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네, 안녕하세요.
기자: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얼마 전에 회사에서 회식하게 돼서 노래방에 다녀왔어요. 남한에서는 직장에서 회식하거나 친구와 놀 때 노래방에 종종 가곤 하거든요. 남한에서 노래방은 노래를 부르며 연습하는 장소만이 아니라 즐겁게 휴식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그런데 북한 주민분들은 남한 노래방 기계에 북한 노래도 있다는 점은 모르실 거예요.
기자:북한 노래가 있다는 건 저도 몰랐는데요. 남한 노래방에 어떤 북한 노래들이 있었나요?
이순희:북한 예술영화 <심장에 남는 사람>의 주제곡인 '심장에 남는 사람'도 있어요. 이 곡은 북한에서 모르면 간첩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유명한 노래거든요. 잠깐 들어볼까요?
[심장에 남는 사람 가사] 오랜 세월을 같이 있어도 기억 속에 없는 이 있고 잠깐 만나도 잠깐 만나도 심장 속에 남는 이 있네. 아, 그런 사람 나는 귀중해.
이순희:이 멜로디가 익숙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그리고 또 북한 아이돌 격인 가수 전혜영 씨가 부른 '휘파람'이라든지, 리경숙 씨가 부른 '지새지 말아다오 평양의 밤아'도 있어요. 이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를 때면 애틋한 고향의 추억이 생각나죠.
기자:북한에서는 남한 노래를 부르면 처벌받잖아요? 오히려 남한에서는 길거리 노래방에서까지 북한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신기해하실 것 같은데요.
이순희:그렇죠. 남한은 자유 민주주의 나라니까 북한뿐 아니라 그 어느 나라 노래를 마음껏 불러도 처벌받지 않아요. 처벌은커녕 (노래가) 노래방에 버젓이 있죠. 오히려 남한 분들은 북한 노래는 흔히 접해보지 못했으니까 신기하다며 배우기도 해요. 제가 노래방에서 '심장에 남는 사람'을 선곡하고 반주에 맞춰 부르니까 직장 동료들이 "무슨 노래냐?"고 묻는 거예요. 제가 북한 노래라고 하니 동료들 눈이 휘둥그레져서 한잠 노래를 듣더니 가사가 참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남한 특히 요즘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멜로디니까 따라 부르기가 어려웠는지, 저에게 가르쳐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노래를 몇 번 반주에 맞춰서 반복해 따라 부르게 하니까 제법 부르더라고요. 남한 동료들이 북한 노래를 함께 부르니까 저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거 있죠.
기자:북한에는 노래방이라는 말조차 없으니 생소한 분도 계실 것 같은데, 노래방에 대해서도 간단히 설명해 주시죠.
이순희:네, 그렇죠. 북한에서 노래라고 하면 가수들이 무대에서 부르거나 회사에서 1년에 한 번 야유회로 바닷가나 산이나 계곡에 가서 오락회를 열 때 거기서 부르는 것이 전부였어요. 북한에는 반주기계가 없거든요. 그러니까 가수들이 나와서 노래를 불러도 금방 따라 배우기가 어려웠어요. 그냥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계속 보다가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는 정도죠. 그리고 일상생활 노래가 아니라 김씨 일가 3대 부자를 향한 충성을 다짐하고 이를 선전하는 노래가 대부분이죠. 그런 곳에서 살다가 남한에 오니 노래가 그렇게 많을 수가 없더라고요. 노래에는 성악, 트로트, 발라드 또 요즘 유행하는 아이돌들의 케이팝까지 정말 하루에도 수십 곡씩 쏟아지는 것 같아요. 남한에도 사회에 해악을 끼칠 정도로 해로운 곡은 거르기 위해서 검열을 거치긴 해야 하지만 대부분 자유로운 주제로 곡을 낼 수 있어요.
기자:남한에서 노래의 의미는 뭐라고 보시는지요?
이순희:남한에서 노래란 하루 일이 끝나거나 휴일에 부르면서 하루 동안 쌓인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라고 생각해요. 특히 길거리에서 부르는 게 아니라 방음이 잘 되는 노래방에 가서 마음껏 노래를 부르고, 거기서 사이다나 맥주도 마시고 과일도 먹으면서 즐기다가 각자 집으로 돌아가니까 남한테 피해도 안주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거죠. 또 혼자만 부르는 게 아니라 다 같이 화음을 맞춰서 부르기도 하고요.
기자:예전에 남한 노래방은 보통 큰 방에 여럿이 노는 공간이었다면 요즘에는 순수하게 노래 부르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1인 혹은 2인용 작은 노래방도 많이 생겼죠.
이순희:맞아요. 남한에서는 그렇게 작은 1인용 노래방을 코인 노래방이라고 부르는데요. 코인 노래방인 이유는 본인이 부르고 싶은 곡 개수만큼만 동전을 넣어 부를 수 있기 때문이에요. 예전에는 1시간, 2시간 이런 식으로 큰 방을, 시간을 정해놓고 썼었거든요. 혼자 노래를 부르면 여럿이 갔을 때 부르지 못했던 노래도 마음껏 부를 수 있고 눈치 안 보고 혼자 노래를 배울 수 있으니 요즘 사람들이 코인노래방을 자주 찾곤 하죠.
기자:노래방은 어떻게 이용하면 되는 거죠?
이순희:우선 보통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반 노래방은 시간 단위로 결제해야 해요. 가게에 가자마자 접수대에 가서 원하는 시간을 말하고 함께 온 인원수를 말하면 그에 맞는 방으로 배정해 줘요. 그럼, 노래방에 들어가서 원하는 노래를 자판기에 직접 검색해서 입력하거나 노래방에 준비된 책을 보고 고르면 되는데요. 책에 ㄱ, ㄴ, ㄷ, ㄹ 자음 순서로 준비돼 있는데요. 남한에는 노래가 워낙 많으니까 그 책의 두께만 거의 제 손바닥만 한 것 같아요. 그런데 노래방 가격도 굉장히 저렴해요. 제가 자주 가는 곳은 1시간 정도 부르는데 1만 5천 원 정도 해요. 거기다가 서비스로 20분을 항상 넣어주시거든요. 어떤 곳은 서비스로 30분도 더 넣어주세요. 노래방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다 보니 회식이 끝나거나 친구들과 놀 때 "노래방 가자"라는 말을 해요.
기자:북한에서 즐겨 부르던 남한 노래를 남한 노래방에 와서 부른 곡도 있었나요?
이순희:네, 있었죠. 제가 좋아하던 최진희 가수의 '사랑의 미로'라는 노래가 있어요. 또 심수봉 가수의 '그때 그사람'이라는 노래도 참 좋아했어요. 북한에서 부르고 싶어도 드러내놓고 마음껏 부를 수 없었는데 남한 노래방에 와서야 목청껏 부를 수 있었죠. 최근 대북으로 보내는 풍선에 남한 트로트 가수 임영웅 씨의 노래를 USB에 담아서 보냈다고 해요. 임영웅 씨는 남한에서 굉장히 인기 많은 가수거든요. 그 USB를 통해서 임영웅 씨의 노래를 듣게 된다면 얼마나 소리 내 밖으로 부르고 싶을까요? 언젠가는 북한 고향 분들도 함께 남북한에 상관없이 본인이 좋아하는 노래를 마음껏 부를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기자: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노래방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