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37년 방치된 류경호텔 재건, 러시아도 절레절레
-김정은이 류경호텔에 집착하는 이유
-채소 가격 올린 연포온실농장은 죄가 없다?
여러 가지 의미로 북한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류경호텔, 김정은 총비서에게도 각별한가 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북한군까지 파병하며 친밀해진 러시아에게 류경호텔 완공을 위한 자본 유치까지 부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류경호텔, 과연 완공이 가능한 걸까요? 관련 소식 자세히 알아보죠. 손혜민, 문성휘 기자와 함께 합니다.
진행자 :지난 6월 평양 류경호텔 대형 전광판에 '환영 뿌찐'이라는 문구를 표시하며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환영했던 북한, 환영 외에도 바라는 게 있었던 모양입니다. 최근 북한 당국이 러시아 기업들에 류경호텔 공사 지원을 요청하고 있지만 거절당하고 있다는데요. 문 기자, 우선 이것부터 짚어 보죠. 겉만 번지르르 하고 속은 텅 빈 채로 37년째 완공되지 못한 류경호텔, 현재 상태가 어떻습니까?
문성휘 기자 :류경호텔, 한마디로 북한 경제 몰락의 축소판이 류경호텔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류경호텔의 착공식을 가진 건 1987년 8월 28일이었습니다. 착공 2년 만인 1989년에 골조공사를 마쳤지만 건물 마감재 수입이 어려워 1990년 12월에 건설이 중단되었습니다. 1990년 12월부터 세계 최대의 흉물로 방치돼 오다가 그로부터 18년 만인 2008년, 이집트의 통신회사 오라스콤에 의해 공사가 재개되었고, 2011년 7월에 겨우 외부 공사를 마무리했습니다. 건물의 외부 공사만 마쳤을 뿐 내부 공사는 손을 대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외부 공사가 마감된 채로 방치돼 오다가 2018년 8월에야 외부 전기공사를 완공했습니다. 호텔 외부에 LED조명 10만개를 설치했다고 하는데요.
이때부터 류경호텔은 북한의 체제 선전을 위한 거대한 전광판으로 이용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도 류경호텔은 세계 최대의 전광판일 뿐이라는 오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내부 공사는 손을 못 대고 있습니다. 북한은 김일성 탄생 100주년인 2012년에 25층까지 내부 공사를 완공해 류경호텔을 개장할 계획이었지만, 이 마저도 자금 사정으로 포기하고 말았고요. 2012년 1월에는 미국 언론 CNN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추한 건물 1위에 선정되는 치욕을 맛보아야 했습니다.
2012년 11월 초, 평양에 체류중이던 영국기자가 류경호텔 내부에 들어가 사진까지 찍었는데 그 사진이 인터넷 상에 많이 돌고 있습니다. 호텔 내부는 시멘트 골조가 그대로 방치된 상태일 뿐 공사를 재개하는 그 어떤 흔적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또 호텔 내부는 자동보총(소총)을 든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고요. 그러한 상태로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진행자 :과거 무리해서 진행하다가 부실공사까지 해서 그동안 해외 건설사들이 류경호텔 건설을 거부하기도 했었는데요. 현재 공사를 재개하는 것 자체가 가능은 한 겁니까?
문성휘 기자 :이집트의 오라스콤 외에도 그동안 북한 당국과 류경호텔 완공을 위해 협의하고 내부 점검을 한 외국의 회사들이 여럿 있습니다. 2012년 11월, 독일의 호텔 전문 기업 켐핀스키가 류경호텔 사업자 계약을 체결했으나 사업계획을 놓고 북한과 이견을 보이다가 물러나기도 했는데요. 이외에도 북한은 한국과 중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건설회사들과 류경호텔 완공 문제를 논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의 여러 회사들이 류경호텔 완공을 위한 내부 점검을 진행했는데, 그 결과 류경호텔은 1987년부터 89년까지 진행한 골조공사 자체가 부실 공사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996년 5월, 중국의 유명 건축가들이 평양을 방문해 류경호텔을 점검했는데, 상층부에 누수가 심각하고 콘크리트가 부식되어 붕괴 위험이 높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당시 중국의 기술진들은 류경호텔을 폭파공법으로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요. 하지만 북한은 체제의 상징이라면서 건물 철거를 거절했습니다. 이후 북한을 방문해 류경호텔의 기술 점검을 진행한 여러 인사들에 따르면 너무 오랫동안 건물이 방치돼 지반이 30cm 정도 내려앉았고 외벽이 떨어져 나갔다고 합니다.
한편으론 총체적인 완공이 아닌 일부라도 내부 공사를 완공하려는 시도들이 있었습니다.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에서도 이미 보도를 했지만 북한은 올해 류경호텔 지하에 전문 도박장인 카지노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외국의 자본을 유치해 류경호텔의 내부 공사를 진행할 목적으로 카지노 설치를 계획한 것인데요.
올해 8월에는 러시아의 기업을 끌어들여 류경호텔 내부 공사를 진행할 계획도 세웠습니다. 북한 당국은 러시아 최대의 건설회사인 ‘LSR’ 그룹에 류경호텔 완공 문제를 타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외교관들,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 대사관 간부들이 류경호텔 문제와 관련해 ‘LSR’ 그룹 경영진에 면담을 거듭 요청하고 있으나 ‘LSR’ 그룹 경영진들은 북한의 면담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고요. 러시아의 건설회사들도 류경호텔 내부 실태를 충분히 파악하고 남았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진행자 :문 기자가 말씀하신 것처럼 지난 7월, 북한 당국이 류경호텔에 카지노를 설치하기 위해 해외 투자 유치에 나설 거라고 손 기자가 보도한 바 있는데요. 손 기자, 이번에 러시아에 손을 내밀었다는 건 당시에도 투자 유치에 실패했던 것으로 봐야겠죠?
손혜민 기자 :그렇습니다. 언제 봐도 말 따로 행동 따로 하고 있는 북한을 어느 투자자가 믿겠습니까. 북한으로서는 파격적인 제안이지만 말입니다. 사실 혁명의 심장부로 상징되는 평양에서도 중심에 자리한 류경호텔 안에 자본주의 상징인 카지노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죠. 물론 뜬금없이 나온 제안은 아니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당중앙위원회 제8기 10차 전원회의(6.28~7.1)에서 국내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발언한 뒤 나온 겁니다.
이에 중앙에서는 수십년 째 준공이 미뤄지고 있는 류경호텔에 눈길을 돌렸습니다. 외부 공사는 마무리되어 있는 류경호텔 내부공사를 마무리하여 평양 관광을 살려보려는 시도였습니다. 그러자면 해외 투자자를 끌어당길 매혹적인 제안이 필요했는데요. 그것이 바로 투자자에게 류경호텔 안에 카지노 위치와 범위를 정하도록 권한을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짧은 시간에 고수익이 창출되는 카지노를 평양 류경호텔에 설치한다면, 투자자로서도 나쁠 게 없습니다.
물론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에도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지만, 양각도 호텔은 평양 외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평양 중구역과 인접한 보통강구역에 위치한 류경호텔에 카지노가 설치될 경우 외화 수익이 훨씬 크다는 말입니다. 북한으로서는 사실 투자 위험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양각도 호텔은 대동강으로 둘러싼 섬에 있지만, 류경호텔은 시내 중심에 있기 때문에 수뇌부 안전을 우려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북한이 류경호텔 카지노 설치를 추진한 것은 국가 경제가 위태롭다는 반증인데요. 하지만 더 위태로운 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원하며 국제정세 긴장에 동참하고 있는 북한의 행태로 투자 유치가 실패한 것입니다.
진행자 :류경호텔은 그나마 외형이라도 제대로 갖추고 있어서 해외 언론 매체에서 북한을 소개할 때 등장하는 가장 잘 알려진 북한 건물로 꼽히고 있는데요. 김일성 시대부터 체제 선전용으로 완공을 바랬던 류경호텔, 김정은 총비서에게는 또 어떤 의미로 작용할까요?
문성휘 기자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서 김정은은 권력을 세습한 지도자에 불과합니다. 그만큼 권력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거죠. 그동안 김정은은 김일성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이해 주체연호를 없애고, 자신을 위대한 어버이로 부르도록 주민들에게 강요했습니다. 아버지인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국통일 3대헌장 기념비"를 폭파하고 남과 북을 영구적으로 갈라놓기 위한 책동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김일성,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것이 김정은이 처한 현실입니다. 김일성, 김정일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면 김정은 자신이 선대 지도자들보다 훨씬 능력이 있고 뛰어난 지도자라는 인식을 주민들에게 심어 주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인민생활을 향상시켜야 합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의 생활난은 날이 갈수록 가중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동참함으로써 북한은 세계적인 고립도 더욱 심화되고 있고요. 북한 내부의 지식인들과 간부들은 김정은 정권이 최근 들어 류경호텔 완공에 다시 시동을 걸고 있는 원인을 선대 지도자들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김일성, 김정일도 해결 못한 난제를 김정은이 해결했다. 결국 김정은이 정치적 수완이나 능력에 있어서 김일성, 김정일보다 한 수 위이다’ 이런 선전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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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철 북한 채소 가격 급등Opens in new window ]
진행자 :다음 소식입니다. 최근 북한의 채소, 그러니까 남새 가격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주변 지역의 채소 공급을 연포온실농장이 독점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하는데요. 손 기자, 그럼 개인이 온실에서 기른 남새 판매는 거의 없어졌다고 봐야 합니까?
손혜민 기자 :장사하지 않으면 살지 못하는 북한 현실에서 개인의 온실을 완전히 없앤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텃밭에서 고추와 오이 등 채소를 재배하고, 그것을 장마당에 팔아 생존해야 하는 주민은 어떻게 하든지 필사적으로 살아납니다. 국가가 연포온실농장처럼 규모가 방대한 온실을 계속 건설해도 개인에 의한 남새시장까지 없애지 못한다는 말입니다.
다만 남새 판로 확보에서는 개인이 불리합니다. 국가온실농장에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요. 대기업에 의한 영세기업의 어려움이라고 말할 수 있죠. 예를 들면, 함주군에는 국영 상업망 산하 크고 작은 식당들이 많습니다. 남새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이 식당들인데, 정부가 직접 연포온실농장에서 생산되는 남새를 해당 식당들에서 소비하도록 지표를 내리는 겁니다.
물론 공급이라는 명분입니다. 하지만 가격은 시장가격이죠. 남새가 좋든 나쁘든 연포온실농장에서 재배한 남새를 공급받은 식당은 시장가격으로 온실농장에 바쳐야 하는 겁니다. 연포온실농장이 없을 때는 시장이나 개인 온실에서 가격을 비교하고 가장 신선한 남새를 살 수 있었는데, 자유시장이 사라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황해남도에서 개인이 재배한 수박 등은 평양 식당과 고정 거래하며 살고 있었는데, 평양에도 강동온실농장이 운영되고 있으니 해당 지역 주민들도 남새 판로를 국가에 뺏긴 셈이죠.
다행히 북한 장마당에서 곡물 판매는 통제되지만, 남새 판매는 통제되지 않아 개인이 온실에서 재배한 고추나 오이, 양배추 등이 장마당에서 판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덧붙여 말씀드린다면, 온실 운영은 연탄 에너지가 필수이므로 함경북도에서는 아오지 탄광이 자리한 일대 중심으로, 함경남도에서는 고원 탄광 일대 중심으로, 평안도에서는 덕천과 안주 탄광 등이 자리한 일대 중심으로 개인 온실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진행자 :최근 환율 상승으로 북한 물가가 크게 오르긴 했습니다만, 애초에 인민들이 다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채소를 공급할 것으로 기대됐던 연포온실농장이 지난 11월부터 가격을 대폭 올려 인민들이 쉽게 사먹을 수 없게 됐다고 하는데요. 연포온실농장이 이렇게까지 장마당 가격 상승을 조장하며 폭리를 취하려는 이유는 뭘까요?
손혜민 기자 : 12월에 들어서 가격이 또 올라갔습니다. 지난 11월 말에 함흥 장마당에서 풋고추 1킬로가 북한 돈 3만원(1.03달러), 오이 1킬로 4만원(1.37달러)이었는데, 현재 풋고추 1킬로 4만원, 오이는 5만원(1.6달러)이라고 현지 주민들이 전했습니다. 신정을 맞으며 가격이 오르는 것도 있지만, 환율이 계속 폭등하면서 장마당 경제가 불안정하다 보니 부식물, 옷, 쌀 등 모든 가격 또한 폭등하는 것입니다. 환율이 1달러에 4만원 선을 넘어섰으니 장마당 경제 또한 불안정한 겁니다.
하지만 연포온실농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농장을 경영하는 간부들도 환율에 따라 남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습니다. 좀 전에 말씀 드렸듯이 온실에서 토마토나 딸기, 오이 등 겨울철 남새와 과일을 재배하려면 열 에너지가 필수입니다. 국가에서 가스나 전기를 공급해 준다면 온실 운영 비용이 덜하겠지만 무연탄 1톤도 공급되지 않습니다. 자력갱생 해야 하는데, 이 말은 장마당 가격으로 가스나 무연탄을 사들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또 온실 농장 자재도 자체로 해결해야 합니다.
온실농장에서 영농자재와 에너지를 자체로 해결하려면, 그 비용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런 와중에 국가에 생산계획 실적을 보고해야 하지 않나요. 생산실적이란 액상 계획, 즉 현금계획이기도 합니다. 그러니 군부대와 일부 기관에는 국정가격으로 공급하고 나머지 생산물을 시장가격으로 팔아야 국가 계획도 맞추고 운영자금도 마련해야 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남새 가격이 폭등하는 것은 연포온실농장이 폭리를 취한다기보다는 당국이 폭리를 취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싶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문성휘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