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항상 보고있다 ‘CC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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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네, 안녕하세요.

기자: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오늘은 남한의 CCTV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길을 가다가 문득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 본 적 없으신가요?

기자: <트루먼 쇼>라는 영화 혹은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나오는 빅 브라더처럼 누군가가 나를 지켜본다는 느낌 말인가요?

이순희:네, 저도 탈북한 후에 그 영화와 소설을 접해봤는데 특히 <트루먼 쇼>에서 여러 대의 카메라가 주인공이 태어났을 때부터 촬영하잖아요. 남한에서도 CCTV라는 기계가 있어서 사람들의 동향을 파악할 수 있어요. CCTV는 북한 말로 하자면, 폐회로 텔레비전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만 CCTV가 <트루먼 쇼> 영화처럼 집 안이나 사적인 부분까지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것도 아니고, 주변 사람들이 그 주인공을 빼고 모두 연기하는 허구도 아니지만요.

기자: CCTV는 다른 말로 하면 감시카메라라고 할 수 있는데요. 감시카메라의 목적은 범죄예방, 안전 등을 위한 감시 도구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럼, 앞에서 얘기하신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은, 이 감시카메라를 말씀하셨던 건가요?

이순희:네, 맞아요. 어느 날 밤 중에 으슥한 골목길을 걷고 있었는데요. 그런 곳을 지날 때면 보통 누가 허튼짓을 할까 봐 불안하잖아요? 갑자기 누군가 지켜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홱 돌아서 주변을 살펴봤거든요. 그런데 전봇대 위를 보니 감시카메라의 빨간 불빛이 저를 향해 깜빡거리고 있는 거예요. 어휴, 얼마나 안심이 되던지요. 감시카메라라 하면 보통 '감시하는 물건'이라는 인상이 드니까 기분이 좋지는 않잖아요. 그런데 남한에서 어두운 곳이나 혼자 걷기 위험해 보이는 곳에 감시카메라가 있으면 한시름 놓게 돼요. 감시카메라가 있으면 괴한한테 습격당해도 그 사람의 행색, 도망친 경로까지 빠르게 추적할 수 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괴한들도 감시카메라가 있으면 범죄를 주저할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감시카메라는 저를 보호해 주는 느낌이 들어요.

기자:남한에는 대로변, 골목길, 상점 앞 등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범죄자가 공중으로 증발하지 않는 이상 도망간 길을 쉽게 추적할 수 있죠.

이순희:네, 그래요. 감시카메라는 사진도 찍을 수 있지만 주로 영상으로 기록되거든요. 상황통제실 같은 곳에서는 실시간으로 보고 있어요. 그런데 또 남한에는 차가 많잖아요? 그래서 고속도로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는데, 범죄자가 자동차를 타고 도망가게 되면 다 기록으로 남아서 번호판이나 차 생김새로 금방 찾아내요. 정말 잡히는 건 시간 문제거든요. 이뿐 아니라 위험하게 신호위반을 하거나 과속하는 차량도 감시카메라로 잡아내거든요. 이 카메라에 잡히면 벌금을 내야 하므로 다들 감시카메라가 나타나면 속도를 얼른 줄여버리죠. 저도 중앙고속도로를 통해서 의성에 가다가 내비게이션이 감시카메라가 나온다고 알려주는 거예요. 그래서 속도를 줄이는 바람에 벌금을 안 물게 됐죠.

기자:감시카메라는 주로 범죄예방을 위한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건가요?

이순희:아니에요. 꼭 감옥에 가거나 크게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서 그 범죄자를 잡기 위해서만 쓰이는 건 아니고요. 학교, 병원, 요양원 심지어 집에서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있어요. 제가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요양원에서도 어르신들이 보호사분들이 잠시 눈을 돌린 틈을 타 밖으로 나가시거나 위험한 행동을 하는 분이 있어요. 그럴 때 감시카메라로 어디 가셨는지 금방 찾아낼 수 있고요. 또 나이 드신 분을 요양원에 보냈지만, 자식들은 부모님이 잘 계시는지 걱정될 수 있잖아요? 혹시 부모님이 말귀를 잘 못 알아듣고 고집 피운다고 학대가 일어나진 않을까 불안할 수도 있고요. 이런 걱정을 덜어드리기 위해서라도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이제는 보건복지부에서 매 요양원들에 감시카메라를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했어요. 요양보호사들은 결백을 증명할 수 있어서 좋고, 자식들도 좋은 거죠. 혹시라도 학대를 하는 못된 사람은 이 카메라에 잡힐 수도 있고요. 학교와 병원도 마찬가지로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요.

기자:반대로 범죄자가 아닌 사람은 오히려 감시카메라를 통해 결백을 주장할 수도 있겠네요?

이순희:네, 그렇죠. 결백을 주장하는 데도 감시카메라만 한 증거물이 없을 거예요. 이 얘기를 하니까 생각나는 게 있는데요. 한 은행원이 돈을 가져와서 세다가 보니 금액이 모자란 거예요. 회사 경리는 "정확하게 그 금액을 맞춰서 가져왔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며 말다툼이 벌어졌죠. 그러다가 주변을 뒤져봤는데 그 돈이 은행원 가방에서 나온 거죠. 은행원은 전혀 몰랐다며 억울해했는데 정황상 범인으로 몰릴 수밖에 없게 됐잖아요? 그래서 감시카메라를 확인했더니, 돈을 세던 와중에 쌓여있던 돈다발이 미끄러져서 스스로 탁자 밑에 있던 은행원 가방으로 들어간 거예요. 다행히 감시카메라 덕분에 은행원의 억울함이 풀렸죠. 안 그랬으면 아마 회사 내 평가도 안 좋아지고 징계받고 은행에서 쫓겨났을지도 몰라요. 또 앞서 말했던 요양원에서도 감시카메라가 비슷한 역할을 할 때가 있어요. 어르신이 혼자 넘어지셨을 때 자식분들은 혹시 보호사들이 그런 게 아닌지 의심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그럴 때 감시카메라 녹화본을 보여드려요. 그러면 자식분들이 '우리 어머니 혹은 아버지가 잘못해서 넘어졌구나' 그러면서 "오해해서 죄송하다"며 돌아가세요.

기자:감시카메라는 개인이 설치할 수도 있는 건가요?

이순희:네, 본인 사유지면 자유롭게 달아도 돼요. 집 앞에 수상한 사람이 얼쩡거리는 게 싫다고 집이나 집 문 앞에 다는 사람도 많아요. 범죄 예방에 좋은 거죠.

기자:소형 감시카메라의 경우 얼마 정도에 구매할 수 있나요?

이순희:남한에서는 주로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데, 한 4~5만 원이면 사서 직접 설치할 수 있어요. 기능에 따라 가격이 다르겠지만요.

기자:그런데 남한 공공장소에 감시카메라가 한창 설치될 때 사생활 침해와 관련된 논란도 있었잖아요. 감시카메라로 인해 일반 서민들의 사생활 보호권이 침해당한다는 내용이었는데요. 이와 관련해서는 어떻게 관리되고 있나요?

이순희:그렇죠. 공공장소라고 다 감시카메라가 존재할 순 없거든요. 예를 들면 공중목욕탕이나 화장실 칸막이에 감시카메라를 달아둘 수 없잖아요. 그래서 이런 곳에는 감시카메라를 설치하는 걸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고요. 범죄 예방이나 안전, 교통 단속 등을 위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감시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어요. 또 감시카메라를 달아둔 곳은 사람들이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안내판을 달아둬야 해요. 그런 안내판을 보면 '아, CCTV가 있는 곳이구나'라고 인지하고 행동할 수 있으니까요.

기자: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CCTV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