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언이 필요해

서울-이예진 leey@rfa.org
2016-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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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상담원이 전화를 받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의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에서 상담원이 전화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예진입니다. 탈북자들에겐 주변에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때론 어떤 말을 듣고 따라야할지도 고민이라고 하는데요. 여기는 서울입니다. 탈북자들이 겪는 다양한 시행착오, 어떨 때, 어떤 조언이 필요할까요?

이예진: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 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하겠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순희: 네. 안녕하세요?

이예진: 남한에서는 국가적 지원과 혜택, 또 크고 작은 도움을 주는 사회복지사, 선생님 같은 상담사들이 정착에 필요한 도움을 주고 계시지만 그래도 같은 경험을 했던 선배 탈북자들에게 듣는 조언은 또 다르게 와 닿을 것 같아요.

마순희: 아무래도 먼저 한국에 와서 잘 정착하고 있는 선배 탈북자들의 조언에 귀를 기울이게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컴퓨터 학원에서 처음 컴퓨터를 배울 때에도 그런 것을 많이 느꼈습니다. 저희가 처음에 와서 컴퓨터 학원에 다닐 때에는 저보다 몇 살 위인 언니들도 함께 배웠습니다. 그런데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하나하나 설명해주는데 전혀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시더라고요. 그러다가도 쉬는 시간만 되면 같이 수업을 받는, 잘 따라 배우는 같은 탈북자들에게 물어보면서 하나하나 다시 수업을 한답니다. 그렇게 배워서 사진도 올리고 메일, 전자우편도 쓰고는 너무 행복해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한국출신인 컴퓨터 강사에게 물어보는 것보다 같은 탈북자 출신이 저희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마음이 편했던 거죠. 몰라서 물어봐도 자기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기초를 가르치는 컴퓨터학원이나 정보화진흥원 같은 곳에서는 북한이탈주민 출신 강사들을 채용해서 탈북자들의 눈높이에 맞게 교육을 시키고 있는데, 그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는 거죠. 저와 친한 한 언니는 고향의 옆집 친구에게 이렇게 컴퓨터를 다루는 자신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서 보여주고 싶다고 하시면서 그렇게 뿌듯해 하시더군요.

제가 지방에 갔을 때 만났던 한 여성의 이야기였는데요. 처음 하나센터에서 교육을 받으면서 은행에 가서 어떻게 현금을 인출하고 또 입금하는지를 배웠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생각하니 잘 생각이 날 것 같지 않은데 낮에 금방 배우고 또 다시 배워달라고 하기도 그렇더래요. 그래서 자기 손으로 한 번 다시 해보고 싶어서 다시 은행에 갔답니다. 현금을 입금시키고 다시 찾고 해보았는데 잘 되는 거죠. 신나게 몇 번을 반복하는데 이상하더랍니다. 몇 번을 그렇게 입금하고 출금하기를 반복했더니 돈이 적어진 거죠. 입출금할 때 동일한 은행이 아니면 수수료가 붙는다는 것을 몰랐기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지금은 그 때의 일을 웃으면서 이야기해 주더군요. 아무래도 시간이 좀 지나서 서로 가까워지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선뜻 물어보게 되지 않는 거죠.

이예진: 이 은행에서 저 은행으로 돈을 보낼 때 은행에서 떼는 30에서 50센트, 그러니까 0.5달러 이하의 수수료를 생각지 못했다는 거네요. 어쨌든 값비싼 공부를 했네요. 그래도 잘 모르면 주변에 도움 주는 분들에게 물어도 좋을 텐데 그렇진 않다는 거네요.

마순희: 물론 사회복지사나 하나센터선생님들, 그리고 북한이탈주민 상담사분들이 정착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친절하게 잘 알려주고 도와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처음부터 그분들을 신뢰하게 되지는 않거든요. 그래서 상담을 하면서도 자신에게 불리할 거라고 생각되는 것은 이야기하지 않는다든가 혹은 상담사들이 만나자고 해도 핑계를 대면서 만나지 않으려고 하는 분들도 있다고 해요. 얼마 전에도 남북하나재단의 전문상담사들이 해마다 하는 실태조사가 있었는데 몇 번을 전화해도 전화도 잘 받지 않고 찾아가도 만날 수 없었던 분들도 있어서 어려움을 호소하는 선생님들도 계시더라고요. 물론 정말 시간이 안 되어 못 만나는 분들도 있겠지만 제가 알고 있는 한 남성은 내가 열심히 살고 있는데 구태여 만날 필요가 있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실태조사를 안 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그 분에게 실태조사로 1년에 한 번 만나는데 그래도 한 번 만나도 보고 필요한 정보도 알게 되면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서로 알고 지내면 좋은 점이 더 많지 않겠는가고 이야기해주기도 했습니다. 사실 실태조사가 제대로 진행되어야 북한이탈주민들이 어떻게 정착하고 있는지, 작년보다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정부의 지원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아니면 노력에 비해 성과가 미미한지 하는 정도까지 파악하게 되잖아요? 그래야 그에 맞게 지원정책도 계속 수정하고, 보완하면서 더 좋은 방향으로 제시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물론 조사에 참여하는 모든 분들이 성실한 대답과 조사하는 선생님들의 사명감 같은 것이 다 같이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요.

이예진: 귀찮아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이런 건 좀 성실하게 답할 필요가 있겠네요. 그런데 선생님도 갓 나온 탈북자들을 꽤 만나보셨잖아요. 아무래도 빨리 돈 버는 법에 대한 것이나 늦은 나이에도 공부를 하고 싶다는 분들도 많았을 것 같아요.

마순희: 네 맞습니다. 한국에 갓 나온 탈북자분들을 만나면 제일 궁금해 하는 것이 그 문제인 것 같습니다. 누구나 다 한국에 오면 빨리 돈을 벌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공부를 하면서도 아르바이트, 부업으로라도 돈을 벌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보니 일자리 문제가 가장 궁금한 거죠. 북한처럼 배치해 주었으면 차라리 좋겠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일자리를 찾는 것을 어려워한답니다. 고용지원센터는 물론 하나센터나 지역의 복지관, 그리고 민간단체들, 상담사들과 연결해서 일자리를 많이 찾고는 있지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찾는다는 것이 쉽지 않거든요. 그리고 사람마다 하고 싶은 일이나 이루고 싶은 꿈같은 것들이 서로 다르기는 하지만 대부분 생계를 위해서는 돈도 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거기에 북한에서 하고 싶어도 하지 못했던 공부를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조언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번에 만났던 파주시에 살고 있는 여성의 이야기였는데요. 한국에 처음 와서 건강이 좀 안 좋아서 병원에 몇 번 다니다보니 간호조무사들이 하고 있는 일들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그래서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게 되었고 간호조무사학원을 다니고 국가자격증을 받으면 병원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6개월짜리 간호조무사학원에 등록하여 꼭 자격증을 따야겠다고 마음먹었답니다. 낮에는 학원에서 공부하고 밤이면 식당에서 시간제로 일하면서 생활비도 벌었답니다. 간호조무사학원은 다른 직업훈련과 달리 무료가 아니라서 교육비도 내면서 공부한 거죠. 그런데 노력한다고 다 되는 것이 아니더랍니다. 우선 가장 기초적인 컴퓨터학원을 다녀야 하는데 타자 연습 정도의 수준이다 보니 수업을 따라갈 수 없더래요. 그래서 학원에 사정이야기를 하고 간호조무사학원을 중퇴하고 컴퓨터학원을 다녔답니다.

이예진: 두 학원을 다 다닐 수는 없으니까 우선 컴퓨터부터 해보자는 거였군요.

마순희: 네. 그렇죠. 기초적인 컴퓨터 교육도 받고 컴퓨터 활용, 파워포인트 등 자격증도 취득한 후 다시 간호조무사학원을 다닌 것입니다. 한국 사람들도 어렵다는 간호조무사 국가시험을 통과하여 자격증을 취득하고 지금까지 한 여성병원에서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병원에 근무하면서도 4년제 사이버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받았고 요양보호사 자격증 등 여러 가지 자격증도 받았다고 합니다.

이예진: 정말 열심히 사셨군요.

마순희: 그 분은 본인의 피타는 노력으로 일과 공부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은 거죠. 우리 탈북자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자기가 배우고 싶은 대학에 가서 마음껏 배우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35세 미만의 탈북자들은 등록금 지원을 받으면서 가고 싶은 정규대학에서 공부할 수는 있지만 그 기준이 안 되는 분들은 사이버대학이나 야간대학 등으로 일하면서 배우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예진: 사이버대학은 인터넷으로 배우는 거죠.

마순희: 그렇죠. 시간이 될 때 인터넷으로 공부할 수 있어서 저의 동네에도 탈북여성들이 많은데 절반 이상이 사이버로 대학을 졸업한 분들입니다.

이예진: 시간활용이 아무래도 좋으니까요.

마순희: 네. 그 분 사례를 들으면서 사실 처음부터 컴퓨터학원을 다니고 간호조무사학원을 다녔더라면 시간과 돈을 더 들이지 않아도 될, 말하자면 시행착오를 겪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정말 대한민국에서는 컴퓨터를 모르고서는 어떤 공부든,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할 수가 없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컴퓨터를 배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다시금 들더라고요.

이예진: 네. 바로 이렇게 선배가 직접 겪은 시행착오가 막 탈북한 후배들에게는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얘기일 것 같은데요. 선배들이 겪은 시행착오,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음 이 시간에 더 들어봅니다.

찾아가는 종합상담소. 북한출신 전문 상담사 마순희 선생과 함께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마순희: 네. 감사합니다.

이예진: 여기는 서울입니다.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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