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남북한 패션
2023.12.29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한 주 어떻게 보내셨나요?
이순희: 봉사단체 창립 10주년 기념 송년회를 했어요. 아름다운 팔공산에 가서 삼겹살 고기도 먹고, 노래방도 가고, 1년 동안 어떻게 봉사단체가 해왔는지를 돌아보는 사업총화도 하고요. 제가 10년 동안 꾸준히 봉사활동 참가했다며 표창장도 받았고요. 겨울이 더 추워지니까 백화점에 가서 긴 패딩도 샀어요.
기자: 오늘은 어떤 이야기를 준비하셨나요?
이순희: 제가 남한에 와서 느낀 남북한의 옷차림의 차이점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요.
기자: 남북한 옷차림의 차이점은 북한 청취자뿐 아니라 남한 청취자분들도 궁금할 것 같은데요. 어떤 점이 가장 달랐나요?
이순희: 남한에서 길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제각각 다양한 모양과 색깔의 옷을 입고 다녀요. 옷차림이 정말 다채롭고 알록달록하니 사람들 패션 스타일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요. 패션이라고 하면 북한 청취자분들은 잘 모를 수도 있는데, 패션이란 의류나 차림새를 말해요. 옷을 잘 입는 사람한테는 “오늘 패션 멋있다”라고 칭찬하기도 하고요.
기자: 북한에는 비교적 단조로운 의상이 많은가요?
이순희: 북한에는 단체복이 많잖아요. 북한에서도 옷으로 개성을 뽐내려고 하지만 결국은 다 비슷해요. 성인 여자는 보통 무릎까지 오는 치마에 비슷한 재킷을 걸치고, 성인 남자들은 정장 혹은 바지에 셔츠와 점퍼 차림이죠. 그나마 요즘은 다양해졌지만, 외국에서 보기에는 다 비슷하게 보일 거예요. 심지어 학생들은 더 심해요.
기자: 남한에서도 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데요. 북한과 남한이 어떻게 다른가요?
이순희: 북한에서는 전국의 인민학교 교복이 똑같잖아요.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대학교까지도 전국 학생들이 피복공장에서 제작된 똑같은 옷을 입거든요. 그러다 보니 교복만 입고 나가면 ‘아, 저 학생이 중학생이구나, 고등학생이구나, 대학생이구나’하고 알 수 있죠. 그런데 남한에서는 각자 학교마다 교복 생김새가 달라요. 어떤 학교는 갈색, 다른 학교는 청록색, 또 다른 학교는 노란색이에요. 체육복 생김새도 다르고 심지어 학년별로 명찰 색깔을 구분하는 학교도 많아요. 북한에는 명찰이 없는데 남한에는 있어요. 그래서 학생들이 지나가면 ‘아, 저 학생은 어느 중학교 몇 학년이구나’라고 알 수 있죠. 교복으로 학교만의 특성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기자: 최근 들어 학교 교복이 셔츠에 치마 혹은 셔츠에 바지가 아니라 활동성이 좋은 면티와 반바지로 바뀐 학교도 많은데요. 이걸 생활복이라고 부르는데, 이 생활복도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순희: 네, 그럼요. 교복은 단정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생활복을 보고 깨졌어요. 오히려 학생들이 편한 옷차림으로, 반바지도 입고, 팔이 짧은 옷도 입고 까르르 웃으며 돌아다니는 걸 보니 저까지 활력이 넘치고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기자: 그런데 남한의 대학생들은 교복이 아예 없어서 자율복을 입을 수 있잖아요.
이순희: 맞아요. 남한 대학생들은 본인이 입고 싶은 옷을 입어요. 남한의 고등학생들은 수학능력시험 흔히 수능이라 부르는 시험을 치고 점수에 따라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는데요. 대학에 가면 전공을 선택해서 공부하는데, 아무래도 다양한 전공이 있다 보니 개성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대학생들은 중고등학생이랑 다르게 옷을 정말 원하는 대로 아무거나 입어요.
기자: 남한의 옷차림새 다시 말해 패션은 어떻게 다르다고 느꼈나요?
이순희: 남한 사람들의 옷차림은 그야말로 천만 가지 이상이에요. 모양이 같으면 색깔이 다르고, 색깔이 같으면 모양이 다르더라고요. 게다가 색깔은 정말 다양하고 많아요. 예를 들어 초록색은 연녹색, 라임색, 올리브색, 다크 그린 등으로 또 나뉘더라고요. 다 같은 초록색임에도 불구하고 미묘하게 다른 거에요. 저도 아직도 옷을 사러 가면 헷갈려요. 그런데 모양, 색깔에서 끝이 아니라 옷감의 종류에 따라 또 천차만별로 다른 옷을 만들어내더라고요. 그렇다 보니 백화점이나 옷을 파는 개인 상점에 가면 같은 옷이 진열돼 있는 경우가 드물어요. 또 연령별, 용도별로도 옷이 다양한데요. 예를 들어 백화점 1층은 어린이 옷, 2층은 여성 옷, 3층은 남성 옷, 4층은 골프나 등산용 옷, 간단한 운동을 할 수 있는 옷 등 정말 많죠.
기자: 현대에 들어 옷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다 보니까 옷 브랜드들도 많이 생기고 또 유명해졌어요. 브랜드는 회사 상표를 뜻하는데요. 그러니까 본인의 상표를 내걸고 옷을 전문으로 만드는 회사들이 많아졌다는 거죠.
이순희: 그렇죠. 제가 북한에서 남한으로 와서 놀랐던 점 중 하나가 패션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회사가 있다는 거였어요. 또 그 회사들은 유행에 민감하기 때문에 해마다 새로운 옷을 창작하고 만들어 내는데요. 그 유행을 따라가야 어디 가서 “옷 잘 입는다” 소리 들을 수 있죠.
기자: 올해 산 옷을 꼭 내년에 못 입는 건 아니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매년 어떤 옷이 유행하는지 패션쇼도 보고 책자도 참고하는데요.
이순희: 맞아요. 남한에는 패션쇼만 보여주는 텔레비전 채널이 있어요. 또 매년 새로 나온 옷을 보면 예쁘니까 홀린 듯 사다 보면 옷장에 옷이 넘쳐서 정리해 줘야 해요. 저도 겨울 동복만 10벌 이상 되는데 똑같은 모양이나 색깔의 옷이 하나도 없어요. 그 와중에 좋은 점은 계절이 지난 옷은 회사마다 가격을 할인해 준다는 거예요. 여름에는 5만 원에 팔던 원피스를 가을이 되면 반값에 내놓기도 해요. 그 값에라도 팔아야 다음 계절상품을 팔 수 있고 제작할 수 있는 돈이 생기니까요.
기자: “패션의 완성은 구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옷 외에도 신발, 액세서리 등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데요.
이순희: 남한에는 신발의 종류가 정말 많아요. 운동화부터 등산화, 목이 긴 여성 구두 등이요. 북한에서는 목이 긴 장화를 왈랭키(부츠)라고 해요. 구라파(유럽) 식으로 불러서 왈랭키라고 하는데요. 남한의 왈랭키는 굽 모양도 다르고 색깔도 다른데요. 하물며 같은 여성용 구두라고 해도 굽 높은 구두부터 굽 낮은 구두, 굽이 없는 구두까지 다 있어요.
기자: 신발은 특히 본인한테 잘 맞는 걸 신어야 발이 편하죠. 이순희 씨는 어떤가요?
이순희: 저는 10cm 굽부터 7cm, 5cm, 3cm, 굽이 없는 신발까지 있고요. 운동화도 등산화 따로 있고 빨간 운동화, 흰색 운동화, 청색 운동화, 검은색 운동화 등 여러 가지 있어요.
기자: 옷차림새마다 다른 신발을 신으면 다른 느낌이 나기 때문에 다양한 신발을 사는 경우가 많죠.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 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패션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