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북 무역간부들이 트럼프 당선 반기는 이유
2024.11.14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북 당국, 간부들에게 ‘트럼프 등장에 어떤 기대도 말라’
-트럼프 당선에 대한 북 간부, 무역일군, 주민들 입장 달라
-돌아온 트럼프를 대하는 김정은의 자세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북한의 언론은 잠잠합니다. 하지만 간부들에겐 미 대선과 관련해 따로 당국의 지시사항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당국의 지시사항과는 별개로 북한에서도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트럼프 당선 소식, 하지만 받아들이는 방식은 계층마다, 직업마다 다 다른 것 같습니다.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죠.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북한 당국이 이번에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고위 간부들에게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통보했다고 하는데요. 문성휘 기자, 북한 당국이 고위 간부들에게 주문하고 싶었던 건 뭘까요?
문성휘 기자: 네, 일단 북한이 미국 대통령 선거를 지방의 고위간부들에게 이토록 신속히 공개한 사례는 없었다고 합니다. 북한 노동당 정치국은 12월 2일, 도당 비서급 간부들을 불러 놓고 특별화상회의로 곧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대통령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내용까지 공개했다고 하는데요.
또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선거 결과가 확정된 다음날인 12월 8일에 노동당 정치국은 다시 도당 비서급 간부들을 불러 놓고 특별화상회의로 선거 결과를 통보했다고 합니다. 이날 특별화상회의는 단순히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통보하자는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는데요. 이날 화상회의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향후 국제정세”라는 제목으로 진행되었다고 합니다.
회의에서 강연 진행자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으로 앞으로 국제정세가 매우 복잡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예측을 했고, 더불어 “우리 공화국(북한)에 대한 미국의 간섭과 전쟁 책동도 더욱 노골화되고, 악랄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고 합니다. 이날 특별화상회의를 통해 북한 당국이 지방의 고위간부들에게 말하고자 한 내용은 분명합니다. ‘앞으로 김정은에게 어떤 시련이 닥치든 핵을 흥정거리로 삼는 회담은 없을 것이다, 트럼프에게 우리는 그 무엇도 기대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방의 간부들에게 던진 분명한 입장입니다. 따라서 지방의 간부들에게 “트럼프의 등장에 어떤 기대도 가지지 말라”,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거죠.
진행자: 2019년,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총비서와 트럼프가 이미 만난 적이 있고, 이에 대해 보도가 돼서 북한 주민들 속에서도 트럼프는 잘 알려졌을 것 같은데요. 북한에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문성휘 기자: 북한에 알려진 트럼프의 이미지는 아주 간단합니다. “김정은을 손바닥 안에서 가지고 노는 사람이다. 아주 대단한 사람이고, 무서운 사람이다” 이겁니다. 하노이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 외부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들이 많이 있습니다. 2019년 2월,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한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은 몹시 들뜬 기분이었다고 합니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이미 전해인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담판을 가졌습니다.
그 결과 “상호 신뢰 구축에 기초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내용의 “6.12 공동성명”까지 발표되었으니 김정은의 기분이 들뜰 만도 했죠. 문제는 김정은에게 있었습니다. 상호신뢰 구축이라고 했으면 신뢰가 갈 만한 비핵화 자료를 가지고 하노이 정상회담에 임했어야 했습니다. 그런데 반쪽짜리도 아니고 외부에 잘 알려진 영변원자로만 달랑 들고 트럼프 앞에 나타난 거죠. 미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고해상도 정찰위성으로 분강과 구성, 남포와 평산의 핵시설들을 손금 보듯 감시하고 있는데 애초에 감추려 했던 짓이 어리석었죠.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하노이 회담 후 북한으로 돌아가 주민들 앞에서 요란하게 큰소리를 칠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하노이 정상회담 북한측 일행들 중엔 ‘4.15 문학창작단’ 유명 작가들과 ‘만수대예술단’의 이름난 연출가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하노이 회담을 정상적으로 마치게 되면 북한에 돌아가 “미국이 무릎을 끓었다”고 연극까지 만들어 선전하려고 했다는 거죠. 그랬던 김정은이 결국 트럼프에게 쫓겨나는 신세가 되고 말았던 겁니다. 당시 북한의 언론들은 시간을 다투며 회담 소식을 보도했고 주민들도 희망을 가지고 언론을 주시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관련 보도가 중단되었다고 합니다. 뭔가 잘못되었다 싶었죠. 눈치 빠른 북한 주민들은 ‘트럼프가 김정은을 가지고 놀았구나!’느꼈고요. 이게 당시를 경험한 북한 주민들, 간부들과 지식인들의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트럼프를 참 대단하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진행자: 해외에서 일하는 북한의 무역간부들은 이번에 트럼프 당선 소식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고 하는데요. 일반 주민들과는 또 다른 입장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손혜민 기자, 무역일군들은 트럼프가 재집권한 것에 대해서 어떻게 평가하고 있습니까?
손혜민 기자: 한국 시간으로 저녁 8시 정도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고 하는데요. 여기에 대해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습니다. 일단 북한에서 트럼프는 미합중국 대통령으로 잘 알려졌는데요. 싱가포르와 하노이에서 미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던 당시 북한 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트럼프에 대해 대서특필로 보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북한에서는 트럼프에 대한 일화까지 나돌 정도였는데요. 부동산 장사로 큰돈을 벌어 성공한 남자라고요. 이 말은 경제를 잘 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트럼프가 다시 미국 대통령으로 재집권하게 된 선거 결과에 반기는 간부들도 있었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생각은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는 열쇠가 미국에게 있다고 보는데요. 김정은과 트럼프가 다시 만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겠냐는 주장도 나왔다고 합니다. 특히 트럼프의 선거 공약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끝내겠다고 한 것을 상기하기도 했다는데요. 이 전쟁이 끝나면 북러 관계 밀착으로 경색되어 있는 북중 관계가 완화될 것이고, 그러면 북중 간 수출입 무역이 코로나 이전처럼 활성화될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하지만 지난 12일 북한이 ‘지난 6월 19일 평양에서 체결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러시아 연방 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정령으로 비준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 무역간부들 속에서는 트럼프가 재집권하여도 북러 간 체결된 전쟁 관련 조항들 때문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어서 북중 간 무역은 더 어려울 것이라는 반응도 나왔습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최고지도자가 더 관심을 갖는 것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오래 가길 바란다는 것인데요. 그래야 북한군 파병으로 러시아로부터 핵과 인공위성 등 군사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에게는 인민경제보다 체제 안전에 필요한 군사무기 개발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 북한은 명목상 핵강국은 될 지 몰라도 인민경제 회복은 어렵기 때문에 주민들의 생계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내년이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는데,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중국에 주재한 북한 무역간부들은 그래도 트럼프의 강기라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결속할 수 있다며, 최고지도자의 잘못된 행태를 종결해주기를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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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그런데 손 기자, 이번에 중국 주재 무역 간부들이 미국 선거 투표 결과를 한국 방송을 통해 보면서 많이들 놀랐다고요? 이유가 뭐였을까요?
손혜민 기자: 네, 투표 과정부터 보았다고 하는데요. 중국에 주재한 북한 무역간부들은 북한 내에서 들여보내라는 각종 물자를 확보해야 하는데요. 이때 사무실에 설치된 인터넷이 가능한 컴퓨터를 통해 물자 가격을 비교한 이후 해당 업자에게 주문해야 하므로 세계 소식을 볼 수 있습니다. 또 중국 손전화를 사용하고 있어 이동하면서도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을 볼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미 대선 결과에 관심이 컸다는 것입니다.
특히 북한 무역간부들이 미 대선 과정을 본 매체가 한국 방송이라고 해서 놀랐는데요. 실제로 한국 방송에서는 미국 대선이 진행되는 과정을 공화당은 빨간 색으로, 민주당은 파란색으로 표시하면서 실시간 어디에서 투표가 진전되는지 미국의 주별 지도를 첨단 기술이 활용된 표로 보여주면서 보도했습니다. 그러니 북한 무역간부들이 한국의 방송 기술에 감탄했다는 것인데요.
특히 미국 시민들이 선거 날 아침부터 자유로운 복장으로 길게 줄을 서서 자발적으로 대통령 선거에 참가하는 모습에 인상적이었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북한과 다른 민주선거제도를 본 것입니다. 북한은 선거만 다가오면 주민들에게 한복이나 정장을 행사복으로 입도록 하고 아침부터 수령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100% 찬성 투표하도록 강제하지 않습니까.
진행자: 그렇죠. 선거 문화부터 큰 차이가 나죠. 문 기자가 전한 소식통의 얘기에 따르면 트럼프를 반기는 해외 무역간부들과는 달리 북한 내 간부나 지식인들은 미북 관계 정상화나 비핵화 회담을 원하지 않고 있습니다. 문 기자, 북한 고위 간부나 지식인들은 트럼프가 북한 체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까?
문성휘 기자: 하노이 정상회담이 실패한 뒤 김정은은 통역원으로 동행했던 통일전선부 실장 김성혜를 비롯해 평양과 지방에서 수많은 간부들을 숙청했습니다. 평양과 지방의 간부들은 두 달 연속으로 사상학습과 사상검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런 아픈 과거가 있어서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은 회담을 원치 않는다는 거죠. 북한 주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회담을 위해 김정은이 평양을 출발할 때부터 환영행사에 동원돼야 했고, 김정은이 평양을 비운 기간에는 전국이 비상경비태세로 들어가 엄청난 불편을 겪어야 했습니다.
돌아올 때에도 김정은을 태운 열차가 새벽 3시에 평양에 도착했는데 주민들은 밤잠도 설치고 환영행사에 끌려 나가야 했습니다. 그러니 주민들은 그런 과거를 다시 되풀이하고 싶지 않다는 것입니다. 차라리 전쟁이라도 해서 확실한 결판을 내든지, 아니면 완전히 성공적인 회담을 만들든지,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 주민들이 트럼프에게 바라는 건 확실한 결과입니다. 북한의 간부들과 지식인들, 주민들이 김씨 일가에 느끼는 피로감은 절정에 이르고 있습니다.
진행자: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기간 ‘김정은이 자신을 그리워할 거다, 북한과 좋은 관계로 지내고 싶다’ 등의 말을 해왔습니다. 앞으로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하노이 정상회담 때와는 또 상황이 많이 달라졌죠. 트럼프 당선인은 더 위험한 김정은 총비서를 만나게 될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두 기자님은 다시 돌아온 트럼프를 김정은이 어떻게 상대할 것으로 보십니까?
손혜민 기자: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북한이 지난 10월 중순 경의선과 동의선 남북 연결도로를 폭파한 것은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련하기 위한 사전 밑그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을 적대국으로 명시한 것과도 연결되는데요. 미국과 실리적인 통상외교를 실행함으로써 남북관계 문제에 한국의 역할을 외면하려는 통미봉남 전략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아마 국제 사회에서 고립되어 있는 김정은의 입장으로써는 트럼프가 다시 미북정상회담을 요청해주기를 기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면 국제무대에서 자신의 몸값이 올라가니까요.
문성휘 기자: 김정은이 상당히 경계를 할 겁니다. 김정은 역시 정상적인 미북 관계를 절실하게 요구합니다. 다만 자신의 체제가 훼손되지 않는 선에서 관계 정상화를 노리고 있다는 거죠. 김정은에게 있어서 핵은 체제 생존 수단입니다. 그렇기에 조선반도 비핵화를 노리는 미국과 정상적인 회담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아마도 김정은은 자신이 트럼프에게 끌려 다니지 않는 강대한 적수임을 내외에 보여주려 할 것 같습니다. 북한에 있어 대외적으로 강한 이미지는 정세 긴장입니다. 대내적으로 강한 이미지는 공포정치이고요. 때문에 트럼프 집권기간 김정은이 더 광기를 부리지 않을까 상당히 우려가 되기도 합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