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행운 그리고 기적

워싱턴-이진서 leej@rfa.org
2022.11.29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행운 그리고 기적 북한을 탈출한 난민들이 지난 2006년 8월 태국 수도 방콕의 한 수용시설에 갇혀 있다.
/AP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이진서입니다. 청진에서 초급 여맹위원장을 하다가 남한에 간 여성이 새로운 가정을 꾸려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좌충우돌 실수도 많았지만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며 산다고 하는데요. 오늘은 또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지 한 번 만나봅니다.

 

기자: 노우주 씨 안녕하세요.

노우주: 네, 안녕하세요.

 

기자: 이 시간에는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노우주: 오늘은 살아오면서 지옥과 천국을 수 없이 넘나들며 겪었던 기적의 순간들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합니다.

 

기자: 모든 탈북민들이 생사를 넘나드는 순간을 이겨내고 남한에서 사신다고 생각이 되는데 노우주 씨가 기억하는 기적의 순간은 어떤 겁니까?

노우주: 제가 생각하는 기적의 순간은 어찌할 수 없는 절박한 경우 즉 절체절명의 순간에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던 순간들이 기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들은 자기가 이해하지 못할 뜻밖의 일이 일어나면 기적이나 행운이라고 하잖아요. 솔직히 새벽에 산행을 할 때나 고요한 아침에 들리는 새소리 또 등산을 하면서 가쁜숨을 들이켜는 맑은 공기, 동창이 밝아오는 예쁜 하늘, 그런 것을 바라보면서 자연은 늘 우리에게 매일매일 변하는 얼굴을 보여주는데 그 자연의 민낯을 보는 행운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북에서 살 때는 삶이 팍팍해 언제 계절이 바뀌고 자연이 변하고 새가 우짖는지도 모르고 살았어요. 가족을 살리겠다고 소금 한줌으로 보름 넘게 산에서 풀을 뜯어 먹으며 비닐을 이불삼아 쓰고 자면서 약초와 송이 캐다가 갑자기 쏟아붓는 늦가을 장마에 물이 덮쳐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나무에 기어 올라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적도 있어요.

지금도 그 상황에 어떻게 그런 생각이 들어 그 큰 나무에 올라갔는지 모르겠어요. 탈북을 할 때는 엄동설한에 새벽1시경 두만강 물이 허리까지 잠겨서 몸이 얼어 터져도 추운 걸 못 느끼고 바지가 꽈당꽈당 얼어 찢어져 움직일 때마다 무릎을 베어 피가 흘러도 모르고 국경 군인들의 경계를 무사히 넘겼어요. 또 중국 공안에 붙잡혀 파출소 2층에서 뛰어내려 도망쳤을 때도 몸이 다친데 없이 무사히 빠져 나왔어요.

 

기자: 보통의 경우였다면 정말 크게 다쳤을 것인데 참 놀랍습니다.

노우주: 그렇죠, 정말이지 죽자고 결심한 사람을 당할 자가 없다고 하잖아요. 북송되어 노동단련대에서 6개월 넘게 있을 때도 영양실조로 몸무게가 34kg 정도로 줄고 너무 힘들어서 목숨을 버리려고 유리 조각으로 손목의 동맥을 그어 피가 쏟아져도 어떻게 살아지더라구요. 운명의 장난인지 정말 초인간적인 힘으로 버틴 것 같아요.

 

기자: 긴 터널 끝에 밝은 빛을 봤다는 이야기들을 많이 하는데 남한에 입국하기 전에는 어땠습니까?

노우주: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도 미안마 국경을 넘을 때도 산길로 우회하던 중 국경 경비대들에게 발각되어 태국 이민국 수용소에서 5개월 넘게 수용됐었어요. 감옥안에서 5개월 넘게 있는 동안 3명이 사망했거든요. 그때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아서 지금까지 버틴 것 같고요. 남한에 와서는 2개월만에 일하다 쓰러져 병원 갔는데 위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죠. 6시간 넘게 수술을 받았는데 위를 80% 절제를 하고도 살아냈습니다.

 

기자: 참 위험한 순간들을 많이 넘기셨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노우주: 그뿐만이 아닙니다. 그런데 한번도 나한테 왜 이런 일이 생기지 이런 생각은 안하고 그냥 나에게 주어진 운명이고 받아들였던 것같아요. 남한생활 하면서도 비가 쏟아지는 날 운전을 하는데 가는 도중 차가 고장 나면서 빗길에 중앙분리대를 들이받고 차문 네개가 다 찌그러지고 불꽃이 튀고 연기가 나는 큰 사고를 겪었어요. 차 문이 열리지 않아 교통경찰이 와서 문을 부수고 저를 끌어내서야 나올 수 있었죠. 그 다음날도 그냥 출근하고 그랬어요.

 

기자: 다 기적적으로 위험한 순간을 넘기셨는데 행운이다라고 느꼈던 것은 없나요?

노우주: 대한민국의 품에 안긴 것 자체가 행운이구요. 제가 북한이나 제3국에 있었다면 오늘날의 제가 있었겠습니까? 열심히 정착 생활 하는 중에 아는 지인분의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난 것이 행운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산에 다니며 약초도 채취하고 운동도 함께하고 희노애락을 함께 하니 기쁨도 배, 행복도 배가 되더라구요. 바늘이 가면 실이 가듯 산을 누비고 바닷가에 가도 늘 함께하니 온 세상을 제가 다 가진 것 같고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어요.

 

기자: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운이 없었다고도 느껴지기도하고 또 그 순간을 넘기고는 기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노우주 씨에게 기적이란 어떤 겁니까?

노우주: 하늘을 날거나 물 위를 걷는 것이 기적이 아니고 지금 이 시간도 땅위에 발을 딛고 걷는 평범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인간의 삶은 알아갈수록 수수께끼 같지만 그 한걸음 한걸음이 쌓여 어렵고 험난한 노정도 수 많은 가능성으로 이겨내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뒤돌아보면 정말 저처럼 수도 없이 지옥과 천국을 드나든 사람도 많지 않을 것 같아요. 어려운 순간마다 긍정의 힘으로 살아낸 것 같아 저 자신도 뿌듯합니다. 어느 책에서 읽었던 글줄이 떠오릅니다. 감사가 행동으로 옮겨지면 행운의 기적은 긍정적인 물결 효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답니다. 모든 것에 감사하며 긍정의 힘으로 살아왔더니 오늘 같은 행운과 생각지도 못했던 기적들이 제 앞에 있는 거예요.

 

청취자 여러분들도 아무리 힘들어도 불평, 불만보다 감사하고 긍정적이고 밝은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낸다면 반드시 행운과 기적은 여러분 앞에 와 있으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행복한 시간 보내십시오.

 

기자: 노우주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노우주: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께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기적과 행운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RFA 자유아시아 방송 이진서입니다.

 

참여 노우주, 진행 이진서,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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