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여성의 날, 북한이 비행기 띄운 이유

지난 1일부터 평양시 유람비행을 진행하고있는 평양국제비행장은 3.8국제부녀절(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공산주의 어머니영예상을 수여받은 어머니들과 평양시 여성근로자들을 위한 유람비행을 조직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유람비행은 평양국제비행장을 출발해 려명거리, 만경대, 화성거리, 송화거리 상공을 지나며 참가자들이 변모되는 수도 평양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지난 1일부터 평양시 유람비행을 진행하고있는 평양국제비행장은 3.8국제부녀절(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공산주의 어머니영예상을 수여받은 어머니들과 평양시 여성근로자들을 위한 유람비행을 조직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9일 보도했다. 유람비행은 평양국제비행장을 출발해 려명거리, 만경대, 화성거리, 송화거리 상공을 지나며 참가자들이 변모되는 수도 평양의 모습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했다고 전했다. [조선중앙TV 화면] (/연합뉴스)

0:00 / 0:00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현주입니다.

  • 8부녀절에 비행기 태운 어머니 대회 참가자, 상봉 모임까지 연 배경은
  • 부녀절에 출산 강조? 북한 주민들 오히려 역풍 분다
  • 지방 사람들 손으로 지어지는 평양 5만호 주택 건설, 4년 차 현황은
  • 양강도 코로나 재확산인가, 폐렴인가

지난주 3.8 국제 부녀절이었습니다. 노동신문을 보다 보니 올해는 유람비행까지 조직하고 행사가 컸네요. 비행기 탄 여성들은 기쁜 날이었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김 기자, 올해 특히 행사가 많아 여성들의 불만이 컸다고 보도했는데 특히 상봉행사는 처음 열리는 거죠?

김지은 기자 : 네, 그렇습니다. 상봉행사는 제5차 어머니 대회 참가자들과 지역 여맹원들이 만나는 자리였는데요. 공화국 창립 이래 어머니 대회는 모두 5차례 열렸고 김정은 집권 이후 2차례 개최됐습니다. 그리고 부녀절에 맞춰 어머니 대회 참가자들과의 상봉모임도 처음 조직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회 참가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당국의 의도는 무엇이며 이런 여성들을 따라 배워야 한다는 인식을 강하게 주입시키려는 것인데요.

이번에 어머니 대회에 참가한 여성들의 선발 기준을 보면 당국이 여성들에게 무엇을 강조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어머니 대회 참가 여성은 세쌍둥이를 낳은 여성 또 자녀를 3명 이상 낳고, 모두 인민군대에 복무시켰으며, 사회 지원을 많이 한 여성들이었습니다. 즉 당국의 출산 장려 정책의 의지를 엿볼 수 있습니다.

또 부녀절에 직장에서 남성 근로자들이 여성 근로자들에게 꽃을 전달하라는 지시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요 . 북한 당국이 부녀절을 유독 챙기며 여성들을 부각하는 배경은 뭘까요?

김지은 기자 : 네, 올해들 어 꽃을 사서 여성들에게 전해주라고 당국이 지시까지 내린 것을 보면 제 입장에서도 별것을 다 시킨다는 생각이 드는데 북한 주민들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한국에서 어버이날 같은 특정 기념일에 생화를 사서 선물하는 것은 누가 시켜서 하는 문화는 아닙니다. 개인의 의지에 따라 자발적으로 하는 것인데 이것 하나만 봐도 북한 주민들이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행동 하나 말 한마디, 살아가는 생활 그 자체가 지각을 가진 한 개인으로 사는 게 아니라 당국의 명령과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기계적인 유기체로 취급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특히 어머니 대화 참가자들이 상봉 행사에 등장했죠. 지난 어머니 대회에서는 다출산, 비사회주의 단속에서의 어머니 역할 등을 강조했고 부녀절을 크게 부각하는 배경도 같다고볼 수 있습니다.

그러자 대부분의 북한 여성들이 당국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을 주목해야합니다. 북한 사회에서는 자식 많은 가정들을 ‘어디서 먹일 식량이 따로 생겨서 자식을 낳아 키우는가’고 대부분 의심합니다. 국가배급체계가 거의 마비되다시피 하여 집집마다 식량을 자체로 해결해야만 하는 열악한 현실에서 권력이나 불법적인 방법으로 식량을 훔치거나 돈을 갈취하지 않는 한 여러 명의 자식을 먹여 살릴 수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때문에 이번에 상봉모임에서도 어머니 대회 참가자들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당국이 어머니 대회 참가자들을 내세워 자식을 낳지 않거나 적게 낳는 사회적 분위기를 돌려세우려던 시도가 오히려 심각한 경제난 속에서 자식을 많이 낳은 여성들에 대한 비난과 혐오감을 키우는 계기가 된 셈입니다.

당국의 이 같은 움직임과는 별개로 실생활에서 여성들의 위상을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 북한 당국이 이처럼 목적을 갖고 여성을 독려하고 있으나 신문, 방송에서 강조하는 여성의 역할은 아이를 낳아 국가에 헌신하고 남편을 봉양하는 것입니다. 지금 북한 사회에서 여성의 위상, 어떤가요? 특히 코로나 봉쇄를 기점으로 본다면 좀 나아졌나요?

김지은 기자 : 북한에서 여성의 위상은 두 가지 형태로 분리됩니다. 사회적으로 보여지는 여성상과 가정에서 차지하는 여성상인데요. 사회적으로는 당에서 제기하는 건설과 농사, 가정 생활 유지 등 자식을 낳거나 남편을 사회에 진출시키는 것 모두가 여성이 짊어져야 할 책임입니다. 오죽하면 여맹원들이 아니면 나라가 돌아가지 않는다는 말까지 나오겠습니까. 그만큼 여성들이 차지하는 사회적 책임이 크다는 겁니다.

다른 하나는 가정에서 여성의 위치인데요. 북한에서는 아직도 모든 체계가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한 사람에게 집중돼 있습니다. 국가 행사에도 김정은이 독단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집권 초기 부인 이설주를 대동할 때 여성들은 ‘여성들의 사회적 문제가 풀리겠구나’하는 기대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설주가 김정은의 옆에서 사라졌고 이 자리를 미성년자인 딸이 대신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들이 지켜본 장면은 김정은의 딸이 국가행사장에서 사열을 받고, 머리가 백발인 고위 간부들이 거수 경례를 붙이게 한 모습입니다.

먹고 사는 문제, 식량을 해결하고 땔감을 마련하는 것, 자녀를 낳아 키우고 부모님을 공양하는 것, 이것은 공장에 매일 출근하는 남편들의 책임이 아닙니다. 여성의 할 일입니다. 그럼에도 사회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가부장적으로 흐르기 때문에 아직은 여성의 목소리가 높아졌다고 할지라도 여성의 위치가 남편과 동등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특히 여성이 많은 책임을 다하는 것은 가정과 자식을 위해 악착같이 살아내는 것이지 그것을 위상이 높아졌다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 평양시 5만 호 주택건설이 4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안창규 기자, 전체 5만 호 중 현재 공사는 어느 정도 진척됐습니까?

안창규 기자 : 작년 2월에 착공한 화성지구 2단계 공사는 거의 마감 단계인 것으로 보입니다. 김일성 생일인 4.15를 맞아 2단계 완공을 기념하는 준공식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 지난 2월 화성지구 3단계 공사 착공식이 진행되었는데 2단계 공사가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3단계 공사에 착수한 셈입니다.

2022년 평양 남부에 위치한 송신∙송화지구에 1만 호 주택이 완공된 후 현재까지 계속 화성지구 개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만큼 화성지구에 대규모 주택을 건설해야 할 필요가 있고 동시에 그만한 부지가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화성지구에 대한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은데 원래 화성은 평양시 용성구역 화성동의 명칭입니다. 화성동은 면적이 꽤 크지만 공장 기업소는 거의 없이 일반 농장과 온실 농장이 주를 이루던 농업지구였습니다.

이런 용성구역 화성동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일대를 개발하는 대규모 공사가 진행된 것이고 화성지구 1단계 공사가 완공된 후 북한은 용성구역과 대성구역의 일부 지역을 분리해 화성구역이라는 새 행정구역을 신설했습니다.

그러면 왜 화성지구 개발에 골몰하는가 하는 건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주요한 건 금수산태양궁전 주변 환경 미화가 목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97년 북한은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정문에서 평양국제공항까지 이어진 도로를 새로 개통했습니다.

평양을 방문하는 외국인이나 국가수반들이 공항에 도착해 이 도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금수산태양궁전에 도착하기 전에 통과하는 지역이 바로 화성지구입니다. 결국 도시 미화에 좋지 않은 이 지구를 현대적인 주택 지구로 변화시켜 평양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겠습니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화성지구가 송신∙송화지구처럼 평양 중심에서 멀지 않은 위치에 있다는 겁니다. 북한은 갓 시작된 3단계 공사에서 주택과 함께 교육, 보건, 상업 및 편의시설 등 공공건물을 건설하겠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실상 건설에 들어가는 모든 인력을 군대와 노력 동원으로 채우고 있는데요 , 그 숫자를 알 수 없지만 그 동안 이 공사에 동원된 건설돌격대 숫자만도 엄청날 것 같습니다. 올해 4년째 이어지니 동원에 대한 피로도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올해 동원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요?

안창규 기자 : 오래전부터 북한의 건설은 순수 사람을 동원해 진행하는 인력 건설로 유명합니다. 평양시 5만 호 건설도 예외가 아닌데요. 지난해 화성지구 2단계 건설이 시작된 초기 북한은 전국에서 10만 명의 청년들이 평양시 주택건설에 자원했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만큼 많은 인력이 동원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여느 공사와 마찬가지로 평양 주택건설에 동원된 인력은 누구나 돌격대에 속해 공사에 동원됩니다. 평양 건설이 4년째 접어드는 가운데 최근 각 지역과 기업들이 돌격대에 파견할 교대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주민들이 집을 떠나 장기간 외지에 나가 일하는 돌격대를 기피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각 기업이 돌격대에 인력을 보내야 할 곳이 평양 건설뿐 아니라는 겁니다. 당국이 중시하는 단천발전소 건설, 농촌 주택건설, 막 시작된 지방 공장 건설 등을 담당한 돌격대에도 인원을 보내야 합니다. 제가 북한에 있을 때 보면 종업원이 120명 정도 되는 기업소에 각종 돌격대에 나가 있는 인원이 20명이나 되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평양 돌격대에 가는 걸 더 꺼리는 것도 문제입니다. 다른 지방에 가서 일하는 돌격대의 경우 일하는 도중에 사정이 생기면 간부들과 사업(로비)해 며칠씩 집에 갔다 올 수도 있고 기한을 앞당겨 다른 사람과 교대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평양은 그렇지 못합니다.

평양은 일반주민의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는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교대할 인력이 정해졌다고 해도 임의로 보내지 못하고 시 군에서 집체적으로 조직해 평양에 파견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결국 2~4개월만 일하고 교대하는 일반 돌격대 동원과 달리 평양 건설은 짧아야 6개월, 길면 1년 이상 일해야 합니다.

1만 호 건설이라는 대규모 공사를 1년 안에 무조건 끝내야 하므로 밤낮으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돌격대원들의 노동 강도도 매우 높습니다. 그러니 누군들 평양 건설에 가겠다고 하겠나요. 정말 평양을 위해 집을 떠나 주야간 힘든 노동에 내몰리고 있는 지방 주민들이 안쓰럽습니다.

저는 항상 평양 건설 소식을 전하면서 궁금한 게 평양 살림집 건설이지 않습니까 ? 그러면 평양 사람들도 건설 돌격대로 동원됩니까?

안창규 기자 : 네, 물론 평양 주민들도 건설에 동원됩니다. 하지만 자기가 사는 곳에서 일하는 상황이라 무슨 일이 있으면 잠깐 집에 갔다 올 수도 있고 돌격대 생활에서 부족한 걸 해결하기도 쉽습니다. 한마디로 지방에서 동원된 주민들에 비할 바 없이 유리한 상황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짧게 소식 하나 더 전해보죠 . 양강도에서 코로나 환자가 발생해 방역 조치가 다시 시작됐습니다. 김 기자,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도 우려되는데요. 어떤 상황입니까?

김지은 기자 : 네, 확인된 바로는 양강도 지방 정부에서 코로나와 폐렴 증상의 감염증이 확산하면서 대책을 취한 것으로 보입니다. 양강도 소식통은 11일, 양강도 도내의 탁아소, 유치원, 학교가 열흘 동안의 임시 방학에 들어갔고 마스크 착용도 다시 의무화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방역 일꾼들은 위생선전 해설 과정에서 백암과 갑산군에서 어린이 5명이 사망했고 원인이 ‘코로나’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재확산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해당 지역에서는 기침과 고열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같은 날(3월 11일 자) 노동신문 6면의 위생상식란에는 전형적인 폐렴과 다른 미코플라즈마 폐렴에 대한 글이 실린 것이 주목됩니다. 내용을 보면 처음에는 증상이 경해서 식별이 어렵지만 방치하면 합병증이 올 수 있으며 특히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체력이 약한 사람들의 경우 심한 증상으로 나타난다고 전했습니다. 미코플라즈마 폐렴은 폐의 한 부분을 감염시키고 폐포(페세포)에 고름이 차서 나중에 엄중한 후과를 초래하며 사망위험을 증대시킬 수 있다며 치료 기간은 2주 정도로 예측된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런 보도를 통해 폐렴 증상의 확산은 전국적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내부 분위기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아무쪼록 큰 확산 없기를 바랍니다 . 오늘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안창규, 김지은 기자 감사합니다.

안창규, 김지은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진행에 이현주였습니다. 다음 시간에 새로운 소식과 함께 찾아오겠습니다. 함께해주신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