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오늘 이 시간에는 남한의 의료보험 제도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 해요. 최근 남한에서 '의과대학 학생 정원 확대' 논란이 있었는데요. 한마디로 현재 남한 전국 의과 대학의 매년 총 입학생 수가 약 3천 명 정도 되는데 이 정원을 더 늘려야 할지 의견이 분분했던 거죠. 남한의 의료 수준은 전세계적으로 굉장히 높은 수준인데요. 이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서 더 좋은 방향이 무엇인지 각자 의견이 다른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수준 높은 의료 시설과 의료보험제도 덕분에 많은 국민들이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기자: 의료보험제도 덕에 많은 사람들이 조기에 병을 발견하거나 치료할 수 있는데요.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대한민국 전 국민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이순희: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사소한 질병인데 돈이 없어서 치료를 미루다 보면 큰 병으로 변하기도 해요. 소화가 잘 안되고 배가 이따금 아파서 병원을 찾았더니 위암이었던 경우도 많아요. 주기적으로 건강검진을 해주거나 조그만 증상에도 병원을 찾아야 초기에 빠르게 치료할 수 있는 거죠.
기자: 이순희 씨께서도 의료보험으로 혜택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이순희: 네, 당연히 있죠. 제가 남한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북한에서부터 아팠던 무릎 통증이 있었어요. 북한에서는 통증이 심하지 않기도 했지만, 치료할 수 있는 기술도 부족하고 병원에 가도 약도 없어서 아파도 참고 살았거든요. 그런데 (남한에서) 무릎 관절을 치료받으려면 3번의 수술을 받아야 하고 그 비용이 총 1,000만 원이 나온다는 거예요. 제가 정착한 지 얼마 안 되니 그 돈은 매우 부담스러웠죠. 다행히 병원에서 의료보험제도로 국가에서 거의 전부를 부담하고 제가 나머지 300만 원 정도만 내면 치료받을 수 있다고 안내해 주더라고요. 그때 잘 치료받고 지금은 일상생활은 물론 등산도 다니고 있어요.
기자: 건강보험료는 얼마나 내고 계시죠?
이순희: 건강보험료로 월급의 약 7%를 내야 해요. 그러니까 100만 원이면 7만 원, 200만 원이면 14만 원, 300만 원이면 21만 원 정도를 매달 내야 하는 거죠. 그런데 내는 돈보다 혜택이 더 많아요. 특히 제가 건강보험료를 내면 제가 부양해야 하는 가족들까지도 보험에 가입되어 똑같은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어요. 심지어 남한의 의료 기술이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서 외국에서 치료받으러 한국으로 올 정도예요. 특히 심장 수술 등을 잘 하기 때문에 세계에 세계에서 다 남한으로 와요. 이렇게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받는데 이 정도야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는 "남한에 돈이 없어 병원 문 앞에서 사람이 죽어간다"고 교육받았는데 사실과 전혀 다르더라고요.
기자: 또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평등하게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죠.
이순희: 맞아요. 건강, 나이 혹은 그 외의 이유로 일할 능력이 안 돼서 생활비를 벌기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의료 혜택을 제공해 주는데요. 보통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의 경우에는 건강보험료를 감면해 줘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되는 사람의 경우에는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 외에도 사설 보험에 가입해서 추가 혜택을 받을 수 있기도 하고요.
기자: 그럼 건강보험으로 어떤 의료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나요?
이순희: 사고에 의한 수술, 생활에 필수적인 기능을 위해 치료받아야 하는 질병뿐 아니라 치과 치료도 받을 수 있어요. 스케일링이라고 이 사이에 낀 치석들을 제거하는 시술이 있거든요. 6개월에서 1년에 한 번씩 스케일링을 받으면 충치와 잇몸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해요. 국가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으로 만 19세 이상 성인이면 1년에 한 번씩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스케일링을 받을 수 있거든요. 제 기억에는 1만 5천 원 정도밖에 안 했던 것 같아요. 남한에서 1만 5천 원이면 커피 두 잔 안 마시는 가격이랑 비슷해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 여러 가지 문제로 치아가 빠질 수 있는데요. 이런 분들은 인공 치아를 이식하는 임플란트 수술을 받을 수 있거든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 어떤 분이 "남조선에서는 이빨을 심는 수술도 있단다" 해서 제가 "에이, 뭐 그래요" 했는데, 진짜 남한에 와 보니까 그런 혜택이 있더라고요. 보통 나이가 들면서 이런 문제들을 겪기 때문에, 남한에서는 만 65세 이상이 된 국민들에게 비용의 70%를 지원해 주고 있어요.
기자: 건강보험에서 공제해 주는 의료 항목을 '급여'라고 하고, 보장되지 않아 개인적으로 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항목을 '비급여'라고 하는데요. 그럼, 반대로 비급여 항목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이순희: 정말 많은 부분이 건강보험제도로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데요. 개인의 미용 목적으로 의료시술이나 수술을 받은 건 공제가 안 돼요. 말하자면 성형수술 같은 경우는 국가에서 지원해 줄 수 없죠. 멀미를 예방하거나 금연하려고 처방 받는 약도 여기에 해당하는데요. 또 40~50대가 되면 여기저기 쑤시니까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해준답시고 부항을 뜨러 다니기도 하는데, 이런 한방치료도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없어요. 부항은 주로 등에다가 뜨거운 열과 압력을 가해서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주는 요법인데, 이건 사실 안 해도 일상생활에 크게 지장이 없거든요.
기자: 아무래도 개인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한 의료비까지 국가에서 지원해 주기 어렵긴 하죠. 그런데 또 최근 남한에서 출산율이 줄고 있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으로 난자 동결 비용을 지원해 주는 정책도 나오고 있다는데요?
이순희: 전 세계적으로도 그렇지만 특히 남한에서 결혼을 안 해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자녀를 출산하지 않거나 혹은 30대 중후반이 넘어서 출산하는 청년들이 많아졌어요. 그런데 생물학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난자의 기능이 줄면서 출산하기 힘들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추후 출산을 위해 난자를 미리 뽑아서 냉동시키는 거예요. 다만 아직까지는 전국민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는 않아요. 그런데 서울시에서 최근에 특정 20대를 대상으로 난자동결 시술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어요.
기자: 특정 20대라면 지원 자격조건이 있는 건가요?
이순희: 네, 일단 난소기능 검사를 받아서 기능이 일정 수치 이하여야 하고 난소기능 저하 유발 질환을 진단받으면 지원받을 수 있다고 해요. 난자를 발전된 기술로 얼렸다가 나중에 아이를 가질 수도 있고, 또 이에 대한 지원비도 받을 수 있다니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이런 제도로 인해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한 사람이나 치료비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다행이죠.
기자: 그럼 마지막으로 건강보험으로 의료비를 지원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시죠.
이순희: 방금 말한 것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선 보통 병원에 문의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지 없는지 바로 알려줘요. 사람마다, 병원마다 지원비가 조금씩은 다를 수도 있는데 많은 간호사분이 친절하게 안내해 줘서 편하게 물어보면 됩니다.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국민건강보험제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