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네, 안녕하세요.
기자: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이 시간에는 남한의 아름답고 깨끗한 도시 문화와 분리수거에 대하여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남한 도시의 거리에 나가보면 길가에 불필요한 물건들과 담배꽁초 같은 비위생적인 쓰레기를 보기 힘들어요. 그만큼 도시를 깨끗하게 관리한다는 거겠죠.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술집이나 거리에는 종종 쓰레기가 나뒹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날이나 이틀 후에 가보면 깨끗하게 싹 청소돼 있어서 언제 그렇게 쓰레기가 있었는가 싶어요.
기자:지방보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밀집해 살다 보니까 아무래도 거리가 더러워질 수밖에 없는데요. 다른 나라 길거리도 다녀본 적이 있으신 건가요?
이순희:그럼요. 중국, 태국 등 많은 나라 길거리를 봤어요. 특히 북한에서는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버리고 담배를 피우거나 침을 뱉는 일이 비일비재했거든요. 또 프랑스에서 사들여 온 쓰레기 더미들이 항만에 쌓여있었는데요. 주변 주민들이 그 쓰레기들을 가져다 불을 때느라 헤쳐놓아서 정말 보기 안 좋았어요. 또 바람이 불면 그 쓰레기들이 도시와 거리에 나도니까 거리를 걸어갈 때마다 쓰레기가 발에 채면서 다니던 기억이 나요.
기자:아무래도 남한에는 쓰레기를 무단투기하거나 지정 장소가 아닌 곳에서 담배를 피우면 과태료를 부과하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거리가 더 깨끗해진 것 같아요.
이순희:그렇더라고요. 남한에서는 길거리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담배를 피우면서 걸어 다니면 주변 시선이 따가울 뿐만 아니라 법으로도 처벌받을 수 있더라고요. 이런 행위는 경범죄로 분류돼서 최대 10만 원까지도 벌금을 내야 해요. 그래도 이런 건 법으로 규제하는 것만으로 되는 게 아니라 시민의식도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여기선 조그마한 아이들도 엄마 손에 이끌려 가다가 길가에 쓰레기를 보면 "엄마, 쓰레기"하고 부모에게 말해서 줍는 경우도 있더라고요. 그리고 미화원들이 길거리를 매일같이 청소해 주는 덕분에 거리가 청결하게 유지되는 것 같아요.
기자:담배도 흡연 장소로 지정된 곳에서만 피워야 하죠.
이순희:맞아요. 남한에서도 불과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길거리, 식당, 커피숍에서 담배를 자유롭게 피울 수 있었는데요. 그런데 한 사람이 담배를 피우게 되면 주변에 연기가 퍼지면서 다른 사람들의 건강까지 해칠 수 있다는 얘기 들어보셨나요?
기자:네, 그럼요. "직접 흡연보다 간접흡연이 더 위험하다"는 연구도 있잖아요.
이순희:네, 간접흡연은 담배에 달린 필터, 다시 말해 거름막 없이 연기를 들이켜는 거라 건강에 더 나쁘다는 건데요. 흡연은 자유지만 그 사람 때문에 내 건강까지 해쳐야 할 이유는 없잖아요? 그래서 법이 개정되어 남한에서 흡연자들은 정해진 장소에서만 담배를 피울 수 있게 됐어요. 그러니까 비흡연자 입장에서는 길거리에서 담배 연기도 사라져 더 깔끔해진 기분이죠.
기자:동물의 배변을 치우는 것도 길거리 청결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요소인데요. 지방뿐 아니라 도시에서도 동물, 예를 들면 강아지와 고양이 등과 많이 함께 살기 때문에 동물들의 오물도 거리에 남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애완동물이 남긴 배설물을 다 치워야 하죠?
이순희:네, 맞아요. 남한에서 애완동물을 많이 기르는데요. 그 동물들을 산책시키느라 집 주변과 산책로에 데리고 나오는데, 만약 배설한다면 꼭 비닐봉지에 그 배설물을 담아서 집으로 가져가야 해요. 거리는 어른들만 쓰는 게 아니라 갓난아기들도 쓰는 거잖아요? 그런데 갓난아기가 길을 걷다가 혹시라도 동물 똥을 손으로 집으면 어떤 사달이 날지 몰라요. 동물의 배설물을 비닐봉지에 담아서 가져간다는 건 북한 분들은 상상도 못 할 일일 텐데요. 아마 북한 분들은 집 안에서 동물들이 똥을 싸면 그걸 바깥에다 버릴 거예요. "어디 길거리에 싸놓은 짐승 배설물을 집으로 도로 가져가냐?"고 말이에요. 그래도 이렇게 거리를 청결하게 유지하겠다는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이 모여서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것 같아요.
기자:그리고 또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재활용 강국'으로 불릴 만큼 분리수거를 착실히 하는 나라인데요.
이순희:아마 '분리수거'라는 말은 북한 분들에게는 생소한 말일 겁니다. 분리수거라는 것은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를 따로 분리해 놓으면 그것을 실어 재활용 장소에 가져가는 것인데요. 분리수거할 수 있는 물품들로는 파지 즉, 종이나 박스 다 쓴 책 같은 종이류가 있고요. 또 플라스틱, 공병, 캔 같은 것들도 따로 모아둘 수 있어요. 주민들은 집에서 나온 각종 버리는 책, 종이상자, 비닐 같은 것들을 아파트 쓰레기장에 가지고 나와, 이걸 따로따로 분리한다고 해서 분리수거장이라고 부르는데요. 북한에서는 이런 분리수거장도 없고 제대로 된 쓰레기장도 없어서 마구 버렸던 기억이 나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재활용 쓰레기뿐 아니라 일반 쓰레기도 국가에서 규정한 종량제 봉투를 사서 그 봉투에 넣어 버려야 해요. 종량제 봉투는 물건 사는 마트나 24시간 편의점 등에서 구매할 수 있는데요. 만약 쓰레기에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을 분리수거 함에 넣지 않고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렸다가 도시 미화원들에게 걸리면 벌금까지 물 수 있어요.
기자:남한 아파트에는 보통 경비원이 계셔서 아파트 환경미화를 위해 힘써주고 계시죠.
이순희:네, 아파트마다 경비원들이 상주하고 있는데 경비원들이 분리수거를 도와주시는 분들도 있고, 분리수거장과 쓰레기 버리는 곳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관리도 해주세요. 그리고 제가 사는 아파트 경비원분은 1년에 한 번씩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재활용 센터에 팔고 나오는 돈으로 주민들에게 비누 등을 사서 나눠 주기도 하셨어요.
기자:그럼 남한에서 철저한 분리수거나 길거리 쓰레기 무단투기 금지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일화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순희:네, 있어요. 이 일화를 수기로 써서 동포사랑 수기 공모전에 내기도 했는데요. 제가 처음 대한민국에 왔을 때가 겨울이라 백화점에서 따뜻한 이불을 사려고 했어요. 그런데 카드가 없어서 현금인출기에서 현금을 뽑아서 나왔는데 현금영수증이 같이 나왔어요. 그 영수증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거리에서 손을 빼는데 영수증이 바람을 타고 훌쩍 날아가는 거예요. 남한의 거리가 너무 깨끗하니까 그 영수증도 커다란 쓰레기처럼 보여서 영수증 조각을 따라가 주어서 다시 주머니에 넣었어요. 그리고 북한처럼 남한에도 길거리에 껌을 뱉는 사람이 종종 있기는 해요. 그 껌들이 사람들 발에 여러 차례 밟히면 새까맣고 딱딱한 상태로 바닥에 납작 붙어있는데요. 거의 길거리 무늬처럼 껌이 딱 달라붙어 버려요. 그 껌은 날카로운 걸로 긁어도 잘 안 떨어지니까 저는 속으로 "아, 이 껌은 평생 여기 있겠구나" 생각했는데요. 다음 날 보니까 길바닥의 껌이 사라진 거예요. 알고 보니 도시 미화원들이 고압 증기로 녹여서 떼버리지 뭐예요. 북한에서는 상상도 못 했던 방법으로 껌을 제거하는 걸 보고 놀랍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
기자: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청결한 거리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