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로 가득 찬 토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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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관심이 높아가는 북한의 인권문제와 그 활동소식을 전하는 캐나다는 지금, 토론토에서 장미쉘 기자가 전합니다.

전세계가 브라질 월드 컵 도가니 속에 빠져 있는 요즘, 이민자의 도시, 캐나다 토론토시에는 그 어느 때보다도 더 이색적인 광경이 펼쳐집니다.

조별 예선경기가 한창이던 지난 달 중순에는 토론토 다운타운과 영앤핀치에 자리한 코리아 타운에 빨간 옷을 입은 한인 젊은이 들이 "대한민국"을 외치며 거리를 떠들 썩 울렸고, 지난 16강전이 한창 열리던 7월 초에는 콜롬비아 응원단의 노란 물결이 토론토 중심가인 컬리지 거리, 대학가를 물들였습니다.

코리아 타운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져 있는 작은 이탈리아 거리에는 또 다른 광경이 펼쳐집니다.

(응원 함성소리)

이탈리와 잉글랜드 전이 벌어진 지난 14일, 식당에 느긋이 앉아 맥주잔을 기울이며 대형스크린을 뚫어지게 지켜 보며 순간순간을 노치지 않는 축구팬들, 거리에서 떠들썩 함성을 외치는 사람들, 그에 호응해 자동차 경적을 울려주는 운전자들, 그야말로 작은 이탈리 거리는 지구촌 축제의 마당이었는데요.

이탈리 거리여서 이탈리 계 사람들도 있었지만 다른 여러 나라 이민자들도 모여와 함께 공동으로 응원하며 월드컵을 즐겼습니다.

그리스가 코트디부아르를 2대1로 이긴 지난 24일에 토론토 다운타운서쪽에 자리한 그리스거리는 또 온통 파란색 그리스 깃발과 파란색 옷을 입은 응원 자들로 흠뻑 잠겨있었습니다.

(응원소리)

캐나다라는 다문화, 다민족 모자이크 나라의 모습을 이번 월드컵을 통해서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는데요. 캐나다 한인들의 제일 큰 공동응원은 한인회관에서 이뤄 졌는데요, 비록 16강에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토론토의 월드컵 응원 열기를 더하고 대한민국의 자부심을 북돋아주는 데 한 몫을 했습니다.

캐나다에 살고 있는 탈북민들도 이번 월드컵에 참가한 대한민국을 열심히 응원하면서 비록 예선에서 탈락하긴 했지만 그 수많은 이민자들 가운데서 빛을 발하는 우리 민족의 긍지를 뿌듯하게 느꼈다고 합니다.

북한에서 송구선수를 했다는 정순임씨, 그렇게 축구경기 보는 것을 좋아했지만 북한에서는 한번도 월드컵을 보지 못했다는 데요. 지금 이곳에 와서는 그야말로 월드컵 축구의 열열한 팬이라고 합니다.

정순임: 집에서 우리 딸하고 소리를 치면서 응원했지요. 골키퍼 있잖아요? 이번에 새로 온 선수였는데, 나는 이윤재를 잘 알거든요, 이윤재를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이번에 너무 잘했어요. 계속 한국 꼴 문 앞에서 맴돌 았는데… 다 막았는데 마지막 하나를 못 막고 야, 정말 잘했어요. 나이는 어리더구만, 그 애는 아마 뜰 거예요.

어렸을 때 운동에 대한 꿈도 많았던 정순임씨, 폐쇄된 북한이라는 사회에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었음을 토로합니다.

정순임: 월드컵이란 말도 못 들어봤어요. 티비도 없을 때인데, 나는 축구 강 팬이거든, 북한에서 핸드볼을 했고, 도 경기도 나가고 그랬는데.. 대학에 가자고 해도 키 작아 못 간다고 하고, 나 같은 경우는 키 작아서 못 갔거든, 너무 따지는 것이 많으니까…

남한과 북한이 월드컵에 동시에 올라간다면 캐나다의 탈북민들은 과연 어느 쪽을 응원할까? 궁금했는데요. 탈북민 서순화씨의 대답입니다.

서순화: 그쪽을 응원해봤자 김정은 응원하는 것이나 똑같아요. 북한사람이라면 다 똑 같은 생각이 아닐까요? 백성을 위하는 정권이면 우리가 그 나라를 응원하죠. 그런데 우리를 이렇게 못살게 하는 나라를 거기에서 우리가 태어났다고 응원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마음은 아프죠, 언젠가는 하나가 꼭 되어야 하는데…

지구촌을 달군 2014 월드컵 경기가 이제 준결승으로 브라질-독일이 9일 그리고 10일 새벽 네덜란드-아르헨티나 전에서 이기는 두 나라가 결승에 진출하게 됩니다. 과연 어느 나라가 준결승에 오를 것인지 자신이 응원하는 국가가 이기기를 바라면서 남북한이 하나가 되면 꼭 월드컵의 최강팀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탈북민들, 이번 브라질 월드컵을 보면서 더욱더 통일의 의지를 다지게 합니다.

지금까지 토론토에서 RFA 자유아시아 방송 장미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