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아파트 주민들은 왜 새로 생긴 편의점에 가지 않나
-북한 당국이 자본주의식 편의점을 선호하는 이유
-전국어머니대회 폐막 연설문 학습열풍, 효과는 얼마나
올해 새로 건설된 평양의 새 아파트 단지에 자본주의식 편의점이 새로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은 코앞에 편의점을 두고도 잘 가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 이유는 뭘까요?
지난 주 내내 북한에서 화제가 됐던 전국어머니대회, 학습열풍까지 일으키며 김정은 총비서가 내부 결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효과는 과연 얼마나 될까요?
자세한 소식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이예진: 지난 4월 준공된 평양 화성지구 1만호 고층 아파트 단지에 편의점이 설치돼 운영되고 있다고 합니다. 30여 년 전 편의점이 도입된 한국에서는 아파트 단지 안에 보통 24시간 운영되는 편의점이 있죠. 손 기자, 북한의 편의점, 한국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요. 어떤 차이가 있습니까?
손혜민:우선 편의점 개념을 살펴본다면 북한이나 한국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고객의 접근성과 편리를 기반으로 동네 상권을 형성한다는 건 같죠. 하지만 운영 주체와 성격이 다릅니다. 한국의 편의점은 창업 자본에 따라 개인이 직접 건물을 임차해 점주가 되거나 총판매자로부터 영업권을 사서 판매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하지만, 북한의 편의점은 국가 상업망이 운영한다는 차이점을 보입니다. 다시 말해 북한에서는 사회주의상업 원칙에 따라 편의봉사망 인허가와 운영주체, 운영방식 등이 이루어지다 보니 의류와 식품 등 생필품을 판매하는 상점 뿐만 아니라 미용, 목욕, 수리 등도 편의봉사망에 들어갑니다. 편의봉사사업소가 지역마다 자리한 것인데, 여기에 대한 영업 허가와 운영 질서, 수익금 징수는 내각 상업성 산하 도, 시, 군 지방정부 상업국이 감독, 관리합니다.
하지만 2000년대 장마당이 발달하며 국영상업망과 편의봉사망 운영 주체가 개인으로 변화하며 운영 방식도 다양화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국영 상점과 식당, 목욕탕, 미용실 등을 직접 임대해 운영하는 개인, 이 경우 매달 건물 임대료를 지방정부에 바치죠. 다른 하나는 개인이 국영 건물을 임대하지 않고 자택의 일부를 상점이나 식당 등으로 개조해 운영하는데, 이 경우에도 시, 군 인민위원회 편의봉사사업소에 소속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주목할 것은 최근 평양 화성지구 아파트단지에 등장한 편의점인데요. 이 편의점은 평양 용성구역 인민위원회 편의봉사망에 소속되어 운영되고 있지만, 시장가격으로 기초식품과 반찬, 생필품 등을 24시간 판매한다는 측면에서 한국의 편의점과 유사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예진: 생각보다 더 자본주의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는 것 같네요. 또 기사를 보고 놀란 것 중 하나가 한국에선 동네마다 다르지만 10개 동에 편의점 한두 개 정도 될 텐데요. 북한에선 동마다 편의점이 하나씩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렇게나 편의점이 많은 이유는 뭘까요?
손혜민:한국에서는 굳이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아도 휴대폰(타치폰)만 있으면 물품 구입이 가능하지 않나요. 배달서비스가 발달된 것이 북한과 차이점입니다. 반면 북한에서는 생필품 등을 구입하려면 장마당으로 이동해야 살 수 있습니다. 장마당 근처에 살고 있다면 문제 없지만 장마당에서 멀리 떨어진 마을 주민들은 불편하겠죠. 두부나 배추 등 간단한 부식물과 당과류는 가까운 곳에서 사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이러한 수요로 규모의 차이는 있으나 편의점 형태의 수많은 매점들이 북한의 전국 지역 동네마다 자리하는 것입니다. 이번 기사에서도 언급한 평양 화성지구도 마찬가지인데요. 30층~40층 고층 아파트가 들어선 화성지구 일대에는 아직 종합시장이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아파트 1층 편의점에서 식량과 부식물 등을 시장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어도 주민들은 그것을 편리하게 느껴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예진: 한국에서도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보다는 편의점 가격이 조금 더 비싼 편이긴 한데요. 북한에서는 기존 아파트에 있는 국영상점과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난다고요?
손혜민:일단 1990년대 이전까지 사회주의 상업망을 통해 국영상점에서 주민들에 공급하던 상품은 국정가격입니다. 국정가격이란 노동자가 공장에서 받은 월급으로 구입이 가능한 가격인데, 쌀 1킬로에 16전, 신발 한 켤레에 100원 정도였죠. 그러나 1990년대 중순 이후 국정가격으로 판매되는 상품은 사라졌다고 보시면 됩니다. 국가자재 공급이 마비되면서 신발공장도 가동이 멎으니 상점에서 국정가격으로 판매할 신발이 있겠나요.
평양 화성지구 아파트 단지마다 자리한 편의점에서 신발 한 켤레 가격은 수입산이냐, 개인 가공이냐, 공장 제품이냐에 따라 1달러~80달러에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자 소득에 따라 신발을 구매하는 것인데요. 평양이라도 이제는 국정 가격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북한 현실입니다.
이예진: 어쨌든 집 가까이에 언제든 생필품을 살 수 있는 편의점이 있다는 건 큰 장점이긴 합니다. 북한의 화성지구 아파트 주민들은 새로 생긴 편의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손혜민:소득이 높은 주민들은 편리해서 좋다고 하지만 소득이 낮은 주민도 있지 않습니까. 평양시민이라고 다 잘 사는 게 아닙니다. 구역마다 소득수준 차이가 심한데요. 특히 지난 4월 준공된 화성지구 1단계 1만세대 살림집을 배정받은 계층은 국가공로자, 영예군인, 제대군관 등이라고 합니다. 이 말을 뒤집어 해석하면 평양 간부들과 돈주들은 평양 외곽에 자리하고 있는 화성지구 살림집에 대한 수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일반 계층이라고 소득이 전부 낮은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공장기업소에서 열심히 일만 하는 계층이라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낮은데요. 평양 화성지구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일부 주민들이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고, 가격 흥정이 가능한 시내 장마당으로 버스를 타고 가 식량을 구입한다는 건 소득이 낮음을 의미합니다. 현재 2단계로 건설되는 화성지구 1만세대 살림집 건설이 준공되어 종합시장과 백화점 등이 들어선다면 편의점 활성화는 지금보다 낮아지지 않을까 전망됩니다.
이예진: 편의점 활성화는 조금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지만, 이미 계획이 끝났고, 현재 건설되고 있는 평양 아파트들에는 편의점이 계속 생기지 않을까 싶은데 어떻게 보십니까?
손혜민:대북제재 강도가 높아질수록 북한당국은 국내 외화벌이를 확장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수요가 높은 식당과 목욕탕, 이발 등 편의봉사망을 개인 돈주에게 운영권을 주되 수익금은 세원으로 확보하는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그 중의 하나가 2021-2025년까지 평양에 건설되는 5만세대 살림집 아파트마다 시장경제 방식의 편의점 개설을 늘리는데 있을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물론 종합시장과 백화점 등이 동시에 들어서면 편의점 이용자가 줄어들겠지만, 정부의 입장에서는 종합시장이나 백화점이나 모두 세금징수 원천지입니다. 오히려 각 기관마다 국가에 바쳐야 할 현금 계획을 부과하면 종합시장관리소 소장과 백화점 지배인, 편의점 책임자는 운영방식을 고민할 것이고, 결국 경쟁이 시작될 것입니다. 어차피 자본주의는 상품 경쟁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 편의점들도 한국의 편의점처럼 종합시장이나 백화점과 차별화된 상품을 팔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난해 11월 15일 북한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상무회의에서 편의봉사법을 수정한 바 있는데, 이러한 배경도 편의봉사망의 시장화와 양적 증가를 허용하는 동시에 세금징수 규제를 강화하여 경제 내구력을 강화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예진: 다음 소식입니다. 북한이 내부 단속에 엄마들을 이용하기로 한 것 같습니다. 문 기자, 북한 당국이 최근 열렸던 ‘제5차 전국 어머니대회’의 폐막 연설문을 달달 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고요?
문성휘:네, 12월 3일부터 4일까지 이틀 동안 김정은 위원장의 참석 하에 북한의 평양에서 "제5차 전국어머니대회"가 요란하게 진행되었는데요. 김정은이 직접 대회 시작 연설과 폐막 연설을 했습니다. 대회 폐막 연설은 "가정과 사회 앞에 지닌 어머니의 본분에 대하여"라는 제목이었는데요.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대회 다음날인 12월 5일에 김정은의 폐막 연설 요약본을 1면에 실었습니다.
또 ‘노동신문’에 폐막 연설이 실린 다음 날인 6일에 노동당 선전선동부가 연설문을 가지고 전군, 전민에 학습 열풍을 일으킬 데 대한 지시문을 하달했다고 하고요. 이러한 지시문은 6일 오전 각 도, 시, 군 당위원회와 각 군부대 정치부에 전자우편으로 전달되었고, 각 도, 시, 군 당위원회들은 6일 오후 4시에 당, 근로단체 책임자, 기관기업소 초급당비서 및 세포비서 회의를 열고 지시 내용을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예진: 11년 만에 개최한 전국어머니대회에서 눈물까지 비친 김정은 총비서, 무슨 신년사 학습하듯이 폐막 연설까지 학습시키는 걸 보면 이번 대회에 어떤 사활을 건 느낌인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문성휘:북한 언론들은 대회 참가자들에게 많은 선물을 주고, 평양시 관광까지 조직하면서 푸짐하게 대접하는 영상을 자주 내보냈습니다. 이런 영상을 통해 김정은이 '전국어머니대회'에 얼마나 품을 들이는지를 잘 파악할 수 있는데요. 폐막 연설 학습도 그 연장선에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모성애의 세계를 자극해 북한의 부모 세대들을 끌어 안고, 자라나는 어린이들을 교육하고, 청년들의 충성심을 유도하겠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이는데요. 폐막 연설에서 여러 차례에 걸쳐 그러한 의도를 우회적으로 표현했습니다. 또 폐막 연설을 통해 현재 자신이 내밀고 있는 중점적인 사업, 그러한 중점적인 사업으로 이루어질 미래에 대해 특별히 강조했는데요.
한마디로 자신이 노리는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북한 주민들이 폐막 연설의 내용을 심도 있게 읽어보고 학습해야 한다고 느꼈을 겁니다. 그래서 전군, 전민을 상대로 폐막 연설 학습 열풍을 일으키라고 지시했을 거라는 게 저의 판단이고요. 멀어져 가는 민심을 잡기 위한 김정은의 사활을 건 대책이 ‘전국어머니대회’가 아니었나 생각해 봅니다.
이예진: 그런데 신년사 연설문부터 어머니대회 연설문까지… 범국민적으로 펼치는 학습 총화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겁니까?
문성휘:북한에서 김정은의 신년사나 노작 학습은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북한은 이번 '전국어머니대회'에서 한 김정은의 폐막 연설을 강령적인 연설이라고 추켜 세웠는데요. 현재 김정은이 추진하고 있는 여러 가지 중점 사업들을 근본적으로 압축한 연설로 보면 되겠습니다.
문제는 과거 김정은의 신년사나 노작 학습이 북한 주민들에게 큰 감흥을 주지 못했다는 건데요. 북한은 올해 김정은의 신년사를 노동당 제 8기 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에 참가한 김정은의 연설로 대체했는데, 이 역시 북한 주민들의 호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노동당 8기 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 연설에서 김정은은 사회 전반에 당적 지도를 강화할 데 대해 강조했고, 새시대 당 건설의 5대 노선으로 정치, 조직, 사상, 규율, 작풍 문제를 들고 나왔습니다.
핵심적인 지침은 수령결사옹위였는데요. 새시대 당 건설 노선이라고 했지만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었고 기존에 외치던 구호들을 적당히 얼버무리는데 그쳤다는 분석이 강했습니다. 그만큼 주민들을 감동시키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판단되고요. 김정은의 다른 노작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올해 11월 북한 당국이 간부 학습참고자료로 내놓은 문건을 보면 ‘전국어머니대회’에서 한 김정은의 폐막 연설을 상당히 닮았습니다. 김정은 뿐 아니라 북한 당국도 이제 더 이상 아리송한 표현이나 하늘의 별을 따는 것과 같은 과장된 표현으로는 민심을 사기 어렵다는 현실을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지고요. 그래서 김정은의 폐막 연설도 어느 정도 구체화 되지 않았겠나 생각합니다. 구체화 되니까 북한의 대학생들과 지식인들 속에서 한번 깊이 있게 읽어볼 필요가 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단 김정은의 연설이 아무리 구체적이고, 현재 북한의 실정을 잘 담아냈다고 해도 이를 미래에까지 이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설령 실현 가능한 미래라고 해도 그를 이루기 위해 북한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생각해 보면 절대 낙관할 수 없는 것이 북한의 오늘과 내일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