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스승의 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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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잦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노우주씨 안녕하세요.

노우주:네, 안녕하세요.

기자:한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노우주:대한민국에서 5월은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날 등 의미 있고 기념해야 할 날들이 참 많더라고요. 그래서 바쁘면서도 즐겁게 한 주를 보냈어요. 이번 주에는 스승의날이 있어 이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정착 생활 중 대학에 입학해서 공부하던 어느 해 5월에 대학 동기들이 "스승의날이 다가오니까 교수님들과 의미 있는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고요. 5월 15일 스승의날은 스승의 은덕에 감사하고 존경하는 뜻을 표하는 날이잖아요.

기자:스승의날을 어떻게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요?

노우주:남한에서는 스승님께 감사를 표할 선물을 준비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곤 해요. 제가 대학 다닐 적에는 친구들과 의견을 모아서 교수님들께 간소한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어요. 처음으로 맞이하는 스승의날이어서 어떤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과 동기들이 하자는 대로 했죠. 저희는 카네이션 꽃바구니와 교수님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넥타이와 스카프를 샀어요. 대학 생활하면서 처음으로 맞는 스승의 날 이어서 그런지 제 마음이 더 설레는 거예요. 그래서 그날은 일찍 대학 정문에 들어서는데 우리 학과뿐 아니라 다른 학과 학생들도 카네이션꽃을 들고 등교하더라고요.

기자:스승의날에도 '존경'과 '감사'를 뜻하는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거죠?

노우주:네, 그렇더라고요. 어버이날뿐만 아니라 스승의날에도 빨간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데 이 의미는 '스승의 은혜는 나를 낳아주신 부모의 은혜와 같다'는 한국 정서에서 유래됐다고 해요. 부모가 주시는 사랑처럼 스승이 주시는 은혜와 사랑을 되새기는 의미에서 선생님들께도 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리는 거죠.

기자:교수님께는 어떻게 선물을 전해드렸나요?

노우주:첫 수업 시간에 교수님이 들어오시자 우리는 모두 일어나서 "스승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라며 인사드리고 과 대표가 교수님께 선물을 드리고 수업받았어요. 다른 교수님들께도 일일이 선물을 드리고 저녁에는 교수님들 모시고 다과를 나눴고, 학생들이 스승님들께 감사의 말을 전했어요.

기자:스승의날에는 또 어떤 선물들을 준비할 수 있죠?

노우주:주변 친구들을 보니까, 스승의날에는 선생님과 교수님께 넥타이나 스카프 말고도 따뜻하게 우려먹을 수 있는 차, 커피, 다과, 홍삼 같은 건강보조식품들도 많이 준비하더라고요. 물론 스승의날이라고 해서 꼭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 것은 아니에요. 학생들이 스승님께 존경과 감사를 표하고 싶은 마음이 우러나오면 그때 이런 것들을 준비할 수 있어요.

기자:스승의날에 선물을 드릴 때도 조심해야 할 사안들이 있을 것 같은데요.

노우주:네, 맞아요. 최근 한국에는 '김영란법'이라고 알려진 청탁금지법이 생겨서 직간접적인 관련이 있는 학생이 교사나 교수에게 5만 원 이하 가격이라도 선물을 하면 안 돼요. 부정 청탁이나 금품수수를 막기 위해서 제정된 건데요. 다만 직접 쓴 손 편지나 카네이션꽃은 가능하다고 해요. 쉽게 말하자면 객관적으로 가격이 매겨지는 선물은 금지하는 거예요. 다만 졸업생들이 이전에 가르침 주신 스승을 찾아가 선물하는 건 100만 원 이하까지는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네요. 따라서 스승의날에 감사를 표하고 싶은 어린 학생들은 '스승님께 어떤 선물을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경제적인 부담을 갖지 말고 오히려 정성을 기울여 쓴 편지와 카네이션 정도를 준비하면 알맞을 것 같아요.

기자:스승의날이 되면 초등학교, 중고등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도 과거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을 많이 찾아뵙곤 하죠. 사실 선물보다도 안부 인사 한마디가 선생님들께 더 큰 힘이 될 때도 많은 것 같은데요. 며칠 전에 졸업한 학교 교수님과 연락한 적이 있으시다고요?

노우주:사실 최근 바쁜 삶에 치어 스승님께 연락을 드린다거나 찾아뵙겠다는 다짐이나 안부 인사드린다는 말도 무색할 정도로 연락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요. 그런데 며칠 전에 같이 공부했던 동기가 연락이 왔는데 담임 교수였던 장 교수님이 제가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묻더랍니다. 그 소식을 들으니 담임 교수님께 안부 인사도 못 드리고 살아 온 죄스러움이 크게 다가오더라고요. 그래서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교수님께 안부 인사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전화를 드렸어요. 교수님이 너무 반가워하시면서 코로나 때문에 소식이 없이 몇 년을 보내고 보니 제가 어떻게 보내고 있는지 여러 동기에게 물어보셨다고 하네요. "오히려 제가 자주 연락을 드리지 못해 미안한 마음입니다"라며 종종 만나자고 약속했어요.

기자:부모님과 떨어져서 한국에 정착 생활하는 동안 교수님, 선생님들께도 많은 의지가 됐을 것 같아요.

노우주:제가 잊지 못할 은사님 또 한 분 계시는데 남한에서 저의 정착 초기부터 현재까지 제게 멘토이자 아버지 역할까지 해 주신 분이세요. 아무것도 몰랐던 남한사회의 초년생이었던 저를 밤낮을 가리지 않고 가르쳐 주시고 통일교육 전문 강사로 이끌어 주신 문 교수님을 잊을 수가 없어요. 어린 딸아이처럼 응석과 투정을 부려도 받아 주시고 마음의 문이 닫힐까 조심조심 다가와 주시고 하나하나 가르쳐주셨는데, 감사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제 인생의 버팀목이 되어 주시고 사랑으로 감싸주셨던 스승님의 하늘 같고 바다 같은 은혜 잊지 않고 있어요. 문 교수님께도 스승의날 축하드린다고 말하고 싶네요. 이렇게 스승의 날을 맞아 감사의 인사를 전할 수 있으니, 제가 고맙고 감사하죠.

기자:스승의날에는 선생님의 은혜를 되돌아보고 감사를 표할 수 있어서 참 좋은 것 같아요. 이 같은 스승의날이 어떻게 창제됐는지도 궁금해지네요.

노우주: 한국에서 스승의 날은 1982년부터 제정되었다고 해요. 한글을 만들어 백성에게 우리글을 알게 해 주신 세종대왕을 겨레의 큰 스승으로 삼자는 뜻에서 세종대왕의 양력 탄생일을 스승의 날로 제정했다고 하는데요. 북한에는 스승의 날이 없어요. 대신 교육절이 있는데 1977년 9월 5일 '사회주의교육에관한테제'를 발표한 날 이여서 이날은 교육 일꾼들과 학생들이 교육테제 발표의 의미를 되새기고 사회주의 교육을 선전하는 의미가 더 크죠. 북한의 교육절은 교사의 교육질을 높이고 학생들이 공부를 더 잘하도록 하는 교사와 학생 공동의 기념일 이예요. 교육절이라고 해도 한국과 같은 스승의날의 의미는 찾아보기 힘들죠.

학창 시절 선생님들은 순수했던 우리들의 제2의 부모님이셨거든요. 사실 가정에서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과 친구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더 많았죠. 어린 시절의 다정했던 선생님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청취자 여러분들도 은사님께 ‘가르침 주셔서 고맙고 감사하다’는 따뜻한 인사말을 건네고 안부를 묻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기자:네, 저부터도 스승님께 안부 인사드려야겠네요.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남한의 스승의날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박수영,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