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중국 파견 북 노동자 단체로 여권 갱신, 노동자들 원치 않아

서울-김지은, 안창규 xallsl@rfa.org
2023.08.03
[지금 북한은] 중국 파견 북 노동자 단체로 여권 갱신, 노동자들 원치 않아 2지난 2017년 9월 홍차오즈이(Hong Chao Zhi Yi) 의류 공장의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 북동부 지린성 훈춘시의 시장에서 쇼핑을 마친 후 인원수를 집계하기 위해 모여 있다.
/AP

양강도, 자강도, 남포 코로나 봉쇄곡물값 상승

 

새로 지은 농촌문화주택, 농민들은 반기나?

집안으로 들어온 푸세식 화장실, 전기 안 오는데 전기난방

 

중국 파견 북 노동자 단체로 여권 갱신, 노동자들 돌아가고 싶다

18~20세 파견된 여성 노동자들 북한 가족과 연락 금지

노동자 숙소, 모두 함께 흐느끼는 밤 많아

 

일부 지역에서 코로나가 확산해 마스크 착용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해당 지역은 도시 봉쇄도 시작됐는데 높은 물가로 주민들은 더운 여름, 이중고에 시달립니다. 이런 와중에도 당국의 노력 동원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중국 파견 북한 노동자들의 여권이 단체로 갱신되고 있습니다. 정작 노동자들은 원치 않는 상황입니다.

 

관련 소식 취재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나와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김지은, 안창규 기자 : 안녕하세요.

 

/한국도 코로나 확산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치명률은 독감보다 낮지만 코로나 감염병 등급 조정에 영향을 줄 거란 예상입니다. 마스크를 다시 쓸 수도 있다는 얘기죠. 김 기자! 북한도 일부 지역에서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죠? 코로나 확산세는 어떤 수준으로 확인되나요?

 

김지은 기자 : , 현재까지는 자강도, 양강도, 남포 등 일부 지역에 마스크 재착용 지시가 내려졌지만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지난 6월 말, 마스크 착용이 해제됐다는 소식을 전해드렸는데요. 해제 날짜가 지역별로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강도는 마스크 착용 해제 10일 만에, 양강도는 24일 만에 마스크 착용 지시가 다시 내려졌고 평양과 해외를 연결하는 무역의 관문, 남포시도 마스크를 재착용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또 이처럼 마스크 재착용 지역이 국경 일대부터 평양까지 확대되자 당국은 해당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이동도 차단한 상태입니다.

 

/김 기자 설명대로 국경부터 남포까지 재확산의 범위가 넓네요. 이들 지역에서 코로나가 재확산된 원인은 무엇으로 추정됩니까?

 

김지은 기자 : 코로나 재확산의 주원인은 집단 노동과 집체 행사를 꼽을 수 있습니다.

 

양강도는 삼지연시 건설 사업이 국가적 사업으로 계속 추진되고 도내 공공 건설계획으로 각 군마다 농촌 살림집 건설, 혜산시 도시 미화 사업으로 도로공사가 진행 중입니다. 그리고 이런 건설 현장에는 전국 각지의 사람들이 돌격대로 차출돼 집단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 봉쇄 시기에도 봉쇄 초기를 제외하고는, 개인적인 이동을 철저히 제한한 반면 국가적 건설 노동에 동원되는 인력의 이동은 허용 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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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이동봉사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으로 이동이 제한된 주민들에게 생필품을 실어나르고 있다. /연합뉴스

 

/이 삼복더위에 마스크를 다시 착용하기도 분명 쉬운 일은 아니지만 더 힘든 건 지역 봉쇄로 물가가 오르는 것입니다. 벌써 물가가 많이 올랐죠?

 

김지은 기자 : , 그렇습니다. 코로나 재확산으로 양강도 지역이 봉쇄된 것이 지난달 24일이라고 하는데요, 이후 식량가격이 대폭 올랐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애초 입쌀 1 kg6,300~6,500, 강냉이 3,300~3,500원이던 가격이 최근에는 입쌀 7,000(미화 0.87달러)~7,500, 강냉이 4,300(미화 0.54달러)~4,500원까지 올랐습니다.

 

/강냉이는 거의 킬로당 천 원이 올랐는데, 갑자기 식량 가격이 이 정도 오르면 진짜 주민들은 힘들겠습니다.

 

김지은 기자 : 사실 일반 주민들에게 100, 200원도 큰데 1000원대까지 육박해 올랐으니 정말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을 겁니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양강도 지역에 유입되는 식량은 앞 지대 즉 황해도와 평안도의 벌방 지대(평야)에서 오고 또 최근에는 신의주 세관을 통해서 중국산 알곡도 다량 유입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역 봉쇄로 식량 유입이 원활하지 않자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같은 식량값 상승은 봉쇄된 자강도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음 소식입니다. 올해 북한의 두 가지 과제는 알곡 증산과 주택 건설입니다. 과제는 주민 동의 없이 당국이 내걸었는데 죽어나는 건 주민이네요. 안 기자, 무더위 속 농촌 주택 건설에 내몰리는 회령시 소식을 전하셨는데요. 이제 김내기 전투가 막 끝난 시기 아닙니까? 주민들 불만이 크겠습니다.

 

안창규 기자 : 말씀하신 것처럼 알곡 증산과 주택 건설은 북한이 올해 가장 중시하는 사업입니다. 알곡 증산을 위해 북한 당국은 밥술을 뜨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농촌을 도와야 한다며 어린 학생으로부터 노동자, 사무원, 가정주부 등 주민 전체를 농촌 동원에 내몰았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5월부터 모내기 전투에 내몰렸고 모내기가 끝나자 김매기까지 2개월 넘게 농촌에 나가 살며, 혹은 집에서 농촌을 오가며 농사일을 도왔습니다. 그러나 모내기 전투김매기 전투가 끝나자 회령시 당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주민들을 농촌 살림집 건설에 내몰고 있습니다. 작년에도 회령 주민들은 창효리에 짓는 100여 가구 농촌 주택 건설에 여름, 가을 내내 동원되었는데 올해는 또 창태리 농촌 살림집 건설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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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0년 양강도 삼지연 살림집 및 공공시설 3단계 공사 현장. /연합뉴스

 

시내에서 가까운 창효리와 달리 창태리는 회령 시내에서 70(28k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어 주민들이 매일 오가며 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파견된 노동자들은 비닐박막으로 만든 임시 숙소에서 생활하는 상황입니다.

 

또 건설 동원뿐 아니라 건설자재 문제도 큽니다. 국가에서 조금 주는 시늉을 할 정도이고 주택 건설에 들어가는 건설 자재 대부분을 자체로 해결해야 합니다. 목재만 보더라도 각 공장이 지정 받은 임지에 노동자들을 파견해 생나무를 찍어 끌어내리고 제재를 해서 필요한 규격의 목재를 만들어 사용하고 건설에 가장 많이 쓰는 모래와 자갈도 다 자체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특히 10월 말까지 건설을 끝내라는 시 당국의 지시로 가두 여성들도 농촌 살림집 건설에 동원되고 있습니다. 각 동 여맹 위원회의 조치에 따라 가정주부들이 5~7일씩 교대제로 현지에 머물면서 모래와 자갈 운반, 블로크 찍기 등의 일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이런 와중에 회령에서는 수원지에서 시내로 수돗물을 공급하는 관이 파손돼 한동안 물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수돗물이 완전히 끊겼다가 약 한 주일 지나 3~4일에 한번 공급됐다고 합니다. 이 결과 시내 곳곳에 물이 떨어져 손수레에 물통을 싣고 물을 얻으러 다니는 주민들로 난장판이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그런데도 시 당국은 주민들이 먹는 수돗물 보장보다 김정은이 관심을 갖는 농촌 살림집 건설에 계속 집중했습니다. 북한 체제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는 현실이지만 주민들 속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 농촌 살림집 건설 동원과 각종 지원으로 들볶는데 대한 불만, 수돗물 해결 대책을 신속히 세우지 않는 당국에 대한 비난이 쏟아져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이 보도한 사진을 보면 완공된 농촌 살림집이 깔끔하고 좋아 보이긴 합니다만 이게 실제 주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나요? 두 기자님은 당국이 건설 동원, 자재 조달까지 시키면서 농촌 주택 건설을 내미는 이유, 뭐라고 보십니까?

 

안창규 기자 : 북한 당국이 평양시 5만 호 주택 건설도 벅찬데 각지에 농촌 살림집을 건설하는 이유는 우선 평양만 사람이냐? 왜 평양만 챙기냐? 하는 주민들의 비난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또 요 몇 년간 당국이 부족한 식량 확보를 위해 농민들이 가져가야 할 몫을 억지로 빼앗다시피 하면서 농민들의 폭등하는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도 있다고 판단됩니다.

 

사실 전국에서 동원되고 지원하는 평양시 주택 건설과 달리 농촌 살림집 건설은 건설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해당 지역에서 자체로 해결해야 합니다. 건설에 필요한 시멘트, 목재 등 주요 건설자재가 다 평양에 집중되기 때문입니다.

 

자재가 부족해 농촌 살림집은 벽체를 쌓는 것도 시멘트 블록이나 벽돌이 아닌 진흙 블록, 혹은 삼화토(진흙, 모래, 석회를 1:1:1 비율로 섞은) 블록을 씁니다. 벽 미장도 아랫부분만 시멘트로 하고 윗부분은 삼화토로 합니다. 그러다 보니 비가 많이 내리면 벽체가 허물어지는 일이 발생합니다.

 

목재도 마찬가지입니다. 충분히 건조해서 써야 하는데 빨리하라고 독촉하니 그러지 못합니다. 결국 물기가 많은 목재가 마르면서 휘거나 꼬여서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택 외벽 도장재도 제대로 된 도장재가 아니라 멋있게 보이기 위해 일반 색소를 사용하다 보니 준공식 당시 사진을 보면 화려해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엉망이 됩니다.

 

북한의 농촌 상황을 보면 대부분 농민 주택은 정말 한심합니다. 그러므로 비록 자재 부족 상황에서 완공 기일을 맞추느라 날림식으로 건설한 집이 부족한 점은 많지만, 그렇더라도 새로 지은 집에서 산다면 농민들이 영 나빠 하는 상황은 아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지은 기자 : 새집이 보기 좋긴 합니다. 노동신문과 조선중앙 텔레비죤을 통해 보도되는 농촌 살림집을 보면 정말 그럴듯한데요. 형형색색으로 다채로운 농촌문화주택의 전경을 보노라면 새집을 받고 기뻐할 농민들의 심정이 느껴질 것 같습니다. 그러나 농촌문화주택은 한 동 2세대, 한 동 4세대에서 8세대까지 지어집니다. 보도 사진에는 한 동 2세대 주택만 나와서 언뜻 단독주택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건설 기획안에 따라 줄을 맞춰 건설한 것입니다.

 

농촌에서는 농사가 기본이 아닙니까. 농민들이 밭 가까이에 살면서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문화 주택이라고 하면서 모조리 한곳에 밀집해 놓으니 10리 이상 떨어진 곳을 오가며 농사를 지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또 드문드문 분포되어 살면서 집 주변에 여러 가지 곡식과 남새를 심어 먹었는데 새 주택에서는 고작 앞뒤에 심어 먹을 뜨락 면적이 25제곱미터뿐이라는 점도 농민들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남한에서 이런 상황을 표현하는 말이 있습니다. “보여주기식 행정이라는 건데요, 주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게 아니라 번듯하게 짓는 게 집중한 것 같습니다.

 

김지은 기자 : 그렇죠. 당국은 주민들의 편의보다는 김정은의 치적을 위해 눈에 보이는 가시적인 성과를 더 중요시할 겁니다. 물론 살림집 건설이 국가의 자재 조달과 지원에 의해 지어지는 것이라면 모든 걸 김정은 덕으로 돌릴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각 도마다 건설되는 농촌 살림집은 다 지역 내의 공장, 기업소들이 몇 채씩 건설하라는 과제를 받고 자체로 자재와 인력을 동원해 짓습니다. 시멘트, 골재, 강재, 기와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재는 과제를 맡은 공장 기업소에서 자체로 해결해야 하고 건설 노력까지 보장해야 하니 사실상 공장 기업소가 생산을 제쳐두고 살림집 건설사업소가 돼버린 상황입니다.

 

/앞에서 안 기자가 설명했지만 급하게 몰아붙여 건설된 살림집, 부실 공사 우려가 있는데요. 김 기자, 실제로 이 같은 우려가 확인되고 있다고요?

 

김지은 기자 : , 그렇습니다. 벽체, 도장 등에서 부실 공사가 태반이라고 합니다. 또 설비는 현대식으로 갖췄는데 북한의 상황과 맞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에 취재하면서 확인한 내용인데 새로 지어진 농촌 살림집 위생실(화장실)에는 푸세식이긴 하지만 변기를 설치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궁금했어요. 북한은 전기공급이 잘 되지 않아 수도도 하루 2시간~3시간씩, 그것도 정해진 요일에만 교대로 나오니 용변 후 처리는 어떻게 하는가 물으니 수돗물이 나올 때 물통에 받아 두었다가 사용한다고 합니다. 애초에 이런 식의 시설은 집밖에 설치하는데 이 같은 위생실이 집 안에 설치됐다는 겁니다. 당연히 위생상의 문제가 있고요. 또 삼지연시 살림집도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겨울에 온기를 보장할 수 있게 집 한 칸에 나무나 석탄을 땔 수 있는 부엌 아궁이로 된 온돌을 놓도록 당국이 승인했다고 소식통은 전했습니다.  

 

/북한 내부에서 당국의 검열, 통제 범위가 안 미치는 곳은 없지만, 특히 인쇄 설비는 엄격하게 통제되죠. 최근 북한 당국이 이런 인쇄 설비 관리, 이용에 대한 규정이 새로 마련됐다고요?

 

안창규 기자 : 네, 며칠 전 내부 소식통을 통해 지난 411일 인쇄 설비 관리와 이용에 관한 규정이 처음 제정된 것이 알려졌습니다. 또 이 같은 내용은 강연회나 군중정치사업 등을 통해 주민들에게 수차 강조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에 채택된 인쇄설비 관리와 이용에 관한 규정은 완전히 새로운 내용은 아닙니다. 이미 있던 원칙, 지침, 질서 같은 것을 종합적으로 서문화해 법처럼 시행되도록 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인쇄 설비에 대한 통제와 단속을 더 강화하겠다는 의도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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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인쇄소 모습. 북한은 반체제 선전물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인쇄설비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반동사상문화배격법에도 복사기, 인쇄기 사용에 대한 부분이 적시돼 있고 이번엔 규정까지 새로 제정했습니다. 갑자기 단속을 강화하는 배경은 뭔가요?

 

안창규 기자 : 한마디로 반체제 선전물이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드러내고 그렇게 말할 순 없으니 인쇄설비 통제가 당, 국가, 군사비밀 누설과 비사회주의 행위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겁니다.

 

북한 당국의 입장에서 김정은과 체제를 비난하는 전단이나 출판물이 대량 출판돼 확산되면 큰일이지요. 하지만 북한에서 인쇄설비가 흔하지 않고 구입과 이용에 대한 통제가 엄격한 관계로 그런 일이 발생했다는 말을 거의 듣지 못했습니다.

 

북한에서 발생한 지도자와 노동당에 대해 비판한 전단을 보면 필체를 숨기려 노력하면서 손으로 직접 쓴 것이고 간혹 신문 같은 출판물에서 필요한 문구를 오려 붙인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이 발생하면 해당 지역 전 주민을 대상으로 필적 조사가 수차 진행됩니다.

 

한국처럼 개인이 인쇄설비를 보유하고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면 아마 체제를 비난하는 전단이 더 많아졌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마지막 소식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은 중국에 파견한 북한 노동자들의 여권을 단체로 갱신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여권 유효 기한 5년을 지나, 만기된 여권을 새로 갱신하며 체류 기간을 연장하는 것인데요. 김 기자, 그럼 이 노동자들을 앞으로 더 중국에 체류시키겠다는 의미겠죠?

 

김지은 기자 : 그렇습니다. 북한 여권의 유효기간은 5년이고 5년마다 갱신해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에서 파견된 간부들이 외국에서 체류할 수 있는 최고 기한은 5년까지입니다.  그 이상 체류하는 경우에도 일단 귀국해 다시 여권을 갱신하고 출국합니다. 그렇게 보면 이 경우가 상당히 이례적인데요. 북한 당국은 파견 노동자의 여권을 단체로 갱신하고 있습니다. 갱신 대상은 201910월과 11, 코로나 유행 직전에 파견된 노동자들입니다.

 

북한 당국으로선 노동자들을 한꺼번에 북한으로 불러들이고 또 새로 노동자들을 중국으로 파견하는 것보다 현지에서 여권을 갱신하는 것이 비용적, 시간적 면에서 이익이라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노동자들은 여권 연장에 대해 찬성합니까? 물론 당사자들의 의견을 묻지 않았겠지만, 코로나 당시 중국에서 거의 갇혀 있던 노동자들이 큰 고통을 호소했던 것으로 보도됐는데요.   

 

김지은 기자 : 이들 대부분이 18~20살 정도에 선발돼 중국에 파견된 여성 노동자들입니다. 코로나 이후 지금까지 거의 갇힌 상태에서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데요. 소식통들은 대부분의 북한 노동자가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어 한다고 전했습니다. 5년 동안 일해봐야 본인에게 남는 것이 없고 또 노동자들의 경우 북한에 있는 부모형제, 관리자들의 경우 북한의 부인, 자식과 연락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 북한으로 전화할 수 있는 선이 있지 않습니까?

 

김지은 기자 : 해외파견 대상은 고향 안부를 차단하도록 규정했다고 합니다. 소식통은 서로의 안부를 전하다 보면 가고 싶은 감정이 북받치게 될 것이고 또 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에 미연에 차단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외화벌이가 뭔지, 참 잔인한 상황인데요.

 

북한 노동자들을 관리하는 간부들의 골칫거리는 밤마다 숙소에서 나오는 울음소리를 막는 것이라고 합니다. 숙소마다 생활 반장을 두고 노동자의 정신상태를 감시하고 통제하고 있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누구나 같기에 어느 누가 흐느끼기 시작하면 전체가 함께 운다고 합니다. 통제하는 사람도 동료들과 함께 우는 경우도 다반사이지만 이 일은 상부에 보고하지 않습니다. 문건에 기록되면 훗날 귀국하여 사상범으로 찍혀 교화형에 처한다고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다들 고향에서 선발됐을 때는 외국에서 외화벌이한다고 기뻐하며 나갔을텐데, 북한 파견 여성 노동자 잔혹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함께해 주신 안창규, 김지은 기자 감사합니다.

 

김지은, 안창규 기자 :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집니다. 저희는 새로운 소식과 함께 다른 시간에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이예진, 제작에 서울지국이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팀: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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