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는 북한의 열병 식 소식이 사람들의 화제였죠.
요즘은 인터넷통신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북한의 소식은 거의 실시간 수준으로 유트브에 올라와 사람들은 전세계 어디에서나 북한소식을 바로 바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이 지난 8월 수해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지 2달도 지나지 않아 최대 규모의 열병 식을 열었으니 그 속에서 군인들과 인민들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물론 이번 열병 식은 당 창건 75돐이라고 지난 몇 달간 준비해왔을 테지만, 북한에 예견치 않았던 수해가 나면서 평양시의 30만명 당원들이 함경남북 도를 비롯한 지방으로 피해복구건설에 나섰는데 복구건설에서 돌아온 주민들은 조금 쉴 틈도 없이 10월 10일 행사를 준비했을 테니 말입니다.
그런데 이런 열병 식은 왜 꼭 해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열병 식은 규모에 따라 무력을 가지고 있는 거의 모든 나라에서 기념일 때에 흔히 진행하는 행사이긴 합니다. 하지만 큰 규모의 열병식일수록 집권자들이 자신의 통치를 과시하거나 명성을 높이고 그 정치적 권위를 공고히 하는데 이용되어 왔습니다.
역사에 기록되어 있는 화려한 열병 식 중의 하나는 고대로마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쟁에서 승리한 황제와 장군들은 약탈한 전리품을 가득 실은 전차들과 포로로 잡힌 노예들을 쇠사슬로 묶어 길거리를 행진하게 하면서 로마시민들에게 지배자의 권위를 보여주고 그 권력에 복종하게 했습니다.
근대에 들어서면서는 선동성이 강했던 나치 독일의 열병식이 전세계 군인제식에 영향을 주었습니다. 당시 전세계 군대는 나치 독일의 행진방법, 경례, 훈련제식을 모방했는데요.
특히 나치독일에서 진행되었던 당대회와 집회, 군사열병 식 등은 그대로 전체주의 제도인 소련과 중국공산당, 그리고 북한에 답습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특히 북한이 가장 잘 따라 한 것은 나치독일이 가장 자랑스러워했던 "거위발걸음"이었는데요. 북한에서 흔히 90도 정보행진이라고 합니다.
이 걸음은 상체를 꼿꼿이 세우고 무릎을 굽히지 않은 채 다리를 높이 들어올리며 걸어가는 것을 말하는 데 고도로 위압적인 이미지를 주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서 당시 나치 독일에서 정보행진의 각도는 50도였습니다.
소련 과 중국은 여기에서 더 높여 60도로 행진했는데 60년대 말까지 북한군의 정보행진도 60도였습니다.
하지만 김정일이 정권을 잡고 난 후 이 각도는 110도로 높아졌고 이렇게 심한 열병 식 훈련을 하다가 내장이 파열되어 쓰러지는 경우도 속출했습니다. 이런 탈장을 막기 위해 가죽 혁 띠로 꽉 조이지만 온몸의 충격으로 관절이 상하는 것도 다반사였습니다.
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미 이런 정보행진은 비인간적인 제식훈련이라고 낙인 되어 있으며 전투력유지 측면에서도 장애가 되기 때문에 일찍이 각국에서 폐지했으며 큰 열병 식을 아직도 하고 있는 중국이나 러시아 같은 나라들도 국기 계양 식 등 특수한 상황에서만 정보행진을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군사력을 과시하기 위해 열병 식을 요란하게 하는 북한의 세계 군사력 순위는 몇 번째 일가요?
2020년 세계 군사력 평가기관인 글로벌 파이어 파워(GFP)가 발표한 북한의 군사력은 세계 25위입니다.
반면 남한의 군사력은 세계 제 6위인데요. 남한도 주로 국군의 날 같은 때에 열병 식을 진행하긴 하지만 점점 열병 식은 사열행진 정도로 규모가 축소되고 지난 2018년 국군의 날에는 이마저도 생략되었는데 그 이유는 폭염에 군인들이 사열연습을 할 수가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럼 세계 군사력 제1위인 미국도 제2차세계 대전이 끝나고 승전을 기념하여 열병 식을 진행한적도 있고 참전용사들을 추모하는 메모리얼 데이 등에서 군인들의 행진을 보여주긴 하지만 말 그대로 시가행진 정도입니다.
세계 최강의 군대와 무기를 이미 인정받고 있는 미국이 굳이 비용을 낭비하면서 열병 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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