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실 건가요?
이순희: 요즘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이나 전 세계적으로 청년 실업률에 대한 얘기가 많잖아요. 취업해서 일을 하고 싶어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청년들도 많고 또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지나면서 원래 다니던 직장에서 나오게 된 사람도 많고요. 뉴스를 틀면 하루에 한 번은 꼭 청년 실업에 대한 소식이 들리는 것 같아요. '북한 청취자분들이 이런 소식을 들으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하다가 고용보험 실업급여 제도에 대해서 전해드려야겠다 싶더라고요.
기자: 맞아요. 중국에서는 청년 실업률이 올해 역대 최고를 기록하기도 하고, 한국에서도 높은 청년 실업률이 고질적인 사회 문제가 됐죠. 또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도 젊은 층의 실업률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이순희: 이북에서 남한에 대한 교육을 받을 때 "남조선은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난다"고 들었어요. 아예 없는 말은 아니지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에서는 사정에 따라 실업자가 되기도 하고 또 그러다가 자영업을 시작하기도 하죠. 남한의 수많은 사기업은 개인에 의해 운영되고 있잖아요? 치열한 시장경제 속에 회사가 부도나기도 하고 파산되기도 하고 또 그 회사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제대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없는 사정이 되니까 그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죠. 이렇게 얘기하면 아마 북한 고향 분들은 "아유 각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나"라고 걱정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나라에서 이런 실업자분들이 새 직장을 구할 때까지 생활을 보장해 주는 제도가 있죠.
기자: 그게 바로 고용보험 실업급여 제도라는 말씀인 거죠?
이순희: 네, 맞아요. 갑자기 직장을 잃으면 당장 생활에 지장이 올 수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다음 직장을 구할 때까지 먹고 사는 문제를 국가가 해결해 주는 거예요.
기자: 제도를 통해서 어떤 혜택을 볼 수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이순희: 우선 회사에 다닐 때 급여의 약 0.9% 정도 소정의 고용보험금을 납부하는데요. 예를 들어 200만 원을 월급으로 받는 사람이 2만 원도 안 되는 금액을 보험금으로 내는 겁니다. 그러다가 만약 다니던 직장에서 실직되게 되면 자기가 받던 급여의 60~70%를 고용지원센터로부터 4개월에서 9개월까지 지급받는 제도에요. 그리고 고용지원센터라는 곳은 국민들이 직업을 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기관인데요. 특히 일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가르쳐주는 직업훈련 학원이나 학교도 추천해 줘서 기술을 배울 수 있게 하는 제도에요.
기자: 그러면 직접 이런 혜택도 받아보신 건가요?
이순희: 그럼요. 제가 직접 겪어봤기 때문에 더 잘 알게 됐어요. 제가 다니던 노인요양원의 건물주가 다른 사람에게 건물을 팔아서 더 이상 요양원으로 운영할 수 없게 됐던 적이 있어요. 그렇다 보니까 제가 다니던 회사가 없어지게 된 거였죠. 그래서 '이를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고민할 필요도 없이 직원 전체가 고용지원센터에 등록돼 있더라고요. 참 잘된 일이었죠. 고용지원센터에서 등록됐다고 확인하더니 이틀 동안 교육을 해주더니 6개월간 실업급여가 나온다는 거예요. 물론 그 6개월간 직업을 구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확인 절차를 밟긴 해요. 사실 언제까지고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니 보통 다들 그 기간 안에 직업을 구하려고 적극적으로 애를 쓰는 거죠.
기자: 그럼 6개월간 직장을 구하려고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이순희: 앞서 말했듯이 고용지원센터에서 실업급여만 받는 게 아니라 직업 훈련을 받을 수 있는데요. 그 혜택을 이용해 보기로 했죠. 저는 "저 스스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요리를 배우고 싶은 생각이 나서 요리 학원에 수강 신청을 했어요. 그랬더니 고용지원 센터에서 집에서 가까운 요리 학원을 추천해 줬는데요. 2달 동안 학원에 다니며 마음껏 요리도 배웠고 또 동시에 직접 만든 요리를 집에 가져와서 먹고는 했어요.
기자: 학원 수강비는 전부 사비로 해결하신 건가요?
이순희: 천만에요. 수강비는 국가에서 두 달 동안 배우는 데 필요한 모든 금액을 다 해결해 줘요.
기자: 취업을 위해 다녔던 요리학원이 실제로 도움이 되던가요?
이순희: 북한과 남한의 음식 문화가 조금 달라요. 북한은 요리 문화가 그렇게 발전하지 않았는데, 남한은 요리 문화가 많이 발전했기 때문에 그런 걸 좀 배우고 싶어서 갔던 거예요. 그러니까
제가 한국에 정착하면서 모르는 한국 음식도 많았고 처음 접한 양념장과 재료들도 많았거든요. 이런 사소한 문화차이도 한국에 적응하는 데 알게 모르게 걸림돌이 됐던 것 같은데요. 학원에 다니면서 치킨, 파스타, 피자 짜장면 등 북한에서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요리들을 다양하게 시도해 볼 수 있었어요. 이렇게 야외활동도 하고, 학원 사람들과도 소소하게 이야기도 나누고, 학원 원장 선생님께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조언도 듣는 계기가 돼서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기자: 취업을 위해서도 도움 됐지만 스스로에게도 좋은 경험이 됐다는 거네요. 그런데 실직자를 위한 제도뿐 아니라 학교를 막 졸업한 젊은 취업준비생과 또 장년층을 위한 제도 등 다양한 대상을 위한 제도들도 있잖아요.
이순희: 맞아요. 심지어 군대를 막 제대한 군인들이 사회에 정착하기 어려울 경우에 고용지원센터에 도움을 청할 수 있고요. 이북에서는 이런 제도가 전혀 없어요. 군대에서 제대하면 개인 의지와 상관없이 산간, 광산, 농촌 등 무리에 배치하거든요. 또 한국은 100세 시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50대부터는 은퇴를 준비할 정도로 은퇴 시기가 빠른 편에 속해요. 혹은 40대나 50대에도 개인적인 이유로 직장에서 퇴직할 수 있는데요. 그런 사람들을 위한 중장년 지원 혜택들이 또 따로 있어요. 40대 이상 중장년층들에게 건설이나 인테리어 등 개인회사 설립을 설계해 주고 재취업을 지원해 주기도 하고, 은퇴 이후에 어떻게 살아갈지도 상담받을 수 있어요. 게다가 임신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을 위해서도 취업 상담을 해주고 직업교육훈련도 제공해 주고 있는데요. 다시 말해 누구도 사회 일원으로서 낙오된다는 느낌이 들지 않도록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겁니다.
기자: 그럼 마지막으로 이 같은 남한의 취업 지원 제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한 말씀 해주시죠.
이순희: 북한에서는 스스로 하고 싶거나 잘할 수 있는 직업을 찾아서 종사하는 게 아니라 국가에서 배치해 주는 집단에 속해서 좋든 싫든, 적성에 맞든 안 맞든 일 해야 하잖아요. 반대로 남한에서는 본인의 의지만 있다면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준다는 점이 참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 한편으로 남한에 정착하시는 분들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나 도움이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그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는 걸 꼭 알려드리고 싶어요.
기자: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취업 지원 제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