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오늘-부정부패 공화국
2007.06.28
워싱턴-이수경
이번 시간에는 중국 사회에 만연해 있는 부정부패에 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중국정부는 부정부패와의 전쟁을 선언하고 해마다 수만명의 공무원들을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는 척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중국 법원은 젱 시아오유 전 식품의약국장에게 사형선고를 내렸습니다. 시아오유 전 국장은 1998년부터 2005년까지 재직 기간 동안 기준 미달의 의약품을 승인해 주는 대가로 미화 약 83만달라에 달하는 뇌물을 챙겼습니다. 그가 승인해 준 가짜 항생제 때문에 적어도 10명의 환자가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중국 식품의약국은 어떤 곳인가 하면 중국에서 만들어지는 식품과 의약품들의 안전성을 관리. 감독하는 곳입니다.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든 의약품들은 식품 의약국의 검사를 거쳐 국가가 정한 표준을 통과 해야만 최종 판매 승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일부 제약회사들은 표준 미달의 의약품을 만들어 놓고 판매 승인을 받기 위해 식품의약국 관리들에게 뇌물을 바친 것입니다.
중국에서 해마다 가짜 식품, 의약품 때문에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 모두 이러한 부정부패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04년 발생한 가짜 분유 사건. 영양가가 하나도 없는 분유를 먹은 13명의 아기들이 영양실조로 사망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습니다. 또 지난해에는 가짜 항생제를 먹고 10명이 죽었으며, 최근에는 중국산 치약과 애완동물 사료에서 유독성 물질이 발견되어 여러 나라에서 반입 금지 조치를 내리는 등 한동안 세계 언론을 떠들썩하게 했습니다.
중국 동북 3성 지역에 사는 조선족 심씨는 젱 시아오유 전 식품의약국장의 사형선고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수많은 부패 공무원 중에 운이 없어 처벌을 받은 경우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지금 백성들이 하는 말이 간부들이 10사람이면 9사람을 잡으면 전부 부패에 걸린다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신문에 나는 것은 100의 하나일 뿐입니다. 미국 같은 서방에서는 시장이 공금가지고 마음대로 여행 못가지 않습니까? 여기서는 공금 타서 자기 처하고 여행 다니고 그럽니다. 그런 권한이 있으니까. 제 친구들도 공산당 간부 하다가 퇴직한 사람들 있는데 국가 돈 가지고 외국에 방문 간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다 놀러가는 것이죠.
심씨의 말처럼, 중국 관료들의 비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중국 사회에 마치 풍습처럼 만연되어 있는 문제입니다. 중국검찰인 최고인민검찰원의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7만 여명의 부패 관리들을 처벌당했습니다. 이들은 대부분 뇌물이나 공금으로 축적한 재산으로 여러명의 첩을 두거나 자녀들을 해외로 유학보내고, 호화판 해외여행을 하는 것은 물론 차명으로 부동산을 사고 팔거나 외제 고급 차를 사는 등의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이 중에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등 극약처방을 받은 고위 공무원들도 꽤 되는데요, 지난 2001년 청커제 전 전국인민대표대회 부위원장이 뇌물로 4천 100만위안, 약 500만달러를 챙긴 혐의로 사형을 당했습니다. 또 리지저우 전 공안부 부부장과 머우쑤이신 전 선양시장도 뇌물 수수 혐의로 사형 2년 집행유예를 받았습니다. 사형 집행유예란 사형 선고 후 사형이 집행되지 않으면 무기징역으로 감형시킨다는 중국에만 있는 처벌 제도입니다. 또 2005년에는 톈펑산 전 국토자원부 부장은 뇌물수수로 무기징역을 받았고, 그리고 지난해에도 중국 최고위급 군 장성이 공금을 횡령한 죄로 사형 선고를 받은 바 있는등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놀라운 것은 서방의 외국 기업들도 중국의 부정부패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3년 전 미국 컴퓨터 업체 IBM과 유통업체 월마트가 중국 관리에게 뇌물을 준 것이 드러나 국제적 망신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단둥 한인회 황병로 사무국장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뇌물이 없으면 아예 거래가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외국에서 온 사업가들이 공무원들에게 줄 뇌물을 준비하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말했습니다.
황병로: 우리 상식에 안 맞는 일들이 많이 벌어집니다. 예를 들면 공무원들의 부정부패 이런 것이 심한 나라입니다. 제도적으로 되어 있어도 실질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과의 실랑이를 많이 해야 합니다. 뇌물 지상주의이기 때문에 굉장히 쉽게 되어야 하는 일도 공무원들과 어렵게 풀어야 하는 일이 많습니다.
중국정부는 관료들의 부정부패를 정권을 몰락시킬 수도 있는 위험한 요소로 보고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남한 서강 대학교 국제대학원 김시중 교수는 부정부패 문제로 인해 정치적으로는 공산당의 신임이 땅에 떨어질 것이며, 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김시중: 부정부패의 문제라고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불만을 가지게 되고 경제 전체에 있어서 소득 분배나 불평등성을 훨씬 확산 시킬 수 있는 아주 어려운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중국정부는 해마다 대대적인 부패와의 전쟁을 펼치며 부패 근절을 위한 새로운 정책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관료들의 비리는 전혀 근절되지 않고 있고 오히려 매년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 이유와 관련해서 미국 Laogai Research Foundation의 Harry Wu 대표는 관료들의 부정부패 문제는 근본적으로 중국 공산당 일당 독재라는 체제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기 쉽게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습니다.
Harry Wu: (I think this is the system problem not individual problem.)
“부정부패 문제는 공무원 개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산당 시스템, 즉 공산당 체계에 그 원인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일부 부패 공무원들을 처벌할 수는 있지만 이미 공산당 전체가 부패에 연루되어 있기 때문에 모두 척결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부정부패 문제를 해결하려면 공산당 체제가 바뀌는 방법 외에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서방의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정부가 나서지 않아도 언론들이 부정부패를 대부분 밝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언론의 자유를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은 공무원들의 부정부패를 밝혀내기에 역부족입니다. 공산당은 체제 유지를 위해 언론을 통제하고 있지만 그로 인해 그 속에서는 썩어가고 있는 것이죠."
중국말에 '만리장성도 개미구멍으로 무너지는 법이 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중국 정부가 부정부패를 정권을 위협하는 요소로 보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몇몇 검소하고 청렴한 고위 관리들의 행보는 중국인들에게 적지 않은 희망을 주고 있습니다. '100개의 관을 준비하라 99개는 부패한 공무원의 관이고 나머지 하나는 나의 관이다'라고 말하며 비장한 각오로 부정부패 척결에 앞장섰던 주룽지 전 총리, 그리고 10년이 넘도록 허름한 단벌 점퍼와 낡은 운동화를 기워서 신고 농촌 지역을 시찰 다니는 원자바오 총리등은 관료들의 부정부패로 실망한 중국인들에게 바르게 살아갈 힘을 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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