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북한판 안네의 일기 주인공 ‘장길수의 바람’

장길수씨와 가족들이 이야기가 담긴 책.
장길수씨와 가족들이 이야기가 담긴 책. (/ RFA PHOTO)

0:00 / 0:00

북한주민이 대량으로 중국으로 탈북했던 시기인 지난 2001년, 중국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뛰어들어가서 난민신청을 한 탈북민 가족이 있습니다. 신문과 방송으로 이들의 진입사실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이들은 신속히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있었는데요.

이들의 한국입국이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게 된 것은 당시 15살 소년이었던 장길수씨와 형 등이 북한의 참상을 그린 그림도 한몫을 차지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그때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캐나다에서 살고 있는 장길수씨의 이야기 전해드립니다.

장길수씨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시 북쪽에 살고 있는데요. 큰 트럭을 몰며 현장을 다니는 그는 이곳 캐나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건설자의 모습이었습니다. 장길수씨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1999년 그의 가족 15명이 북한에서 탈출하여 중국에서 어렵게 살고 있을 때었는데요. 당시 중국에서 문구사업을 하고 있던 한 한국인 사업가 문국환씨를 만나게 되면서 부터입니다.

스크린샷 2024-01-25 150903.png
동료들과 노래를 감상하고 있는 장길수씨.

문씨는 이들을 무사히 한국으로 올 수 있게 여러가지 방법을 찾고 있었는데요. 문씨는 언론의 힘이 크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고 이들의 북한생활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 장길수 가족을 구출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때 사용했던 소품이 그림입니다.

장길수 : 그냥 봤던 것, 우리가 겪었던 것, 그냥 그림 진짜 못그리는데 큰아버지가 더하지도 보태지도 말고 네가 그냥 봤던거 겪었던 것 한번 그려봐라 해서 그냥 저희가 그린거예요.

들판에서 풀을 띁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린 “언제 이밥을 배불리 먹을 수 있을까?”, 몇끼를 굶었는지 모르는 우리식구들의 모습, 중국에 갔다가 잡혀서 흙을 나르며 고초를 겪고 있는 모습, 각목으로 매맞는 그림 등 입니다. 이렇게 길수 형제가 그린 그림은 2000년 서울에서 열린 국제NGO 대회에 소개되었고 이를 영국 TV, 뉴스위크 등 외신들이 전하면서 “눈물로 그린 무지개”라는 제목의 책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이때부터 그는 본명인 장창수라는 이름 대신에 장길수라는 가명으로 세상에 알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들의 그림과 책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중국에서의 생사는 더 위험하게 되었는데요. 문국환씨는 더는 다른 방법이 없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들어가는 길을 선택하게 됩니다

중국 베이징 유엔 난민고등판무관실을 진입하면서 길수 가족은 쥐약을 사서 하나씩 몸에 품고 밧줄을 몸에 감았습니다. 그렇게 목숨을 각오한 난민고등판무관실 진입은 성공하게 되고 한국으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면서 나흘간 농성을 벌인 후 마침내 무사히 한국으로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국에 오게 된 장길수씨는 한국에서 고등학교 졸업장도 받고 대학도 진학하게 됩니다.

장길수 : 저는 북한에서는 군관이 되고 싶었어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꿈이라는 것이 없어졌어요. 왠지는 모르겠는데…

장씨는 한국에서 살다가 캐나다에 오게 된 것은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서라고 전합니다. 그렇게 장씨는 다니던 서강대학교를 휴학 하고 이곳 캐나다에 오게 되었는데요. 캐나다는 어쩐지 모르게 마음이 편하다고 말합니다.

장길수 : 여기 캐나다 사람들한테는 북한 사람도 이민자고 중국사람도 이민자고 한국 사람도 이민자고 여기 캐나다 사람들한테는 다 똑같은 이민자에요.

장길수씨는 현재 건물에 유리창문을 설치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회사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기술을 습득한 후에는 자기사업을 차렸습니다. 캐나다에 살멶서 바라는 것있다고 하는데요.

장길수 : 첫째도 둘째도 인권이겠지만 여기 지금 현재 살고 있는 불법체류로 살고 있는 북한사람들의 처지가 좀 개선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