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2년 홍수 피해를 입은 북한 평안남도 안주시에서 주민들이 물에 잠겨 오도가도 못하는 돼지들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지은 기자 : , 그렇습니다. 북한도 장마철 폭우가 심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며칠 동안 계속 비가 퍼부어 강물이 불어나고 밭이 물에 잠기는 등 큰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는데요.

 

이런 와중에 북한 당국이 주민들을 국경을 막기 위한 장벽 공사에 쓸 막돌과 자갈 채취에 내몰고 있어 여론이 악화되고 있습니다. 가물면 가물다고 동원, 장마가 지면 장마진다고 동원, 동원의 연속인 북한에서 이번에는 산사태가 난 현장에서 막돌과 자갈까지 채취하게 한다는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데요.

 

북한 당국은 국경의 전 구간 철책을 보강하고 탈북이 잦은 구간에는 2미터 높이의 콘크리트 장벽을 세우는 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그러나 그동안 코로나 사태로 주민들을 압록강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면서 강변에서 채취하던 자갈을 해결할 도리가 없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장맛비에 양강도에서 산탁이 무너지는 일(산사태)이 발생했고 그 현장에 주민들을 동원해 장벽 공사에 쓸 자갈을 채취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당국으로서는 무너진 산을 정비하고 끊어진 도로를 회복하는 일보다 주민들의 탈북을 차단하는 것이 더 시급한 문제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는 더욱 열악해진 내부 사정에 그냥 앉아서 굶어 죽느니 탈출하겠다는 주민들이 늘어난다는 방증이라고 이해되는 대목입니다.

 

그렇군요. 그리고 큰물 피해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북한 뉴스에서 자주 나오던 소식이 어디 사는 누가, 불어나는 물 속에서도 장군님 사진을 먼저 구했다는 식의 보도였는데요. 요즘은 어떤가요?

 

김지은 기자 : 북한에서 장마철 자연재해가 발생하면 그에 맞춰 당국의 강연 제강이 주민들에게 전달되곤 하는데요. 하지만 그러한 선전 자료와 현장의 실태는 정반대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제는 강연 제강을 사실로 받아들이는 주민이 별로 없다고 보면 됩니다.

 

지난 2015년 라선시의 사례를 전해보겠습니다. 당시 라선시에 큰물 피해로 아파트가 무너지고, 길이 끊어지고, 강둑이 무너지며 많은 주민들이 사망했는데 이때에도 북한 당국은 주민들의 여론을 무마시키기 위해 강연을 벌였습니다. 내용은 한 20대의 여성이 갑자기 불어난 물에 자신의 몸을 피하지 않고 김일성, 김정일의 초상화를 건지기 위해 시간을 지체하다가 사망하게 되었는데 그의 품속에 물이 스며들지 않게 포장한 김 씨 부자의 초상화가 안겨져 있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라선시 주민들과 청진시 주민들, 라선피해 복구를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10만여 명의 군인, 돌격대원들은 당국의 황당한 선전에 할 말을 잃었답니다.  

 

당시 이들이 무너진 잔해를 들추거나 토사에 깔려 숨진 주민들의 시신을 수습하면서 목격한 것이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위험한 상황에서 피신하면서 모아둔 돈뭉치를 싸서 허리에 차고 있는 채로 사망해 발견됐다는 것입니다.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나 현재 주민들은 위급할 때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것은 당도, 수령도 아닌 돈이라고 생각한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북한 당국은 있지도 않은 사실을 만들어 사람의 죽음마저 김 씨 우상화에 이용해 온 것입니다.

 

손혜민 기자 : 기존 배급제 세대와 지금 장마당 세대는 정신세계가 다릅니다. 국가공급으로 살아갈 때는 주민이나 학생이나 자기 집이 물에 잠기거나 화재가 나면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부터 안고 나왔습니다. 그게 인간의 도리인 줄 알았거든요. 저도 고등중학교 시절에 큰비가 내리면 학교 입상화가 걱정되어 뛰어나갔으니까요. 그러나 지금은 다릅니다.

 

지난주, 평안남도에도 큰비가 내렸는데요. 은산군을 본다면 지대가 높은 마을에는 큰물 피해가 없었으나 지대가 낮은 원토장 마을 주택들은 물에 잠겼다고 합니다. 저지대 마을은 3시간 폭우가 쏟아지면 가산이 물에 잠기는 건 순간입니다.    

 

쓰나미처럼 물살이 집안으로 들어오면 주민들은 가장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부터 안고 나옵니다. 주민들이 뭐부터 안고 나왔을까요. 뜻밖에도 돼지라고 해서 놀랐습니다. 1년 식량을 마련하려고 부엌 마루 밑에서 애지중지 기르던 돼지부터 구하려고 집안 식구들을 동원해 돼지를 소중히 안고 뛰어나왔다는 현지 소식통의 설명에 저도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당연한 거 아니겠어요. 사람들도 이제는 초상화가 밥을 먹여주는 건 아님을 알고 있는 겁니다. 수령 신격화는 옛말이 된 거죠.

 

주목되는 것은 물에 잠긴 살림집에 걸려있는 초상화는 장마가 끝날 때까지 빗물에 잠겨 있는데요. 장마가 끝나면 초상화 교체 작업이 당적 사업으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새로운 초상화로 교체해주는 거죠. 원래 초상화는 빗물로 얼럭얼럭해져서 오손된 것인데, 기존 같으면 사상범으로 몰았겠지만 이런 것까지 문제를 세우면 북한 주민 모두 사상범이 될 것이고, 그러면 민심 이반이 일어나니 당국의 대응도 달라진 겁니다.

 

우상화의 상징인 김부자 초상화가 장맛비에 버려지는 현실 자체가 민심 이반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런데 일부 주민들은 장맛비를 양식에 이용한다면서요?

 

손혜민 기자 : 생존에 대처하는 주민들의 지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장마철을 이용해 미꾸라지 양식장을 조성한다고 하는데요. 집 마당에 네모난 웅덩이를 파고 거기에 장마로 쏟아지는 빗물을 받는 겁니다.

 

빗물이 채워진 웅덩이를 2주 정도 놓아두면 밑바닥에 감탕이 생긴다고 하는데요. 그 감탕이 미꾸라지 양식에 자연산 재료로 사용된다는 겁니다. 나중에 양식장 물은 펌프 수도로 지하수를 끌어올려 주기적으로 교체해주지만, 초기에는 빗물을 사용해야 자연 감탕 속에서 새끼 미꾸라지가 생식하는 데 유리하다는 것을 주민들이 터득한 거죠.

 

양식장에 감탕이 생기면 새끼 미꾸라지는 논두렁에서 직접 잡아서 넣거나 장마당에서 구입한다고 합니다. 미꾸라지는 번식이 빨라서 3개월만 지나면 장마당에 판매해, 식량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하는데요.

 

돼지고기나 개고기보다 가격이 눅고 영양가가 높아 여름철에도 수요가 많지만 겨울철에는 가격도 올라가는 미꾸라지 양식은 개인들의 생계 수단으로 인기가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자력갱생이 지금의 북한 사회를 살아가는데 가장 큰 지혜이자 유일한 방법인 것 같네요. 하지만 늘 자력갱생을 외치는 북한당국은 도움을 주기보다는 주민들의 삶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인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는 구호에만 머물지 않는 정책을 북한 당국도 찾아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손 기자, 김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예진, 제작에 서울 지국이었습니다.

 

손혜민, 김지은, 이현주, 에디터 오중석,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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