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는 지금] 캐나다의 추수감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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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9일은 이곳에서 추수감사절, 그러니까 캐나다의 추석이라고 할 수 있는 명절이었습니다. 캐나다 사람들은 추석을 어떻게 보내는지 이 시간에 전해드립니다.

제가 남한에 있을 때 남한에도 북한에서와 똑같이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부르는 날이 있어서 처음에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이는 남한의 어느 대통령 생일이 아니고 바로 추석을 민족 최대의 명절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여기 캐나다에 오니 캐나다의 최대의 명절도 바로 추석,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역시 우리나라나 서양이나 사람사는 것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에 따뜻한 느낌이 들었는데요.

이곳 캐나다에서는 가을 풍년의 기원에 감사의 의미가 더해져 쇠고 있습니다. 캐나다에서는 17세기 초 프랑스에서 이곳 북미지역으로 온 개척민들이 정착해 성공적으로 수확을 거둔 것을 축하해 벌였던 축제를 추수감사절의 기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후 캐나다에 영국계 이주민들이 늘면서 추수감사절 행사는 기독교적 의미가 더해져 한해의 수확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추수감사절로 굳어지게 되었습니다.

특히 영국계 이민자들이 초기에 많이 들어온 이곳 토론토 사람들이 보내는 추수감사절은 청교도들의 전통에 뿌리를 많이 두고 있는데요. 자신들을 생존을 위협하는 어려운 가운데도 지켜준 하나님에 대한 감사의 의미가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특히 가족들이 모여 쇠는 명절이라는 데는 우리나라와 다름이 없는데요. 그래서 추수 감사절에는 음식을 차려놓고 가족뿐 아니라 이웃과 친구들을 초대해 추수감사절에 먹는 음식을 함께 나눕니다.

요즈음은 사실 과일이나 알곡 등이 사시장철 미국에서나, 남미, 아시아 등 각곳에서 실시간으로 수입되어 들어오니 이곳 캐나다에서는 햇곡식이라는 말이 별로 의미가 없습니다. 대신 추수감사절에만 먹는 칠면조, 고구마, 호박파이 등은 꼭 추수감사절 식탁에 오릅니다.

저도 이곳 캐나다에 처음 왔을 때 캐나다 가정집에 초대받아 즐겼던 추수감사절을 잊을 수가 없는데요. 서양영화에서 보던 것처럼, 샹들리에가 드리워진 거실에 큰 식탁이 놓였고 거기에는 큰 삼단 촛대가 놓여져 있었습니다. 거기에 버터를 곁들인 노란 빵과, 에그넛, 여기서 에그넛은 계란에 우유, 크림 등을 넣은 달콤한 음료인데 추수감사절에만 먹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보랏빛의 크린베리 잼, 올리브 열매절임, 으깬 감자 그리고 레몬조각을 꽃은 칵테일, 꼬부랑 애기호박, 노란 단풍잎이 장식된 정말 처음 보는 아름다운 서양식 명절 식탁었습니다.

중가운데 잘구워진 큰 칠면조 구이가 놓여진 접시가 있었는데 저도 그때 처음 먹어보는 칠면조 요리라 내심 어떤 맛일까 기대되었는데요. 사실 맛은 닭고기보다 좀 밋밋했지만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깊이가 있고 또 여기 캐나다 사람들은 거기에 크린베리라고 하는 약간은 시큼달큼한 과일 양념을 곁들어 먹으니 한결 서양식 다웠습니다.

대개 캐나다 사람들은 추수감사절이면 직접 큰 칠면조를 양념에 발라 집에서 굽는데요. 칠면조 크기가 일반 닭의 일곱배는 되기 때문에 굽는 시간만해도 족히 몇시간은 걸려야 합니다.

그래도 추수감사절에 더 그리운 것은 당연히 북한의 고향마을입니다. 조상의 산소에 가서 술 한잔 붓고 형제들을 만나 막걸리라도 한잔 기우리며 나누는 것이 이곳 캐나다 탈북민들이 해마다 바라는 소원입니다.

지금까지 캐나다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장소연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