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북한이탈주민, 아프리카에 기부를

워싱턴-박수영 parkg@rfa.org
2024.08.28
[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북한이탈주민, 아프리카에 기부를 지난 2016년 대전시가 국제구호단체 굿네이버스를 통해 추진한 공동우물 지원사업을 통해 남수단의 아이들이 식수를 얻고 있다.
/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오늘은 북한의 협력국이지만 남한에는 후원을 받는 나라인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해요. 제가 북한에 있을 때도 북한이 아프리카와의 교류와 협력을 엄청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나요. 아직도 북한 노동자들이 아프리카에서 일하면서 불법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요.

 

기자: 여러 아프리카 국가가 북한에 외교적으로 중요한 국가라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그런데 오히려 남한에 와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가 따로 있다고요?

 

이순희: 저와 같이 대구에서 살던 한 탈북민이 아프리카의 한 가정에 후원하고 있었어요. 그 탈북민도 혼자 아이를 키우고 외벌이를 하면서 열심히 살고 있거든요. 그런데 아프리카의 한 나라에 사는 일가족이 본인보다 더 힘든 상황이지 않냐며, 매달 5만 원씩 보내고 있더라고요. ‘북한에서는 외화벌이하러 가는 나라에 후원을 해주고 있다니하며 새삼 오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남한은 20년 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기술적, 경제적 성장을 이뤄냈잖아요? 그래서 이제는 많은 남한 사람이 아프리카 국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후원을 보내고 있어요. 그중에 우리 탈북민도 함께 동참하고 있다니 자랑스럽기도 했죠.

 

기자: 남한에서 아프리카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후원해 주고 있나요?

 

이순희: 제가 아는 한 남한 분은 초등학교 교사였는데 지금은 나이가 70이 넘어서 집에서 쉬고 있어요. 이분은 아프리카에 있는 한 가정의 아이들에게 6년째 돈을 보내고 있다고 해요. 그 아이들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지만, 매달 몇십만 원씩 정기적으로 후원을 해주고 도움을 주는 아이들에게 가끔 고맙다는 편지를 받기도 하니 유대감이 생겼대요. 그 후원 덕분에 아이가 학교에 다니는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왔는데, 그걸 보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대요. 그 아이가 어렸을 때는 당장 먹을 것이 없어 쓰러지는 상황이었는데 매달 후원으로 건강하게 자라고 학교까지 보낸다고 하니 뿌듯했다고 해요. 또 다른 경우에는 한 연예인 가족이 개별적으로 후원하던 아이가 커서 결혼한다니까 이 아이에게 재봉 기술이 있다는 걸 알고 시집을 갈 때 재봉틀을 하나 선물해 줬어요. 그래서 그 친구가 결혼한 후에도 그 재봉틀을 이용해 가게를 열었다고 하네요. 이건 제 주변은 아니고 텔레비전에 소개된 사연인데요. 아프리카에 사는 한 아이가 병에 걸려서 배가 산만해지고 다리에 살이 터져서 상처가 생겼는데 돈이 없어 치료를 못 받고 있었어요. 그걸 보고 한 남한 사람이 아이를 끌어안고 울면서 가슴 아파했거든요. 그 후에 한국에 와서 그 아이에게 후원해서 큰 병원에서 치료받을 수 있었고 이 후원금으로 가게까지 차려서 생계를 유지했어요. 아프리카 후원을 중개해 주는 기관에서 아이가 병을 치료하고 학교에서 뛰어노는 모습을 후원 기관이 USB에 담아서 후원자에게 보여주니 너무 놀라서 기뻐하는 모습을 봤어요.

 

기자: 아프리카의 사정이 어려운 아이들에게 후원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순희: 세계적인 자선 기구들이 많아요. 예를 들면, 유니세프, 월드비전 등이 있는데요. 또 한국에도 굿네이버스, 초록우산 등 남한에서 시작된 자선단체들도 있어요. 정말 많은 남한 분이 이런 자선단체들을 통해 후원금을 내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텔레비전 광고로 어려운 아이들을 도와달라는 광고가 나와서 그 광고에 표시된 번호로 전화해서 후원 방법을 문의하기도 했는데요. 요즘에는 인터넷 세대다 보니까 다들 인터넷을 통해 후원하는 걸 신청해요. 해당 자선단체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빈곤이나 학대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11로 후원해 줄 수도 있고요. 또 식수나 교육 사업 같은 분야를 선택해서 기부할 수도 있어요. 그 아이들에게 무엇이 가장 필요할지 고민해 보고 스스로 후원할 분야를 선택하는 거죠.

 

기자: 식수 해결과 관련한 분야는 어떻게 도와주고 있나요?

 

이순희: 아프리카에서 며칠째 비가 안 내리고 강물이 다 얼고 저수지가 쩍쩍 갈라지는 등 심각한 지역에서는 가족 구성원 중 1~2명이 2시간씩 걸어 나가서 물을 길어오는데요. 그것도 옛날에 강이었던 모랫바닥을 파서 흙탕물이 나오는 걸 조그만 컵으로 퍼서 물동이를 이고 모습이더라고요. 전 세계 국가들이 아프리카의 물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는데요. 남한의 한 단체는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기도 해요. 기술과 자금이 부족해서 우물 없이 살아가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 맑은 샘물을 마음껏 마실 수 있게 도와주는 거죠.

 

기자: 개인이나 단체 차원이 아닌 남한 정부 차원에서도 이 같은 후원이 있을까요?

 

이순희: 남한도 한국전쟁이 끝나고 난 후 꽤 오랜 기간 빈곤국으로서 세계 자선단체에서 후원받았어요. 그동안 수많은 남한 국민들의 희생과 기술적인 발전이 있었기 때문에 남한이 이렇게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남한 정부에서도 과거에 후원받았던 고마움을 잊지 않고 빈곤국을 많이 돕고 있어요. 특히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도와주는데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먹는 문제잖아요? 그래서 남한 정부는 아프리카 나라들에 한국 통일벼 종자를 그 나라의 기후와 토양에 맞게 개량해서 쌀농사 짓는 걸 도와주고 있어요. 예를 들면 아프리카의 따뜻한 기후를 이용해서 한 해에 한 번밖에 농사를 짓지 못하던 지역에 기술을 전파해서 한 해에 두 번씩 농사를 지을 수 있게 가르쳐주는 거죠. 또 한국과 아프리카의 기후가 기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지역에 맞는 종자를 개발하기 위해서 계속 연구하기도 하고요. 모두 대가를 받지 않고 하는 활동이죠. 특히 가나에 종자 300톤을 전해줘서 첫 결실을 보았다고 해요. 외에도 감비아, 세네갈 등도 남한 정부의 이런 후원을 받고 있죠.

 

기자: 종자뿐 아니라 다양한 농기계도 지원하고 있나요?

 

이순희: 그렇죠. 농기계들도 기술 분야에 속하잖아요. 경운기, 트랙터부터 시작해서 곡물을 가공하는 정미기나 농약을 뿌리는 드론 등 농업에 정말 다양한 기술이 필요한데요. 인간 노동력으로 한계가 있고요. 그래서 남한에서 이런 기계를 지원해 주기도 하고 기술을 알려주기도 하는데요. 비료를 기부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직접 비료 공장을 건설하기도 했어요. 또 아프리카 많은 나라 국민들이 직접 이 농업기술을 배우기 위해서 유학을 오기도 해요. 남한의 벼 재배 기술이 전 세계에서 한 손에 꼽힐 만큼 굉장한 선진국이라고 해요. 북한 정권에서 자주 쓰는 말인자급자족이라는 말이 있어요. 바로 아프리카 국가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남한에서 도와주고 있는 거죠. 북한에서는 백날자급자족해야 한다는 표어만 내걸고 주민들을 더 힘든 환경에 몰아넣고만 있는데요. 이렇게 외부로부터 선진기술을 받아들여서 주민들이 조금이라도 어깨의 짐을 내려놓고 또 식량 부족에 시달리지 않도록 했으면 좋겠네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아프리카 후원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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