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이 싫어

서울-이예진 xallsl@rfa.org
2016-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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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거주 탈북자들의 체육행사 모습.
부산 거주 탈북자들의 체육행사 모습.
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좋고 싫다는 의사표현이 분명한 탈북자들이 많습니다.

삶의 방식을 정할 때도 마찬가진데요.

북한에서 작은 단위라도 조직생활을 했던 탈북자들은 한국에 와선 탈북자 관련 단체나 조직과 무관하게 조용히 살거나 북한에서 그랬던 것처럼 조직이나 단체에서 활동하길 좋아합니다.

여기는 서울입니다.

그렇다면 탈북자들이 조직생활을 싫어하는 이유는 뭘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물론 사람마다 성향이 다르고, 북한에서도 다르게 살았기 때문에 한국에서 사는 방식도 다를 것 같기는 한데요. 드러내지 않고 주변의 도움을 크게 받으려고 하지 않고 사는 분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것 같아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많은 탈북자들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 위해, 또 사회에 탈북자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는 경우가 많은데 북한에서의 조직생활이 몸에 배어 자연스러운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습니다. 북한에서 조직 생활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던 사람들은 자유스러운 대한민국에 와서까지 꼭 조직생활을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나 전혀 사회생활에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더욱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고 하다 보니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데 그런 조직이나 단체의 일까지 참여할 새가 어디 있느냐 하는 경우거든요. 오히려 회사에 다니면서 배울 점이 많은 회사 선배나 동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자신의 정착에 더 도움이 되었다고 말하는 사례들도 있더라고요.

제가 얼마 전에 지방에서 만났던 한 탈북남성의 이야기인데요. 하나원 교육기간이 3개월인데 그 기간 함께 생활하다보니 동기생들 중에서도 무척 신임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하나원 생활시기에는 물론이고 사회에 나온 다음에도 많은 분들이 기쁜 일이 있거나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자주 연락하며 지냈죠. 지방에 나와서도 그 지역에 사는 많은 분들이 그 분 주위에 모였고 서로 도우면서 어려운 일은 함께 헤쳐 나가자는 의미에서 단체를 조직했답니다. 그 분은 가족이 함께 왔지만 혼자서 독신으로 온 분들은 외로울 때마다 그를 찾았고 친 형제들처럼 지냈던 터라 당연히 많은 분들이 그 분을 대표로 선출했답니다.

탈북자들 역시 한국에 정착을 하다보면 크고 작은 문제들이 제기되군 하거든요. 그럴 때마다 최대한 공정한 입장에서 서로를 아우르느라 노력도 많이 했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냐고 물었더니 제집처럼 드나들며 가깝게 지내던 동생 같은 사람이라 아무런 경계심도 없이 문을 열어주었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다짜고짜 흉기로 그 분을 찌른 겁니다. 저녁 모임 때에 서로 언성을 높이면서 두 사람이 싸우는 일이 있었는데 친형처럼 믿던 사람이 자기편을 들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고 합니다. 본인은 물론이고 만삭이 된 아내와 온 가족이 얼마나 놀랐겠습니까? 그 일이 있은 후부터 그 분은 긴 시간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되었고 그 후 자연히 모임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답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과장으로까지 승진을 하였고 연봉도 4000만원, 4만 달러 정도가 되었답니다. 그러면서 회사의 선배님들의 행복한 가정생활모습을 보며 자신을 돌이켜 보게 되었답니다. 북한식의 가부장적인 세대주에서 한국의 여느 아버지들처럼 자상한 남편, 친구 같은 아빠가 되었고 지금은 단체 활동 같은 것은 하지 않지만 한 회사에 있는 탈북자출신 동료를 아끼고 이끌어 주는 것으로 보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이예진: 정말 큰일 날 뻔 했는데 그런 극단적인 경우가 아니어도 탈북단체 내에서 동료들 간의 의견 차이로 다툼이 있기도 하고 그러다 모임 자체가 와해되는 경우도 종종 있더라고요. 말 많고 탈 많으니 단체 활동을 원치 않는 분들도 계시다는 얘긴데요. 그래도 따로 탈북단체에 가입하거나 탈북자들을 위한 행사 같은 데 참여를 전혀 하지 않던 분들도 살다보면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거나 상담할 일도 생기지 않을까요?

마순희: 그렇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상담사로 일할 때에도 그랬었고 지금 여인지사라는 한국의 여성단체에서 ‘찾아가는 상담’을 하면서도 그런 상담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탈북자들을 위한 지원이나 혜택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스스로 열심히 잘 살던 분들도 남북하나재단의 여러 가지 지원 사업들에 대해서 알게 되면 자연히 문의 전화가 옵니다. 어떤 분들은 한국에 나온 지 10년 이상이 되었는데 아직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하면서 여러 가지 질문들을 하기도 합니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를 물어 보면 인터넷을 보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다는 분도 있고 오랜만에 하나원 동기와 연락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다는 분도 있었습니다.

특히 본인들은 잘 정착을 하고 살고 있지만 자녀들을 위한 교육 지원 사업이나 장학금 지원 사업 등은 누구나 바라는 지원 사업들이기에 정보를 알게 되면 누구나 동참하게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잘 정착해서 사는 분들 중에 창업을 했거나 귀농을 하고 계신 분들도 많으니 창업지원, 영농지원 등 지원 사업들도 그런 분들에게는 필요한 지원인거죠. 탈북자 사업에 대해 관심이 적거나 단체 등 활동을 하지 않다보면 자연히 정보를 얻는데 제한적일 수가 있거든요. 그런 정보들은 남북하나재단 홈페이지뿐 아니라 ‘동포사랑’이라는 잡지에도 계속 실리게 되는데 그런 정보원천들을 멀리하다보니 자연히 정보에서 멀어진 겁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 근무할 때 상담했던 사례들을 보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경기도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다는 한 북한이탈주민 남성의 전화를 받았었습니다. 자기는 한국에 온지 10년이 넘었는데 재단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고 하면서 의료비 지원사업도 한다는데 몰라서 지원 받지 못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 분뿐만 아니라 몰라서 지원을 못 받았다고 전화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그런 분들에게는 남북하나재단이 2010년도에 출범했으니 모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설명해주군 했었습니다. 지금은 탈북자들에 대한 정착지원제도와 함께 남북하나재단의 지원 사업들에 대해서 하나원이나 하나센터에서 교육을 받고 있고 또 전문상담사들도 있다 보니 지금 나오시는 분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지만 그 전에 나온 분들은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모르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예진: 그런 분들은 주로 어떤 것들을 궁금해 하셨나요?

마순희: 그런 분들이 문의하는 내용들을 보면 장학금이나 주택 공지에 대한 문의들도 있었고 결혼식 축의금이나 출산장려금, 의료비 지원에 대해서, 혹은 이미 지난 사례들은 추가로 받을 수 없는지 문의하기도 하였습니다. 안타깝지만 모든 지원 사업들이 해마다 실행되는 것들이어서 지나간 사례를 지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도 다른 사업들도 많으니 재단의 홈페이지도 자주 방문해 보도록 안내하군 했습니다. 요즘은 찾아가는 상담을 하다 보니 직접 만나보면서 그런 점들을 절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남북하나재단에서는 매년 북한이탈주민들의 교육지원 사업으로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는데요. 포항에 계시는 분은 그런 사업이 있는 줄도 모르더라고요. 아들이 지금 고등학생인데 중학생들부터 주는 장학금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하고 물론 아파서 병원에 입원했어도 의료비지원이 있는 줄도 몰랐다고 했습니다. 이번에 착한사례 발굴을 위한 대담을 하면서 그 분들에게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었고 새 집으로 이사하면서 동포사랑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동포사랑도 정기적으로 받아볼 수 있게 연결해주었습니다. 또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어려워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세무회계사업이잖아요? 착한사례발굴과정에 만난 창업자들에게도 남북하나재단의 세무이용료 지원 사업에 대해서도 안내해주고 있습니다.

이예진: 혼자서도 잘 살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만 이렇게 또 단체나 조직에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지원을 하는지 관심을 기울이면 또 많은 도움이 되니까요. 다음 시간에는 조직이나 단체생활이 더 편하다는 탈북자들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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